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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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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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2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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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20

DUMMY

-시험시간.



첫 시험시간은 영어. 나는 영어를 참 못한다. 이틀 전에 승희가 집어준 부분을 열심히 외우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숨죽은 교실에는 시험지가 배부되었다.



‘옷!’



시험지를 받고, 푸는데, 마음속으로 약간 탄성이 외쳐졌다. 승희가 집어준 부분이나 알려준 게 거의 그대로 나왔다. 물론 아예 모르는 것도 있지만, 굉장히 많이 나왔기 때문에, 문제를 굉장히 수월히 풀 수 있었다.



‘승희는 족집게 강사인가.’



그런 여유있는 생각까지 해가며, 문제를 풀어갔다. 벌써 중간 부분까지 왔지만 아직까지 크게 막히는 부분은 없었다. 구문은 잘 해석되었고, 문법문제마저 승희가 외우라고 한 부분에 있던 것이라, 바로 답을 찍을 수 있었다. 이렇게 공부하고 시험을 봐 보는 게 얼마만인가. 이렇게 다 알고 시험을 봐 보는 게 얼마만인가. 괜히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그래도 내 독해 속도는 느려서, 시간이 어느정도 걸려, 한 10분 가까이 남겨놓고 문제를 거의 다 풀었다. 문득, 유나가 잘 했나 궁금해서 살짝 옆 쪽 뒤를 봤다. 유나는 내 대각선 뒤에 자리하고 있었다.



“...!”



나는 순간 놀라 ‘왜?!’라고 소리지를 뻔 했다. 유나는 울상이 돼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 왜 그런 지 정말 울 것 같은 얼굴이였다. 그러다 문득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입모양으로 왜 라고 말했지만, 유나는 그저 울상으로 고개를 저을 뿐이였다. 무슨 문제인가 알 수도 없는데, 선생님이 지적을 준다.



“진효성, 너 지금 뭐하나.”



“아... 저, 아니에요.”



젠장, 시험시간이라 유나한테 도움 줄 수 있는 게 없다. 뭐야, 유나 열심히 공부한 게 아니였다. 아니, 시험 못 봤다고 저렇게 울상일 리는 없을텐데. 그럴 애가 아닌데. 뭔가 찜찜해 하면서 10분을 지냈다. 영어시험 종료.



“......”



“......”



시험 끝나고 바로 유나에게 갔다. 유나는 바로 엎드려서 울고 있다. 다른 애들은 왁자지껄해서 시험지 답 맞추느라 정신이 없다. 다만, 바로 달려온 나와, 옆자리에 있던 혜경이만이 유나를 보고 있을 뿐이다.



“유, 유나야, 왜 울어.”



“...흑, 흐윽.”



혜경이는 약간 당황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유나는 엎드려서 들릴 듯 말 듯 흐느끼고 있다.



“유나야, 왜, 왜그래.”



“...아빠, 흑.”



내가 부르자, 유나는 고개를 살짝 들고 나를 봤다. 슬픈 눈망울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나는 얼른 유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왜, 왜 우는거야. 시험 못 봤어?”



“나... 너무 바보같아서... 흑, 아아앙!”



유나는 끝내 소리내어 울었다. 틀림없이 유나 고 1이랬는데, 이러니까 한없이 어려보인다. 소리내어 울으니까 일부 애들이 쳐다본다. 꼭 내가 울린 것 같다. 어휴, 그런 오해는 둘째치고, 얼른 달래기나 해야지.



“뭐가 바보같다는 거야, 응?”



“답...안지...”



“답안지?”



“답안지 작성법을 몰라서... 흑, 아앙.”



“......”



아. 답안지 작성법을 몰라서. 아, 그보다도 컴퓨터용 싸인펜도 없었겠구나. 그보다도 OMR카드가 뭔지도 몰랐겠구나. 다 내 잘못이다. OMR카드의 존재를 아예 까먹고 있었다. 고등학교니 당연히 선생님들은 애들이 OMR카드 사용법을 안다고 생각할테니. 내가 알려줬어야 하는데. 젠장. 옆에서 모든 대화를 듣고 있는 혜경이는 약간 어이없어 하는 눈으로 유나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좀 그렇지만 나는 계속 유나에게 말을 걸었다.



“답안지 못써서... 그래서 그러는거야?”



“흑! 다 풀었는데... 못 푼 것도 아닌데... 흑!”



“...그래, 뚝! 그만 울고. 억울한 거 다 이해해. 내가 미안해, 유나야. 알려줬어야 하는데.”



“으아아아앙!”



내가 부드럽게 말하자, 유나는 더욱 서럽게 울었다. 몇몇 아이들이 쳐다봤지만, 나는 일단 유나를 달래야하기 때문에 그저 유나 옆에서 유나 머리만 쓰다듬어줄 수밖에 없었다.“뭐시여, 효성아, 유나는 왜 울어?”



“답안지를... 못썼데.”



“허어, 뭔일이래. 유나야, 울지마.”



“...흑!”



서영이가 와서 심드렁하게 유나를 위로했다. 개수작 하지 말고 얼른 가라고 하려고 했는데, 의외로 위로에 효과가 있었다. 서영이의 말에 유나가 울음을 그치려고 훌쩍거렸다. 곧이어 온 사람은 승희였다.



“효성아! 시험 잘봤어? 아...”



“...응, 그럭저럭 봤는데.”



“유나... 왜...?”



“답안지를 못써서.”



“아...”



승희는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지만, 곧이어 유나가 훌쩍이는 것을 보고 목소리가 급격히 작아지며 물었다. 내 대답에, 승희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을 줄였다. 그러더니 유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냈다.



“유나야, 울지 마. 다음시험엔 그런 실수 안하면 되지. 응?”



“...응.”



“그래, 착하다.”



승희는 유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역시, 승희가 엄마구나. 근데 유나 이녀석은 고 1이라는 애가 학교에서 이렇게 울어재끼면 어떡하자는거야. 시험시간이 다가오기 전에, 나는 얼른 유나에게 OMR카드 사용법을 알려줬다.



“자, 이 펜으로... 네 번호가 30번이니까, 10230... 이렇게.”



“......”



“답이 5개중에 있으니까, 실수하지 말고 제대로 칠하고. 알았지?”



“네.”



유나는 울어서 약간 빨갛고 부은 눈으로 나를 보고 조금씩 훌쩍거리며 설명을 들었다. 굉장히 길어 보이는 쉬는시간이지만, 쉬는시간은 10분 뿐이다. 금새 끝난 쉬는시간. 다시금 시험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시험이 시작되기 전에 유나를 살짝 봤다. 유나는 눈을 반짝이며 시험지를 보고 있었다. 약간 안심하고, 나도 시험에 집중했다.


오전시험은 끝이 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우리 무리인 성찬이와 상균이, 서영이가 왔다.



“자, 모두 시험 망침을 기념하며...”



“엉엉엉.”



“흑흑흑.”



셋은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서로를 위로했다. 나는 왠지 입꼬리가 올라가려 했다. 승희가 알려준 덕에, 조금은 우월한 성적이 나온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유나하고 맞춰보니, 답도 거의 비슷하게 나오고, 대충 한 80점은 나온 것 같다. 그러나 또 깝치면 애들한테 단체로 얻어맞을 위험이 있으므로,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승희가 와서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헤헤, 봐, 하면 되는 애가.”



“다 네덕이야, 승희야. 고마워.”



“에이, 아직 시험 끝나지도 않았거든?! 겨우 세과목 잘 본 거 가지고 그러지 말어.”



승희는 쉬는시간마다 나를 찾아와서 체점을 했기 때문에, 내 점수를 다 알고 있다. 이거 너무 묶여 사는 건가...?






지루한 시험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시험 기간은 몹시 더디고 지루하게 지나가지만, 막상 시험을 보면 그 시간은 몹시도 빨리 지나간다. 벌써 3일이 지나서, 시험이 다 끝났다.



“이야~ 끝났다~”



“오예~”



학생들은 시험이 끝난 걸 기뻐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시험지를 찢고, 혹은 침울해하거나 했다. 나는 서영이와 성찬이와 상균이와 같이 피시방 갈 얘기를 하며 히히덕 댔다.







나는 시험을 잘 보진 않았다. 그치만 확실히 망친 건 아니였다. 중학교 때 성적으로 비교하면 올랐다고 하는 게 정상이였다. 잘 본건 90점 대도 하나 있고, 못 본건 60점 정도도 있다. 그래도 무난하게 성적이 나와서, 기분이 썩 좋았다. 승희한테 고맙다고 하려고 했지만, 어쩐 일인지 시험이 끝났는데 승희는 우리 교실로 안 왔고, 나는 유나를 혼자 집에 보내고 아이들과 피시방에 갔다. 고맙단 말 한마디 안해서 조금 미안하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아유, 우리 아들. 시험 보느라 수고 많았어.”



“그래요.”



“그래요가 뭐야 건방지게.”



“아이, 엄마 태도가 갑자기 왜 이래요!”



“시험 보느라 힘들어 하니까 오랜만에 좋게 말해주니까 ‘그래요’? 이자식이...”



피시방에서 한참 놀고 저녁 때가 다 되어서야 들어온 나. 엄마는 내가 집에 오자마자 갈군다. 저녁을 먹고, 당연하게 컴퓨터를 켰다. 아, 유나는 웬일인지 저녁도 안 먹고 자고있다. 엄마와 내가 저녁 먹고 자라고 몇 번이고 깨웠지만, 유나는 시험 기간 3일동안 거의 잠을 안자고 공부한 영향 때문인 지 누가 데려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들었다. 유나는 첫째 날 영어 0점의 충격으로, 그 뒤 시험을 잘 보겠다고 맹세했는지 매일매일을 밤새다시피 했고, 영어 빼고 모든 시험이 거의 100점에 가까운 기염을 토했다. 그래서, 지금은 저렇게 쓰러져 있다. 여튼 당연하게 컴퓨터를 틀고 매신져에 들어갔는데, 아까 피시방에 있을 때만 해도 접속해 있지 않던 승희가 들어와 있었다.



<오, 승희야.>



<응? ㅋㅋ 안녕.>



<시험 끝났네. 오늘 꺼 잘 봤어?>



<어? 뭐 그냥 ^^ 너는 잘 봤어?>



<나는 잘 본 거 같아. 고마워.>



<다음부턴 네가 스스로 공부하라구! 헤헤헷 ㅋ>



<네 덕에 이번 중간고사 본 거 같애 ㅋㅋ>



<에이! 자꾸 그렇게 나 칭찬하지 마 나 방방 뜨니까! ㅎㅎㅎㅎ>



<아냐 진짜 고마워 진짜루.>



<그래... ㅋㅋ>



승희랑 한동안 얘기를 하다가, 나는 의자를 뒤로 쭉 빼고 기지개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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