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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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정
작품등록일 :
2012.02.0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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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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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2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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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존의 이야기 6

DUMMY

앙헬은 언제나 저택에 있었다. 가끔 무언가를 읽거나 서신을 주고받곤 했다. 정황상 그가 범인일 확률은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넷.

그들이 이곳에 있은 지 5년이 지났다고 한다. 보통은 10년 주기로 이동을 한다고 한다. 그들은 앙헬의 수족역할을 하니 대외활동이 종종 있는 것이다. 가끔은 보통 사람들도 만날 터. 늙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하기에 그런 것 같다.

넷을 모두 쫓아다녀야하나? 막연하다. 내가 아닌 다른 이가 쫓아다니면 미행당하고 있음을 눈치 챌 것이다.

정면 돌파다. 앙헬을 찾아가자.

역시나 그는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웬일인가?”

앙헬은 내게 시선을 주었다.

“아무래도 4명의 4세대 중 하나가 범인인 것 같습니다.”

그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왜지?”

“외부인이었다면 꼬리를 진작에 드러냈을 겁니다. 그런데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나란 말인가?”

“둘 이상이 했다고 하기엔 치밀하진 않습니다.”

그의 표정이 차가워진다.

“자넨 내 사람 중에 내 이목을 속이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건가?”

“정확히 말하면 당신의 사람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 이 세계에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다. 아니면 자신이 만든 개체이거나. 주체와 객체 사이엔 혈연과도 같은 유대감이 형성되니까. 물론 객체에 한해서만. 그러나 이들은 그런 사이도 아니고, 긴 시간 함께한 수하도 아니다. 기껏해야 순환근무자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지켜본 시간이 있다.”

“아랫사람들에게 관심 쏟을 유형은 아닌 것 같은데요.”

공기가 냉랭해진다. 내 태도가 기분이 나빴던 것일까. 아니면 수하 중 하나가 범인임에도 눈치 채지 못했다는 것을 보이기 싫어서일까. 앙헬은 무척 기분이 나빠 보였다.

위화감이 든다. 인기척이다. 잘됐다.

“하나씩 불러다 문초라도 해봐야겠습니다.”

“문초? 그대의 언사가 과한 건 알고 있나?”

“과하다니요. 앙헬님이야 말로 아랫것들을 너무 감싸고도시는 거 아닙니까?”

이 때 누군가 들어왔다.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긴급 표시가 쓰여 있어 무례를 무릅쓰고 왔습니다.”

“두고 가.”

느낌이 4세대이다. 나는 그를 불러세웠다.

“잠깐만.”

“왜 그러십니까?”

“어디까지 들었나?”

“무엇을 말입니까?”

“몰라서 묻나?”

그는 대답하지 못하고 서성인다. 이 때 앙헬이 끼어들었다.

“됐어. 나가봐.”

그가 고개를 숙인 채 물러선다.

앙헬이 웃는다.

“자네, 제법 교활한 구석이 있군.”

“그렇습니까?”

“시간을 줄여보려 하는 건가?”

“일손이 딸려서요.”

메뚜기를 잡아보았는가? 메뚜기는 녹색이다. 녹색 풀 속에 살며 녹색 풀을 먹고 산다. 그렇기에 쉽게 발견하기 힘들다. 그럴 땐 어떻게 할까. 풀숲을 차며 다니면 된다. 그러면 메뚜기는 날아오른다. 자. 이제 보이지 않는가? 메뚜기다. 이제 메뚜기를 잡을 차례다.

4세대의 청각도 범인의 그것을 뛰어넘는다. 자신들을 의심하고 있다는 건 그도 들었을 것이다. 그가 가서 다른 이들에게 말을 할까? 아니면 그 자신이 범인일까? 모든 아랫사람은 공통된 성향을 보인다. 윗사람이 찍어 누르려하면 뭉치기 마련이다. 마치 녹말반죽처럼. 서서히 누르면 눌리지만 강하게 때리면 뭉쳐 튀겨 내려한다.


------------


이틀이 지났다.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도달했다. 시체들이 발견된 것이다. 샌슨의 일행이 발견해 내게 연락을 해왔다.

사건 현장은 참혹했다. 그리고 의외였다. 창고의 지하에 지하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제법 넓은 규모다. 아래 지반에 큰 공동이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있었는데 그걸 손본 모양이다. 정돈되지 않은 모양을 보건데 여러 사람의 손을 타진 않았을 거다.

바닥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시일이 길었기에 말라붙어 있는 것도 있었고, 엉겨 붙어 있는 것도 있었다. 오래된 시체들은 어디로 치워버렸는지 보이지 않았고, 발견된 사체도 한 구밖에 없었다. 시신은 결박당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목뼈를 살펴보니 기묘하게 부서져 있었다. 신경을 눌러놓은 것이리라. 이건 일족들 사이에 내려오는 기술 중 하나이다. 한 번의 흡혈을 위해 인간 하나를 희생시키는 건 낭비이다. 이렇게 못 움직이게 하는 이유는 사람을 닭장 속의 닭처럼 만들기 위해서다. 그리곤 알을 빼먹는 것처럼 피를 빼먹는다. 이렇게 하면 5번 정도는 죽이지 않고 먹을 수 있다. (과다출혈의 이유도 있지만 생기 자체가 빨려나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생생한 상태로 자신이 못 움직인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 그것도 피와 시체가 가득한 좁은 공간에서.

샌슨은 현장 상황에 적응이 되지 않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제법 규모가 되는 전장에도 몇 번 가봤던 저인데도 영 적응이 안 되는 군요.”

“그럴 겁니다.”

그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예상외의 일이다. 그건 아마 그가 기감이 예민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장소는 원념이 묻어있다. 전쟁터는 특유의 광기와 열기가 있기에 이런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진 않는다. 느껴지는 원독으로 봤을 때 그들은 분명 잡혀 바로 죽음을 당한 것은 아니다. 계속 이곳에 묶여있었을 테다. 절망에 빠진 채로.

좁은 장소이기에 둘러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쪽 구석에 희생자의 소지품들 몇 가지가 놓여있다.

“이 물건들은 어떤 종류입니까?”

샌슨이 답했다.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여행용품 등이 대부분이고 특별할 것은 없습니다.”

사체의 목엔 역시나 잇자국이 있었다. 모두 다섯 군데. 이렇게 되면 시체가 잘 부패하지도 않는다. 왜 그렇게 되는 진 모르겠지만 일족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한다. 어쨌든 그렇기에 창고에 시체를 담아두고도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썩는 냄새가 안 나니까.

내가 샌슨에게 물었다.

“이곳이 발견된 걸 다른 이들도 압니까?”

“앙헬님께만 말씀드렸습니다.”

“발견은 어떻게 한 것입니까? 찾기 어려웠을 텐데.”

“일행 중 하나가 우연히 작은 핏자국을 발견했습니다.”

“그럼 이 일은 더 이상 퍼져나가지 않게 해주십시오. 잠복을 해봐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샌슨이 자리를 뜨고 난 후, 나는 구석 자리에 몸을 숨겼다. 적막한 분위기. 피해자는 이곳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그리고 난 궁금해졌다. 왜 범인은 위험을 감수하고 이런 짓을 했어야만했나. 내가 알기로 그들 중 육체적 손상을 입은 이는 없었다. 흔적을 보니 새로운 세대를 몰래 만들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말이다. 아니면 피를 이용한 특별한 무언가가 있나? 아닐 것이다. 킴이 내게 전해준 비술 중엔 분명 특별한 것들이 있었지만(그는 내가 소년의 몸을 하고 있다는 것을 걱정했다. 아이의 몸을 하고 있기에 어른 외양이 불리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4세대가 활용할 만한 것은 없다. 그렇다면 낮에 움직이기 위해 그랬다는 것인데. 왜 그랬을까?

고민을 하며 한참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무언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집중하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든 정도. 인간이 아니다.

거친 마찰음과 함께 덮개가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주 느리게. 조심스러움이 묻어난다.

누군가 들어왔다. 밤늦은 시간인지 공동 안은 칠흑과도 같았다. 그는 무언가를 찾는 듯 손을 뻗어 잡동사니를 뒤진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 그를 송곳으로 찔렀다. 불쾌한 소리와 함께 그가 물고기처럼 펄떡인다. 심장을 제대로 찔렀다. 나는 그의 목 줄기를 움켜쥔 채 말했다.

“잡았다.”

그는 저항하려 했으나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듯 흐느적거렸다. 머리채를 움켜쥐고 그를 밖으로 끌어냈다. 그는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손으로 가린다. 그러나 심장이 찔려 힘을 쓰지 못하는 상태. 나는 쉽게 그의 팔을 걷어냈다.

“필립?”

필립. 4세대 중 가장 조용한 성격이라 들었다. 특별히 모나지도 않았고, 가장 바깥출입이 없던 이다. 그래서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뭔가 이상하다.

어쨌거나 그는 현장에서 잡힌 것이나 마찬가지. 일단 앙헬에게 데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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