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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추적자
작품등록일 :
2011.08.20 19:22
최근연재일 :
2011.08.2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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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1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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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0화

DUMMY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0화





라우스네리안 54세와 천마는 일단 동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천마 역시 리치와 만난 적이 있었고, 리치와의 대화를 가장한 정신적 고문을 당한 결과 때문에 대체 누군지 대체 무슨 일을 저질러서 이 행성을 이 꼴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유치원생과 서쪽에 있다는 유치원 구역에 대한 공포를 은연중에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라우스네리안은 동쪽으로 가자는 자신의 제안에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받아들인 천마에 대해 다소 실망했다. 결국 저 천마라는 작자는 아는 게 없는 것 같았다. 뭔가 아는 게 있다면 이런 주먹구구식의 행동 방침 따위는 세우게 놔두지 않았을 것이니까. 라우스네리안은 여전히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단초조자 얻지 못했음을 다시 한 번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라우스네리안은 이 생존을 위해라는 목적은 있으나 그냥 상황에 휩쓸려 다니기만 하는 자신의 처지가 언제쯤에야 개선될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의문을 품었다. 대체 이 지긋지긋한 방황이 끝나는 날은 얼마나 있어야 온단 말인가? 기다리는 것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면 무슨 방법으로 이 난관을 넘어서야 한단 말인가? 단순히 상황에 도전한다는 무모한 생각으로 사건의 중심지로 향하는 만용을 부린다면 좀비의 형태로 누군가 파멸을 가져다주지 않는 한 허기를 채우고자 하는 욕망만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그것은 지금의 방황과는 비교도 될 수 없이 나쁜 처지이며, 어쩌면 방황을 영원히 하게 만들 최악의 선택을 했음을 증명할 뿐이다.


그렇게 라우스네리안이 지겨울 정도로 고민을 하는 동안 천마는,


“그러니까 본좌는 무술협회에라도 가입해서 격투기에 종사하려고 했지. 그런데 옛날에는 천하제일무공이나 못해도 고금오대무공이라 불리던 무공서적들이 지금은 그냥 종이 버리는 날 버려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더군.”


312번째 반복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라우스네리안은 고민에서 벗어나 기분전환삼아 주변에 신경을 쓰려고 했으나 천마의 지긋지긋한 이야기에 그냥 고민의 바다에 잠겨있기로 했다. 천마가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오던 쓸쓸한 기색을 처음 느낄 때는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한 채 스러져감을 통감할 수밖에 없는 이의 처지에 일말의 동정심을 가지기도 했으나……


만약 천마가 라우스네리안의 동정심을 유발해 앞으로의 여정에 호의적인 반응을 얻겠다고 마음먹었었다면 -물론 그런 이유는 없었지만- 이야기를 한 번만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라우스네리안은 당장 천마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힘겹게 참다 다시 한 번 다른 생각에 빠지기로 결정했으니까.


“내가 왜 이런 데 와서 경비나 하다 왜 이런 일에 말려들었는지! 그 저주덩어리 노친네!”


라우스네리안은 ‘나에게 저주덩어리 노친네는 바로 당신이다!’라고 외치고 싶은 충동을 어렵게 참았다. 라우스네리안은 왠지 지금이라면 고행으로 신이 되거나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려했던 오래 전의 구도자들의 경지를 넘어설 수 있을 것 같다고 확신했다.


“그래,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말이지! 그 미친 마법사는 저주덩어리라네! 저주덩어리라고! 그 작자 때문에 세상이 뒤집어졌단 말이야!”


라우스네리안은 이야기가 제일 처음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또 다시 알아차렸다. 라우스네리안은 따지는 것도 말을 맞춰주는 것도 고민에 휩싸여 부정적인 기분을 음미하는 것조차 지겨워졌기에 자신의 처지를 잊을 수 있을만한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좀비들로 인한 난리 이후 관리가 전혀 안 된 상태로 오랜 시간이 흐른 행성인데다 좀비들이 있을 주거지 구역과는 떨어진 곳에 있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보이는 건 그냥 사막과 바위와 드문드문 보이는 선인장처럼 보이는 거대식충식물들뿐이었다. 저 식충식물들의 크기는 곤충을 먹기보다는 사람을 먹는데 적합해보일 정도로 컸다.


라우스네리안은 리치에게 얼핏 들었던 조쉬 어쩌구 하는 돈 많은 이의 행성 조성 센스에 마음속으로만 조소를 보냈다. 잠시 후 공중을 쳐다본 라우스네리안은 리치에게 얼핏 들었던 돈 많은 이의 행성 위치 선정 센스에 마음속으로 조소를 보냈다. 낮을 만들만큼 근접한 항성이-지구의 경우에는 태양- 3개가 넘었으니까.


위성 역할을 -지구의 경우에는 달- 할 만한 소행성을 여러 개 갖는 행성을 사들이는 경우야 많지만 항성이 저렇게 인접해있는 행성을 사들이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항성에서 오는 열기를 감소시키기 위해 추가적인 시설을 설치하거나 최소 행성을 감싸거나 심할 경우 하나의 태양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대규모의 마법을 걸어야하니까.


라우스네리안은 그 돈 많은 이가 돈은 많았을 것을 확신했고 그렇기에 그 돈 많은 이의 돈 관리방침에 대해 마음속으로 조소를 보냈다. 그런 시설을 설치하거나 마법을 걸 바에는 다른 행성을 사는 게 싸게 먹히는 게 당연한 일이다. 물론 그 돈 많은 이가 마법 통신 교육을 확실히 수료할 정도의 마법사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라우스네리안은 그렇게 그 돈 많은 이에 대해 온갖 조소를 보내며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감소시켰다. 그는 그렇게 고대의 인류라면 살펴본 것만으로도 눈이 멀 정도의 빛들이 날뛰는 공중을 쳐다보다 불현듯 천마의 말이 그친 것을 알아채고는 놀라서 주변을 둘러봤다.


‘이 작자가 그새 노환으로 사망한 건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훑어 넘기지 않았다면 당연히 들법한 의문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이 시점의 라우스네리안은 불행이라고 믿었으나- 천마는 살아있었다. 천마는 눈매를 날카롭게 한 채 멀찍이 떨어진 식충식물을 노려보고 있었다. 라우스네리안은 순간 떠오른 상상에 당혹스러워했으나 곧 ‘설마 그건 아니겠지’라고 판단하며 졸이던 가슴을 진정시켰다.


“먹을 거다.”


천마의 중얼거림에 라우스네리안은 ‘진짜 그거였나!’라고 절규했으나 말리지는 않았다. 수십 일간 먹은 것도 마신 것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로서도 반대할 수 없었다. 천마는 나이프를 잡은 채 자세를 낮추기 시작했다. 라우스네리안은 천마의 자연스런 자세에 ‘저 나이프는 내 거인데 왜 쓰는 거냐고!’라고 생각했으나 말하지는 않았다.


천마는 재빠르게, 그리고 조용하게 식충식물에게 접근했다. 천마는 그러다 정말로 재빠르게, 그리고 조용히는 날려먹은 채 라우스네리안은 향해왔다. 라우스네리안은 반사적으로 방어 자세를 잡았다가 그 사이 지나친 천마의 뒤를 죽어라 따라가기 시작했다. 식충식물은 뿌리째 뽑혀 공중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식충식물의 밑에 있던 것이 날개를 폈다.


“왜 저 딴 게 있냐고!”


라우스네리안은 절규하듯 외쳤다. 날개를 핀 그것은 어느새 공중으로 떠올랐다. 라우스네리안은 잠깐잠깐 뒤를 돌아보며 혹시나 고대의 것이 아닌지 일말의 기대를 가졌지만 날개를 펄럭이며 생긴 공기의 움직임만으로 바위들이 박살나고 대기가 요동해 구름이 움직여 지평선 근처에서는 비가 쏟아지고 다른 지평선 근처에서는 눈에 보일 정도의 강대한 소용돌이가 일어나 대지를 갉아먹는 것을 보고는 기대를 접었다. 마법도 기에 기초한 무공도 다른 술법도 뭣도 아닌 순수한 육체의 동작만으로 저 정도라면 현대의 것이나 아니면 고대의 것이라도 현대와 별 차이 없을 정도로 강력한 것이 분명했으니까.


저것은 현대의 일반적인 좀비였다.


그리고 저것은 좀비가 되기 전에는-


현대의 일반적인 드래곤이었으리라.

















조금 늦은 것에 사과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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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20화 +2 11.08.20 250 4 11쪽
55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9화 +2 11.08.06 285 2 15쪽
54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8화 +3 11.07.21 159 4 12쪽
53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7화 +3 11.07.14 235 4 16쪽
52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6화 +4 11.07.05 338 3 14쪽
51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5화 +3 11.07.02 306 4 10쪽
50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4화 +3 10.02.18 252 2 6쪽
49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3화 +3 10.02.11 365 3 6쪽
48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2화 +4 10.01.07 257 2 8쪽
47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1화 +4 09.12.31 245 3 8쪽
»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0화 +7 09.12.18 246 2 8쪽
45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9화 +4 09.12.10 245 3 8쪽
44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8화 +6 09.12.03 252 3 9쪽
43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7화 +3 09.11.12 316 2 9쪽
42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6화 +5 09.11.05 213 2 7쪽
41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5화 +4 09.10.29 232 2 6쪽
40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4화 +5 09.10.22 277 2 8쪽
39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3화 +5 09.10.15 302 3 8쪽
38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2화 +4 09.05.30 352 3 8쪽
37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화 +4 09.05.22 281 2 7쪽
36 Chapter 2. 궁극의 두통약과 빚쟁이의 돌 17화 +3 09.03.31 451 2 11쪽
35 Chapter 2. 궁극의 두통약과 빚쟁이의 돌 16화 +3 09.03.30 212 2 11쪽
34 Chapter 2. 궁극의 두통약과 빚쟁이의 돌 15화 +2 09.03.28 300 2 12쪽
33 Chapter 2. 궁극의 두통약과 빚쟁이의 돌 14화 +2 09.03.27 243 2 12쪽
32 Chapter 2. 궁극의 두통약과 빚쟁이의 돌 13화 +4 09.03.26 283 2 11쪽
31 Chapter 2. 궁극의 두통약과 빚쟁이의 돌 12화 +2 09.03.25 246 2 11쪽
30 Chapter 2. 궁극의 두통약과 빚쟁이의 돌 11화 +3 09.03.24 30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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