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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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학고레
작품등록일 :
2016.03.15 01:13
최근연재일 :
2016.03.27 16:05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6,454
추천수 :
285
글자수 :
86,531

작성
16.03.15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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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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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6쪽

차가운 한강의 바람

DUMMY

자정이 가까운 시각, 마포대교 위 한강의 바람은 조용해진 도심의 소음만큼이나 큰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귀를 기울여 들어보면 야속하게 떠나간 사람을 애절하게 부르는 소리 같기도 했고, 집 나간 엄마를 서럽게 부르는 아이의 울음소리 같기도 했다.


그 바람을 뚫고 방한복을 허접하게 껴입은 한 사내가 마포에서 여의도 쪽으로 걷어가고 있었다. 사내의 표정은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고 거동은 다소 불편해 보였다.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걷는 얼굴엔 비장감이 돌고 있었다.


다리 중간쯤 왔을까? 사내는 걸음을 멈추고 오른편 난간으로 두 팔을 뻗었다. 그리고는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그것을 다리 난간에 묶기 시작했다. 그것은 밧줄이라고 하기 에는 얇고 노끈이라고 하기 에는 굵고 긴 줄이었다.


“실례합니다. 선생님!”


두 명의 경찰관들이 사내에게 불심검문을 시도했다.


경찰관들은 마포대교에 설치 된 CCTV를 지켜보다가 사내의 행동이 수상하다고 판단된 수난구조대의 긴급 무전을 받고 출동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사내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순식간에 입고 있던 방한복 상의를 벗어 던졌다. 줄은 자신의 목에 연결되어 있었다.


걸어오면서 이미 단단한 각오를 했는지 사내는 일고(一考)의 뜸도 들이지 않고 날렵한 동작으로 난간 밖으로 자신의 몸을 날렸다.


경찰들이 신속한 동작으로 팔을 뻗어 보았지만 그러나 간발의 차이로 사내의 몸은 강을 향해 낙하하고 말았다.


한해 400여명이 투신한다는 한강다리에서 지금 이 사내는 자살을 시도한 것이었다. 특이한 것은 투신의 형식은 빌렸지만 실은 목을 맨 것이었다.


줄은 꽤 길어서 사내의 비명은 한 참 만에야 멈추었고, 몸은 난간과 강물 중간 정도에서 멈췄다.


바람은 사내를 더 세차게 몰아붙였고, 사내의 몸은 바람보다 더 격렬한 파동을 일으키며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난간 위에서는 요란한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왔다.


경찰들은 난감했다. 그들이 평소에 받은 훈련은 강물에 뛰어드는 투신 자살자에 대한 것이었다. 아래에서는 이미 수상 구조대가 출동하고 있었지만 그러나 위아래 어느 쪽도 분초를 다투며 사투를 벌이는 사내를 위해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간간이 지나가던 차량 몇 대가 멈춰 서서 구경꾼 인파를 만들었고, 경찰관들은 어딘가 무전을 날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난간에서 내려다보자 잠시 극심한 경련을 일으키던 사내는 숨이 끊어진 듯 몸을 축 늘어뜨렸다.


그래서일까? 갑자기 고통에 떨던 사내는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무아지경에 이른다더니 내가 지금 그런가보다 라고 사내는 생각했다.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질러대는 고함소리가 들려오면서 사내는 점점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을 느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환영이 보였다. 젊고 고운 모습의 어머니는 눈물을 훔치면서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수용아! 수용아!”

“어머니!”


“새끼들은 어떻게 하고 이러니? 네 새끼들 불쌍해서 어떻게 하려고 그래?”


수용은 자살을 결심하는 동안 미처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해보지 못했다 만약 그랬더라면 이렇게 쉽게 결단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유복자로 태어난 수용을 어머니는 고달픈 삶을 사시면서도 묵묵히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내셨다. 모든 것이 부족했고 그래서 아쉬운 것도 많았지만 그러나 수용은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구김살 없이 성장할 수 있었다.


수용이 명문대학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해서 입학식을 하던 날 어머니는 처음으로 아들 앞에서 눈물을 보였었다.


“수용아~ 고맙다. 네가 효자다~ 나~아~ 지금까지 고생한 것 다 보상받았다. 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돌아가신 네 아버지 볼 면목도 서는구나, 고마워 정말 고마워 으흥~ 엉! 엉!”


평생 약한 모습을 보이신 적이 없는 어머니에게서 처음으로 눈물을 본 수용은 놀라면서도 한편 효도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수용은 평생 어머니의 눈물을 잊지 않고 살았다. 그래서 가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피눈물을 아니? 슬퍼도 슬픔을 표현할 수 없는 한 여인이 너무 기쁜 어느 날 그동안의 설움이 피가 되고 갑자기 찾아온 기쁨이 눈물이 되어 흘리는 눈물.. 그런 눈물 말이야, 나는 그런 눈물을 본적이 있다....”


“어머니! 죄송해요~”


“무엇이 그리 죄송한가요?”


어머니의 모습은 간데없고 어떤 낯선 신사가 말을 걸어왔다.


“누구신지요?”


낯선 신사의 등장으로 어머니의 환영은 사라졌지만 수용은 이 신사가 어쩌면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아버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천사입니다.”

“천사요? 날개도 없고, 광채도 없고, 아우라도 없는데 선생께서 천사라고요?”


“당신이 보는 나의 이 모습은 허상입니다. 천사는 아무 모양도 형상도 없습니다. 다만 사람들 스스로가 자기 내면의 양심과 생의 경험이라는 안경으로 허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그럼 제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아니지요 헛것과 허상은 다릅니다.

헛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을 의미하고, 허상은? 있지만 보이는 이미지가 실제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지금 당신이 보는 나의 이 모습은 평소 당신 무의식이 가장 보고 싶어 했던 아버지의 모습일 것입니다.”


“그럼....”


“당신은 지금 극심한 고통으로 말미암아 영의 세계가 열린 상태입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보고, 듣지 못했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일종의 찰나의 영적 황홀상태에 이른 것입니다. ”


“물론 이곳의 찰나가 바깥사람들에게는 한 시간이 될 수도 있고, 1년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혼란스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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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용과 이무기의 싸움 +1 16.03.21 225 3 7쪽
19 살아남아 주시오 +1 16.03.21 226 4 8쪽
18 운명의 장난 +1 16.03.20 235 4 7쪽
17 고수의 흑백 활용술 +1 16.03.20 189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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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네가와 전투 +1 16.03.15 261 1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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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성주의 결단과 남편의 진심 +1 16.03.15 210 15 5쪽
7 병법의 어리석음과 지혜 +1 16.03.15 242 16 6쪽
6 신부의 시험 +1 16.03.15 321 19 8쪽
5 호랑이와 학의 결혼 +1 16.03.15 239 31 5쪽
4 강요된 결혼 +2 16.03.15 274 20 6쪽
3 야부사메 궁사 나가마사 +1 16.03.15 297 23 6쪽
2 천사의 게임초대 +1 16.03.15 297 25 6쪽
» 차가운 한강의 바람 +1 16.03.15 437 3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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