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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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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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1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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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13

DUMMY

‘드르륵.’



“애들아, 안녕. 자리에 앉아, 수업시작하자.”



열성적인 수학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유나는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수업이 시작되려고 하는데, 수학선생님이 유나를 보고 말했다.



“아,네가 새로 전학 온 유나구나! 예쁘네-”



“헤헤.”



수학선생님이 웃으시며 말하자, 유나는 기분이 좋은 듯 웃었다. 그 미소에, 선생님이 더욱 활짝 웃으며 말했다.



“자, 시작하자마자 문제 풀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전학 온 기념으로 이 문제 한 번 풀어보렴.”



“네... 네?”



“자, 선생님이 문제는 써 줄게.”



선생님의 말에 유나는 조금 당황한 듯한 내색을 했지만, 금세 얼굴빛을 회복하고 칠판 쪽으로 나갔다. 분필을 집는 유나. 집는 게 어색한 걸 보니, 분필을 처음 잡은 듯 하다. 미래에는 분필도 없나보네. 유나는 곧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 조금 이상했다. 답은 틀림없이 맞는데, 그 중간에 풀어놓은 공식이 이상했다. 원래라면 공식을 차근차근히 써 가며 한다면 칠판 밑까지는 글씨를 써야 하는 게 정상이었다. 그런데 유나는 몇 단계 거치지도 않고 바로 답을 써 냈다.



“어...? 오, 이런 식으로 풀었어?”



“헤헤.”



“이런 건... 나도 처음 보는데?”



수학선생님은 깊은 고찰을 하며 유나가 풀어놓은 방식을 보았다. 유나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나는 유나에게 작게 물었다.



“저거, 뭐야?”



“아, 처음 풀어봤는데. 재밌네요.”



“아니, 저렇게 푸는 게 아니잖아?”



“예? 저는 제가 배운 대로 풀었는데.”



“...아, 그러니까 저건 미래의 공식이구나.”



“...아, 그렇네요.”



그래, 유나는 미래에서 온 아이지. 먼 미래에서 온 미래의 공식이구나. 이거, 이러다가 미래가 바뀌어 버릴지도 몰라. 저런 공식이 유출되다니. 수학선생님은 의구심을 걷지 못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유나가 풀은 수학 문제를 보다가 지우고 수업을 진행했다.

여러 수업이 진행될수록, 유나는 빛이 났다.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고 요건 요겁니다.”



“잘했다, 앉거라.”



역시, 유나는 승희를 많이 닮았다. 공부도 잘하고, 예쁘고, 특히 웃을 때 꼭 승희를 보는 것 같다. 이런, 이러다가 딸한테 열등감 느끼겠네. 아니, 이미 느끼고 있나... 5교시까지 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우와아아아-”



반수 정도의 아이들은 미친듯이 뛰어갔지만, 마찬가지로 반수 정도의 아이들은 그냥 남아 있었다. 나는 남았고, 유나도 영문도 모르고 남았다.



“아ㅃ, 아니, 효성아. 왜 안 가는 거에요?”



“응, 그게. 사람 많잖아. 좀 있다 가는거지.”



유나의 존댓말도 아니고 반말도 아닌 어중간한 말투에, 나는 얼굴을 찡그리고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학교에 학생이 대략 700~800명 정도 되고, 게다가 선배들도 있고 하니, 저렇게 일찍 뛰어 가봤자 정말 일찍 먹을 확률은 극히 적었다. 어차피 먹는 밥, 천천히 가는 게 백번 나았다. 내 친구들이 내 근처로 기어왔다.



“오, 아주 그냥 연인이야 연인.”



“진짜 사귀지 그러냐?”



“뭔 개소리 들이야! 그딴 소리 할 꺼면 꺼져!”



“아우, 오늘은 효성이가 민감하네. 매직데인가봐.”



“그래도 개소리!”



내 위협에, 친구들은 두려워하며 피했다.(?) 유나는 그 모습을 보며 깔깔 웃었다. 점심시간은 평소와 비슷하게 돌아갔다. 평소와 다른점은, 아, 일단 평소라면, 나는 이 떨거지들과 함께 교실에서 가볍게 담소를 나누다가 한 15분 쯤 지나서 식당으로 향했을 것이다.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유나가 있으므로, 대화의 내용이 상당히 달라졌다. 게다가, 또한 웬일인지 평상시엔 대화에 참여하지 않던 반장의 대화 참여로 더욱 시간을 질질 끌게 되었다. 25분정도 지나고서야, 우리 무리는 식당으로 나설 수 있었다. 식당으로 가며, 나는 유나에게 말했다.



“유나야, 내 친구 녀석들을 소개시켜줄게.”



“네.”



“저 앞에 가는 애. ㅁ나 깝치고 있는 애. 키 작고 초등학생 처럼 생긴 애.”



“아, 예. 저사람하고 악감정 있어요?”



“하하, 장난이지. 박성찬이야.”



“너 내 욕 하니?”



“아니, 설마.”



성찬이는 눈치가 빨라서, 금새 내가 자기 욕 하고 있는 걸 알아챘다. 그러나 나는 얼른 둘러댔다. 평소라면 성찬이는 쌍욕을 하며 나에게 달려들었을 테지만, 지금은 교전중(?) 이기 때문에, 얼른 다시 도망갔다.



“지금 성찬이 쫒고 있는 애. 키 크고 안경쓴 애.”



“네. 되게 재밌게 노네요.”



“그러게. 초딩도 아니고. 아, 박상균이야.”



상균이와 성찬이는 초등학생처럼 뛰어다니며 서로 잡기 놀이를 했다. 참 재미나 보였다. 상균이는 키가 크고 노숙해 보였고, 성찬이는 키가 작고 동안이기 때문에, 교복을 안 입고 저러고 있다면 마치 삼촌과 조카가 같이 노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그리고, 여기 조용히 있는 애가...”



“내 이름은 내가 말하게 해 달라고. 안녕, 이서영이야.”



“아, 안녕.”



서영이는 그나마 상균이나 성찬이보다 점잖았다. 물론 이녀석도 결국 나랑 논다는 면에서 점잖은 애는 아니지만. 이렇게, 음, 몇 명이냐. 나, 유나, 상균이, 성찬이, 서영이, 반장. 여섯명이나 되는 무리가 걸어갔다. 음, 많군. 어... 근데 뭔가 빠진 듯한 허전한 느낌이 드는데.



“진효성 너어~~!!”



“...아, 승희야!”



제기랄, 까먹은 건 승희였다. 내가 미쳤지, 까먹을 게 따로 있지, 어떻게 승희를 놓고 갈 생각을 했지. 승희는 화가 난 듯이 멀리서부터 뛰어왔다.




“너 죽을래! 나를 두고 가!”



“아, 미안. 유나한테 애들 소개 시켜 주느라...”



“승희야, 화 풀어라. 뭐 까먹을 수도 있...”



“이서영 넌 빠져!”



“네.”



서영이가 내 변호를 해 주려 했지만, 승희의 단 한마디에 쭈그러들었다. 승희는 그 뒤로 화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화났어?”



“됐어, 화 안났으니까.”



그렇게 말했지만, 단단히 화 난 것처럼 보이는 승희였다. 화기애애하던 무리의 분위기는 급격하게 다운되었다. 승희가 반에 친구가 없어서 내 친구들하고 밥 먹는 건 아니다. 내가 부탁해서, 점심 같이 먹자고 부탁해서 이렇게 같이 먹는 것이었다. 근데 내가 승희를 까먹고 그냥 가 버리다니... 내가 미쳤지... 이런 와중에 유나는 눈치없게 승희에게 말을 건다.



“화 풀어요, 승희야.”



“...?”



유나 특유의 존댓말도 아니고 반말도 아닌 말투에, 승희는 의아한 눈빛으로 유나를 보았다. 다행히 승희가 화를 내진 않았다. 둘은 의외로 대화를 나누었다. 이런 상황에서 승희랑 말을 하다니, 역시 모녀는 대단하군. 밥은 대충 먹었다. 냉전 같은 분위기에, 상균이랑 성찬이는 둘이 따로 놀고, 나는 역시 유나와 서영이랑 간간히 웃긴 말을 하고, 승희는 아무 말도 안하고 밥만 묵묵히 먹고, 반장은 자신의 존재감이 잊혀져 가는 것을 한탄하며 상황을 보기만 하면서 밥만 먹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는, 또 지루한 수업의 연속.

아. 정말 지루하다. 수업이야 항상 안 듣는 거고, 지루하기 짝이 없다. 역시 이런 때엔 승희 생각이나 해야지... 아, 정말 그 때는 홧김에 고백해서 뭔가 아니게 됐지만... 지금은 승희가 더욱 좋다. 그렇게 거지같이 고백했는데도 다시 놀아주니까. 아, 진짜. 그냥 승희만 보고 싶고, 같이 밥이나 먹고, 같이...



“...?”



“아빠!”



졸고 있던 나는 무슨 이상한 낌새에 눈을 떴다. 뭔가 하고 보니, 유나가 작게 소곤대는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왜?”



“수업시간에 졸면 안되죠!”



“......”



유나의 천진난만한 행동에, 나는 그냥 짜증스런 표정을 짓고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나 재차 부르는 유나의 목소리에 결국 눈을 뜰 수 밖에 없었다.



“아빠!”



“아, 진짜.”



“크크큭, 효성이 임자 제대로 만났네.”



유나 옆 짝궁인 세영이가 옆에서 키득대며 말했다.



“넌 또 뭔...”



“거기, 아주 돗자리 펴고 꽃구경 가지 그러니?”



“아... 죄송합니다.”



항상 이러면 내가 걸린다. 둘은 작고 조용하게 말했지만, 졸다가 일어났고 가뜩이나 짜증이 치밀어 오른 나는 목소리 컨트롤을 하지 못해 선생님에게 지적을 당했다. 에휴... 그게 내 팔자지. 이제 조는 것도 제대로 못 하는구나. 어거지로 수업을 듣고,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서, 저녁시간. 저녁도 다 같이 먹고나서, 이제 한참 심심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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