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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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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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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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2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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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25

DUMMY

“억, 배불러...”



“크하, 그래, 이렇게는 먹어야 밥 먹은 거 같지.”



우리는 모두 잘 먹고 나왔다. 나쁜 말로 배 터지도록 먹고 나왔다. 돈이 상당히 많이 나왔지만, 보스는 눈 하나 깜짝 않고 외상으로 처리했다. 어떻게 고깃집에서 외상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주인과 잘 아는 사이인가보다. 보스는 잘 먹었다는 듯 호쾌하게 웃으며 당당하게 허리를 펴고 잠시 허공을 보더니, 내 쪽을 보고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그래, 축제를 잘 즐기거라. 승희도 잘 보살피고.”



“예... 보스는 축제 안 가요?”



“난 봉사활동 가야 되. 크~ 그야말로 진심이 우러나오는 봉사활동이 아닐 수가 없지.”



보스는 그렇게 말하더니, 부하들을 이끌고 떠나갔다. 부하들은 봉사활동 하기 싫어하는 표정이었지만, 보스를 따라 갔다.



“하하. 점심 잘 먹었네.”



“응, 재미있었어.”



우리 둘은 배불리 잘 먹고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흐읏... 아... 핫, 아...”



“괜찮아?”



“으응... 조금은 나아졌... 아...! 아파...”



승희는 잔뜩 얼굴을 찡그렸다. 얼굴은 창백하고, 표정은 고통스러워 보였다. 승희가 묘한 소리를 내자, 나도 조금은 걱정되었다. 너무 아픈 게 아닌가 싶어서... 이렇게 아픈데, 그만 둘까 하고도 생각했다.



“그러니까, 적당히 먹지.”



“그, 그치만...! 그 보스라는 사람 약올릴려고 막 먹었단 말야...”



승희는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배탈이 났다. 아니, 체한건지 배탈이 난 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 연신 식은땀을 흘리며 얼굴이 새하얘진 승희는 복통을 호소했다. 조금 지나고는 거의 걷지도 못했다. 결국에는 내가 부축해서 양호실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양호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충 약을 찾아 승희에게 먹인 후, 침대 쪽에 뉘이고 나는 의자를 침대 옆에 놓고 앉았다.



“화장실에라도 가보는 게... 낫지 않을까?”



“...너는 그게 여자애한테 할 소리야?”



“아, 미안.”



아니, 배 아프다면서. 배 아픈 건 화장실이 즉효약인데... 승희는 아직도 배가 아픈 지 얼굴을 약간 찡그린 체 눈을 감고 있었다. 순간 두근 하는 마음이 들었다.

밀실에 나하고 승희만, 승희는 아파서 누워있고... 얼굴은 아파서 그런 지 조금 상기되어 있고... 아니, 대체 나는 왜 기회만 되면 이렇게 야한 상상만 하는 걸까. 역시 야구동영상의 영향이 커, 에잇, 이 쓰레기, 멍청이, 변태 쓰레기!



“...뭐야.”



“응?”



“야한 상상이라도 한 거야?”



“아, 아니, 뭔 소리야.”



“하하, 나 아직 당하기 싫으니까, 나가 줘, 효성아.”



“뭔... 소리야.”



“응, 진짜 혼자 있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 이따가 저녁에, 좀 나아지면 전화할게.”



“아, 알았어.”



나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진짜 한 순간에, 승희가 내 생각을 읽고서 나를 변태로 인식하고 실망해서 내쫓는 건 줄 알았다. 승희는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진짜 야한 상상을 하고 있던 나로서는 공포에 질릴만한 소리였다. 양호실에서 나와 홀로 교정을 걸었다.

혼자 교정을 걷는 건 고역이다. 다른 애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재미있게 축제를 즐기는데, 나 혼자 홀로 걷고 있다. 쓸쓸하고 외로운 기분이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유나라도 데려올 걸. 그런 기분으로 걷는 데, 친구들을 만났다.



“어이, 진효성이.”



“어, 상균아!”



어째 축제 내내 보지 못한 상균이와 성찬이를 만났다. 성찬이는 툴툴대며 말했다.



“뭐시여, 축제동안 여자친구랑 놀아난 놈이 왜 혼자 다니고 있는거야?”



“여, 여자친구는 무슨. 승희 아파서, 혼자 있었지.”



“허허, 지극정성일세.”



“늬들 자꾸 그럴레?”



“응, 그럴레.”



성찬이와 상균이는 둘이서 나를 골려먹었다. 여하튼, 일행이 생긴 건 참 다행인 일이다. 혼자 다니기 적적했는데, 상균이와 성찬이가 붙으니 교정을 돌아다닐 맛도 났다. 물론 승희와 둘이 걷는 거 보다야 재미는 없지만, 그냥 맘 편히 돌아다닐 수 있어, 그 점은 마음에 들었다. 돌아다니며 먹을 것도 사먹고, 이상한 것들 구경도 하고, 그렇게 나름대로 축제를 즐겼다.



“아ㅃ... 아니, 효...”



“어, 그래, 유나야.”



멀리서 유나가 뛰어와서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일단은 나만 보고는 아빠라고 할려다가, 주위의 성찬이와 상균이를 보고는, 효성이 라고 하려다, 차마 아빠를 이름으로 부르기는 그랬는 지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얼른 유나를 불렀다. 유나가 참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왜 혼자에요? 승...희는요?”



“아, 그게. 점심 먹은 게 잘못 됐나... 아파서 양호실에 있어.”



“아, 그래요?”



나와 유나가 얘기하는데, 옆에 있던 성찬이와 상균이가 유나에게 말을 걸었다.



“요, 유나 아니야. 유나도 축제 동안 한번도 못 봤어.”



“나는 봤어, 저번에 바니걸 옷 입고 있던데?”



“에엣? 그거, 봤어요?”



“응, 되게 야하던데.”



“아...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구요...”



“헐... 무슨 학생이 바니걸 옷을 입어? 이거 불순한데?”



“아니에요...”



성찬이와 상균이는 또 콤비로 유나를 놀렸다. 둘은 참 죽이 잘 맞는다. 이제 이른 저녁이다. 솔직히, 축제라고 매 끼니를 사먹을 순 없다. 돈도 이제 떨어지는 참이다. 축제 이틀 째에 최초로 급식실에 가서 밥을 먹게 생겼다.



“그래, 급식실이 뭐 어때서. 우리가 항상 밥을 먹는 곳이잖아.”



“근데, 맛 없잖아.”



“에휴, 어떡하냐. 먹기는 해야할 거 아니냐.”



우리는 서로의 신세를 한탄하며 급식실로 향했다. 평소, 급식실의 반찬은 맛이 없었다. 아니, 그렇게 못 먹을 정도로 맛 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썩 먹고 싶지는 않았다. 주니까 배고파서 먹는거지, 만일 같은 가치의 돈이라면 차라리 라면이나 김밥을 먹고 싶은 심정일 정도의 급식이었다. 넷은 터벅터벅 힘없이 급식실로 향했다.







“오오.”



“이런 백만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급식이.”



우리는 급식실에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평소와는 너무도 다른, 맛난 반찬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이런, 아무리 축제라고 해도, 이렇게 평소랑 다르게 하면 어떡해! 뭐, 그래도 우린 먹는다.



“이야, 고기가 억수로 부드럽네.”



“국물도 얼큰하네!”



“야, 너네 먹는 건 좋은데 그렇게 소리까지 내야하냐.”



“하하하.”



성찬이와 상균이의 개그를 들으며 밥을 들고 있는데, 문득 내 앞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흐흐흐.”



“?”



“하하하. 진효성.”



진지하게, 아니 어떻게 보면 좀 똘끼 충만한 웃음을 짓는 자는 바로 민준이었다. 역시, 우리의 민준이는 어릴 적부터 똘끼가 남달라. 민준이는 앉으며 말했다.



“뭐시여, 진효성이. 네가 드디어 갈 때까지 갔구나. 네 사랑 승희는 어디다 버리고, 쟨 뭐야?”



“뭐래, 유나 저번에 늬 가게 갔을 때도 봤잖아.”



“그, 그때는 승희가 있었잖아. 네가 드디어 바람을...”



“그래, 소개하지. 유나야. 친척이야. 인사해, 유나야.”



“안녕하... 안녕, 진 유나라고 해.”



“응... 나는... 박민준...”



민준이는 갑자기 창피해하며 급격하게 자신감을 잃어 버리고 밥을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유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민준이를 봤다. 민준이 옆에는 경훈이 형도 있었다.



“밥 맛있니?”



“네, 뭐... 평소보다야 맛있네요.”



“맛있게 먹어. 요리라는게, 급식으로 하면 원래 다 맛없어 질 수밖에 없으니까.”



경훈이 형은 푸근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더니, 누가 봐도 참 맛있게 밥을 먹었다. 경훈이 형은 요리를 잘하니까, 급식을 먹으며 ‘뭐야, 이 쓰레기 같은 음식은!’ 이런 식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전혀 그렇지가 않다. 역시, 요리사의 마음은 요리사가 안다는 건가. 참 훈훈한 광경이다.



“효성아, 우리 간다.”



“가자, 유나야.”



“야, 이 자식들이!”



내가 혼자 감상에 빠져 있는 동안, 성찬이와 상균이는 밥을 다 먹고서, 유나를 데리고 빠져나가려고 했다. 나는 황급히 애들을 붙잡았다.







아이들과 밥을 다 먹고, 우리는 한 무리가 되어 전야제를 관람하러 갔다. 나, 성찬이, 상균이, 유나, 민준이, 경훈이 형. 여기에, 우연히 마주친 승희도 추가됐다.



“승희야! 괜찮아?”



“응... 밥 맛있게 먹었어?”



“응, 그거야 뭐... 전화 하지.”



“그냥... 여기쯤 오면 있을 거 같아서.”



“...대단하네, 감으로 우릴 찾다니.”



승희는 조금 창백한 얼굴로 나타났다. 원래 하얀 승희의 얼굴이 더욱 하얘 보였다. 조금 아파보이는 인상에, 유나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아요?”



“응, 괜찮아. 그냥, 저녁 안 먹어서 기운 없는 정도?”



전야제는 곧 시작될 거 같았다. 곧 전야제의 서막은 걷혔다. 모르는 2학년 형, 누나들이 해설을 맡았다.



“여러분, 재밌나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무슨 질문이 그래요?”



“하하, 입한 축제, 전야제를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허접한 반 장기자랑을 몇 차례 보여주었다. 2학년 각 반에서 꾸미는 반 장기자랑은, 어떤 건 진짜 개그프로만큼 재밌었지만, 어떤 건 준비 미숙으로 참 어정쩡하고 어색하게 시간만 지나가는 것도 있었다.



“@#%@!@@%”



“뭐라고?”



“#@%#@%?!!!”



“뭐라는겨!”



“아오 귀가 썩었나 병신아!”



민준이가 나한테 뭐라고 했으나, 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나는 잘 듣지 못했다. 계속 듣지 못하자, 민준이는 결국 화가 잔뜩 난 격양된 목소리로 나에게 욕을 한 바가지 퍼부었다. 그래도 재밌어서 서로 허허 웃고 넘어갔다.







“...??”



“뭐시여?”



우리는 잠시 동요했다. 무리지어 움직이는 사람들의 행동 때문이었다. 그들은 교복을 보니, 입한 여중의 여학생들이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축제는 당연히 지역민 모두가 올 수 있는 축제다. 나도, 승희도, 중학교 때 놀러왔었다. 그리고 여중생들은 그 수가 몹시 많았다. 많이 와서 구경하는 건 좋은데, 갑자기 그들이 우르르 앞으로 몰려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는 뭔가 하고 혼잣말했다.



“뭐, 뭐여, 저것들.”



“사회를 들어봐.”



나의 혼잣말에, 민준이가 말했다. 민준이 말대로 사회를 들어보니...



“자, 이번에 무대에 올라설 분들은... 자, 오래 기다리셨죠, 남고의 자존심, 댄스 동아리, T.O.P.!”



‘화아아악! 치이익!’



“꺄아악!”



사회자 형이 말을 마치고 옆으로 빠지자, 무대 장치에서 요란하게 불이 나오고 드라이아이스 연기가 무대 위를 덮었다. 조명은 꺼져 어두웠다. 정적인 광장은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만 가득했다. 잠시 후, 키가 훤칠하고 잘생긴 사내들이 무대로 나왔다.



“꺄-!”



“......”



여중생들은 비명을 지르며 손을 내 뻗으며 지랄발광을 해댔다. 마치 연애인을 보고 지랄하는 학생들 같았다. 아하, 이제야 좀 이해가 가는군. 이래서 여중생들이 이렇게 앞으로 나간거야. 그들이 얼마나 나댔는지, 정작 축제의 주인공들인 고등학생들이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여중생들을 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중생들은 좋아서 막 소리지르고 난리가 났다. 남고 댄스 동아리 녀석들은 몸시 춤을 잘 추었다. 음악에 맞춘 현란한 몸동작, 화려한 조명, 연예인 부럽지 않은 무대매너... 비록 그들은 고등학생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연예인과 같았다. 춤을 저만큼 추기 위해 얼마나 연습을 했을까. 저들이 나와 같은 고등학생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야, 춤 잘추네.”



“그러게.”



민준이가 감탄하자, 나도 따라 감탄했다.

그들은 노래 서너곡 정도의 춤을 추고는 춤을 그만 추었다. 젊음의 열정을 춤으로 승화시킨 그들에게, 모든 사람들은 큰 박수를 쳐 주었다. 무대가 잠시 정리되고, 다시 사회자 형누나가 나왔다. 이번에는 누나가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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