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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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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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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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1.12.0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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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59쪽

3rd 10. 성전(1)

DUMMY



"후우......"



마황자 카시드는 아침이슬이 맺혀있는 풀 사이에서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후우.... 후우..."



눈을 감고 단지 숨을 쉬는 것에만 정신을 집중하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몸에 붉은 마력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하나'



스윽.



그의 몸에 맺혀있던 붉은 기운에서 하나의 붉은 구슬이 떨어져 나왔다. 구슬은 그의 몸을 중심으로 회전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카시드는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둘...'



스윽.



또 하나의 구슬이 떨어져 나왔다. 그 구슬도 첫 번째 구슬과 같이 일정 궤도를 그리며 그의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셋...'



스윽.



세 번째 구슬이 돌기 시작한다.



"......하아..."



마황자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그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여......"



어느새 구슬은 네 개로 늘어났다.



"다...섯....."



끼잉... 끼이잉...



마력은 다시 하나의 구슬을 뱉어내려 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쉽지 않은 듯 격렬하게 움직이기만 하고 구슬을 뱉어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으윽... 으으윽..."



끼잉...



"으아아아아!"



파앙!



결국 다섯 번째 구슬을 만들지 못하고, 마력이 흩어져 버렸다. 덕분에 돌고 있던 네 개의 구슬도 같이 흩어져버리고 말았다.



"크하... 하아아! 하아아!!"



카시드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마왕이 아직 인간계에 적응을 거치고 있어 제대로 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지금의 상태로는 역시 네 개가 한계인 것이다.



"후우... 빌어먹을..."



바닥에 엎드려있는 카시드를 본 시녀 마족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오려 했으나, 어느새 나타난 카론이 한 손을 들어 그녀들의 움직임을 제지했다.



"지금은 위험하다."



확실히 카론의 말대로 그의 주변에는 엄청난 양의 마력이 뭉쳐 있었다. 무언가가 잘못 건드린다면...... 카시드는 모르지만 연약한 그녀들로서는 버틸 수 없으리라.



"후우... 후우우..."



카시드가 겨우 힘을 추스르기 시작하자, 퍼져있던 붉은 마력이 그에게 빨려 들어갔다. 그 힘이 어찌나 강한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마족들은 마치 그에게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받을 정도였다.



"흡......"



회수한 힘이 조절이 안 되는지 카시드는 잠시 숨을 들이마시고 참아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났다.



"후우우..."



작은 한숨소리와 함께 드디어 마력이 사라지고, 대기하고 있던 시녀 마족은 드디어 카시드에게 수건을 건네 줄 수 있었다.



"고맙군."



"아닙니다."



그녀는 마황자를 돕기 위해 남아있는 시녀 마족이었다. 다른 시녀 마족들은 어떻게 쫓아 보냈지만... 그녀가 너무 간절히 원했기에 카론이 어쩔 수 없이 다시 데리고 와야 했던 것이다.



"마황자님. 요즘 너무 무리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카시드는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물었고, 카론은 고개를 끄덕여 시녀 마족의 말을 긍정했다.



"어차피 우리가 이기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게 무리하시지 않아도..."



"글쎄..."



카론의 낙관적인 말을 들은 카시드는 수도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



그 말에 반박하고 싶은 카론이었지만, 그도 얼마 전부터 느껴지는 묘한 기운에 약간 긴장하고 있는 상태라 정확하게 반박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또 2천의 마족이 있습니다."



"......"



2천. 거의 수도에 있던 마족들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였다.



"비록 더 이상의 증원은 없겠지만..."



"그렇겠지. 그 보석을 사용했으니."



사실 성도로 가기 얼마 전, 카론은 붉은 보석으로 수도의 두 일방관문을 증폭시켰고, 그것으로 인해 관문이 닫히기 전에 2천을 뽑아낼 수 있었다. 너무 무리한 나머지 그 문이 몇 백년이 지나야 다시 가동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크크... 인간들이 2천의 마족들을 보고 얼마나 놀랄지 궁금하군요."



"......그런가?"



카론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듯이 웃음을 흘렸고, 카시드는 다만 그 모습을 시큰둥하게 바라보며 자신의 땀을 닦았다.



"아마 내일쯤이면 저들이 오겠지."



"벌써 3일이나 지났으니, 그들도 어느 정도 회복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전장은 이곳이 되겠지."



갈레스는 지금 의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수십의 마족들을 제물로, 죽음의 기운을 퍼트리기 위한... 다른 마족들에게 힘을 보충시키기 위한, 그리고 자신의 권속을 불러내기 위한!



"저는 저 인간들이 2천의 마족들과 수만의 죽은자들에게 둘러 쌓여서 얼마나 버틸지 궁금하군요."



"20만이던가?"



마황자의 물음에 카론은 고개를 저었다.



"아마 이번에는 15만을 끌고 오기도 힘들 것입니다. 5천의 마족들에게 꽤나 피해를 입었으니까. 게다가 이곳은 실론 평원보다 좁습니다. 기껏해 봐야 10만이겠지요."



"그런가......"



성전이 끝나기 하루 전 마족들은 만반의 준비를 마친 채, 페룬 평원에서 인간의 군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우......”



탁!



드디어 결심을 마친 나는 나무로 된 관을 열고 안에 들어있는 검을 꺼내들었다. 검날이 손가락 두 마디 정도로 얇지만 길이는 내 키보다도 더 큰, 반투명한 백색으로 빛나는 투 핸드 소드. 마치 예술 작품과도 같은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



지잉...



에페레오스는 작게 떨고 있었다. 긴장하는 것일까? 아니면 기대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 대상이 내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턱.



내가 손잡이를 잡자 에페레오스에서 느껴지던 떨림이 멈추었다.



"나를 주인으로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은 알아."



......



"하지만...... 제발 도와주길 바래."



지잉......



승낙인지 거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거부할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 나를 이용하기만 하는 것이라도, 나에게는 이 검의 힘이 필요하다.



"후우...... 그런데 이거, 예상보다 상당한데.“



에페레오스는 꽤 묵직했다. 내가 몸을 개조하지 않았다면 아마 들자마자 휘청거렸겠지.



"그런데 어떻게 들고 가지?"



손에 계속 들고 있기도 그런 상황인데 말이다. 그렇다고 관에 넣었다가 전투 직전에 꺼내들기도 조금 그렇고......



덜컹.



그 때 문이 열리며 아세아가 안으로 들어왔다.



"아직 멀었어?"



"아... 그게 조금 문제가 생겨서."



"뭔데?"



"에페레오스를 어디에 매야 할지 몰라서 말이야."



허리에 걸어두기에는 너무 길고, 그렇다고 계속 들고 다닐 수도 없고...



"등에 걸어놓지 그래?"



"등에? 어떻게?"



"이거 봐."



아세아가 자신의 등을 보여주었다. 그 곳에는 가죽으로 만들어진 고리에 걸려있는 스파르가 있었다. 평상시에는 다른 용족이 보관했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그녀가 보관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이 앞에는 갈레스가 있을 테니까.



"시드린이 해 준거야?"



"응. 이런 건 혼자서는 못 하니까. 라드도 해 줘?"



"그럼 고맙지."



"뒤돌아서 앉아봐."



나무 의자에 앉자 뒤에서 아세아가 꼼지락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쪽 목으로 해서..."



"......"



뭐랄까... 나보다 작은 아세아가 내 앞으로 끈을 통과시키려니 몸이 밀착되어 버렸다. 기분 묘한걸... 예전에 그 아이 같던 아세아가, 지금도 어리기는 하지만 약간의 소녀티는 나니까.



"자. 다 끝났어."



"응."



목 뒤로 손을 가져가니 가죽으로 지어진 매듭이 느껴졌다. 불편하지도 않고 헐렁하지도 않은, 잘 매여진 매듭이었다.



"필요할 때 검을 왼쪽으로 뒤틀면 매듭이 풀려."



"그래?"



"지금 해 볼래?"



"아니."



아세아가 해 준 이 매듭은 별로 풀고싶지 않았다. 뭐... 그냥 그렇다고.



"라드."



"응?"



왠지 아세아의 얼굴이 붉게 변해 있는데. 전투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는 걸까?



"......조심해."



"응."



상대는 마황자. 파리아도 없는 지금 상황에서... 위험하지 않을 리가 없지만.



'사실... 내 상대는...'



내가 제일 상대하고 싶은 자는... '그'지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모든 병사들이 기대하는 것은 나와 마황자의 싸움 일테니.



"그럼 나갈까?"



"......"



같이 나가자는 의미로 손을 내밀었는데 아세아는 말 없이 내 손을 주시하고 있었다. 약간 볼을 통통하게 불린 것이, 무슨 불만이 있는 것일까?



"왜?"



"왜 요즘엔 머리 안 쓰다듬어 줘?"



"그... 그건..."



컸으니까... 조금 쑥스럽지 않을까?



"해줘?"



"응."



아세아는 눈을 감고 내 손길(음, 이렇게 말하니 조금 그렇네)을 기다리고 있었다.



'......'



스윽스윽...



이거 왠지 묘한 기분이다.



"헤헤..."



그래도 이렇게 좋아하는 표정을 보니, 예전 생각도 나고 여러 가지로... 괜찮네 뭐. 끝나면 또 쓰다듬어 줘야겠다. 그렇게 다짐하며 난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리고... 어떻게 되었더라?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런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따라서 움직였을 뿐이었다. 얼마나 그런 시간이 지났을까?




.......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평원에 있었다.



와아아아아!!!



10만의 병사들이 평원에서 소리지르고 있었다.



"후우......"



긴장된다. 그 커다란 함성에 심장이 터질 듯이 뛰어서 숨을 쉬는 것도 힘들 정도였다.



"괜찮아?"



"응..."



자르카에게 한 대답은 사실 거짓이었다.



'전혀 괜찮지 않아.'



지금 보고를 들어보니 마족들의 숫자는 적어도 2천은 되어 보였다. 게다가 평원의 가장자리에 모이기 시작하는 죽은 자들... 수도 근처에서 죽었던 마족들의 시체와 희생되었던 병사들도 죽은 몸을 일으켜 이곳으로 모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아... 하아..."



등에 맨 에페레오스가 무겁게 느껴진다. 모두의 함성이, 나를 부르고 있어...... 도망치고 싶다...! 지금 이곳에서 도망쳐서, 다른 사람에게 이 상황을 넘겨버리고 싶어...



“하아... 하아아......”



"라드...!"



"으, 응?"



"온다!"



"......!"



나는 자르카의 외침을 듣고서야 허공에서 날개를 펴고 있는 마황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허어......”



허탈한 한숨이 먼저 나왔다. 처음부터 나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마황자는 허공에 떠 있기에, 그리고 도와주러 온 신족들도 지금은 2천이나 되는 마족들을 견제하느라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니까 지금 저 녀석을 상대할 존재는 나밖에 없을 것이다.



'......'



3년간 내가 준비한 것은, 개조된 내 몸에 강한 신력을 불어넣어 강화시키는 것이었다. 그 중간결과물이 백열화 된 신력의 날개. 그리고 지금, 그 최종결과를 시행하려 하고 있었다.



으득.



이를 악물고 귀걸이를 통해 들어오는 모든 신력을 집중했다. 내 예상대로라면...... 먼저 허락을 맡아야 한다.



‘제 말이 들리시나요?’



‘같은 곳에 있잖아. 그런데 들리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어’



‘그렇다면, 저를 믿을 수 있겠나요?’



‘......무엇을?’



‘저에게, 당신의 모든 힘을 빌려주시기를......’



‘......네가 다 쓰겠다고?’



허락은... 당연히 안 될까?



‘그렇게 말한다면, 자신은 있겠지?’



수만의 희생, 수만의 학살, 수만의 기대를 안고 지금 이곳에 섰다. 난 지금, 이곳에서, 그 누구에게도! 절대로 지지 않겠어!



“좋아, 내 모든 힘을 맡길게!”




작가의말

오랜만에 재연재를 하니

선작수가 역시 팍팍 깎이는군요.

잊고 있었다가 눈에 드러나니 거슬리셨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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