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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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학고레
작품등록일 :
2016.03.15 01:13
최근연재일 :
2016.03.27 16:0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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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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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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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2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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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살아남아 주시오

DUMMY

카츠이에 보다도 오이치에 대한 걱정으로 조바심이 난 수용이 안타까운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지 말고 상경해버리면 안될까? 내 자존심 하나 버리면 내게 딸린 가속들이 다 살잖아? 오이치와 그 어린 딸들이 모처럼 얻은 행복.. 그냥 그대로 유지 하게 해주면 안 될까?”


“그건 안 되지, 지 까짓 놈이 뭔데? 기껏해야 머슴 살던 놈한테 내가 무릎을 꿇어? 흥....”


“언제까지 머슴타령만하고 있을 거야? 상대는 히데요시야~ 히데요시! 옛날 머슴 살던 도키치로가 아니라고”


“도키치로가 아니라 히데요시다? 물론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은 달라지는 법이지 본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재능이 달라지고 그래서 그 결과로 신분도 달라지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야 그렇지만 관계는 달라질 수 없는 법이야 아무리 출세를 해도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변함이 없듯이 30여년 상하관계도 마찬가지 아닌가?”


“아니지 그건 내 생각이야 부모는 천륜이지만 그러나 상하는 조직의 서열관계 아닌가? 조직의 이익을 따라, 서열의 상황에 따라 관계는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지”


“그래 맞아 모든 것은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이 현실이야 그러나 내 말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가족관계에 안정과 행복이 있는 것은 서열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지 그러나 조직관계는 불안정해 언제 또 뒤집어질지 몰라 그리고 또 내가 말하는 것은 히데요시와 내 신분 자체의 불변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야 의리의 불변을 말하는 것이지”


수용은 카츠이에의 말을 들으면서 틀린 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다만 지나친 자기 주관에 집착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수용은 논리 다툼을 접고 일단 가련한 오이치를 생각하면서 상경을 종용했다.


“일단 단순하게 정리해보자고 히데요시는 옛날의 도키치로가 아니야 산보시를 등에 업고 과거 노부나가보다 더 강력한 세력으로 떠오른 천하인이야 그러니까 모두를 위해 이제 그만 자존심을 내려놓고 상경하자고~ 자존심이 밥 먹여주나? 소문에 듣자하니 이에야스님도 상경했다고 하던데 뭘..”


“이에야스까지? 말도 안 돼, 이젠 거짓 선동 작전까지 쓰는군, 천하의 이에야스가 그럴 리가 없어 설사 이에야스가 상경을 한다 하더라도 나는 절대로 그럴 수 없어.”


수용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뭐가? 도대체 왜 그럴 수 없는 건데?”


“그 자가 원치 않아, 히데요시 그놈이 내가 상경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상경을 명해놓고 상경을 원하지 않는다?”


“거 왜? 있잖아 흑백 활용술! 돌아가신 노부나가님에게 배운 전략이지, 난세에는 말이야 반드시 동맹을 맺어야 하는 상대가 있고, 반드시 죽여야 하는 상대가 있다는 거야. 동맹을 맺어야 할 자를 내치면 후회를 하게 되고, 죽여야 할 자를 살려놓으면 반드시 후환이 생긴다는 것이지”


“그래서? 이 카츠이에가 흑이라도 된단 말인가?”


“내게는 감(感)이 있어 평생 전장에서 생사를 넘나들면서 체득한 감으로 볼 때 히데요시 장부에 기록 된 내 이름에는 흑(黑)이 적혀 있을 거야”


지금까지 카츠이에는 노부나가의 흑백 활용술 장부에 흑(黑)으로 기록된 수많은 정적들을 향해 전쟁을 일으켜 그들을 제거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수행했었다. 그런데 이제 그 활용술을 가지고 천하인이 되려하는 히데요시 때문에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된 자신의 운명에 씁쓸한 웃음이 나오고 있었다.


카츠이에는 애당초 자신이 주장했던 3남 노부타카가 후계자가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랬다면 어쩌면 지금 일본은 훨씬 빠르게 안정이 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은 큰 욕심 없이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2인자로서 노부타카를 보좌했을테니까


그런데 지금 히데요시는 자신보다 더 우월한 신분을 가진 사람들 앞에서 천하인의 꿈을 실현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제거해야할 껄끄러운 상대가 많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상경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어차피 나는 히데요시에게 있어 껄끄러운 존재니까..”


수용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더 이상 설득한 근거도 없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천한 신분에서 고속 출세한 히데요시에게 다가 온 천하인의 기회는 과거 2인자를 제거하지 않고는 잡을 수 없는 역학이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부인!”


수용과 갈등을 마친 카츠이에가 생각이 난 듯 다시 오이치를 불렀다.


“네 말씀하세요.”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하지만 어차피 내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구차하지 않게, 비굴하지 않게 맞설 생각이요”


오이치는 10년 전의 악몽이 다시 떠올랐다. 남편만 바뀌었을 뿐 모든 상황이 소름끼치게 똑 같았다. 카츠이에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알 것 같았다. 10년 전에도 그랬으니까..


“부인 내 부탁을 들어 주셔야겠소.”


“..........”


오이치의 눈에서는 이미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어허~ 이런~ 벌써 눈물을....”


38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흘리는 오이치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한 번씩 손을 올려 눈물을 훔치는 동작이나, 고개를 들어 카츠이에를 쳐다보다가 어색한 듯 살짝 눈꺼풀을 내리면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어쩜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왜 몸가짐 하나하나가 저리도 소담스러운지? 저런 여인이 왜 이다지도 박복한지? 카츠이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혼자 슬며시 화가 났다.


“짧은 인연이었지만 그 동안의 정(情)을 생각해서라도 내 부탁하나 꼭 들어 주셔야겠소.”


“..........”


“기도를 해주시오”

“???”


“나를 위해 곧 나의 승리를 위해 빌고 또 빌어주시오.. 그러나 만약 내가 패하거든?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 기도해 주시오 그 때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히데요시를 위해서.. 그것은 곧 나를 위한 복수가 될 것이오.”


“무슨 말씀이신지??”


“힘이 약한 자가 강한 자를 이기는 방법은 딱 하나 복을 빌어 주는 것이요. 그것이 신의 방법이요. 부디 내말대로 해주시오”


카츠이에는 가련한 한 여인을 살리기 위해 무심코 내 뱉은 말이었지만 자신의 말이 괜찮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성주님~”

“오! 그래~ 누군가?”

“네~ 요시다입니다.”


이미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지 부하 요시다가 카츠이에를 급하게 찾고 있었다.


“오! 그래 무슨 일인가? 어서 들어.... 아니야 아니야 우리가 자리를 옮기도록 하지 잠시만 기다리게”


“네 성주님”


“부인 고맙소. 내 부탁 꼭 들어주시리라 믿소. 그럼 나는 잠시 다녀오겠소.”


오이치는 알고 있었다. 남편이 말한 잠시는 暫時(잠깐의 시간)가 아니라 㞥時(산속 깊이 들어갈 시간) 곧 영원한 이별이라는 것을..


카츠이에는 그동안 행복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속마음을 들킬 것 같아서 차마 하지 못하고 일어났다.


오이치는 따라서 일어나기는 했지만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고 그녀가 선, 바닥에는, 식어버린 눈물위에 뜨거운 눈물이 재차 떨어지고 있었다.


이렇게나 많은 눈물을! 하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그러나 카츠이에는 의도적으로 매몰차게 돌아서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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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이별을 재촉하는 두견새의 노래 +1 16.03.23 189 3 7쪽
22 토시이에의 배신 +1 16.03.22 208 3 9쪽
21 승리의 함정 +1 16.03.22 169 3 8쪽
20 용과 이무기의 싸움 +1 16.03.21 225 3 7쪽
» 살아남아 주시오 +1 16.03.21 226 4 8쪽
18 운명의 장난 +1 16.03.20 235 4 7쪽
17 고수의 흑백 활용술 +1 16.03.20 189 3 7쪽
16 무서운 결심 +1 16.03.19 131 5 7쪽
15 기억의 아픔과 설득의 아픔 +1 16.03.19 187 6 8쪽
14 2개의 패(산보시와 오이치) +1 16.03.18 223 7 7쪽
13 키요스 회의 +1 16.03.18 248 6 7쪽
12 희망이라는 나침반 +1 16.03.17 196 5 7쪽
11 히데요시에게 찾아온 기회 +1 16.03.17 197 5 7쪽
10 아네가와 전투 +1 16.03.15 261 17 6쪽
9 양쪽으로 묶인 쥐눈이콩 +1 16.03.15 220 16 5쪽
8 성주의 결단과 남편의 진심 +1 16.03.15 210 15 5쪽
7 병법의 어리석음과 지혜 +1 16.03.15 242 16 6쪽
6 신부의 시험 +1 16.03.15 321 19 8쪽
5 호랑이와 학의 결혼 +1 16.03.15 239 31 5쪽
4 강요된 결혼 +2 16.03.15 274 20 6쪽
3 야부사메 궁사 나가마사 +1 16.03.15 297 23 6쪽
2 천사의 게임초대 +1 16.03.15 297 25 6쪽
1 차가운 한강의 바람 +1 16.03.15 436 3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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