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연재수 :
334 회
조회수 :
178,053
추천수 :
2,538
글자수 :
6,185,526

작성
11.11.27 13:08
조회
456
추천
8
글자
64쪽

3rd 09. 수도탈환(5)

DUMMY



"눈보라 좀 멈춰요!"



여신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은발의 여인이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 미안. 발쿤을 말리느라..."



그리고 순식간에 눈보라가 멈췄다.



‘뭐지 이건? 마법인가?’



아니,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지.



"여신님! 이곳엔 어떻게..."



"말했잖아. 도와 준다고."



그 말은 들었지만 그렇다고 여신이 직접 나설 줄은 몰랐다.



"도와주러 오신 건 여신님과 데로스 여신님?"



"왜 나는 그냥 여신님이고 데로스는 이름까지 합치는 거야."



"그럼 뭐라고 해요?"



"......"



내 물음에 여신은 딱히 대답할 만한 것을 찾지 못한 듯 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 전 그냥 데로스님이라고 불러주세요."



"알겠습니다. 데로스님."



데로스님과 여신의 호칭문제가 대충 해결되었군.



"아, 그리고 저쪽에 계신 은발의 여신은 유온님."



"나도 그냥 유온님이라고 불러."



그녀는 눈보라 속에 파묻혀 있는 남자를 툭툭 치며 말하고 있었다.



"네. 유온님..."



투신인 여신이 '님'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을 보니 저 여인도 최고위 여신인가 보군. 그럼 저 남자도?



"뭐... 우리가 조금 늦었나?"



머리를 긁적이며 묻는 여신의 물음에 자르카가 고개를 저었다.



"늦지 않았다. 주력은 지금 이곳에서 빠져나가서 최후의 공격을 대비하고 있으니까."



"그래? 그거 다행이네."



여신은 내가 구석에 놓여있던 의자에 앉으려다가 그 위에 쌓인 눈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럴 때는 별 수 있나. 신관인 내가 눈을 털어내야지.



“물 묻었잖아.”



“네, 네......”



다시 손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나서야 여신은 겨우 의자에 앉았다.



"그럼 지금 저기에 준비하고 있는 신관들은..."



데로스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나였다. 자르카는 무슨 ‘아무리 신관이라지만 너무 하는 것 아닌가 완전히 하인이잖아’라고 투덜거리고 있었으니까.



"아, 지금 나가려던 참인데요."



투신 넷. 잘 하면 마황자도 막겠군.



"지금?"



"네."



여신은 지금이라는 말에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온님. 지금 되겠어요?"



"미안하지만......"



은발의 여신이 고개를 저었다.



"오랜만에 밑으로 내려온 거라 신력의 제어가 원활하지 못해서 말이지... 이이도 마찬가지일 것 같고."



원활하지 못 한게 아까 그 파괴력인가. 잘하면 황궁 무너질 뻔했어...



"그래서 조금 이곳에서 쉬었다가 가야겠어. 이곳까지 오느라 쌓인 여독도 풀 겸."



"그럼 얼마나 기다려야 합니까?"



자르카의 물음에 유온이라는 여신은 눈을 감고 신력을 확인했다.



"......3일 뒤. 그 정도면 충분해."



"3일......"



나는 자르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당연히 자르카의 인상은 사정없이 찌푸려져 있었다.



"더 빨리는 안됩니까?"



내 물음에 유온이라는 여신은 그 남자를 질질 끌어서 구석에다 놓으며 말했다.



"안 돼. 이곳은 우리가 있던 곳과는 너무 다른 환경이니까."



"그럼......"



나는 다시 자르카를 바라보았다.



"......후우... 하지만 마황자가 도망간다면..."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자르카의 말을 끊은 것은 데로스였다.



"그는 지금 도망갈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군요."



"그걸 어떻게 알......."



나는 내가 묻고도 참 바보 같은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아... 바람의 여신이셨지..."



방긋.



데로스는 내 말에 살짝 웃어서 대답했다.



"그럼 별 방법이 없군. 그럼 기다리는 김에 파리아도 기다리는 셈치지 뭐."



파리아가 천계로 떠난지 오늘로 9일. 이제 슬슬 돌아와야 할 것 같지만 말이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일단 모두 자리에 앉죠?"



내 제안에 투신들은 각자 의자를 챙겨서 탁자 주변에 앉았고(데로스가 앉을 의자도 눈을 치워주려 했으나 그녀는 가벼운 바람으로 눈을 치워 내 손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우리는 원탁에 여섯이 앉아서 마주보는 형태가 되었다.



"저... 그러니까..."



내 왼쪽에는 자르카. 오른쪽에는 여신. 여신 오른쪽에는 데로스. 그 옆에는 유온. 그 옆에는 그 남자... 발쿤이랬던가? 어쨌든 그이고 발쿤의 옆이 자르카였다.



"일단 소개 먼저 할까?"



이 제안을 꺼낸 것은 은발의 여신, 유온이었다.



"소개는 무슨..."



자르카의 투덜거림에 유온이 웃으며 대답했다.



"너희들은 서로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나랑 이이는 잘 모르잖아."



확실히 그거야 그렇다.



"나는 유온. 변하지 않는 만년설의 여신이야."



난 무슨 물의 여신이라던가 얼음의 여신일 줄 알았더니 만년설이라... 그 높은 산 위에 쌓인거 말하는 건가?



"......발쿤. 분노하는 화산의 투신."



이름부터가 왠지 거칠군.



"......나야?"



"응."



자르카는 자기 차례도 몰랐다.



"자르카 나크델. 혼족이다."



"혼족?"



유온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혼족은 모두..."



"멸망했지. 하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자르카의 딱딱한 말에 모두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하여간 투신들이 도와주러 온 기쁜 날에 왜 이러는 거야.



"네 차례다."



"으, 응."



이렇게 안 좋은 분위기로 넘겨주면 어쩌라는 거냐.



"라드 슈발로이카. 옆에 계신 슈발로이카 여신님의 유일신관입니다."



"......"



내 소개에 유온이라는 여신의 시선이 묘하게 변했다.



"너였구나."



"네?"



"아니야. 아무것도."



그녀은 말을 대충 얼버무렸고, 그 다음은 여신의 차례였다.



"슈발로이카. 영원한 빛의 여신."



아아... 슈발로이카의 뜻이 영원이랬지.



"데로스. 은은한 바람의 여신입니다."



한바퀴 돌아서 소개가 끝나자 나는 어느 정도 투신들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데로스는 차분하고, 유온은 그냥 옆집 푼수 아줌마라고 생각하면 되고, 발쿤은 거칠지만 유온에게 약한 공처가고...



"그럼 다음은 뭐 하실 래요?"



앞으로 3일은 있어야한다고 하니 말이다. 그런 내 물음에 여신이 내 손을 잡아 당겼다.



"수도 안내 좀 해."



"아. 저도 같이 가요."



"......"



자르카를 돌아보니 알아서 하라는 듯한 눈빛이었다.



"유온님도 같이 가실래요?"



"난 발쿤이랑 돌아다닐 거니까 너희들끼리 다녀 와."



결국 밖에 나가는 것은 나와 여신, 데로스로 결정되었다. 근데 자르카... 좀 도와달라니까...



"그나저나 마족들에게 빼앗겼던 곳인데, 사람들이 괜찮을까요?"



데로스의 물음은 내가 말하려던 바로 그것이었다.



"괜찮아. 마황자라는 녀석 일반인을 괴롭히는 취미는 없어 보였으니까."



"하긴... 그렇게 보이기는 했지만..."



확실히, 수도의 시민들은 마족들에게 크게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그나마 피해를 입은 것들은 하급 마족들이 못 참고 덤벼들었을 때 정도? 그럴 경우에는 마황자가 알아서 처리했기에 별 피해는 없었단다. 크윽... 여신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지금 수도는 절망에 빠져 있다고 말하면서 나가지 않아도 되는데.



“어휴.....”



하지만 별 수 있나. 여신과 데로스를 데리고 난 밖으로 나섰다.



"충!성!"



문지기의 힘찬 인사에 대충 손을 휘둘러 대답하고는 터덜터덜 밖으로 나갔다.



"후우..."



"뭔 한숨이야."



"아무것도 아니에요."



기운 빠진다. 방금 전까지 잔뜩 긴장한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무슨 수도 관광이냐.



"후우......"



"라드님 아니십니까."



아, 이 목소리는...



"에인..."



"네. 지금 소집명령을 받고 신병들을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긴장한 듯한 에인의 굳은 얼굴을 보니 왠지 미안해진다.



"미안하지만... 3일 뒤에 출발한다."



"......3일?"



"응."



내 말에 에인의 표정이 조금 허탈하게 변했지만... 별 수가 없잖아.



"알겠습니다. 일단 해산시키겠습니다."



"응. 고마워."



"그럼......"



에인이 인사를 하고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양쪽에 있는 여신과 데로스를 보고 뭔가 음흉하게 웃는데......?



"라드."



"네?"



"이번에 저 신관도 전투에 나가나?"



"그렇죠."



여신의 인상이 살짝 찌푸려졌다.



"......위험한데."



"네?"



"아니야. 아무것도."



내가 되묻자 여신은 이번에도 대충 얼버무리려 했지만, 이번에는 내 친구가 걸린 문제가 가만히 넘어갈 수 없었다.



"무슨 일인데요?"



"......알아봐야 소용없어. 그냥 모르는게 나을 거야."



그렇다면 확실히 에인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는 말이다.



"그래도 듣고 싶습니다만."



"......"



내가 굳은 얼굴로 여신을 주시하자 여신이 조금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마주봤다.



"라드."



여신과의 눈싸움이 시작되려는 순간, 데로스가 중간에 끼어 들었다.



"알지 않는게 좋을 거에요."



"그래도 제 친구의 일인데..."



"알게되면 저 친구, 라드, 슈발로이카. 셋 다 안 좋은 일이 생긴답니다."



"그래도...!"



"게다가 알아낸다고 해도 바뀌는 것은 없어요."



데로스는 그렇게 내 말을 끊고 뒤돌아서 여신을 바라보았다.



"슈발로이카. 당신도 예지했다고 말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있으세요."



"......버릇인걸 어떻게 하라고."



"그래도 고치세요."



"......칫."



에인에게 좋지 않은 일이라면... 그리고 전투를 앞둔 지금 상황이라면...



'죽는... 건가?'



부정하려고 해봐도, 그것밖에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죽는..."



"묻지 마."



하지만 여신이 딱 잘라 말하자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하긴. 병사들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번 전투에서 신병은...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다. 그나마 저항할 수 있다고는 해도, 그것은 보통 병사와의 비교를 기준으로 해서 그런 거지 고위 마족들과의 전투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자, 자. 그럼 일단 나갈까요?"



어색해진 분위기를 데로스가 애써 웃으며 바꿔보려 했지만, 여신이나 나나 표정은 별로 밝지 못했다.



'후우......'



불안하지만... 에인을 전투에서 뺄 수도 없다. 그는 현재 신병의 대장이니까. 데로스는 눈치를 보며 고민하더니, 나에게 물었다.



"수도에 데렌트로는 없나요?"



데로스가 말한 내용 중에 모르는 단어가 있었다.



"데렌트로?"



내 물음에 대답해 준 것은 여신이었다.



"시장."



"아..."



"아. 데렌트로를 여기서는 시장이라고 부르는군요."



신계의 언어로는 시장이 데렌트로군. 잠깐, 여신이 알고 있는 시장이 시장이 맞는 건가?



"그런데 시장이 뭔지는 아세요?"



내 물음에 여신은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 자신이 쓰지 않는 물건을 대가를 받고 나눠주는 곳이잖아."



"그럼 그냥 상점이잖아요."



"그래? 그게 시장 아니었어?"



여신도 뭔가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우드락
    작성일
    11.12.01 23:17
    No. 1

    몇 일 글이 안올라오네요 혹시 무슨일 있으신건 아니신지...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빛의 균형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7 4th 01. 별의 검(7) +1 11.12.21 397 7 10쪽
186 4th 01. 별의 검(6) +1 11.12.19 409 9 12쪽
185 4th 01. 별의 검(5) 11.12.19 407 7 11쪽
184 4th 01. 별의 검(4) +1 11.12.19 322 9 12쪽
183 4th 01. 별의 검(3) +2 11.12.18 361 6 10쪽
182 4th 01. 별의 검(2) +2 11.12.17 366 9 11쪽
181 4th 01. 별의 검(1) +4 11.12.16 336 6 15쪽
180 외전 - 아란 +1 11.12.16 385 6 19쪽
179 3rd 10. 성전(12) +1 11.12.16 303 8 10쪽
178 3rd 10. 성전(11) +2 11.12.16 320 6 9쪽
177 3rd 10. 성전(10) 11.12.14 375 7 9쪽
176 3rd 10. 성전(9) +2 11.12.13 317 6 11쪽
175 3rd 10. 성전(8) +1 11.12.13 380 9 10쪽
174 3rd 10. 성전(7) +2 11.12.12 418 6 73쪽
173 3rd 10. 성전(6) +1 11.12.11 327 6 66쪽
172 3rd 10. 성전(5) 11.12.10 362 7 61쪽
171 3rd 10. 성전(4) +2 11.12.10 358 6 61쪽
170 3rd 10. 성전(3) +1 11.12.10 293 7 59쪽
169 3rd 10. 성전(2) +2 11.12.08 428 8 70쪽
168 3rd 10. 성전(1) +2 11.12.07 436 7 59쪽
167 3rd 09. 수도탈환(7) +3 11.12.06 425 9 86쪽
166 3rd 09. 수도탈환(6) +4 11.12.05 272 6 62쪽
» 3rd 09. 수도탈환(5) +1 11.11.27 457 8 64쪽
164 3rd 09. 수도탈환(4) +1 11.11.25 334 7 57쪽
163 3rd 09. 수도탈환(3) +1 11.11.25 592 8 64쪽
162 3rd 09. 수도탈환(2) +1 11.11.24 340 7 58쪽
161 3rd 09. 수도탈환(1) 11.11.23 425 7 63쪽
160 3rd 08. 크로스 카운터(6) +1 11.11.23 390 6 60쪽
159 3rd 08. 크로스 카운터(5) +1 11.11.23 389 6 60쪽
158 3rd 08. 크로스 카운터(4) +1 11.11.22 565 8 6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