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함분축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기억하나
작품등록일 :
2012.04.24 01:05
최근연재일 :
2012.04.24 01:05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1,180,440
추천수 :
8,690
글자수 :
362,478

작성
12.01.17 14:03
조회
8,750
추천
66
글자
12쪽

9계 상옥추제

DUMMY

본대보다 많은 잔당과 함께 만이 넘는 포로를 처리해야 하는 정원과 달리 가기만 하면 되는 선우명은 정원의 주둔지로 돌아와서 약간의 보급을 받고 후막과 합류할 생각이었다.

정원 부대의 보급을 담당하는 군관에게 부탁해서 약간의 식량이라도 얻어갈 생각인 선우명은 부대 안으로 들어가서 기웃거리다가 주부와 만나게 됐다.

“아직 안 간 건가?”

“이제 가려고요.”

“흠~ 너에게 안 좋은 소식이 있다.”

무게를 잡는 것이 심상치 않은 일이 있다고 느낀 선우명은 마른 침을 삼키며 물었다.

“뭔데요?”

“평난중랑장이 부대를 남으로 이동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조정에서 변장과 한수의 반란을 토벌하려고 보낸 부대 일부를 회군시켰다고 한다.”

“음!”

장연이 부대를 남하시켰다는 것은 낙양을 노린다는 얘기라서 반란이었다. 장연이 흑산군을 움직였을 때부터 이미 반란이었기에 힘이 있다고 했을 때는 문제가 될 것이 없었으나 장연과 달리 선우명에게는 힘이 없었다.

흔히 그렇듯이 반란이라고 하면 그 휘하 세력까지 싸잡아서 반란의 무리로 취급되고 장연의 효렴 천거로 관직에 오른 선우명 또한 반란의 무리로 취급될 것이 뻔했다.

장연이 힘이 있어서 아직은 반란의 무리로 규정되지 않았으나 언제라도 조정에 힘이 생기면 반란의 무리가 될 것이 바로 흑산군이기에 선우명은 침착하게 말했다.

“그냥 군사 훈련이겠죠.”

말을 들어보면 아직 충돌이 없었거나 소식이 전해지지 않을 때 같았기에 침착하게 대응한 선우명은 곧바로 말했다.

“이제 가 봐야겠네요. 그럼.”

정중하게 예를 갖추고 인사한 선우명은 병사들이 기다리는 주둔지 밖으로 나와서 병사에게 말했다.

“가자.”

“그냥 가는 겁니까?”

전투하는 거 구경한다고 식량을 낭비했기에 여분의 식량이 없었다.

“시간이 없으니 서두른다.”

장연이 그의 원대한 꿈을 이루려면 낙양을 공격해서 정권을 잡아야 했다. 그래야지 부패한 이 나라를 바꿀 수 있으나 지금은 그때가 아니었다. 자칫 잘못하면 동탁 꼴이 날 수 있기에 그전에 막아야 했다.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정원을 막아야 하는 선우명이 강행군을 하느라 노숙을 하게 되었다.

이제 막 해가 저물었으나 피곤한 병사들은 불침번만 빼고 모두 모포 한 장만 몸에 두르고 잠들었다. 선우명 또한 모포를 덮고서 누웠으나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말에 탄 채로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에 겨운 선우명이라서 반쯤 뛴 병사만큼 지쳤기에 눈 감으면 잠들 것 같았으나 앞으로 벌어질 일들과 그 속에서 헤쳐나가야 할 자신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잠이 오려다가도 달아났다.

선우명이 잠을 못 이룰 때 사십대 병사인 강호가 말했다.

“윤, 잠깐 나랑 얘기 좀 하자.”

“무슨 얘기?”

“따라와 봐.”

“알았어.”

윤이라고 부른 중년 병사를 데리고 간 강호는 무리와 멀리 떨어지고서 소곤거리며 말했다.

“아까 너도 봤지?”

“뭘?”

“저 꼬맹이한테 돈 많은 거.”

“보긴 봤는데 왜?”

“훔치자.”

“뭐!”

“소리 낮춰!”

윤의 목소리가 커지자 강호는 무리 쪽을 바라보며 잔뜩 경계하다가 다행히 이쪽을 신경 쓰지 않자 계속 말했다.

“그거면 우린 부자라고.”

강호가 말하는 것처럼 선우명이 가진 돈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평생 농사로 근근이 입에 풀칠하는 강호 같은 사람에게는 이 정도면 부자였다.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어린애한테 사탕 뺏는 것보다 쉬울걸.”

“좋아. 하자. 그런데 어떻게 뺏을 건데?”

“오늘 밤에 내가 불침번 서는 거 알고 있지?”

“설마 그때 훔쳐서 달아나자는 거야?”

“그래.”

“밤사이 최대한 멀리 가면 아무도 못 찾을 거야.”

“좋아. 그렇게 하자.”

둘이 은밀하게 모의할 때 선우명은 인상을 찌푸렸다.

민족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눈이 좋은 선우명은 귀도 좋았다. 그래서 멀리 있어도 어렴풋이 무슨 말을 나누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걸 어쩐 다냐?’

위기를 몇 번 넘겨서 그런지 이 정도는 위기처럼 느껴지지 않는 선우명은 몸을 일으켜서 앉고는 물었다.

“네가 첫 번째 불침번이냐?”

“예, 이번에는 제 차례입니다.”

“다음번이 누구지?”

“저기 있는 홍만이입니다.”

“그럼 홍만이 말고 날 깨워라.”

“예?”

“내가 대신 서겠다는 것이다.”

“굳이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그 시간에 할 게 있어서 그러니 날 깨워라.”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잘 테니까 잘 깨워.”

“예.”

마음 편이 누운 선우명은 잠들었다. 이런저런 고민으로 잠 못 든 것과 달리 이번에는 잠이 잘 들었다.


한밤중 첫번째 불침번이 선우명을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세요.”

“음?”

잠에 취한 선우명은 비몽사몽인 상태로 일어나서 병사를 쳐다보고는 말했다.

“다들 자나?”

“예.”

“그럼 날 좀 도와줘야겠다. 이름이 뭔가?”

“애영입니다.”

“좋아, 애영.”

“예.”

“아까 내가 말을 걸기 전에 저 둘이 따로 떨어져서 얘길 나눴던 걸 기억하나?”

“예, 기억합니다.”

“난 다른 사람보다 눈이 좋지만, 귀도 좋다.”

“그러세요.”

“저 둘이 내 돈을 가지고 도망치려는 계획을 꾸미더군.”

“…….”

“일단 저놈 먼저 깨워.”

“예.”

애영이 강호를 깨울 동안 선우명은 옆에 놔뒀던 석궁에 당기면서 화살을 쟀다. 그러는 동안 강호가 일어났다.

“뭐야 벌써 나야.”

태연하게 하품을 하며 일어난 강호는 선우명이 일어난 것과 석궁으로 자길 겨누는 것을 보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너 이름이 뭐냐?”

“가, 강호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저한테 그걸 겨누시는 건지…….”

“난 귀가 밝다.”

“네? 그게 무슨 말이신지.”

“이해를 못하는군. 어제 네가 한 말을 모두 들었다는 말이다. 어! 어! 움직이지마. 손가락에 힘 빠지려고 그러니까.”

일어나려는 강호를 저지한 선우명은 돈이 든 주머니를 열어서 바닥에 쏟아냈다. 여기저기 쓴 돈은 많은데 채운 적이 없어서 은 쪼가리 몇 개만이 바닥에 떨어졌다.

물가가 땅으로 떨어졌어도 은은 화폐로서 가치가 높기에 거래에 자주 쓰이다 보니 가치가 안정적이라서 이 정도 양이면 부자가 될 수 없었다.

돈의 양을 보여준 선우명은 계속 말했다.

“겨우 이 돈 훔치려고 목숨 건 이유가 뭐냐?”

“왜 그거 밖에?”

“너무 양이 적어서 실망했나?”

“그…….”

“가족이 있나?”

강호는 고개를 저었다.

“하긴 없으니까 그런 거겠지. 기회를 줄 테니 조용히 떠나라.”

선우명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안 강호는 일어나서 주섬주섬 자기 짐을 챙기고서 도망쳤다.

모닥불의 불빛이 닿지 않는 곳까지 간 걸 본 선우명은 애영에게 말했다.

“저놈은 탈영한 거다.”

“예.”

“내가 말하면 대충 그렇게 말 맞춰주고 다음 사람 깨워서 불침번 인계하고 자라.”

두 명을 처벌해야 하는 것을 한 명으로 줄인 선우명은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갑자기 피곤해져서 누웠다. 그런데 막상 누우니 잠이 오질 않았다.

‘이미 전투가 일어났을 수도 있다.’

진양에서 낙양까지의 거리와 낙양에서 이곳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면 이곳에서 소식을 들었을 무렵에는 변장, 한수의 반란을 토벌하려고 서량으로 보냈던 부대가 회군하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다. 그리고도 시간이 흘렀기에 전투를 몇 번이나 하고도 남았다.

이미 전투가 벌어진 상태라면 엎질러진 물과 같아서 장연이 죽든지 아니면 장연이 낙양을 함락하고 정권을 잡아야지만 끝이 난다. 이 과정에서 선우명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없었다.

계책을 내서 일을 꾸미는 일은 그럭저럭 자신이 있었으나 병사를 움직이는 건 솔직히 말해 전혀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한순간의 판단 착오로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천의 목숨을 잃을 수 있기에 그걸 감당할 정도로 경험이 풍부하지 못한 선우명이라서 실제로 전투를 벌인 제장에게 신뢰를 받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신뢰받지 못하는 책사는 있어야 할 의미가 없었다.

‘잘 생각해 보니 서두를 필요도 없었잖아.’

잘 생각해 보니 이미 일은 벌어졌기에 서두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었다.

역사에서 장연이 낙양을 실제로 공격했는지 알지 못하는 선우명은 돌아가 봤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니 차라리 이곳 양주에서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훗날을 도모하는 게 낫겠지.’

일단 휘하에 열아홉의 병사가 있기에 이들만 잘 이용하면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최소한의 병력이 될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희미하게 턱턱하는 소리가 들려서 귀를 기울이던 선우명은 벌떡 일어났다.

“누가 접근한다.”

“예?”

“누가 접근하니까 조용히 있어 봐.”

애영의 다음번 불침번인 요섭을 조용히 시킨 선우명은 귀를 기울이고는 말했다.

“한 명이 접근하니까 다음 불침번 깨워.”

“예.”

이 시간에 돌아다니는 것이 수상하긴 했으나 상대는 겨우 한 명이라서 다 깨울 필요가 없는 선우명은 다음 불침번을 깨우게 했다.

“뭐야 벌써 나야.”

“아니. 유질님이 깨우라고 하셨다.”

“무슨 말이야 그게?”

“누가 접근하니 넌 여기서 불침번을 서고, 넌 나와 간다. 앞장서라.”

요섭에게 횃불대용으로 불이 붙은 장작 하나를 들게 하고서 앞장세운 선우명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밤에는 소리가 멀리까지 들리기에 꽤 많이 가고서야 접근하던 남자와 만날 수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요섭은 선우명이 밤이 무서워서 헛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었기에 남자가 보이자 마른 침을 삼키며 물었다.

“넌 누구냐!”

“잠깐!”

밤눈도 밝은 선우명이 요섭보다 먼저 남자의 얼굴을 알아봤다.

“교민인가?”

“혹시 유질님이신가요?”

“그렇다. 그런데 이 시각에 여기에 왜 있는 거지?”

“도와주십시오. 유질님!”

선우명을 확인하자마자 그에게 달려가서 붙들고 늘어진 교민은 풍채에 어울리지 않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사정했다.

체구가 작아서 교민이 흔들 때마다 흔들리는 선우명은 억지로 떼어내면서 말했다.

“진정하게 무슨 일인지 설명해야 도울 수 있다.”

“유질님에게 가려다가 산적이 습격해서 제 두 딸이 잡아갔습니다.”

‘두 딸이면 이교겠구나!’

교민이 말하는 두 딸이 누군지 알았으나 이런 상황일수록 침착해야 하는 선우명은 물었다.

“그게 언제고 위치는 어디지?”

“오늘 낮이었고 이쪽으로 세 시진 가면 나오는 곳입니다.”

“알았으니까 일단 쉬시오.”

세 시진 떨어진 곳이라면 꽤 멀기에 바로 움직일 수 없는 선우명은 지금은 쉬기로 했다.

“아닙니다. 유질님! 지금 바로 가서 구해야 합니다!”

가문끼리의 유대를 위해 혹은 출세를 위해 시집보낼 순 있어도 부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단지, 이 시대가 그랬기에 의심이나 의문을 가지지 않을 뿐이었다.

분유가 나오기 전에 길거리에서 스스럼없이 자기 아이에게 젖을 물렸던 것처럼 이때는 이랬다.

흥분한 교민을 밀어낸 선우명은 침착하게 말했다.

“진정하고 잘 들어. 지금 밤이다. 밤에는 사람이 자야지 피곤을 풀 수 있다. 그리고 피곤이 풀려야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 이해하겠나?”

“…….”

“이해했으면 저기로 가서 눈 좀 붙여라.”

“내일 꼭 제 딸들을 구해주십시오.”

“노력해보지.”

“그…….”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말을 하려던 교민은 말해 봤자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힘없이 모닥불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 함분축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4 12계 가도멸괵 +8 12.01.31 8,520 79 9쪽
53 12계 가도멸괵 +16 12.01.30 8,860 79 6쪽
52 12계 가도멸괵 +12 12.01.30 8,765 83 7쪽
51 11계 금적금왕 +23 12.01.28 8,901 89 7쪽
50 11계 금적금왕 +11 12.01.26 8,838 72 8쪽
49 11계 금적금왕 + 영녕현 위치 +15 12.01.25 8,870 61 6쪽
48 11계 금적금왕 +13 12.01.24 8,978 70 6쪽
47 등장했으면 하는 인물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20 12.01.20 8,356 21 1쪽
46 10계 주위상 +10 12.01.17 8,901 62 11쪽
45 10계 주위상 +5 12.01.17 8,771 64 10쪽
44 10계 주위상 +5 12.01.17 8,839 68 10쪽
» 9계 상옥추제 +6 12.01.17 8,751 66 12쪽
42 9계 상옥추제 +11 12.01.17 9,111 77 11쪽
41 9계 상옥추제 +14 12.01.14 9,514 69 7쪽
40 9계 상옥추제 +17 12.01.13 9,859 71 8쪽
39 8계 순수견양 +18 12.01.10 9,813 86 11쪽
38 8계 순수견양 +7 12.01.09 9,855 87 8쪽
37 8계 순수견양의 이교에 대한 짜투리 이야기 +6 12.01.06 9,864 57 2쪽
36 8계 순수견양 +16 12.01.06 10,112 83 6쪽
35 8계 순수견양 +14 11.12.28 10,763 84 13쪽
34 7계 지상매괴 +9 11.12.26 10,481 81 7쪽
33 7계 지상매괴 +10 11.12.25 10,584 77 8쪽
32 7계 지상매괴 +8 11.12.24 10,791 79 6쪽
31 7계 지상매괴 +9 11.12.23 11,293 92 7쪽
30 6계 포전인옥 +14 11.12.16 11,593 81 11쪽
29 6계 포전인옥 +15 11.12.15 11,304 87 7쪽
28 6계 포전인옥 +19 11.12.14 11,581 89 7쪽
27 6계 포전인옥 +14 11.12.13 11,908 92 7쪽
26 6계 포전인옥 +13 11.12.12 12,497 90 7쪽
25 5계 욕금고종 +8 11.12.09 12,496 9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