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후예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SF, 라이트노벨

창렉스
작품등록일 :
2019.05.09 21:16
최근연재일 :
2021.04.01 20:43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2,150
추천수 :
1
글자수 :
208,381

작성
19.05.10 11:18
조회
18
추천
0
글자
9쪽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11

-Hello, world-




DUMMY

"오빠, 부탁할게요, 제 손으로 부모님을 지킬 수 있게 해주세요."


"······."


싸쥬는 그리 놀라지는 않은 듯했다. 하지만 그는 드물게 입을 굳게 닫고, 두 손은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뭐든지 대답해주던 그가 하필 지금 입을 닫자 샬롯은 불안을 느꼈다.


"오빠는 뭐든지 만들어내는 대장장이잖아요. 사이킷도 만들 수 있잖아요. 그러니, 제발······."


"소용없다. 갓 사이키터가 된 녀석이 숙련된 사이키터들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샬롯이 애원하는 와중에 케빈이 끼어들었다.


"입 닥쳐!"


샬롯이 큰바위 얼굴을 향해 주먹감자를 날렸다. 싸쥬는 그걸 보고는 근엄한 표정을 풀고 피식 웃었다.


"그래, 샬롯 네가 언젠가는 그런 말을 할 줄 알았지. 예상하고 있었어."


그는 샬롯의 이마를 검지로 툭 건드렸다.


"여기에 사이킷 칩이 들어가면 넌 사이킷 사용자, 그러니까 사이키터가 되는 거야. 그런데 정말 네 머리에 그런 게 들어가도 괜······."


"괜찮아요. 케빈의 부하들이 허튼 짓을 하기 전에 어서 이식해주세요. 수술실은 어디죠? 어서 가요!"


샬롯은 싸쥬의 말을 끝까지 들어줄 기분이 아닌 듯했다. 그녀는 발 밑에 불이라도 붙은 것마냥 다급하게 행동했다. 그러나 싸쥬는 노천탕에 들어온 것처럼 느긋하게 껄껄 웃기만 했다.


"요즘 기술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살을 째는 수술을 하고 바로 일어나서 몸을 쓰긴 힘들어."


"그럼 어떻게 하죠?"


"이렇게!"


마치 황야의 사수가 결투 중에 총을 빼들듯이, 싸쥬가 주머니에서 보이지 않는 속도로 손을 빼들었다. 그는 검지와 중지를 겹쳐서 그 사이로 자그마한 칩을 집고 있었다. 그리고 그 칩을 그대로 샬롯의 이마에 휘두르듯이 냅다 박았다. 칩은 샬롯의 이마에 닿자마자 초록색의 빛을 발하며 샬롯의 이마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어갔다. 샬롯의 의식 역시 서서히 희미해지며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자신만의 정신 세계에 끌려들어갔고, 거기에서 글자들의 다발과 만났다.


[사이킷 설치 시작


{초능력 설치 목록


(초능력 1 : 초신체 능력)

(초능력 2 : 솔로몬 시스템)


}


{초신체 능력 설치 시작


(대전쟁에서 크게 활약한 초능력)

(사이키터의 기반이 되는 기초 초능력)

(신체를 단련하면 함께 강해지는 초능력)

(이제 당신도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

(일상 생활에서도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

(연구정부 최고의 사이킷 기업 싸릴 마인드 시스템에서 규격화)

(연구정부가 지정한 108개의 까다로운 기준들 통과)


초신체 능력 설치 끝}


{솔로몬 시스템 설치 시작


(머리 쓰는 게 귀찮은 놈들을 위해 추천)

(귀찮은 숙제는 이제 그만)

(띨빵한 일처리로 상사에게 혼나는 것도 그만)

(성적 고민도 저 세상으로)

(체스 대회 1위 씹가능)

(전국 모의고사 1등 어느 정도 가능)

(체스 대회나 시험 도중에 초능력 사용은 금지이지만 말이야)


솔로몬 시스템 설치 끝}


사이킷 설치 끝


사이키터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일련의 과정은 단 3초만에 끝났고, 샬롯은 곧장 정신을 차리고 현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순간 자신에게 찾아왔던 거센 정보의 폭풍에 현기증을 느꼈다. 그녀는 싸쥬에게 물었다.


"방금 그건 뭐였죠?"


"사이킷을 네 몸에 받아들이는 과정이 눈으로 보인 거야. 솔로몬 시스템은 수제라서 설명을 좀 이상하게 달아놓긴 했는데, 다른 사이킷들도 다 그런 쓸 데 없는 내용들만 나오니 신경쓰지 마."


시간이 촉박한지 랩을 하듯이 빠르게 설명하는 싸쥬.


"네에······ 그래서 제가 가진 초능력은 어떤 것들이죠?"


"사이키터는 기본적으로 2가지의 초능력을 가져. 첫 번째는 초신체라고, 신체를 강화하는 능력이야. 단순히 힘만 세지는 게 아니라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초능력을 감당할 수 있게 만들어주지.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고유의 초능력이야. 불을 다루거나 멀리 있는 물건을 손 대지 않고 움직이거나 하는 것 말이야."


"와아~ 그럼 저는 뭘 할 수 있죠?"


"솔로몬 시스템."


"네?"


"시간이 없으니 자세한 건 네 스스로 알아보렴. 마지막으로 네게 옷과 장비를 선물해줄게."


싸쥬는 바지 주머니에서 둥글넓적한 옥이 달린 금 목걸이를 꺼내 보였다. 옥은 깊고 영롱한 푸른색이었고, 입자가 부드러운 사금 같은 것이 아메바처럼 뭉쳐서 형태를 바꾸며 옥의 표면 위를 헤엄치고 있었다. 싸쥬는 그 목걸이를 샬롯에게 걸어주었다. 목걸이는 꽤 무게가 있었다.


"아까 내게 보여줬던 것처럼, 손바닥으로 가슴을 치듯이 목걸이의 옥을 쳐봐."


"이렇게요?"


샬롯이 손바닥으로 가볍게 옥을 쳤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옥에 들어있던 사금이 대량으로 늘어나더니 밖으로 모조리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꺄악!"


샬롯은 자신을 덮치는 사금에 몸을 움츠리며 놀랐다. 사금은 두 뭉치로 나누어지더니 샬롯의 몸을 각각 왼쪽 오른쪽에서 휩쓸며 한 바퀴 돌았다. 그러면서 샬롯은 알 수 없는 붉은 천에 뒤덮혔고, 샬롯의 몸을 완전히 붉은 천으로 뒤덮은 사금은 다시 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샬롯이 두른 붉은 천은, 바로 싸쥬가 선물로 준다던 옷이었다. 어깨까지 덮는 빨간 두건과, 그 아래로 상반신, 하반신까지 모두 일자로 덮어내리는 붉은 천. 천에는 사금으로 된 미려하고 간단한 선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지금 그녀는 마치 붉은 옷의 수도승처럼 보였다.


샬롯은 오른쪽 팔을 어정쩡 하게 들어보았다. 그러자 상반신을 덮던 천의 오른쪽 부분이 들리며, 그 안에 있던 몸의 오른쪽 부분이 드러났다. 안쪽도 마찬가지로 빨간 천으로 된 재킷이었는데, 소매는 길었고 몸통은 짧았다. 무슨 소리냐 하면 몸통 부분은 가슴 아래쪽까지만 내려와서 배와 등허리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이, 이게 뭐에요?"


싸쥬는 대답 대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샬롯을 덮고있던 빨간 천들이, 상반신 좌우, 하반신 좌우 이렇게 4장이 각각 좌우로 펼쳐져 올라간 것이었다. 그 안에서 드러난 옷은 앞서 말했던 빨간 배꼽 재킷과 빨간 숏팬츠였다. 물론 숏팬츠 아래로는 맨다리였다. 샬롯은 비명을 지르진 않았지만 꽤 당황스러운 듯이 자신의 몸을 살폈다.


"번데기가 나비로 변하는 과정을 표현한 옷이야. 샬롯 네가 그냥 동네 아이에서 사회인 사이키터가 되는 걸 간접적으로 표현한 거지. 어때, 마음에 드니?"


싸쥬의 청산유수한 설명을 듣고도 샬롯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안쪽과 바깥쪽이 나누어진 디테일한 점도 그렇고, 무엇보다 움직일 때마다 바깥쪽의 천이 나풀거리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마음에 들어요. 고마워요 싸쥬 오빠."


"그리고 이것도 챙겨 가."


빨간 칼집에 든 빨간 손잡이의 한손검이 어느새 싸쥬의 손에 들려 있었다. 그는 그것을 샬롯의 허리에 대었다. 그러자 칼집에서 검붉은 천이 튀어나오며 칼집과 샬롯의 허리를 함께 묶었다.


"이 검은 무슨······."


"이제 떠날 시간이야, 샬롯."


싸쥬는 샬롯의 어깨를 붙잡아 그녀의 몸을 마을 입구 바깥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녀의 등을 살짝 밀었다. 그러자,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앗!"


샬롯이 엄청난 속도로 마을 밖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마치 달리는 기차 앞에 등을 대고 달리는 것처럼 빠르고 위태로웠다.


"이게 뭐에요 오빠아아아아!"


"열심히 해!"


싸쥬는 4장의 붉은 천을 나풀거리며 마을을 빠져나가는 샬롯에게 손을 흔들며, 그녀의 뒷모습을 계속 바라보았다.


한편 두 사람의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던 큰바위 얼굴은 샬롯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듯하더니, 싸쥬에게 고개를 돌리고 질문했다.


"네녀석, 샬롯에게 어떤 도구들을 줬지? 솔로몬 시스템이 뭐지?"


싸쥬는 말없이 빙그레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큰바위 얼굴을 향해 주먹을 들어올렸다.


그러더니 그대로 중간 손가락을 펼쳐 보이는 것이었다.


"이자식, 무슨······."


싸쥬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중지의 손톱에서 주황빛 광선을 뿜더니, 큰바위 얼굴의 이마를 지지기 시작했다. 큰바위 얼굴은 점점 빨갛게 달아올랐다.


결국 얼마 안 가서, 큰바위 얼굴은 무지개색 불꽃과 함께 몇 조각으로 터져나가며 사라졌다.


싸쥬는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고, 샬롯이 달려나갔던 길을 다시 돌아보았다.


"솔로몬 시스템, 이제 한 명째로군."


그의 미역 같은 머리칼과 옷자락을 산들바람이 흔들었다.




-For 꿈과 믿음의 바다를 헤엄치는 소년 소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솔로몬의 후예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 대파괴 2 19.05.10 45 0 10쪽
19 대파괴 1 19.05.10 40 0 8쪽
18 홍두건단 내습 6 19.05.10 18 0 13쪽
17 홍두건단 내습 5 19.05.10 18 0 8쪽
16 홍두건단 내습 4 19.05.10 15 0 9쪽
15 홍두건단 내습 3 19.05.10 17 0 7쪽
14 홍두건단 내습 2 19.05.10 19 0 11쪽
13 홍두건단 내습 1 19.05.10 19 0 7쪽
12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12 19.05.10 17 0 10쪽
»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11 19.05.10 19 0 9쪽
10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10 19.05.10 18 0 11쪽
9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9 19.05.10 19 0 8쪽
8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8 19.05.09 17 0 7쪽
7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7 19.05.09 20 0 8쪽
6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6 19.05.09 22 0 7쪽
5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5 19.05.09 23 0 7쪽
4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4 19.05.09 30 0 7쪽
3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3 19.05.09 29 0 7쪽
2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2 19.05.09 44 0 7쪽
1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1 +1 19.05.09 227 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