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계 가도멸괵
병력을 늘리는 것과 인구를 늘린다는 건 개념이 다르다. 병력을 늘린다는 뜻은 그걸 유지하기 위해 돈이 든다는 것이고 인구를 늘린다는 뜻은 세금을 거두며 출산을 통해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라서 인구를 늘릴 생각인 선우명은 물었다.
“그런데 데려온 자가 이들뿐인가?”
“이들을 먼저 데려온 다음에 이들의 가족을 데려오려 했다가 해적의 공격을 받아서 철수했습니다.”
“그 지역에 해적이 있다고? 혹시 섬에서 나온 자들 아니야?”
해적도 뜯어 먹을 게 있어야 하는 것이라서 낙후된 이 지역은 해적이 활동하고 싶어도 활동할 만한 것이 없었다. 게다가 이 위로 올라가면 인구가 많은 서주라서 배 또한 활발하게 움직이고 어촌이 많아서 해적이 활동하기 좋은 지역이었다.
“저들에게 물어보니 처음 본다고 했습니다.”
“그래?”
잠시 생각하던 선우명은 말했다.
“난 이주에서 사람을 데려오고 싶은데 해적을 상대할 방법이 있나?”
“있습니다. 배가 건조되면 그것과 기존의 배를 합쳐 해적과 일전을 벌일 생각입니다.”
“좋아, 너에게 일임 할 테니 재량 것 해라.”
“맡겨주십시오.”
정확히는 맡길 사람이 없는 거지만 굳이 그걸 말해서 왕지의 기를 죽일 필요는 없어서 마치 전적으로 신임한다는 듯이 말하며 어깨를 두드려주려다가 손이 닿지 않아서 그만뒀다.
이주에서 모병한 병사가 기존의 병사보다 더 많아서 갑자기 일손보다 논이 적어서 마냥 병사를 놀릴 수 없는 선우명은 산월족 토벌에 나섰다.
산월족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기는 수확이 끝난 가을 말이나 초겨울이라서 그 전에 어느 정도 세를 줄여 감히 공격하지 못하게 막아놔야 했다.
작년 초겨울 곽회가 장군으로서 수비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곤란했을 정도로 위험했었기에 다시 곽회에게 산월족을 상대하게 했다. 물론, 이번에는 수비가 아니라 공격이었다.
곽회가 분주히 움직이는 동안 선우명은 배를 타고 서주로 가는 중이었다. 가는 목적은 당연히 서주목 도겸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서주로 가는 선우명의 표정은 썩 좋지가 않았다.
“읍!”
갑판 위에서 기절한 듯이 쓰러진 채로 가던 선우명은 배가 큰 파도에 출렁거릴 때마다 당장에라도 토할 것처럼 구역질을 했으나 이미 게워낼 것은 다 게워내서 나오는 건 없었다.
선우명이 이렇게 멀미에 시달리는 이유는 그가 내륙 그것도 바다를 보려고 해도 볼 수 없는 초원 출신이라서 생전 처음 배를 타고 장시간 여행하다 보니 자연히 멀미를 하게 된 것이었다.
서주행에 호위를 맡게 된 왕지는 시체나 다를 것 없는 선우명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네가 보기에는 괜찮아 보이냐?”
“아니요.”
“그럼 닥쳐.”
날은 덥고 멀미에 시달리니 신경질적으로 말해도 말투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성격 안 좋기는 왕지도 만만치 않으나 충성을 다하고자 했을 때 그의 충직한 수하가 되고자 곽회와 같이 약속했기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골골거리던 선우명은 갑자기 벌떡 몸을 일으켰다가 도로 주저앉고는 말했다.
“왕지야.”
“예.”
“불길하다.”
“네?”
“불길하니까 가까운 부두에 배 좀 세워라.”
“예.”
왜냐고 묻지도 않는 왕지는 뱃머리를 돌려 육지로 방향을 틀며 정박할 곳을 찾았다.
정박할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절강 안쪽까지 들어간 배는 자연스럽게 산음에 정박하게 됐다.
일대에서 가장 큰 도시답게 산음의 부두에는 수십 척의 배가 정박해 있었다. 그런 배들 사이에 선우명이 탄 배가 정박했다.
“살았다!”
육지에 발을 딛자 멀미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은 아니나 정신적으로 위안이 되어서 그런지 한결 편해져서 선우명이 자기도 모르게 환호할 때 산음 병사들이 다가왔다.
고깃배와 달리 덩치가 큰 전선에 수십 명의 병사가 탄 채로 부두로 들어왔으니 놀란 산음에서 어떤 자들인지 알아내고 만약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목적으로 병사를 보낸 건 당연한 반응인데 그 숫자가 너무 적었다.
‘왜 이것만 온 거지?’
오지 중의 오지인 영녕현과 달리 이곳 산음은 회계군의 군도라서 이 도시에만 만 명이 넘게 살고 있었다. 그렇기에 군사 또한 많아야 하는데 몰려온 병사의 숫자는 겨우 세 명이었다.
투구는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보이지 않는 병사 셋은 군복에 창만 겨우 들고 달려와서 물었다.
“너희는 누구냐?”
병사가 달려오자 호위를 위해 앞을 막아선 왕지와 병사들을 제치며 앞으로 나간 선우명은 대답했다.
“영녕현 현령인 선우명이다. 그러는 너희는 누구냐?”
영녕현은 인구가 만 명이 아니라 천명도 되지 않기에 현령이 아니라 현장이어야 했으나 인구가 워낙 없어서 구색을 갖추려고 인구가 많은 다른 주의 몇 개 현을 합쳐 놓은 크기기에 현장이 아니라 현령이라 불렀다.
누구냐는 선우명의 질문에 대뜸 누구냐고 물었던 병사가 대답했다.
“우린 산음의 병사다.”
산음의 병사라는 병사의 대답에 선우명은 유심히 그들을 살펴봤다.
병사의 복장이긴 한데 말하는 것이 이상했다. 이곳 산음은 회계군 태수가 머무는 곳이라서 산음의 병사가 아니라 회계군 병사라고 해야 옳고 병사의 복장에는 이상이 없으나 신발에는 피가 몇 방울 떨어져 있었다.
이들 병사의 정체에 대해서 의심이 들기 시작하자 선우명의 생각은 안 좋은 쪽으로만 의구심이 들 때 병사가 물었다.
“영녕현 현령께서 이곳에는 왜 오신 겁니까?”
“날이 안 좋아서 잠시 피하려고 온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날이 안 좋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먹구름이 많기는 해도 항해를 못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의구심이 든 병사가 하늘을 볼 때 비가 오기 시작했다.
“봐봐. 날이 안 좋지.”
선우명의 말대로 비는 폭우가 되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쏟아졌다.
- 작가의말
손권 얘기는 사실입니다.... 손권이 초반에는 괜찮았는데 후반 갈수록 각종 막장 테크를 탄.......
조만간 선작이 천이 넘을 것 같습니다.(희망사항) 선작이 천이 넘어가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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