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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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작품등록일 :
2019.05.09 21:16
최근연재일 :
2021.04.0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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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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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4

-Hello, world-




DUMMY

'하지만 지금은 쟤랑 제대로 얘기도 못 나누겠지.'


샬롯은 분명 한동안 인기가 있었긴 했지만, 그것도 1년 정도고 이후 다시 1년간은 무관심의 어둠 속에 갇혀 살았다. 그러니 그녀는 자신에게 찾아온 인기가 한순간의 카메라 플래시와 같은 것이라고, 한순간에 찾아왔다가 다시 한순간에 떠나는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이성 친구마저 지나치듯이 쉬이 떠나보내는 것은 가슴이 아팠다.


샬롯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다시 고개를 돌려 가던 길을 갔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대로 살아가야지, 시간이 아픈 곳을 치료해주어도 해주지 않아도 좋다, 지금까지 평범하게 살아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리라, 그녀는 그렇게 결심했다.


점심 시간, 샬롯은 학교 근처 공원 벤치에 가서 혼자 도시락을 까먹었다. 식당과 급식이 있긴 했지만 아이들 특유의 시끌벅적함을 그녀는 견디지 못할 것만 같았다.


오늘의 점심 도시락은 숫불향이 나는 소세지, 샐러드, 그리고 닭고기 필라프였다. 샬롯은 숫가락으로 필라프의 밥알들을 들어내 깨작깨작 씹었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바닥을 향해있었고, 수십 센티의 줄을 지어 맹렬히 기어가는 개미들의 행렬을 넊놓아 구경했다.


이 시기 그녀는 오빠인 케빈에게 한창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어제도 케빈이 그녀의 속옷에 거미를 넣어놔서 혼이 쏙 빠진 참이었다.


무관심 속에서 살더라도 좋다. 차라리 여기에서 살고 싶다. 선생님께 말하면 학교에서 재워주실까, 허락을 못 받으면 교실에서 몰래 숨어서 잘 수 있을까, 만약 여기에서 산다면 언제까지 케빈을 피해다닐 수 있을까. 그녀의 머릿속은 자신을 괴롭히는 케빈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있었다.


"샬롯?"


"!"


샬롯은 화들짝 놀라며 목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았다. 그녀가 좋아하는 토미가 자신을 내려다보며 서있었다.


"토, 토미?"


"점심 혼자 먹어?"


"응."


샬롯은 어깨가 꼿꼿히 굳어버렸다. 토미는 어째서 그녀가 혼자 먹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그는 그저, "그럼 같이 먹을래?" 라고만 물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샬롯은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토미 넌 친구들 하고 먹으면 되잖아."


"오늘은 왠지 급식이 먹기 싫어서. 그리고 샬롯 너랑도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나랑?"


"안 돼?"


"아니······ 돼."


샬롯은 토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 조차 하지 못했다. 토미는 샬롯의 맞은 편 의자에 앉아선 자신이 들고온 도시락을 깠다. 그는 샬롯의 도시락에 은근슬쩍 눈독을 들였다.


"소세지 도시락이야? 맛있겠다."


"소세지 좋아해?"


"응, 좋아해."


"그럼 내 거 좀 먹을래?"


"그래도 돼? 고마워."


토미는 포크로 샬롯의 소세지를 하나 꽂아서 입에다 넣었다. 그리고는 음~ 하고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토미가 소세지를 우물거리며 샬롯에게 자신의 도시락을 내밀었다. 샬롯은 도시락과 토미의 얼굴을 번갈아보았다. 그러자 토미는 샬롯이 갈피를 못잡는다고 생각했는지 도시락을 더욱 밀어보였다. 샬롯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것도 먹어보라고?"


"음."


샬롯은 포크를 들고서 토미의 도시락을 살폈다.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고 누가 머리를 잡고 흔

드는 것처럼 혼란스러웠기에 뭐가 어떻게 도시락에 들어있는지는 제대로 파악이 어려웠다. 정확히는, 눈으로는 인지했지만 머리속엔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샬롯은 음식 하나를 포크로 찍어 올렸다. 브로콜리였다.


"브로콜리 좋아해?"


입 안의 음식을 다 먹은 토미가 물었다. 샬롯은 딱히 브로콜리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토미가 준비한 음식이니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먹어치웠다.


"맛있어?"


"음음!"


샬롯은 젖먹던 힘을 다해 고개를 끄덕였다. 싫어하는 음식을 먹더라도 맛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후 두 사람은 함께 점심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요즘 급식의 수준에 관한 이야기, 학교 내에서 괴짜이기로 유명한 선생님들의 이야기, 교장 선생님의 은밀한 취미에 대한 이야기, 요즘 애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티비 프로의 이야기, 요즘 어른들의 행동에 대한 불만섞인 품평 등, 그 나이대의 친구들이 할만한 이야기들을 했다. 샬롯은 진심으로 즐겁게 얘기했으며,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잠시 후, 점심 시간을 끝내는 종이 울렸을 때에도, 두 사람의 도시락엔 음식이 몇 숟가락은 남아있었다. 샬롯은 남은 밥이 아깝다고 했다. 그러자 토미는 자기가 네 도시락까지 다 남김없이 먹어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샬롯은 그를 걱정했지만, 그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말끔히 펴발라져 있었다.


샬롯은 다시 교실로 들어온 후에 문득 깨닳았다. 점심을 먹을 때엔 가슴이 너무 두근거려서 눈치를 못챘지만, 토미는 이제껏 자기가 봐왔던 것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였었다. 남 얘기를 그저 듣고 맞장구만 쳐주던 그가, 이번엔 샬롯을 위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꺼내주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샬롯은 온 얼굴이 달아올라 이후 수업은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그리고 다음 날에도, 다다음 날에도, 며칠간 토미는 쭈욱 샬롯에게 찾아와 점심을 함께 먹어주었다. 그는 다양한 이야기들로 샬롯을 즐겁게 해주면서도 그녀의 기분을 거스를만한 이야기는 결코 하지 않았다. 왜 친구들과 같이 다니지 않느냐 같은 민감한 질문 말이다. 샬롯은 그의 마음 씀씀이에 기뻐하면서도, 아무도 자신과 엮이려 하지 않는데 왜 자신에게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는지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그것을 그대로 토미에게 물었더니,


"그냥, 너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하고 태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샬롯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돌무더기 속에 묻혀 살던 그녀에게 토미는 손을 뻗어주었다. 남들은 무시했지만 그는 자신을 알아주려 한다는 사실이 샬롯에겐 너무 벅차올랐다. 그녀는 자신의 목까지 차오르는 흥분을 토미에게 전달하고 싶었지만, 쉬이 말로 나오지가 않았다. 그저, 그, 그, 그 하는 의미없는 소리만 반복해서 낼 뿐이었다.


"샬롯, 괜찮으면 우리 주말에 어디 놀러가지 않을래?"


그리고 토미가 그렇게 물었을 때, 샬롯은 뭐라고 소리를 내는 법 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좋아하는 이성과 이렇게까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는 더 이상 없을지도 몰라, 샬롯의 머리는 팽이처럼 팽팽 돌아가며 그런 결론을 이끌어 냈고, 그 세찬 감정의 원심력에 의해 말이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오고 말았다.


"가, 가자! 가고 싶어!"


주변의 학생 몇이 샬롯을 돌아보았다.




-For 꿈과 믿음의 바다를 헤엄치는 소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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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홍두건단 내습 6 19.05.10 1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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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홍두건단 내습 4 19.05.10 15 0 9쪽
15 홍두건단 내습 3 19.05.10 17 0 7쪽
14 홍두건단 내습 2 19.05.10 19 0 11쪽
13 홍두건단 내습 1 19.05.10 19 0 7쪽
12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12 19.05.10 17 0 10쪽
11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11 19.05.10 19 0 9쪽
10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10 19.05.10 18 0 11쪽
9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9 19.05.10 19 0 8쪽
8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8 19.05.09 17 0 7쪽
7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7 19.05.09 20 0 8쪽
6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6 19.05.09 22 0 7쪽
5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5 19.05.09 23 0 7쪽
»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4 19.05.09 31 0 7쪽
3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3 19.05.09 29 0 7쪽
2 솔로몬 대관식(샬롯 편) 2 19.05.09 4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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