갤러헤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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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추적자
작품등록일 :
2011.08.2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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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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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0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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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5화

DUMMY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5화






라우스네리안 54세는 전신이 피곤에 녹아가는 것을 알아차렸다. 습관이 된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내뱉었던 욕설이 결국 옳았다. 그는 라우스네리안 1세의 회고록 중에서 1세 자신에게 건네진 ‘갤러헤드가 쓴 가장 기초적인 세계의 이해를 통한 기초적인 마법 입문’이라는 책을 묘사한 구절 중 일부를 떠올렸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야했으니.


[그 책은 단순히 보기에는 보통의 책이나 그것은 그저 껍데기에 불과하다. 진면목을 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절차가 필요하다. 다만 그 절차들을 수행할 수 있는 자는 최소한이며 최대한이기도 한 초끈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그에 걸맞은 제어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즉 이에 관해 코멘트를 덧붙여봤자 그럴 역량이 있는 자에겐 설명할 필요가 없기에 넘어갈 내용이며 역량이 없는 자에겐 설명해봤자 이해할 수 없으니 넘어가겠다. 그 책의 진면목은- 그 책은 책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일그러지고 비틀린 차원이라고 하는 게 옳기는 하나,- 광대하며 괴기할 정도로 이해 불가능한 세밀함을 보이는 공간이다. 그건 일단, 일단, 일단,(라우스네리안 54세는 일단이라는 글자에 머뭇거림의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 묘사하기 어렵다. 단순히 책의 크기와 글자들의 배열을 이야기하겠다. 그 내용을 이해한 자가 책의 저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기에 책의 내용을 설명하려는 노력조차 무의미하므로.


그 책의 가로는-물론 진면목에 한해서- 약 9789조 광년에 해당하며 세로는 약 2경 광년이다. 두께는 12경 광년 정도 되며 한 페이지의 두께는 127억 분의 1mm정도다. 나는 특히 한 페이지에 적힌 글자의 크기에 주목했다. 간단하게 설명해서 바늘의 끝 정도의 직경에 4천만 자 이상의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 문자는 단지 하나를 보는 것만으로 사고하는 자의 정신에 강렬한 영감을 떠올리게 만들며, 돌들이 지능을 갖게 만들며 시간을 비트는 것이었다. 즉 문자 하나하나가 무한에 가까운 정보를 보내고 있었고, 그 정보 자체가 모든 것을 미쳐가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무한에 가까운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한 글자 한 글자는 어떻게든 읽을 수는 있었다. 나에겐 그 정도의 정신력과 지능은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두 글자를 연결시킬 때 무한에 가까운 의미가 정말로 무한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혹자는 한 글자에 담긴 뜻이 결국 하나니 그걸 구해서 읽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고, 나도 그렇게 여기려 했지만 결국 그렇게 여길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모든 의미가 필요했다. 한 글자의 모든 뜻을 다음 글자의 모든 뜻에 연결지어야했다. 그리고 그 책을 다 읽기 위해선 모든 글자를 동시에 이해해야 했다.


그건 분명히 불가능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처음의 두 글자를 이해하는 게 다였다. 나는 공포에 가득차서 최대한 힘을 발휘해 그 책을, 그 차원 자체를 말소시키려 했지만,-통상적이면 현존하는 모든 우주와 차원의 모든 시간을, 모든 인과를 파멸시켰어야할 힘의 발산은, 그 시도는- 그저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걸로 종결됐다. 나는 혹시나 해서 그 다음 페이지가 공백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시선을 돌렸다. 직후 나는 절망했다. 모든 페이지가 글자로 가득했으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들이 결코 전의 내용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이걸로 끝인 겁니까?”


당시 인간의 형태로 나타난 갤러헤드는 내 질문에 그저 조소하며 몇 백 권의 책을 잠깐 보여줬다. 나는 그 책들이 내가 보고 있던 책의 다음 내용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라우스네리안 54세는 머릿속에서 1세의 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게 생각하려는 이성을 억눌렸다. 1세가 단순히 우주선 교통사고로 사망할 리가 없다는 내용이나, 알려진 사실이 실상은 무엇을 가리키는 지에 대해서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걸 고찰해봤자 이익은 없다. 있다면 그저 자기만족이리라. 현재 중요한 건 이 내용을 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자료로서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뿐.


1세 본인은 결국 2글자를 이해하는 걸로 책의 내용을 훑어보는 것을 포기했지만, 4글자를 이해해버린 자가 있었다. 엘트하임이라고 알려진 그 강력한 자는 그 자신이 4글자를 이해한 그 도무지 있을 법하지 않은 가능성의 구현에 기뻐하면서도 두려움에 질려 있었다. 그는 그 4글자의 의미를 넘어설 방법을 연구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결국 자신이 이 이상을 볼 수 없을 것을 알아차리곤 자신의 연구 결과를 책에다 기록했다. 누군가가 다른 수단을 통해 그 다음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그는 자신의 저작물을 무수한 세계에다 뿌리기로 했다.


이 ‘엘트하임의 서’로 읽혀지는 책은 구골플렉스에 구골플렉스를 제곱하는 횟수를 구골플렉스만큼 해야만 할 정도의 권수가 만들어졌다. 참고로 저 어마어마한 양 전부가 원본으로 취급된다. 엘트하임은 시간을 뛰어넘어 과거의 차원 하나당 10권씩의 원본을 투척했다.


여기서 ‘엘트하임의 서’ 원본을 설명해야하는데 엘트하임 본인은 책을 뿌리면서도 한 권을 통째로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자가 있을 확률에는 부정적이었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는 고급스런 책 정도로 보이지만 펼쳐보면 394억 7917만 4321페이지에 해당하는-물론 공간왜곡과 무게 조절에 관련된 기술은 당연히 적용된 책이다.- 분량이기에 처음 책을 펼친 자가 그냥 포기할 확률 역시 이해했다. 그는 책에서 페이지 하나하나가 분리될 수 있게 했다. 그 조처는 나름대로 영리한 지능의 소유자가, 평생을 들여, 한 페이지를 연구해서, 온갖 기연이 최소 하루에 한 번은 따른다는 전제 하에, 한 줄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조처는 동시에 그 뿌려진 분량에 비해 완전한 원본을 찾기가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 ‘지식의 찬미자’의 일원이며 그들 중에서 탁월한 지성을 가진 위대한 대마법사 펠로호른은 ‘엘트하임의 서’ 원본 중 200페이지를 모은 후 다른 페이지를 찾는 것을 포기하곤 있는 거라도 해석해보기로 했다.


120년 뒤 완전히 미쳐버린 펠로호른이 하나의 차원을 신나게 먹어치우기에 바쁜 거대항 블랙홀에 뛰어들어 자신을 감췄고, 펠로호른이 죽은 걸로 여기기로 한 ‘지식의 찬미자’의 다른 일원들이 그의 유품인지 아닌지 알기 어려운 것들을 정리하면서 200페이지의 해석본일지도 모르는 데이터를 발견했다. ‘지식의 찬미자’들은 그 데이터에서 반쯤 미친 내용들을 젖혀놓곤 그나마 해독이 되는 부분들을 기록했다. 그들은 그 해독된 부분들을 이해하고 실행한다면 그들 스스로를 더 위대한 존재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 해독된 부분 중에는 ‘궁극의 닭다리’라는 항목이 있었다.


“젠장! 내가 괜히 닭다리 모양 우주선을 사가지고!”


라우스네리안 54세는 절규했다. 드워프가 라우스네리안 54세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라우스네리안은 수 시간 동안 ‘스파게티 모양 우주선을 살걸!’이라며 속으로 외치며 드래곤의 위장의 놓인 책들의 제목을 다시 한 번 봤다.


‘드래곤 고기를 발효시키는 법.’


‘좀비 바이러스와 드래곤 고기의 육질의 변화.’


‘닭다리를 뜯던 사람의 욕구의 변화와 그로 인해 다르게 선택되는 고기의 종류에 관한 보고서.’


‘현대의 일반적인 인류의 육체적 강도의 변화에 따른 닭다리에 상응하는 다른 종류의 육류에 관해서.’


“이 저주받을 유치원생 같으니라고!”


드워프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 유치원생이 대체 뭘 했는지 명확했다. 드래곤의 하반신이 왜 그런 모양이었는지도. 그 구멍들의 의미 역시도. 드래곤이 인간이었던 좀비에게 감염될 이유가 없다는 사실에 대한 반박 역시도. 모든 게 해결되어버렸다.


“뭘 어디서 어떻게 판단하면 드래곤 다리를 궁극의 닭다리로 착각할 수 있는 거냐고!”


인간이었던 좀비가 드래곤을 감염시킨 게 아니었다. 좀비 드래곤에게 인간이 감염된 것이었다. 그리고 드래곤을 감염시켜 좀비로 만든 것도 유치원생이었으리라. 드래곤을 감염시켜 발효된 그 다리를 먹기 위해서 말이다. 게다가 그 원흉은 이미…… 라우스네리안은 드워프를 쳐다봤다. 드워프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유치원생은 이미 죽었군요.”


“자업자득인거지.”


라우스네리안은 책을 살피며 말했다. 이 책 자체가 유치원생이 준비한 것이다. 드래곤의 내부는 가장 안전한 곳이기도 하다. 물론 소화액에 다가가지만 않는다면. 다만 그 유치원생은 위장 근처에 자리 잡았다가 소화액에 녹아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제 닭다리 모양 우주선에 이상이 생긴 것도, 제가 생각했던 원인이 아니겠군요.”


“그 놈이 이 행성의 환경 변화 마법 제어 장치에 닭다리로 보이는 것 끌고 오게 만들었지. 고장이 무슨 이유로 생긴 건진 모르겠지만 내가 타고 온 우주선에 뭔 짓을 해도 재가동이 안 되었던 걸 떠올려보면 닭다리 모양 우주선으론 탈출이 불가능하다네.”


“그 조쉬 어쩌고! 왜 하필 이런 데다 행성을 사들여서 그딴 마법이나 걸어두고!”


“그러게 말일세.”


드워프의 한숨 섞인 목소리에 라우스네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곤 ‘역시나 이게 다 갤러헤드 탓이다!’라고 여기기로 했다.


작가의말

그저 면목이 없으므로 도망치겠습니다.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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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20화 +2 11.08.20 250 4 11쪽
55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9화 +2 11.08.06 285 2 15쪽
54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8화 +3 11.07.21 159 4 12쪽
53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7화 +3 11.07.14 235 4 16쪽
52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6화 +4 11.07.05 338 3 14쪽
»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5화 +3 11.07.02 306 4 10쪽
50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4화 +3 10.02.18 252 2 6쪽
49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3화 +3 10.02.11 365 3 6쪽
48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2화 +4 10.01.07 257 2 8쪽
47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1화 +4 09.12.31 245 3 8쪽
46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0화 +7 09.12.18 245 2 8쪽
45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9화 +4 09.12.10 245 3 8쪽
44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8화 +6 09.12.03 252 3 9쪽
43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7화 +3 09.11.12 316 2 9쪽
42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6화 +5 09.11.05 213 2 7쪽
41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5화 +4 09.10.29 232 2 6쪽
40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4화 +5 09.10.22 277 2 8쪽
39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3화 +5 09.10.15 301 3 8쪽
38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2화 +4 09.05.30 352 3 8쪽
37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화 +4 09.05.22 280 2 7쪽
36 Chapter 2. 궁극의 두통약과 빚쟁이의 돌 17화 +3 09.03.31 450 2 11쪽
35 Chapter 2. 궁극의 두통약과 빚쟁이의 돌 16화 +3 09.03.30 212 2 11쪽
34 Chapter 2. 궁극의 두통약과 빚쟁이의 돌 15화 +2 09.03.28 300 2 12쪽
33 Chapter 2. 궁극의 두통약과 빚쟁이의 돌 14화 +2 09.03.27 242 2 12쪽
32 Chapter 2. 궁극의 두통약과 빚쟁이의 돌 13화 +4 09.03.26 283 2 11쪽
31 Chapter 2. 궁극의 두통약과 빚쟁이의 돌 12화 +2 09.03.25 246 2 11쪽
30 Chapter 2. 궁극의 두통약과 빚쟁이의 돌 11화 +3 09.03.24 30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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