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계 금적금왕
11계 금적금왕
세월은 유수와 같아서 어영부영하는 사이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래 봤자 선우명의 나이는 겨우 아홉 살이었다.
2년 동안 선우명이 한 것은 영녕현의 안정이었다.
후한의 인구 분포에서 보자면 동남쪽으로 멀리 뚝 떨어져 나간 섬과 같은 곳이 바로 영녕현이고 인구는 다 합쳐봐야 오백여 명에 불과했다.
오백여 명이라는 숫자는 손경의 부하에게 추격당했을 때 멋지게 나타나서 구해준 왕지의 부하인 팔백여 명보다 적은 수라서 이곳 영녕현은 백성보다 병사가 더 많아져 버렸다.
인구만 이런 것이 아니라 경제는 더 최악이었다.
발전된 지역과 외따로 떨어진 곳이라서 자급자족에 의존하는데다가 산월족이 가끔 습격까지 해서 털어보려 해도 털릴 것이 없을 정도였다.
인적, 물적 자원이 전혀 없는 이런 곳에서 동탁에게 대항할 힘을 기른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노력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자 축 늘어진 선우명은 대청의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시간만 죽이고 있을 때 대청 안으로 한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를 알아본 선우명은 그 자세 그대로 물었다.
“왔냐?”
“예.”
“왔으면 보고해야지.”
“그럼, 보고하겠습니다. 현재 동탁은 선정을 베풀며 서량 복속을 위해 하남윤 주준을 정서장군으로 임명함과 동시에 20만 대군을 주어 출병하게 했습니다.”
“결과는?”
“제가 낙양에서 출발했을 때가 출병했을 때라서 결과는 아직 모릅니다.”
“그래 알았다. 수고했으니 며칠 쉬었다가 다시 낙양으로 가줘야겠다.”
“예.”
이 남자는 동탁의 동향을 살피려고 낙양에 보냈던 병사로 이 사람을 통해서 동탁의 일거수일투족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략적인 행보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보고에 따르자면 동탁은 선우명이 어찌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서 버렸다.
한 반년 정도 몸을 웅크리던 동탁은 장연 사후 분열된 흑산군의 일부를 회유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는 그 힘을 더해 낙양을 점거했다.
정권을 잡는단 점에서 역사와 얼추 비슷했으나 비슷한 건 여기까지였다.
황제를 보필하여 흑세무인을 처단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세운 동탁은 일부 환관과 관리를 처단하는 한편 그 빈자리에 자기 부하를 채우면서 힘을 모았다.
여기까지만 보면 동탁의 폭거로 이어져야 하는데 이 인간이 약을 잘못 먹은 건지 법의 근본을 바로 세우며 민심을 모아 버렸다. 그리고 행실 또한 올바르기도 해서 반동탁 연맹이 생겨날 건더기가 없었다.
동탁이 폭거 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선우명은 그저 멍하니 시간만 보낼 뿐이었다.
대청의 문이 열리면서 이번에는 곽회가 들어왔다.
조금 성숙해진 모습의 곽회를 보자 선우명은 몸을 일으키고서 물었다.
“어떻게 됐지?”
“문전 박대 당했습니다.”
“진짜 만나보지도 못한 거야?”
“예.”
엄백호에게 무려 만이 넘는 부하가 있단 것을 듣자마자 곽회를 시켜 그에게 병력 원조를 부탁하려 했었는데 역시 영녕현 같이 구석진 곳의 현령의 말은 듣지 않았다.
관직도 없는 자가 부하가 만 명이란 얘기는 그걸 유지하고 지탱할 정도로 재물이 많은 부자란 뜻이었다. 쉽게 말해 호족이었다.
영녕현 근처에는 호족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없어서 멀리 떨어진 오까지 곽회를 보내 조력자를 구해보려 했던 선우명은 뜻대로 일이 되지 않자 실망하며 말했다.
“엄백호 주제에 비싸게 구네. 알았다. 가서 쉬어라.”
작년에 정식으로 수하로 받아들인 곽회라서 선우명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현령님, 보고할 것이 있습니다.”
“말해 봐.”
“오에 갔다가 진등이란 분을 만났는데 이 서찰을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줘봐.”
곽회가 주는 서찰을 받은 선우명은 서찰을 펼쳐 읽어봤다. 서찰은 도겸이 보낸 것이었다.
“도겸이 왜 보네?”
황건의 난을 통해 서주자사가 된 도겸이 된 서찰이라서 의아한 선우명은 쭉 읽어보고는 곽회에게 물었다.
“이걸 주면서 뭐 다른 말은 없든?”
“없었습니다만 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그러십니까?”
“그냥 현령이 된 것을 축하하며 안부를 묻는 내용이다. 그래서 묻는 건데 진짜 다른 말은 없었나?”
“그리고 보니 현령님의 인물됨을 물었습니다.”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는데?”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잘했다.”
도겸이 왜 자신에게 관심을 두는지 몰라도 앞으로 길어야 오륙 년이면 노환으로 여겨지는 병으로 죽는 사람이라서 서주자사를 넘겨줄 게 아니라면 신경 쓰지 않는 게 좋았다. 어차피 서주와 이곳 영녕현은 멀고도 먼 곳이라서 도겸이 이곳으로 올 일도 없었다.
“가서 쉬어라.”
“물러가겠습니다.”
곽회가 대청을 나가자 선우명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걱정이 많았다.
동탁의 세는 점점 견고해지는데 자기는 세를 키우고 싶어도 키울 여건이 안 되니 답답한데 여기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서찰을 보낸 건지 그 진의를 알 수 없는 도겸의 서찰까지 오자 불안해진 것이었다.
연의에서 표현하기를 도겸이 온화한 군주로 표현되나 정사에 기록된 내용을 보면 그리 온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폭군이라고 칭할 정도도 아니었다. 그저 도겸을 좋게 보고 방심해선 안 된다는 건 확실했다.
“모르겠다. 좀 쉬자.”
고민이라면 이곳에 오기 전부터 질리도록 했기에 조금 쉬기로 한 선우명은 일어났다.
- 작가의말
스타로 얘기하자면 본진 털려서 급히 커맨드 날려 멀티에 박았더니 미네랄 49에 일꾼 없는 상태 -0-
여기에 마린만 아홉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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