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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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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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1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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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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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th 01. 별의 검(6)

DUMMY

"푸르릉..."


확실히 사막의 열기와 모래는 말들에게는 힘든 길인 것 같았다.


"얼마나 남은 거야?"


"글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말들도 사람도 지쳐가고 있었다.


"으악!"


.......물론 지쳐가고 있는 것은 ‘사람'이다. 괴물의 경우는 오히려 기운이 넘쳤다.


'버섯의 충격에서 벗어난지 얼마나 됐다고...'


자르카는 일어나자마자 저 짓(사막에 가끔가다 보이는 이상한 식물을 캐고 있음)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용케 잘 따라오고 있는게 신기하기는 하지만.


"뭐야 이건! 웬 가시가 박혀있어!"


그가 캐고 있는 것은 동그란 몸에 가시가 더덕더덕 박혀있는 식물이었다. 사막에서도 삐쩍 마르지 않은 것이 상당히 신기한데.


"아악!"


그럼 캐지를 말던가... 계속해서 맨손으로 만져서 가시에 찔려 비명을 지르고 있으니, 완전히 바보놀음이 따로 없다.


"거 진짜 시끄럽네."


내 투덜거림에 내 앞에 타고있던 신아가 한마디한다.


"굶길까?"


"......아니, 그럴 것까지는 없고."


무섭다... 겨우 저런 것 가지고 밥까지 굶기다니.


'게다가 어차피 굶겨봐야 알아서 찾아 먹으니'


그래도 자신이 안 먹는 것과 아예 안주는 것은 다르지 않는가. 아무래도 굶기는 것은.......


“으악! 라드, 장갑 없냐?”


......아무래도 굶겨야 되겠다. 보는 사람이 없으니까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저 가시 달린 녹색식물에다가 묶어두고 도망쳤을 거다.


"푸하...! 더워!"


마차의 창문이 열리며 빰을 삐질삐질 흘리는 아세아의 얼굴이 밖으로 드러났다.


"아세아님! 오랜만에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계속 닫고 있다가는 나 죽겠어!"


확실히 이렇게 더운 날씨에서 마차 안은 찜통일 것이다. 시드린이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았지만 아세아는 몸을 바둥거리며 창문으로 빠져나가려 하고 있었다.


"아세아. 그러다가 떨어진다."


"어, 어어?"


내 말은 그대로 현실이 되어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후우......"


턱.


결국 내가 말을 움직여 아세아를 잡아줄 수밖에 없었다. 파리아와 자르카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으니까 잡아 줄 시간도 안 되고, 잡아 줄 생각도 없어 보였고.


'이거 어쩌지?'


그런데 잡고 나서도 문제가 있었다. 덥다고 마차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는 하는데, 그렇다고 내 말에 앉게 할 수도 없었다. 신아가 타고 있기도 하거니와, 저 뒤에서 노려보는 시드린이 무서워서 말이지.


"어쩔래?"


그 물음에 아세아는 내 앞에 타고있는 신아를 보고 대답했다.


"그냥 마차 지붕에 올려 줘."


"알았어."


휙-


탁.


나는 아세아를 위로 던졌고, 아세아는 공중에서 한바퀴 돌고는 지붕에 가볍게 착지했다.


"한 손으로 사람을 던지다니..."


"이 정도야 뭐."


지금의 나는 바위도 한 손으로 들어올릴 수 있는데 사람, 그것도 저 작은 아세아의 무게정도야 예전 신관이 되기 전의 나라도 던지는 것은 무리일지 몰라도 들어올리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아, 저기에 무슨 집이 보이는데?"


상대적으로 위치가 높은 지붕 위에서, 아세아는 멀리 보이는 무언가를 발견한 듯 싶었다. 난 아지랑이 때문에 하나도 안 보이는데.


"무슨 집인데?"


"무슨 이상하고 커다란 짐승들이 많이 있고, 말도 몇 마리 있어."


아세아의 말에 나는 신아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으니까.


"도착한 것 같네."


신아의 말에 나는 자르카를 불렀다.


"자르카! 곧 도착하니까 빨리 따라와!"


자르카의 모습은 이제 작은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알아서 따라 오겠지'


못 따라오면 버리는 거지 뭐. 게다가 자르카의 청력이면 못 들을리도 없잖아.


"응?"


그렇게 조금 더 이동하던 도중 아세아가 무언가를 또 발견한 것 같았다.


"그런데 뭔가 싸우고 있어."


싸우고 있다고 한다.


"마물이랑?"


"아니. 사람들끼리."


사람들간의 전쟁이라...


'괜히 끼어 들면 골치 아프겠군.'


늦게 가서 낙타를 구하기 힘든 일이 생길지 모르더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빠지는 것이 좋겠지. 이런 상황에서 적을 만들어버린다면 대부분 사막이 초행인 우리 일행은... 힘들 것 아닌가. 게다가 자르카와 나도 사막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편이고.


"케이안. 조금 천천히 가죠."


내 말에 케이안은 마차의 속도를 줄였다.


"아니, 그냥 빨리 가요."


"신아!"


신아의 말에 나는 굉장히 놀랐다.


"못 들었어? 지금 싸우고 있다고 하잖아."


"그러니까 빨리 가야지. 낙타가 피해를 입는다던가 하면 어떻게 해."


"낙타보다 일행이 더 중요해."


내 말에 신아는 차분한 목소리로 반박했다.


"뭐 어때? 반신인 오빠에 혼족인 자르카 오빠에 천족인 파리아 오빠까지. 거기다가 드래곤 로드에 에이션트 드래곤까지 있는 일행에게 누가 감히 덤비겠어?"


"신아야. 전투를 우습게 보지 마. 만약의 경우라면 우리가 아니라 마황자라도 누군가를 지켜주지 못할 수도 있어."


'여기서 왜 마황자가 나온 거지?'


스스로에게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 급한 것은 그것이 아니기에 일단 넘어갔다. 그녀의 말대로 다른 일행은 모르지만, 신아라면 누군가 지켜야하지 않는가.


"괜찮아. 나도 싸울 수 있으니까."


"뭐?"


"잊었어? 나도 아빠한테 검술을 배웠었다고."


"그거야 운동 수준이었잖아."


그때 배웠다고는 해도 아직 어린아이였으니까 진검도 잡지 못하고 목검으로 휘두르기만 겨우 하던 상태였는데.


"3년 동안 자르카 오빠한테 검술도 많이 배웠다고."


그 말에 나는 어느새 돌아와 있는 자르카를 째려봤다.


"......"


자르카도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고 있는지 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그래도 안 돼."


"알았어. 나는 뒤에서 구경이나 할게."


"......"


"어차피 낙타는 구해야하잖아?"


"......후우..."


이제는 우리의 눈에도 그 싸우는 현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케이안. 멈춰요."


케이안은 내 말에 마차에 달려있는 제동기를 걸었고, 마차는 그대로 미끄러지며 속도를 줄였다. 바닥이 모래인지라 쉽게 멈추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급정거할 이유는 없으니까.


"......"


턱.


말에서 내려 마차 안에 걸려있던 에페레오스를 꺼내들었다.


"나 혼자 간다."


"케이안. 내 검도 같이 줘요."


신아의 부탁에 케이안은 위쪽에서 얇은 검을 꺼내왔다. 롱소드처럼 보였지만 검신이 더 얇은 것이, 마치 장식품처럼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검날에서 느껴지는 예기는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신아!"


"몰래 따라가느니 이렇게 같이 가는게 낫잖아."


"그럴 바에는 안 가는게 나아!"


"그럼 나 혼자라도 갈 거야."


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신아는 그렇게 말한 다음 앞서서 달려나가기 시작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뒤를 따라야 했다.


‘크윽... 이거 꽤......’


신아의 속도는 의외로 빨라서 내가 말리기 전에 전장에 도착해버렸다.


챙! 챙!


아직 이 전투에서 사망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꽤 많았다. 사망자가 없는 이유는 싸우느라 바빠서 부상자를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였다고나 할까? 그렇게 보일 정도로 치열했다.


‘위험한 수준이군’


이거 간단한 다툼이 아니다. 그야말로 소규모 전쟁이었다.


"신아! 지금이라도 돌아가!"


"싫어!"


신아는 그대로 전장에 뛰어들었다.


"어디가 교환소 직원인지 알고 뛰어드는 거야!"


내 외침에 신아는 잠시 몸을 멈추고 건물에 새겨진 문양을 가리켰다.


'아...'


건물에 새겨진 문양과 같은 문양이 새겨진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과 검은색의 옷을 덮어쓴 사람들. 두 무리로 나누어져 싸우고 있었다.


'덥지도 않나?'


그들은 정말 눈을 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감싸고 있었다. 게다가 검은색이니...


'그런데 왜 이곳을 공격하는 거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낙타를 뺐으려고 습격하는 도적들인가?


"그럼... 간다!"


내가 생각하는 동안 신아가 제일 가까이 있던 검은 옷의 습격자에게 달려들었다.


"헛!"


챙!


그는 다급하게 자신의 시미터를 들어 막았지만, 검이 부딪히는 순간 자세가 흔들리는 것이 이 멀리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챙! 챙챙!


신아는 얇은 검을 빠르게 휘둘러 그의 몸에 상처를 만들기 시작했다.


'......잘 하는군'


잘 하기는 하고 있지만 오빠 된 입장에서 여동생을 싸우게 할 수는 없다.


"후우......"


촤악!


신아가 상대하고 있던 습격자의 등에 살짝, 아주 살짝 신력의 검으로 상처를 내 주었다.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에페레오스를 쓰기는 아까우니까. 게다가 양손검이다 보니 상대에게 줄 피해를 조절하는 것이 까다로웠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크아악!"


"?!"


갑자기 자신의 앞에 있던 사람이 쓰러지자 당황한 얼굴을 보이는 신아였지만, 내가 들고 있는 신력의 검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짓이야!"


"뭘?"


그 표정을 봐서는 꽤 화난 듯이 보였다.


"신아."


"왜."


신아는 금방이라도 다른 습격자에게 달려들 것 같은 모습이었다.


"후우......."


할 수 없군.


"눈감아."


"응?"


"어서."


갑자기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내가 얼굴을 굳히고 다시 한번 말하자 결국 할 수 없다는 듯, 내 말대로 눈을 감았다.


"......"


파아아앗!


내 의지에 따라 전장의 한 가운데에 거대한 빛이 생겨났다.


"크아악!"


"눈! 내 눈!"


"이게 뭐야!"


그 빛에 신아와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눈을 붙잡으며 쓰러졌다.


"원래 싸움은 싸우지 않고 끝내는게 제일 좋은 거야."


"......"


여전히 신아는 왠지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왜? 싸워보고 싶었어?"


"......"


저 마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처음 검을 잡았을 때 그랬으니까. 하지만 여동생이 검의 길을 가는 것은... 싫다. 신아만은 평범하게, 그렇게 살아줬으면 좋겠다. 아줌마가 그랬던 것처럼.


"으으윽..."


사람들은 눈을 붙잡고 쓰러져있기는 했지만, 눈이 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러 약하게 조절했으니까. 얼마후면 일어나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만약의 경우라도 검은 마물에게나 휘둘러. 사람을 상대로 휘두를 생각은 하지말고."


"흥."


내 말을 들은 건지 마는 건지, 가벼운 코웃음과 함께 신아는 검을 집어넣었다.


"그나저나......"


사람들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직 시야가 다 회복되지는 않았겠지만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다시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크윽... 생각지도 못했던 방해자가..."


그 중에서 제일 덩치가 큰 사람이 머리를 흔들며 중얼거린 말이었다.


'하긴, 저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당황했겠지'


저들은 내 존재에 잠시 망설이는 것 같았다. 그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나타나 이상한 빛을 뿜어내는 내가 거슬리겠지.


"일단 저 방해자 먼저 친다!"


역시, 그들은 나를 가장 위험한 존재로 인식하고는 나를 포위해오기 시작했다. 혼자라면 모르겠지만 얼떨결에 옆에 있는 신아도 같이 포위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


'칫......'


역시 무력충돌을 일으켜야 하는 건가?


"쳐라!"


그들이 달려들려는 순간.


콰과과과과!!


검은 무언가가 그들과 나의 사이로 지나갔다.


퍼어엉!


그리고 그 것은 뒤쪽의 건물에 부딪혔고, 그 건물은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후두둑...


그 폭발과 함께 떨어지는 돌이 꽤 위험했기에 망토를 펼쳐 신아를 보호했다. 이 망토는 평범한 것이 아니라 용족의 주술이 깃든 것이니까, 웬만한 돌덩이가 날아와도 쉽게 막아낼 수 있었다.


"......"


나를 공격하려던 그들은 그 검은 무언가를 경계하며 그것이 날아온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다각. 다각...


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지쳐있는 말을 타고 손에 붕대를 감고 있는 검은 머리카락의 혼족에게 집중되었다.


"계속 할래? 아니면 그냥 갈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87 하르넨
    작성일
    11.12.20 20:30
    No. 1

    아.. 저렇게 자기멋대로인데다가 버릇없게 구는건 싫은데 말이죠.. /재밌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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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4th 01. 별의 검(1) +4 11.12.16 335 6 15쪽
180 외전 - 아란 +1 11.12.16 384 6 19쪽
179 3rd 10. 성전(12) +1 11.12.16 302 8 10쪽
178 3rd 10. 성전(11) +2 11.12.16 320 6 9쪽
177 3rd 10. 성전(10) 11.12.14 375 7 9쪽
176 3rd 10. 성전(9) +2 11.12.13 317 6 11쪽
175 3rd 10. 성전(8) +1 11.12.13 380 9 10쪽
174 3rd 10. 성전(7) +2 11.12.12 418 6 73쪽
173 3rd 10. 성전(6) +1 11.12.11 327 6 66쪽
172 3rd 10. 성전(5) 11.12.10 362 7 61쪽
171 3rd 10. 성전(4) +2 11.12.10 358 6 61쪽
170 3rd 10. 성전(3) +1 11.12.10 293 7 59쪽
169 3rd 10. 성전(2) +2 11.12.08 427 8 70쪽
168 3rd 10. 성전(1) +2 11.12.07 436 7 59쪽
167 3rd 09. 수도탈환(7) +3 11.12.06 425 9 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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