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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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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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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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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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5# 회색 하늘에서 날아온 종이비행기(1)

DUMMY

107

**

회색 하늘에서 날아온 종이비행기

**


[내사로 가고 싶습니다.]


박수호의 희망은 단칼에 거절되었다.


[인천으로 가고 싶습니다.]


이미 절반 이상의 수뇌부들이 싫어하는 곳으로 간다는 말에 항의 표시라는 걸 알게 된 경찰청은 우희진을 통해 그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본다.


[서울에서만 활동하는 지원팀을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말에 서울지청은 물론이고 경찰청은 고심하다가, 경감 한 명이 포함된 팀이어야 하고, 내사 지원은 없으며, 전국수사팀 전원이 아닌 세 명이 최대라고 못 박는다.


[대신 저희가 수사할 사건과 저희와 연계될 검사 한 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십쇼.]


경찰청에서 검사 선택 부분을 맘에 걸려 하자, 박수호가 한 명의 이름을 말했고, 다음날 곧바로 허가되었다는 소식이 그의 귀로 들어온다.


2018.10.29.


이신후, 박수호, 김선애, 그리고 이명환 검사로 꾸려진 ‘서울수사지원팀’이 꾸려지게 된다.

다음날.

서울지청 5층에 과거 전국수사팀이 있던 문 앞에 다섯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중 순한 인상에 동글동글한 얼굴과 몸을 지닌 오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이신후 앞으로 다가왔다.

“하하, 딸자식이 줄임말로 수지팀이라고 하던데, 최고로 잘 나가는 배우 이름대로 서울 아니 전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팀이 되길 기원하겠네.”

지청장이 정식 팀 명패를 붙여주고, 팀장이 된 이신후와 악수를 하면서 한 말에 다들 얼굴이 굳어졌다가 박수호를 흘깃 바라보았다.

“다들 왜 그러나?”

“아닙니다. 나이도 있으신데 요즘 애들이나 쓴다는 줄임말을 써서 놀랐습니다.”

이신후의 너스레에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는 불같이 날뛰던 사람이 이제는 내게 이런 말도하고... 진짜 세월이 많이 지난 거 같아.”

“강명길 청장님도 예전에는 그런 말 왜 쓰는지 모르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수지라는 말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놀랐습니다.”

“흠흠. 자네는 아들만 있어서 모르겠지만, 딸들이 쓰면 아비도 쓰게 되어 있어. 드라마 쪽으로도 밝아지고.”

“하하. 그렇습니까. 저는 아들만 있어서 그런지 스포츠만 봅니다.”

“그러고 보니, 자네 아들이 이제 곧 대학교로 들어간다고 했던가.”

“내년에 갑니다.”

“벌써?”

“예. 나는 장녀가 이 년 남았는데, 역시 빨리 결혼한 사람이 좋아. 부러워.”

“뭘요. 대신 명길 청장님은 그만큼 많은 여성과 즐거운 밤을-”

“크음.”

크게 헛기침한 강명길의 모습에 이신후는 입을 다물었고, 살짝 굳어진 얼굴의 강명길이 박수호를 바라보았다.

“앞으로도 서울. 의. 최고 에이스로 활약해 주길 바라네.”

“무리한 요구 받아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 쓴웃음을 지은 강명길이 입을 열었다.

“무리한 요구는 아니지. 그동안 해온 일이 있지 않은가. 그동안 해결한 사건들 공과를 제대로 적용하면 박수호 자네는 이미 경정은 오르고도 남았어. 이미 내부에서도 자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돌고 있으니까, 아마 내년쯤에 좋은 소식이 전달될 거야. 그러니 그때까지는 잠시 숨 좀 고르고 있게나.”

“예.”

“그럼, 나는 이만 가보겠어.”

그의 말에 다들 경례를 했고, 그 경례를 받아준 강명길이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강명길이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움직인 건 이명환이었다.

철컥.

열린 문 사이로 종이상자와 사물함 책상들이 가득 차 있는 걸 보며 이명환이 얼굴을 구긴다.

“뭐야. 그냥 창고잖아.”

그와 똑같이 얼굴을 구긴 김선애가 박수호를 바라보았다.

“설마 저희보고 다 치우라는 건 아니죠?”

박수호는 문을 다시 닫으며 말했다.

“아니, 이곳은 상징적인 장소일 뿐이야.”

“상징적인 장소요?”

김선애의 질문에 이신후가 명패를 검지로 툭 치며 말했다.

“그냥 사무실 없으면 무안하니까, 만들어 줬다는 뜻이지. 그리고 어차피 우리도 사무실 필요 없고. 그렇지?”

이신후의 말에 박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우리들은 지원팀이야. 서울에 있는 경찰서 중 우리에게 지원을 요청하거나, 해결이 어려워 도움을 요청한 곳으로 가고, 그곳에서 마련해준 임시 사무실에서 활동하게 돼.”

“뭐야. 그러면 여긴 아예 쓰지도 않는다는 거잖아.”

“그렇긴 한데... 그래도 나중에 다시 전국수사팀이 만들어지면, 이곳을 사무실을 쓸지도 모르잖아. 그때를 위해서 미리 선점해 놓은 거다.”

“오~ 그러면 인정.”

“저도요.”

두 사람의 대답을 들은 이신후와 박수호가 옅게 웃었다.

“그래서 우리가 갈 곳이 어딘데.”

이명환의 질문에 박수호는 이신후를 바라보았고, 이신후가 복도 벽에 기대어 있던 검은 서류 가방에서 서류첩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더니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이거 종이비행기잖아요.”

김선애의 말대로 사진 안에는 A4용지로 만든 하얀 종이비행기 하나가 있었다.

“그렇지. 종이비행기지. 그리고 이 종이비행기를 펼쳐보면.”


851115125


휘갈겨 쓴 붉은 글씨를 본 이명환은 순간 놀라서 몸을 움찔했다.

“뭐야! 누가 섬뜩하게 붉은색으로 숫자를 써놨어.”

그와 다르게 사진을 가까이서 보다가, 박수호가 건네주자, 그것을 받아든 김선애가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설마 피?”

이신후는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 하지만, 훼손되어서 인간인지 아니면 동물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누가 손가락으로 쓴 거 같은데, 어디서 발견된 겁니까?”

“이명환 너는 어디서 발견 된 거 같아.”

“음... 손가락으로 어떤 의미인지 모를 피를 썼으니까...”

잠시 고민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정신병원?”

“정답.”

“뭐?! 진짜?”

고개를 끄덕인 박수호가 이신후가 들고 있는 서류첩을 뒤져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종이비행기는 사진에서 나온 것처럼 건물 사이에 있었는데, 이 건물이 바로 병원이다. 정확히는 정신과가 있는 건물과 암치료센터 사이에 있는 거지만, 여하튼 이 건물에는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계신 환자분들을 수용하고 있어서, 그곳에서 던졌다고 생각 중이다.”

“누가 장난으로 보낸 거 같은데.”

“그래도 피로 만들었으니까, 섣부른 판단은 안 돼.”

“수사상황은?”

“상황이라니?”

박수호의 반문에 이명환이 눈을 끔뻑이며 그를 바라보다가 입을 크게 벌린다.

“설마, 우리보고 수사하라고 의뢰가 온 거야?”

“그래. 용산서에서 우리보고 이 사건 좀 맡아달라고 왔다. 무시하기는 그렇고, 그렇다고 최근 발생한 노숙자 살인 사건이랑, 이태원 집단폭행 사건 때문에 형사부가 과부하 상태라면서 부탁했다.”

“이런 사건은 잘못하면 해결도 못 하고 흐지부지되어서, 공과만 깎이거나 시간 낭비만 하는 거잖아요.”

“그렇지.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거잖아. 그래서 우리가 맡기로 했어.”

박수호의 말에 이명환은 몸을 축 늘어뜨린다.

“에휴. 웬일로 팀 하나 쉽게 만들어주나 싶더니만, 결국 짬 처리시키는 일에 자진해서 그런 거구나.”

그를 어색한 미소로 바라보던 박수호가 이신후에게서 서류첩을 받아서 사진을 넣었다. 그리고 김선애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일단 사진 돌려-”

“잠깐만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셈을 하더니, 갑자기 스마트폰을 꺼냈다.

“에이? 아니야. 이건 엘로 봐야 해. 에이비씨... 그래 이거는...”

중얼거리며 계속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던 그녀는 이 분 정도 흘렀을 때, 그들에게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보세요.”


help me


그녀의 스마트폰을 향해 고개를 쭉 내밀고 바라보던 이신후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핼프 미? 아니, 이 숫자만으로 이게 나온다고?”

“네. 알파벳 순서대로 번호를 매기고 그걸 입력하면 돼요.”

“오~ 우리 선애 똑똑한데.”

자신의 머리에 이명환이 손을 올리려고 하자,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성희롱으로-”

“아니! 난 그냥 네 머리 위에 있는 파리를 치우려고 했을 뿐이야.”

말하며 그녀 머리 위를 손으로 휘젓는 그를 보고 피식 웃은 박수호를 본 김선애의 눈이 살짝 가늘어진다.

“박 경사님은 알고 계셨죠.”

“뭐를?”

“이게 뭔 뜻인지 알고, 사건 맡으신 거잖아요.”

그녀의 말에 나머지 두 사람도 박수호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자, 박수호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 사진을 보자마자 알겠더라고.”

“인계한 형사에게는 말했어요?”

“말하려고 했는데, 내가 맡겠다고 하는 순간 주고 떠나버려서 말이야. 아무래도 내 맘이 바뀔까 봐 거부한 거 같아.”

“만약 이거 진짜 뭔가 있는 거면 그 형사 배가 아파서 쓰러지는 거 아니야?”

이명환의 말에 박수호는 쓴웃음을 짓는다.

“난, 이게 가짜길 바란다.”

“왜?”

“그럼, 누가 고통받고 아파한 게 진짜면 너는 좋아?”

박수호의 말에 이명환이 고개를 크게 젓는다.

“아니, 절대 그러지 않지.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단순히 사건 해결하면 승진 또는 돈을 받는다는 사실만 생각한 거 알아.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건, 내 승진이 빠르다는 건, 내가 사건을 해결한 것도 있지만, 그만큼 고통받은 사람들이 많다는 뜻도 해당한다는 거다. 그거 잊으면 김씨들처럼 되는 거 순식간이야. 순식간...”

그의 말에 다들 숙연해지자, 이신후가 웃으며 손뼉을 마주친다.

“자자. 박수호 말대로 아무 일도 아니면 좋은 거고, 큰 사건이면 해결하면 좋은 거고, 그러면 사람들도 좋은 거니까, 웃으면서 하자. 알았지?”

그의 말에 세 사람 모두 옅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럼 첫 사건을 해결하러 가자! 레츠 고!”

이신후의 외침과 함께, 그들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두 시간 뒤.

용산구에 있는 병원 앞에 네 사람이 서 있었다.

“으... 부장검사님이 일단 어느 정도 진척되면 영장 신청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의사들이나 간호사들 모두 기억이 안 난다고만 하는데요.”

“나도 용산서 주변 지인들에게 부탁해봤지만, 이 병원은 건들기가 쉽지 않은가보다.”

“저도 정보원들에게 물어봤지만, 별다른 정보는 얻지 못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네 사람 모두 안색이 좋지 않았다.

“으갸갸갸.”

이명환은 기지개를 켜며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회색 구름이 짙게 깔린 하늘을 보며 그가 작게 중얼거린다.

“으... 이럴 때 단서라도 하늘에서 툭 하고 떨어져 주면. 어라?”

회색 구름, 어두운 하늘 아래 하얀색에서 회색으로 변한 건물들 사이로 하얀색 종이비행기를 발견한다.

그리고.

툭.

자신의 이마를 정확히 맞춘 종이비행기를 황급히 양손으로 받아낸 그는 비행기 날개에 붉은색으로 휘갈겨 쓴 숫자 일부를 발견하게 된다.

“진짜... 떨어졌네.”


작가의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주 월요일날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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