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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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정
작품등록일 :
2012.02.07 07:33
최근연재일 :
2012.02.0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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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1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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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존의 이야기 13

DUMMY

“이 열쇠를 봐. 뭔가 느껴지는 게 없어?”

킴이 내 눈 앞에 열쇠를 들이민다.

“글쎄요. 독특하다? 상당히 크다?”

“너 열쇠를 본적이 별로 없구나?”

나는 멋쩍게 웃었다.

“그렇죠. 어렸을 땐 그런 것이 필요 없는 동네에 살았고, 크면서는 하수도를 전전했으니까요. 딱 한 번 본 게 마을 창고 열쇠였죠. 놋쇠로 되어 있었는데 무척 투박했습니다.”

“그래. 그것과 비교하면 어때?”

“무척이나 정교하네요. 그림으로 그려도 이렇게 그리긴 어렵겠어요.”

“그게 이 열쇠의 정체를 알려줄 단서지.”

“왜요?”

“이 열쇠는 동방에서 온 거야. 무덤의 제작시기를 봐서 이 건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이 분명해. 그러나 요즘 와서도 서방에선 이 정도로 정교한 걸 만들지 못하거든. 하긴. 포크로 구운 고기나 먹는 것들이 손재주가 있을 리 없지.”

“그렇다고 해도 너무 광범위 한 것 아닌가요?”

“분명 이건 일반적인 자물쇠를 여는 열쇠는 아닐 거야. 어떤 문을 여는 열쇠이지 싶어. 크기도 그렇고. 그렇다면 그 문의 문고리나 다른 장치들 또한 동방에서 수입해 왔을 터인데, 그 부피가 만만치 않을 거란 말이지. 그리고 그 당시엔 동서 교역로도 정비하지 않았을 때이고, 심지어 이곳은 바퀴가 보급되지 않았을 때란 말이야. 게다가 거대한 중부산맥이 대륙의 절반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황금고개를 통하지 않으면 교역이 불가능해서 그 근방엔 아주 오래전부터 마을이 있었단 말이야. 그 정도 규모의 물건들이 오갔으면 무언가 구전이 전해지거나 기록에 남을 법도 하지만 난 그런 걸 접해보지 못했거든.”

“그러면 멀리 자재를 옮기진 않았을 테니 중부산맥의 황금고개 근처부터 알아보면 되겠군요.”


--------


킴은 몸이 달았는지 몸소 움직였다. 킴은 우리 둘만 움직이기엔 세상의 보는 눈이 심상치 않을 거라며 한 여성을 동행시켰다. 이름은 베티. 킴이 처음 창조해낸 자식이다. 그의 어린 외형 때문에 행동 자체가 불편해지자 보호자 역이 필요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에게선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나 보다. 그녀의 외형은 30대 중반 정도. 갈색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흔하게 생긴 얼굴이었지만, 일족 특유의 티 없는 피부 때문인지 제법 미색이 곱게 느껴졌다. 하지만 여자치곤 제법 큰 키였다.

멀리 마을이 보인다. 그 마을을 바라보는 킴의 눈이 빛난다.

“정말 오랜만이네.”

내가 물었다.

“이곳을 지나오셨나요?”

“그래. 그 때만 해도 이곳엔 아무 것도 없었지. 그 뒤로 몇 번 오가곤 했는데, 한 동안 오지 않았었거든. 정말 많이 변했다.”

“10년이면 산도 모습이 바뀐다고 하더군요.”

“그렇지. 하물며 사람이 사는 곳이니. 더 많이 바뀌었지. 사람이 더 늘었구나. 복잡하고. 그런데 표정은 더 안 좋아졌어. 입고 있는 옷은 더 좋아졌지만. 사람은 다 같나봐. 손에 돈을 쥔 것만큼 행복을 움켜쥘 공간이 없어지는 건.”

킴은 그렇게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석양이 질 무렵이 돼서야 몸을 일으켰다.

“저곳으로 가자.”

그가 가리킨 곳은 황금고개의 초입이었다.

“중부산맥은 규모가 큼에도 전체적인 경사각이 비정상적으로 높기로 유명하지. 정상을 정복하는 것을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심지어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일족들도 시도하려 하지 않을 정도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자연적으로 생성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신이 인간들을 갈라놓기 위해 만든 거라 생각하지. 그리고 저 황금고개는 그런 신의 의도를 방해하기 위한 악마들이 뚫어놓은 것이라 하고.”

“저도 그 이야기 들었어요. 성서에도 나오잖아요. ‘인간이 신에게 도전하기 위해 큰 탑을 쌓았다. 그것을 본 신이 하늘에서 벼락을 내려 탑을 무너뜨렸지만, 그 규모가 너무도 커 그 탑을 가리기 위해 신은 땅을 뒤엎었다. 그것이 지금의 중부산맥이다.’ 라고요.”

“아무튼 다른 곳으론 사람이 다니지 못 해. 그나마 저곳이 초입이라 경사가 완만한 부분이 드문드문 있을 거야. 저곳부터 시작하자.”

킴의 얼굴은 아이의 그것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상기된 그의 표정에서 숨길 수 없는 기대를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찾았어!”

킴의 외침이다. 우리 셋이 일대를 뒤지기 시작한지 한 달 째 되던 날이었다.

일반 사람이라면 서 있기 힘든 절벽의 중턱에 일족의 시야로만 확인되는 미세한 틈새가 있다.

킴이 칼을 꺼내 틈에 쑤셔 박았다. 흔들자 들썩인다. 만져보니 토질도 미묘하게 달랐다. 나무 판자로 문을 막고 그 위에 진흙을 바른 것 같다. 덮여있는 것을 제거하자 알 수 없는 금속질의 문이 보였다.

킴이 문을 두드려본다.

“철금속인 것 같은데 좀 달라. 합금인가? 녹이 하나도 없어.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있고. 힘으로 뜯어내긴 힘들 것 같은데. 문 앞의 공간도 좁아서 장비를 갖고 오기도 힘들고. 대단하군. 이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나는 차분히 문을 살폈다. 역시나 열쇠구멍이 있다.

“킴. 여길 보세요. 열쇠구멍이 있어요. 그런데 구멍이 하나 더 있는데요?”

“그래? 우선 이것부터 넣어보자.”

킴은 줄을 묶어 목에 걸고 있던 열쇠를 꺼냈다. 열쇠구멍에 열쇠를 넣자 부드럽게 들어갔다. 킴이 긴장된 표정으로 열쇠를 돌린다. 철컥. 경쾌한 소리와 함께 빗장이 돌아간다.

“역시! 이곳에 쓰이는 구나. 그럼 나머지 하나가 더 있어야 이 문을 열 수 있다는 건데…….”

“혹시 다른 하나의 행방도 알고 계십니까?”

킴이 턱을 괴고 골똘히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짐작 가는 것이 있긴 있어.”

“어딥니까?”

“모티애리 가문.”

“제국의 유명한 공작가문 아니던가요?”

“맞아. 300년 제국 역사를 있게 한 주역들 중의 하나지. 대대로 유명한 수집가들이기도 했고.”

“알고 있습니다. 개인 소유의 박물관도 있다고 하더군요. 고위 귀족 몇몇만이 허가 하에 출입이 가능하다고 하는.”

“그래. 거기에는 아주 유명한 작품이 있지. 성황청에서도 늘 내놓으라고 때를 쓰는 물건이.”

“그게 무엇입니까?”

“성 발렌타인의 청동거울. 그분이 늘 목에 걸고 다녔다는 신비의 거울이지.”

“그런 것이 있었나요?”

“그래. 동방에선 제례용품의 하나로 유명하지. 그런데 일반적인 청동거울과는 다르게 크고 복잡하한 무늬가 있지. 그리고 난 왜 그 무늬가 있는지 알고 있고.”

“어떤 이유입니까?”

“거 거울은 수천 개의 조각으로 이뤄져 있어. 그것들이 조립이 되는 거야. 그 속엔 빈 공간이 있지. 그리고 그 조각들은 복잡한 구조로 엉켜있어서 특별한 방법으로 힘을 주지 않으면 분해가 되지 않아.”

“신기하군요.”

“내가 사는 곳에서도 만들기 힘든 물건이지. 하지만 난 그것을 풀 줄 알아.”

“어떻게요?”

“내가 만들었거든.”


--------------------


모티애리의 박물관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저런 큰 건물은 처음 봤다. 저런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서 있다니. 대단했다.

“킴. 정말 대단한대요?”

“공작가이니까 저게 가능한 거야. 보통은 국가에서 허가도 안 해줘. 제국의 중앙집권화를 위해 그들이 스스로의 이권을 황제에게 주었기 때문에 황제가 저 정도 편의는 봐준 것이지.”

“그냥 들어가서 훔칠 수는 없겠는데요? 건물이 저렇게 커 보여도 창문은 전부 쇠창살로 막혀있고, 사람 드나들 문은 한 곳 밖에 없어요. 불나면 다 타겠는데요?”

“그렇진 않아. 석조건물인데다 소장품들 외엔 가연성 물건이 하나도 없어. 화재의 우려 때문에 장식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하네. 불이 붙더라도 일부만 탈거야. 소화용품도 곳곳에 두었다고 해.”

“불을 지르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안 되겠군요.”

“내 능력이면 안 들키고 들어갈 수 있기는 한데 그 뒤가 문제야. 내가 좀 알아봤는데 그 거울은 따로 보관하고 있더라고. 두꺼운 철문으로 막고 있어서 내 힘으로 부수기엔 조금 무리일 것 같아. 그 문을 열 열쇠가 필요한데……. 문제는 그 열쇠를 공작이 늘 목에 걸고 있다고 하더라고. 씻을 때 빼곤.”

“훔쳐도 금방 들통 나겠군요.”

“들통이 나더라도 그 시간에 가져 나오는 건 일도 아닌데, 그러면 내 행적이 너무 들어나. 그럼 좋지 않아.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될 거고, 그 분의 이야기도 소문이 나겠지.”

“그럼 열쇠의 본을 뜨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본만 있으면 내가 만들 수 있어. 그럼 누군가 매수 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군. 어렵겠지만 불가능하진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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