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함분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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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나
작품등록일 :
2012.04.24 01:05
최근연재일 :
2012.04.24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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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0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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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계 욕금고종

DUMMY

선우명이 방에서 계휴현에서 가장 옷을 잘 만든다는 사십 대 아줌마에게 치수를 재게 할 때 방문 밖에서 관사 영감이 말했다.

“골가의 둘째인 골두를 데려왔습니다.”

“들어와라.”

“예.”

문이 열리면서 체격이 건장하고 준수하게 생긴 이십 대 후반의 남자가 들어와서 선우명을 향해 인사했다.

“골가의 둘째인 골두라고 합니다.”

유질이란 관리여도 어린애에게 인사하는 것이 기분 나쁜 건지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어도 고개를 살짝 끄덕거리는 것이 기분 나쁘다는 티가 났다. 그래서 선우명은 그에게 말했다.

“거기서 기다려라.”

아직 치수 재는 것이 끝나지 않았기에 골두를 기다리게 한 선우명은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그를 관찰했다. 그러는 사이 치수 재는 것을 끝낸 옷 짓는 아줌마가 말했다.

“끝났습니다.”

“그래, 옷은 언제쯤 만들어지지.”

“나흘쯤 걸릴 것입니다.”

“알았다. 치수를 조금 넉넉하게 하고 완성되거든 가져와라.”

“예.”

옷 짓는 아줌마를 내보낸 선우명은 골두를 보며 물었다.

“골두라고 했나?”

“예, 유질님.”

“난 널 부르지 않았는데 네가 왜 왔느냐?”

“아버지께서는 바쁘셔서 제가 왔습니다.”

“그래? 그럼 한가해지거든 오라고 해라.”

“예?”

“너에게 할 말이 없으니 가 보란 얘기다.”

“큼!”

무시당했기에 이번에는 참을 수 없을 만큼 불쾌해진 골두는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다시 볼일 없을 거다.”

악담하듯이 말을 내뱉은 골두는 거칠게 문을 열고서 밖으로 나갔다. 덜렁거리며 흔들리는 문을 보며 선우명은 고개를 흔들었다.

“어리다고 무시하는 걸 보니 상대할 인간이 아니구나.”

자기는 지방이긴 해도 어엿한 관리이고 이 시대의 조금은 엉성한 법에 따르면 관리의 힘은 절대적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골두가 마음에 들지 않는 선우명이 그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 씌워서 죽일 수 있을 정도고 조금 더 악독하게 나가면 그냥 죽여 버리면 된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아도 이 시대에는 이게 흔했다.

이런 시대니 나이를 떠나서 관리라면 그만한 대접을 하는 것이 기본일 텐데 나이도 어리지 않은 사람이 저런 식으로 나오니 골이를 안 봐도 어떤 사람인지 짐작이 갔다.

저런 사람의 아버지라면 저 사람하고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라서 저런 사람이라면 없는 걸로 치는 것이 나았다.

“이 작은 곳에 부자가 더 있지는 않을 텐데…….”

지금 하려는 것을 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한 선우명은 난감했다.

무시 받지 않으려고 위험을 감수하며 관직을 얻었다. 그 덕분에 무시 받지 않게 됐으나 뭔가 있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이런 대접이었다.

골이를 불렀는데 그의 둘째 아들이 온데다가 골두는 선우명의 태도에 노골적으로 불쾌해했다. 관리의 말을 무시했다고 해서 불쾌해하며 화를 내야 할 사람이 선우명인데도 말이다.

이게 다 자기가 어려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하는 선우명은 허탈하기만 했다. 어린 건 인력으로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는 일이었다.


유질로서 정식으로 관청에 등청한 선우명은 할 일이 없어서 놀았다.

유질은 백성이 고발하면 그것의 잘잘못을 따져서 각하하거나 현승에게 넘기는 일을 하는데 때로는 자기 손에서 직접 처리하기도 한다.

다른 관리인 색부와 유요보다 할 일이 많은 자리이나 불행하게도 계휴현은 작은 현이라서 일이 잘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할 일 없이 노는데 서동이 그의 집무실로 찾아왔다.

“현승님이 찾으십니다.”

“알았다.”

속으로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한 선우명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현승의 집무실로 향했다.

부자는 관리와 연관이 있어서 계휴현의 상권을 틀어쥔 사람이라면 당연히 계휴현 제일의 부자라서 자연스럽게 현승과 이어졌다고 생각했기에 이렇게 자길 부를 줄 알고 있던 선우명이었다.

멀지 않은 현승의 집무실 앞에 도착하자 서동이 말했다.

“유질을 데려왔습니다.”

“들어오게 해라.”

“예,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서동에게 고개를 끄덕인 선우명은 그가 열어주는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서 인사했다.

“부르셨습니까.”

건강이 좋지 않은 주융 때문인지 현승의 집무실은 집무실이라기보다는 침상이 있는 방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곳의 침상에 현승 주융이 누워서 선우명을 맞아줬다.

“이리 와서 앉아라.”

“예.”

침상 앞에 놓인 의자로 가서 앉자 주융이 말했다.

“일은 할 만 하느냐?”

“아직 일이 없어서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계휴현은 조용한 현이라 네 일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현이 조용하다는 것은 그만큼 살기 좋다는 뜻이니 전부 현승이신 주융님의 공덕입니다.”

“아니다.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그보다 내게 할 말은 없느냐?”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한 선우명은 모른 척을 하며 시치미를 뗐다.

“이렇게 살기 좋은 곳에 부임했는데 제가 어찌 현승이신 주융님께 할 말이 있겠습니까. 그저 감읍할 따름입니다.”

“나이는 어린데 말하는 건 어리지 않구나.”

침상에서 몸을 일으킨 주융은 앉아서 말했다.

“왜 골이를 보려고 했는지 말해 보거라.”

“제겐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를 만나보려 했습니다.”

“돈이 얼마가 필요한데 그러느냐?”

“군대를 만들 정도로 필요합니다.”

“군대는 만들어서 뭐에 쓰려는 것이냐?”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걸로는 대답이 되지 않는다.”

“황건의 난이 일어난지 벌써 이 년입니다. 그런데도 여태 난이 끝나지 않았으니 조만간 또 큰 난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를 대비하고자 합니다.”

선우명이 노리는 것은 자기 군대를 만들어서 반동탁 연합군에 가담할 생각이었다.

장연이 수십만의 흑산군을 보유한 채 버티고 있고, 자기가 군대를 이끈다면 문제없이 반동탁 연합군에 가담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현승인 주융의 허가가 필요했다.

현승 몰래 군대를 조직했다가는 토벌당할 수가 있어서 그가 허가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군대를 조직할 돈도 없으면서 초조하게 마른 침을 삼켜가며 허가를 기다리는 선우명에게 주융이 말했다.

“불가.”

당연하게도 주융은 허가하지 않았으나 이제 와서 멈추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선우명은 말했다.

“그럼 사병을 두는 건 허락하시겠습니까?”

“사병은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지.”

“사병을 두는 건 허락하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마음대로 하게나.”

시대가 워낙 불안해서 있는 집이라면 사병을 두는 것이 보통이었기에 주융은 선우명이 사병을 두겠다는 걸 막지 않았다.


전쟁을하는데 필요한 것은 돈, 돈 그리고 더 많은 돈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군대를 조직하고 운용하는데 돈이 필요해서 선우명은 이 돈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알아봤다.

노력은 해도 선뜻 돈을 대주겠다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왕윤의 육촌이라는 왕궁을 만나게 됐다.

“왕궁이네.”

“유질인 선우명입니다. 여기 앉으시죠.”

선우명은 자기보다 높은 관직이 아니면 편하게 대했으나 연장자에 가문이 명문가라서 왕궁에게는 그럴 수가 없었다.

“허허 벌써부터 유질에 올랐으나 장차 삼공에 오르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네.”

“과찬이십니다. 오히려 왕궁님의 신수가 훤하신 걸 뵈니 앞으로 크게 되실 겁니다.”

좋은 옷을 입은 데다가 살이 쪄서 풍채가 있고 인상도 선해서 인심 좋게 생긴 왕궁은 선우명의 관사로 찾아와서 몇 마디 덕담어린 인사를 나누고는 본론을 꺼냈다.

“투자할 사람을 구한다고?”

“예.”

왕궁은 부자는 아니었으나 태원군 기현을 근거지로 둔 왕가의 재력은 범상치가 않았다. 게다가 관리를 여럿 배출할 명문이라서 이 사람의 도움을 얻는 건 왕가의 도움을 얻는 것과 같았다.

이 사람만큼은 어떻게든 잡아야 하는 선우명은 기대어린 눈빛을 보내며 물었다.

“제게 도움을 주시겠습니까?”

“금 백 냥 정도라면 투자할 수 있네.”

금 한 냥이면 쌀을 대략 백 가마는 넘게 살 수 있고 성인 한 명이 쌀 네 가마니면 일 년을 먹고살 수 있기에 금 백 냥이면 수백 명의 군사를 모아서 일 년 정도 유지할 수 있었다.

선우명은 못해도 천 명의 병사를 수년간 유지할 수 있는 금액을 원했기에 금 백 냥은 거액이긴 해도 그가 원하는 금액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것도 감지덕지했다.

“투자를 해주시겠다니 감사합니다.”

“투자를 하긴 하겠는데 조건이 있다.”

“조건이라면?”

“내 아들 녀석을 평난중랑장님께 천거해주게.”

“천거하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장연님에게 임관을 하게 하시려는 거죠? 왕윤님이 계신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고지식한 녀석에게 부탁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네.”

“무슨 뜻인지 알았습니다. 천거하기 전에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직접 보지도 않고 천거해 봤자 장연님이 받아주지 않을 겁니다.”

“좋지. 모래 데려올 테니 보고서 천거해주게.”

직접 보고서 천거할지 아닐지 판단하겠다는 선우명의 말에 왕궁은 흔쾌히 승낙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나 이걸로 관직을 돈 받고 판 꼴이라서 마음 한편이 썩 내키지는 않으나 관직을 직접 준 것이 아니라 관직을 얻을 기회를 준 것이라서 다르다고 스스로 자위했다.


작가의말

전편 문제의 정답은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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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6계 포전인옥 +14 11.12.13 11,908 9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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