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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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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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2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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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18

DUMMY

『7화. 어어? 중간고사라고? 벌써?』







“으아악! 이건 꿈이야!!”



“아빠, 현실을 직시하세요. 어쩔 수 없잖아요.”



“아... 젠장.”



내 방. 나는 머리를 쥐어잡고 침대로 쓰러졌다. 뽑혀 있는 컴퓨터 콘센트. 켜지지 않는 컴퓨터. 그 의자에는 유나가 앉아있다. 강제적으로 컴퓨터를 금지당한 상황이다. 그것은 이유가 있으니.



“아, 진짜. 컴퓨터 좀 하자.”



“안 되요! 중간고사 일주일도 안 남았는데! 공부하라구요!”



“아아아악!! 이건 꿈이야!!”



“꿈 아니라니까요!”



4월 중순. 중간고사의 악몽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으하암-”



요새는 참 편안한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 뭐, 학교 적응이야 3월 내에 다 했지만, 이렇게 두 달 여 가량 지나니 이제 내 집처럼 편하다. 자는 시간과 안 자는 시간, 못 자는 시간을 구분하게 되고, 또한 놀 시간과 딴짓하는 시간도 나누게 되니 수업시간이 쑥쑥 지나갔고, 그에 비례하여 이제 학교 다니는 게 참 편안하다. 지루하기만 한 야자도, 소설을 보거나 만화책을 보거나 성찬이랑 상균이랑 서영이 중에 아무나 잡아서 떠들거나, 세영이와 장난지랄 하거나 하면 금세 지나갔다. 유나는 미래에서 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더 적응을 잘해서, 나 모르게 어느새 타 반 애들하고도 친하게 지내는 모양이다. 승희하고는 나보다도 더욱 친하다. 나야, 뭐, 유나 덕에 승희하고 전처럼, 아니 전보다 더 좋아지긴 했지만 정작 승희하고 유나하고 더 친하니... 어찌 됐건, 요새는 조금 살 맛이 난다. 아, 또 어떤 스킬을 써서 이 지루한 학교를 버티고 집에 가서 게임을 할까.



“에헴.”



“...?”



지루한 오후시간, 갑자기 선생님이 들어와서 게시판에 무엇인가 붙여놓고 나가신다. 나가시며 헛기침을 한 번 하신다. 그것인 즉 무엇인가 눈치를 주는건데, 게시판에 붙여놓은 것을 보라는 의미 같다.



“어디, 뭐가 붙었나?”



옆에 앉아 있던 서영이가 일어나 어슬렁어슬렁 게시판 쪽으로 향했다. 서영이는 그 글귀들을 읽었다. 그러더니, 그의 눈은 점점 커졌다. 그의 눈에는 충격과 공포가 하나 가득 새겨져 있었다. 곧이어 이어지는 비명.



“끄아아아악!!”



“????”



그 쌩쇼에, 반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서영이를 쳐다봤다. 만일 내가 저런 짓을 해서 저런 주목을 받는다면 몹시 쪽팔려 했겠지만, 상대가 누구인가. 서영이시다. 서영이는 비명을 지르고 내 쪽을 바라보았다. 아, 아니, 왜 내 쪽을 봐?



“중...간...고...사...”



“...뭐라고 했노.”



“으아니! 챠!”



서영이의 한 마디에, 반은 순식간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절망하며 땅을 치며 고통스러워 했다. 유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다가, 의문이라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왜요? 중간고사가 뭔데요?”



“으으... 으으으...”



나는 충격과 공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패닉상태였다. 그래서 유나의 소리도 잘 못 듣고 신음하고 있었다. 옆에는 자리에서 돌아와 식음을 전폐하고 앓아 누운 서영이가 있었다.



“아빠!”



“으으... 응?”



“중간고사가 뭔데요!”



“아, 그래, 중간고사는 시험인데. 뭐야, 너 고등학생이였다며. 중간고사도 몰라?”



“그런 거 안했어요.”



“헐...”



정말 부러운 미래의 학제이다. 그보다, 우리 세대까진 다 시험 보는데 너네부터 시험을 안 본다고? 억울하잖아!



“뭐야, 미래에는 시험도 안 봐?”



“네.”



“아이. 어쨌든, 시험 본 데.”



이렇게, 악몽은 시작되었다.








“아, 아~”



“......”



“......”



“안 심심해?”



“...그냥 그래요.”



“하아...”



야자가 끝나고. 평소 같으면 당연히 게임을 하고 지내야 할 나이지만, 오늘부터 유나에 의해 강제로 컴퓨터를 금지당했다. 아마 공부 안 한다고 딸에게 컴퓨터를 금지 당하는 사람은 내가 처음일거다. 여튼, 시험이 거의 1주일 앞이기 때문에, 이렇게 유나가 컴퓨터를 금지해 버렸지만, 나란 사람은 하루라도 컴퓨터를 안 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고 온 몸이 베베 꼬이는 사람이기 때문에, 견딜 수가 없다. 게다가, 가뜩이나 수업시간에도 공부하기 싫어서 시간 죽이고 있는 내가, 이렇게 상에 앉아 있는다고 공부를 할 내가 아니다.



“자, 이제 컴퓨터 하자.”



“아빠, 안 된다고 했죠?”



“야, 나를 컴퓨터를 금지시키는 게 말이 되냐?”



“죽어도 금지에요! 시험 끝나는 날까지는 죽어도 금지라구요!”



“아, 너 진짜 갑자기 왜 그래! 연애코치 하러 온 놈이 갑자기 왜 내 성적코치를 하려고 해! 날 좀 자유롭게 내버려 둬!”



“아빠, 미래에서는 어릴적에 공부만 했다면서, 만날 허세 부린 거에요? 여기선 도통 공부를 안 하잖아요! 공부 좀 해요!”



“그건 내가 한 말이 아니잖아! 나는 컴퓨터를!”



“공부 하라구요!”



결국에, 미래에 내가 유나에게 부린 허세로 인해, 나는 그 날 컴퓨터를 할 수 없었다. 젠장.






-수업시간.




“ㅁㅇㄴㄹㅂㄷㅈㅍㅌㅋㅊㅍ???”



“......”



지금에 와서야 억지로 수업을 들으려 하니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도 없다. 뭔가 요점정리를 해 주시는 것 같은데... 한 달 넘게 수업시간에 자고, 졸고, 놀고... 새삼 후회할 건 없지만, 아니, 새삼 후회하고 있다. 한 달, 아니 2주 전 정도로만 돌아가도 수업 반절 정도만 들을텐데... 후회해도 늦었다. 정말 어떡해 해야하나.



“어, 오늘은 왠일로 진효성이가 다 안 자고 있나. 그래도 시험기간이라고 정신은 차리고 있는거구만.”



“에-네.”



“하하하.”



국사 선생님은 나를 보고 미소지으며 말했다. 평소에 너무도 지루해서 도저히 수업을 들을 수 없던 국사 시간이다. 그러나 지금은 심란해서 잠도 잘 안 온다. 무엇보다, 양심이 찔려서... 잘 수가 없다.



“쿨...”



“얘는 여전 하구만. 어이, 이서영이.”



“으음...”



초조한 나와는 달리, 서영이는 해탈의 경지로 여전하게 자고 있다. 국사선생님이 못마땅한 듯 서영이를 깨웠지만, 서영이는 여간 일어나지 않았다.



“이자식이! 일어나!”



“아 안되! 그쪽으로 가지 마!”



선생님이 서영이를 깨우자, 서영이는 고함을 지르며 일어났다. 일어난 게. 잠에서 깨어났다는 말이 아니라 벌떡 일어났다는 말이다. 선생님은 도리어 어리둥절해서 서영이를 멍하니 쳐다봤다. 서영이도 잠에서 막 깨서 멀뚱멀뚱 선생님을 쳐다봤다. 역시, 개그본능이 살아있는 서영이다. 덕분에 아이들은 또 웃었다.






-점심시간.






평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무리를 지어 조금 늦게 급식실로 향했다. 배식을 받고, 평화로이 밥을 먹는 가운데.



“효성아, 공부 많이 했어? 내일 모래가 시험인데.”



“아, 벌써 그렇게 되었나. 승희 너는 어때? 많이 했어?”



“음... 평상시에 해 뒀으니까, 조금만 더 하면 되지.”



“젠장... 나는 평상시에 안했으니 그냥 포기할까.”



“안돼! 이틀이나 남았는데 무슨 포기야!”



아유... 승희나 유나나, 내가 내 공부 포기하겠다는데 왜 자기들이 호들갑인거야. 나는 그냥 자유롭게 살고 싶은데. 컴퓨터 못 한 지 벌써 5일째인데. 이러다 말라 죽어버릴지도 몰라.



“효성아, 포기하지 않겠는가.”



“너의 사상은... 크고... 아름다워...”



“됐어! 포기할꺼면 너 혼자 포기하지, 왜 효성이까지 끌어들여!”



“원래 포기란 것은 여러 동지와 할 때 아름다운 법이지. 너같은 모범생은 반평생이 지나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뭐래...”



서영이의 아름다운 행동에, 평소에 서영이한테 말도 잘 안 걸던 승희가 말을 다 건다. 그러나 서영이의 똘끼충만한 말투에, 금새 서영이의 말을 무시하는 승희였다.



“안 되겠어. 효성이 이렇게 두다가는 시험 망하는 수밖에 없잖아.”



“그... 그건 그런데, 내 시험 망하는 데 네가 왜...”



“그 꼴 보기 싫거든! 중학교 때는 그래도 중학교 때지! 고등학교 시작부터 그럴꺼야?”



“아이, 그건... 일단 고 1때는 얼마든지 놀 수도 있는 거ㅈ...”



“됐어! 이틀 동안 내가 공부 시킬 꺼니까!”



승희는 엄포를 놓았다. 나는 그저 쭈그러져서 밥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옆에서 보던 서영이가 웃으며 농담식으로 승희에게 말을 건냈다.



“오호, 아주 마누라 나셨네. 너가 승희 마누라야?”



“아니, 소꿉친구다. 어쩔레?”



“아이, 그러면 그거지 왜 화를 내...”



장난으로 한 건데 승희가 의외로 눈을 크게 치켜뜨고 화내는 듯이 말하자, 서영이도 나처럼 찌그러졌다. 나는 뭐라 할 말도 없이 그냥 밥을 먹다가, 내 옆에서 한 마디 말도 않고 밥만 먹고 있는 유나를 봤다.



“......”



“뭐야, 그 표정.”



유나는 뭔가 흐뭇해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조금 기분상한 목소리로 묻자, 유나는 흐뭇해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뇨, 제가 굳이 간섭하지 않아도, 엄마가 잘 하는 것 같아서요.”



“...그러냐?”



“네, 이렇게 간섭하다가 엄마가 아빠 집에서 같이 공부하거나, 반대로 아빠가 엄마 집 가서 공부한다고 해 봐요. 그럼 상황 진전은 얼마든지 가능하잖아요.”



“그런...가?”



“어이, 어디서 엄마아빠 타령이야?”



나는 순간 심장이 덜컥 했다. 평소 유나가 나에게 아빠니 하는 건 작은 목소리로 되도록 남들이 들리지 않게 말하는 것이다. 근데 약간 흥분해서 말한 유나가 목소리 조절을 실패했고, 귀 밝은(?) 서영이가 그 말을 들은거다.



“아, 아니여.”



“뭐시여?”



“아니라니까.”



대충 얼버무렸다. 옆에선 유나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한다.



“죄송해요.”



“응?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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