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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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학고레
작품등록일 :
2016.03.15 01:13
최근연재일 :
2016.03.27 16:0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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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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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2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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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이별을 재촉하는 두견새의 노래

DUMMY

“무슨 말씀이신지?”


오이치는 카츠이에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되물었다.


“잘 들어보시오 당신을 아사이 가문으로 시집보내자는 의견이 히데요시의 머리에서 처음 나왔소. 그리고 9년 만에 아사쿠라 가문을 치자는 의견도 히데요시였소, 나가마사를 죽이고 아사이의 영지인 오미를 차지한 것도 히데요시, 나가마사의 해골로 황금오강을 만든 것도 히데요시.”


“그로부터 9년의 세월이 지나 내가 당신과 혼인하도록 유도한 것.. 물론 내가 원한 혼인이었지만 그것을 전략에 이용한 것이 히데요시였소. 그리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우리 신혼의 행복을 깨뜨리려는 것도 히데요시입니다.”


“이 모두는 히데요시가 자기 야망을 위해 저지른 횡포이지만 나와 당신은 그저 이렇게 힘없이 당하고만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습니다. 약한 자가 강한 자의 횡포를 피할 수 없듯이, 횡포를 부려 불행의 씨앗을 뿌린 자도 신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 말이오.”


“이제 나는 깨끗한 죽음을 선택하려고 하는데 당신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나를 용서해 주시오.”


“평생 전장을 누비면서 비껴갔던 수많은 패배가 이제는 한꺼번에 나 한 사람에게만 달려드는 것 같은 기분이로군.”


카츠이에가 허탈한 심정으로 소회를 중얼거리는 동안 오이치는 눈물을 떨구고 있었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아니요 부인 제발.. 아이들이 아직 어리지 않소? 아이들 때문이라도 부인은 끝까지 살아 남아주시오.... 아직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당신의 그 기구한 운명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자가 히데요시라는 것을 알 때 까지 당당하게 살아주시오”


“이렇게 나는 죽어서 제물이 되고 당신은 살아서 제물이 되는 것이 신의 심판의 근거가 될 것이요. 나는 저 세상에 가서 나가마사님과 함께 기도하겠소.”


“아이들은 어리지 않습니다. 16살, 15살 11살.. 막내가 쫌 아쉽긴 하지만.. 이젠 충분히”


“아~ 그런가? 벌써 그렇게 컸군.”


사실 카츠이에는 10년 전 오미성이 함락되기 직전 빠져나온 세 아이들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세월이 지나도 언제나 그 때 6살, 5살, 1 살배기 아이들로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탁입니다. 짧은 인연이었지만 마지막 가는 길 같이 갈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잔인한 운명으로 복수하라고 하신 말씀 저를 살리기 위해 하신 말씀이신 줄 압니다. 저도 이젠 끝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신의 심판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람은 공평하게 승리와 패배, 이익과 손해, 높고 낮음 사이에서 적당하게 살도록 운명 지어진 존재입니다.”


“그런데 히데요시는 이번 전투의 결과로 승리만 있고 패배는 없게 됩니다. 이익만 있고 손해는 없게 됩니다. 높음만 있고 낮음이 없습니다.”


“제 오라버니가 천하인(天下人)이 된 다음에 갑자기 유명을 달리했던 것처럼 히데요시도 자신이 그렇게 원했던 천하인이 되어 외롭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가 비참하게 죽을 것입니다. 이제 저도 그만 성주님을 따라 가겠습니다.”


“오이치님!!.... 각오가 섰습니까?”


카츠이에는 오이치를 설득하려다 말고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묻고 말았다. 이는 오이치의 눈빛에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어떤 결연함 같은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추호도 다른 생각이 없습니다.”


“아이들 때문에라도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이미 하늘의 뜻이라 여겨집니다. 아이들은 제가 없이도 잘 커 나갈 것이고요..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카츠이에는 정중하게 자리를 고쳐 앉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지세이(辞世 じせい) 라도 한편 남기시지요.”


“지세이요?”


“지세이가 뭔가요? 모리마사도 멋진 지세이를 남겼던데?”


수용의 질문에 천사가 답변했다.


“지세이는 당시 일본에서 유행했던 문화로 사람이 죽을 때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이나 글을 의미합니다.”


“여보게 분카사이! 마님에게 먹과 붓을 갖다 드리게.”


“네 성주님”


밖에서는 요란한 총소리와 비명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말이야”

“네~”


“사람들이 다 나가도록 막지 말게”


“이미 다 나가고 여기 텐슈가쿠(天守閣) 주변에 200여명만 남았습니다.”


“200명도 많아 더 나가도록 독려하게~ 가는 길이 멀텐데.. 이렇게 한꺼번에 가면 오늘 머물 곳이 어디 있겠나? 허허”


말은 이렇게 했지만 끝까지 같이하겠다고 남은 자가 200여명이라는 분카사이의 말에 카츠이에는 내심 흐믓해졌다.


이러는 동안 오이치는 지세이를 다 쓰고 붓을 정갈하게 카츠이에 쪽으로 밀어 놓고 있었다.


“여보게 마님의 지세이 좀 읽어주게”

“네”


“그렇지 않아도 총소리 요란한 여름밤, 두견새마저 이별을 재촉하는구나.”


“허어 좋은 문구로다. 이별을 재촉하는 두견새의 노래라? 여름밤? 그래 그럼 나도 두견새와 여름밤으로 이어볼까?”


“............”


무름을 꿇고 마지막 정성을 다해 붓을 휘갈긴 카츠이에의 지세이는 이랬다.


“여름밤의 꿈길, 그 덧없는 흔적을 두견새여! 먼 하늘에 올려다오?


“죄송합니다. 성주님! 평생을 모셨는데 이 마당에 저도 한 수 남기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당연히 그래야지, 자 여기 있네.”


“인연이 있어 미련 없이 함께 걷는 길 저 세상에 가서도 길이 섬기리.”


“이것 참 멋진 지세이로군 그래 외롭지 않아 허허..”


이미 옆방에서는 할복과 가이샤쿠가 시작되었는지 날카로운 금속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더불어 짧은 신음소리들이 들리고 있었다.


“부인 준비 되었소?”


“성주님께서 저의 가이샤쿠가 되어 주시겠습니까?”


“나가마사님에게 기도로 허락 받았소.”


카츠이에의 이 말은 저 세상에 가서는 나가마사와 행복하게 살라는 말처럼 들렸다. 오빠 같고 아버지 같은 표정이었다.


“그럼 염치 불구하고 신세를 지겠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오이치는 품에서 꺼낸 은장도를 가슴 깊이 찔러 넣었다. 카츠이에는 조금이라도 고통의 시간을 줄여주려고 긴 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오이치의 목은 그대로 바닥에 힘없이 떨어졌다.


“분카사이! 그동안 고마웠네. 늘 부탁만 하고 살았는데 마지막까지 부탁하네, 가이샤쿠를..”


“여부가 있겠습니다. 영광으로 알고 뒤를 따르겠습니다.”


“그럼 윽..”


카츠이에의 목이 날라 가면서 검은 피가 튀어 올랐다.


피에 묻은 검을 소중하게 닦은 분카사이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눈을 감았다.


“죄송합니다. 성주님! 성주님의 시신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이 방법을 쓰겠습니다. 허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부디 용서를....”


갑자기 굉음이 들리면서 천수각이 화염에 휩싸였다. 분카사이가 설치한 화약들이 누군가를 향해 무섭게 분노의 불을 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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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츠루마츠의 출생 +2 16.03.27 185 2 8쪽
28 요도 부인의 태기 +1 16.03.27 128 1 7쪽
27 정명가도 +1 16.03.25 164 3 7쪽
26 히데요시의 광기 +1 16.03.25 156 3 8쪽
25 율곡의 십만양병설 +1 16.03.24 171 3 7쪽
24 양심의 두려움 +1 16.03.23 229 3 7쪽
» 이별을 재촉하는 두견새의 노래 +1 16.03.23 189 3 7쪽
22 토시이에의 배신 +1 16.03.22 208 3 9쪽
21 승리의 함정 +1 16.03.22 169 3 8쪽
20 용과 이무기의 싸움 +1 16.03.21 225 3 7쪽
19 살아남아 주시오 +1 16.03.21 225 4 8쪽
18 운명의 장난 +1 16.03.20 234 4 7쪽
17 고수의 흑백 활용술 +1 16.03.20 189 3 7쪽
16 무서운 결심 +1 16.03.19 131 5 7쪽
15 기억의 아픔과 설득의 아픔 +1 16.03.19 187 6 8쪽
14 2개의 패(산보시와 오이치) +1 16.03.18 222 7 7쪽
13 키요스 회의 +1 16.03.18 248 6 7쪽
12 희망이라는 나침반 +1 16.03.17 196 5 7쪽
11 히데요시에게 찾아온 기회 +1 16.03.17 197 5 7쪽
10 아네가와 전투 +1 16.03.15 261 17 6쪽
9 양쪽으로 묶인 쥐눈이콩 +1 16.03.15 220 16 5쪽
8 성주의 결단과 남편의 진심 +1 16.03.15 210 15 5쪽
7 병법의 어리석음과 지혜 +1 16.03.15 242 16 6쪽
6 신부의 시험 +1 16.03.15 321 19 8쪽
5 호랑이와 학의 결혼 +1 16.03.15 239 31 5쪽
4 강요된 결혼 +2 16.03.15 274 20 6쪽
3 야부사메 궁사 나가마사 +1 16.03.15 297 23 6쪽
2 천사의 게임초대 +1 16.03.15 297 25 6쪽
1 차가운 한강의 바람 +1 16.03.15 436 3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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