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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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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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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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1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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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아빠가 되주센! - 036

DUMMY

-다음날.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어, 그래, 승희 왔니?”



오전 10시.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딱 적절한 시간, 승희가 효성이네 집에 찾아왔다. 승희를 맞아 준 건 효성이네 엄마였다. 효성이와 유나는 무슨 일인지 방에서 안 나온다. 아마, 둘이 있어서 소리를 못 들었나 보다. 효성이 엄마는 웃으며 승희에게 말했다.



“호호, 승희 너, 효성이랑 사귄다며?”



“네? 네... 헤헤.”



“호호, 아주머니라고 하지 말고 ‘어머니’라고 하지 그러니?”



“네?”



“오~호호호. 농담이란다, 잘 놀다 가렴~”



효성이 엄마의 무리수에, 승희는 깜짝 놀라 정색했다. 효성이 엄마는 깔깔대며 웃으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승희는 참 못말리는 어머니라고 생각하며, 효성이 방문을 노크하고 들어갔다.



“효성ㅇ...”



“아이씨! 컴터좀 하자고!”



“안된다구요!!”



승희가 웃으며 문을 열었을 때, 방에서는 한참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으로 컴퓨터 쪽으로 다가가려는 효성이, 팔을 벌린 채 컴퓨터에서 수비를 펼치고 있는 유나. 둘은 서로의 빈틈을 노리며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뭐하는거야!”



“어, 승희 왔네.”



“엄마! 아빠가 계속...”



승희가 소리를 빽 지르자, 그제야 둘은 시선을 문을 열고 서 있는 승희 쪽으로 돌렸다. 효성이는 놀라고, 유나는 승희 쪽으로 간다. 유나는 조잘조잘 참새처럼 승희한테 효성이의 잘못을 낱낱이 이른다. 효성이는 좆됐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고, 승희는 도끼눈을 해서 효성이를 노려본다.




“......”



‘서걱서걱.’



‘촥!’



내 방. 내 방에서 거의 일어나기 힘든 일이 일어나고 있다. 방에 펴 놓은 책상. 그리고 모여 앉은 나, 유나, 승희. 나는 안절부절 못하며 유나와 승희를 쳐다봤다. 유나와 승희는 집중해서 공부를 하고 있다. 방은 아주 조용하고, 그저 샤프로 글씨를 쓰는 소리나 책을 넘기는 소리만이 큰 존재감으로 들린다.



“아, 제발!”



“조용히 하고 공부하자, 효성아?”



“네, 마님.”



내가 발악하듯 소리치자, 내 앞에 앉은 승희는 책에서 시선을 떼고 나를 쳐다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나 그 기세는 몹시 패도적이라, 나는 황급히 책으로 시선을 옮기며 대답했다. 그래도 영 답답하고 죽을 것 같은 건 사실이다. 내가 10분도 안 되 딴짓을 하고 있자, 답답했는 지 승희가 내 옆으로 왔다.



“으이구, 대체 왜 이렇게 공부 안 하는거야.”



“아이... 미안.”



“자, 봐봐. 알려줄게.”



승희는 내 책과 공책을 펴고서, 조곤조곤히 문제를 알려줬다. 비단 선생님이 그냥 칠판에 적고 자기가 풀고 자기가 해설하고 하는 답답한 방법이 아니라, 적절하게 이게 왜 이렇게 되는 지, 또 내가 풀어보라고 하는 등, 참 다정한 설명이 좋았다. 무엇보다, 승희가 옆에 붙어서 이렇게 공부를 가르쳐준다는 것 자체가! 참 좋았다.



“이렇게?”



“아니, 그게 아니라... x를 이렇게 해서... y는 이렇고...”



“...뭔소리야.”



“에이, 설명을 똥으로 들었어?”



“헐.”



“좀 잘 들어. 설명할 때.”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자, 승희가 상스러운 말을 한다. 그래도 계속 승희랑 같이 공부를 한다.




문득, 열심히 공부하던 유나가 고개를 들어 앞을 봤다. 승희와 효성이가 다정하게 공부하고 있다. 둘이 붙어서 공부하는 걸 보니, 참 보기가 좋다.



‘음... 내가 여기 있으면 방해 되려나?’



혼자 잠시 생각한 유나는, 책을 들고 조용히 일어났다.



“어디가?”



“아, 아니... 그냥.”



문제를 풀다말고, 승희가 말했다. 유나가 책을 들고 슬그머니 나가려고 한다. 의외로 집중하고 있던 승희가 자신을 쳐다보자, 유나는 조금 당황해서 얼버무리고 신속히 방을 나갔다.



“뭐지, 왜 나갔데?”



“글세?”



유나가 나가고, 나와 승희 둘이서 내 방에서 공부를 했다. 역시, 유나 없이 둘이서만 있으려니, 조금 어색하다. 많이 친해지고 사귄다고는 하지만 정작 둘이서만 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저번 데이트도 결국 서영이와 유나의 난입으로 중간에 깨져버리고... 뭐, 유나가 있어서 안 어색해서 더 좋긴 하지만, 이건 이거대로... 조금... 묘하다.




‘이건... 기회인가!’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마침 유나도 나가고, 승희는 내 옆에 붙어있고, 조금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치만 무턱대고 달려들어서(!) 뭘 할 순 없으므로, 힐끔힐끔 승희를 보며 기회를 노렸다.



“...뭘 봐?”



“아니, 그냥.”



“......?”



내가 계속 승희를 쳐다보자, 승희가 내 시선을 의식하고 물었다. 황급히 시선을 돌리는 나. 아이, 이러다가는 안되겠다. 나는 예고도 없이 갑자기 승희의 양 어깨에 내 손을 올렸다.



“뭐... 뭐야?”



“승희야.”



나는 진지한 눈빛으로 승희를 바라봤다. 승희는 당황한 눈빛으로 내 시선을 피했다. 나는 서서히 다가갔다. 아아, 이게...



‘퍽!’



“뭐하는 거야!”



“엌ㅋㅋ”



벌떡 일어나서 발로 나를 밟고 있는 승희,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몰매를 맡은 나. 내가 어깨에 손을 올리고 엄한 짓(?)을 하려고 하자, 승희가 재빨리 내 팔을 꺾고 나를 제압한 뒤 나를 흠씬 두들겨 팼다. 아, 승희가 어디서 무술을 배웠구나. 아무리 승희가 여자애여도, 발로 차니까 엄청 아프다... 순간적으로 내가 무슨 강간마 같은 쓰레기가 된 기분이다. 위쪽에서, 승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괘, 괜찮아?”



“......”



“미, 미안.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승희는 걱정 없겠다, 밤거리에 혼자 나다녀도. 호신술이 몸에 패시브스킬로 익혀져 있으니... 나는 엎드린 자세에서 그대로 굴러 벌렁 누웠다.



“아... 아프다.”



“그, 그러니까 왜 그런 짓을 해서...”



“아이... 왜, 안되?”



“아니... 그니까...”



도리어 내가 뻔뻔하게 반문하자, 승희는 일순 할 말을 잃었다. 잠시동안 또 어색한 상황에,



“효성아, 승희야, 이거 먹고 공부해라.”



“오, 엄마.”



“아유, 우리 아들래미 공부시키느라 고생이 많구나, 승희야.”



“아니에요...”



이 어색한 상황을 타계할 엄마가 왔다. 쟁반에 사과에, 이거저거 먹을거리를 가지고 오셨다.



“그런데, 유나는 왜 거실에서 공부하니? 너네가 내쫓았어?”



“아니, 아닌데요?”



“그냥, 방해될까봐 나왔어요.”



엄마의 질문에, 유나가 거실에서 내 방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아마 간식만 먹고 다시 나가려나보다. 짜식, 그래도 나하고 승희 둘이 있는 거 방해 안 하려고 나가주다니... 아비 생각하는 자식 마음에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그리고 그 날은 공부만 했다.(응?)






시간은 흘러, 기말고사 시작날.




“후후후후후...”“흐흐흐흐흐...”



시험시작하기 1시간 전, 학교. 나는 괴소를 지으며 누군가를 보았다. 누군가도 괴소를 지으며 나를 봤다. 바로 서영이. 나와 서영이는 서로 미친 것처럼 괴소를 지으며 서로를 쳐다봤다.



“시험, 공부는 많이 했나?”



“훗... 네 걱정이나 하시지?”



먼저 시비를 걸어온 쪽은 바로 서영이. 내가 요새 공부를 좀 한다고 하자, 서영이도 그 일에 동참, 이번 기말고사 잘 보기로 내기를 걸었다. 이른바 ‘진효성이 하는 데 내가 안 할 수 없지’ 라는 심보. 나와 서영이는 이제 서로를 의식하며 자리로 갔다. 다른 아이들은 연신 불안한 듯 떠들거나, 혹은 엄청 책을 훑어보거나 하고 있다. 유나는 후자 쪽이다. 책을 머릿속으로 빨아들일 기세로 책을 보고 있다.



“유나야, 공부 많이 했잖아.”



“그래도... 마지막에 보는 게 시험이에요!”



“에효. 나는 그냥 있을란다.”



유나는 끝까지 책을 놓지 않는다. 혜영이는 정 반대다. 혜영이는 평소에는 항상 공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의외로 시험기간 때는 아무것도 안 하고 창 밖 풍경을 보거나, 가끔 참고서를 조금 훑어보거나 한다. 그래도 혜영이는 지금까지 항상 반 1등에, 전교 10위 안에 드는 기염을 토해낸다. 아마, 평소에 공부하는 내실이 튼튼해서 그런 것 같다.



“반장은 태평하네.”



“아니야, 이번엔 공부를 좀 못해서... 불안해.”



“헤에. 그래도 나보다 잘 볼꺼잖아.”



“에이, 효성이 너는 평소에 자잖아.”



“헉... 겁내 냉정한 말을 서슴없이...”



“아, 농담이야.”



이렇게 혜영이랑 농담따먹기나 하고, 중간고사 때나 기말고사 때나 변함없이 항상 ‘나는 시험을 포기했소’ 라고 하는 성찬이와 같이 대화를 하며 조금 놀다가, 마침내 시험시간이 됐다.




“시작.”



‘서걱서걱...’



선생님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시험은 시작됐다. 과목은 사회. 사회 선생님은, 시험보기 3일 전에 말하길, 중간고사 때 난이도가 너무 쉬워서, 기말고사 때는 난이도를 높였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불안한 과목이다. 비록 승희와 같이 2일동안 사회 트레이닝을 했지만.



‘흥선 대원군이... 수요가... 축척?’



비교적 답은 쑥쑥 나왔다. 역시, 공부한 효과인가! 물론 아리까리 한 것도 참 많았다. 특히, 왜 그런 진 모르는데 항상 5개의 선택지 중 3개는 명백히 아닌데 2개가 심히 헷갈린다. 그래도 대충 찍었다. 이럭저럭 문제를 다 풀으니, 시간도 딱 맞아서 한 10분 남는다. 황급히 마킹을 하고 한 5분 쉬니, 사회 시험이 끝났다.



“아악~”



“아 망했어~~”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탄식이 실러져 나왔다. 여러 아이들은 사회 존나 어려웠다며, 사회 선생님을 욕했다. 이런, 어리석은 녀석들, 공부 안 해놓고 어렵다고만 하다니... 아, 언제 내가 이렇게 기고만장해졌지. 다 승희 덕이다, 승희 덕이야.



“유나, 시험 잘 봤어?”



“으...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흐흐, 난 쉽던데?”



“에? 쉬웠어요?”



“그래, 승희랑 공부하니까 괜찮던데.”



“아... 부럽당.”



유나는 시험을 그리 잘 보지 못했나보다. 약간 울상인 게, 시험을 망쳤나보다. 유나랑 얘기하는데, 상균이가 어두운 표정으로 나에게 와 말했다.



“시팔, 커플은 평소엔 둘이 놀고, 시험 때도 둘이 공부해서 성적 쑥쑥 오르고... 더러운 세상, 나는 시팔, 아오...”



“아, 상균아.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다 필요 없어! 크흑...”



상균이는 큰 키와는 다르게 상큼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이런... 나는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이번엔 서영이에게 다가갔다. 서영이는 엎드려 있다.



“어이, 제군. 왜 엎드려 있는가.”



“......”



“이보게. 설마 자네, 시험을 못 봤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gg.”



“허어, 첫날 첫 번째 시험 가지고 gg선언을 하다니, 너무한 거 아닌가?”



“아 시팔 너 잘났다, 내가 졌다고.”



서영이는 고개를 들어 자기 시험지를 내밀며 말했다. 시험지에는 컴퓨터용 싸인펜으로 체점이 되 있었다. 동그라미보다 짝대기가 더 많다. 맨 앞페이지에는 당당하게 ‘48’이라고 써 있다.



“헐...”



“어때, 포기할 만 하지?”



“체점은 누구꺼랑 한겨?”



“반장꺼.”



아, 그러면 거의 정답이겠구나. 쉬는 시간 10분은 금세 지나가서, 다른 시험을 보러 얼른 제자리로 돌아갔다.





-“아~ 끝났구나!”



“우와아아~”



“대한독립 만세!!”



중간고사는 3일이지만 기말고사는 4일이다. 하루의 차이이지만, 그 차이는 몹시 심하다. 그래도, 사람 심신을 조이던 시험이 끝나자 모두 기쁜 마음이다. 언제나 항상 있는 일부 과격분자들은 시험지를 찢고 전교의 복도를 돌아다니는 퍼포먼스(?)를 보이며 시험이 끝난 기쁨을 온 몸으로 표현했다. 나도 시험이 끝나 기뻤다. 중간고사 때와는 또 다른 기쁨이다. 이제 다 끝났다, 정말 다 끝나서, 최소한 여름방학까지 남은 날들은 별 걱정 없이 놀 수 있다는 것에서, 중간고사가 끝난 것보다 더한 기쁨이다.




“으이구, 이제 또 놀 궁리만 하겠네?”



“들켰네. 에이, 그래도 시험 끝났는데.”



“그래, 놀자, 놀아.”



승희도, 기분이 좋아서 말했다. 시험은 중간고사때보다 조금 더 잘 봤다고 한다. 유나도, 저번처럼 실수하지 않고 잘 봤다고 하니, 다 같이 기쁜 시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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