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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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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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2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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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23

DUMMY

“......”



가게라면 아까 우리반 가게, 서영이와 세영이의 가게도 갔었었다. 대부분의 가게의 특징이라면, 요리를 해야 하므로, 여자의 비율이 남자의 비율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서빙이나 이런 것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유리하고, 남자들이 하는 일이라고 해봤자 일부 힘쓰는 일 뿐이므로, 가게를 점령하는 건 여자들이였다. 아까 우리반 가게도, 남자라고는 서영이하고 두명, 달랑 세명이다. 그런데, 민준이네 학교가 어디? 입한 고등학교. 즉, 입한 ‘남자’고등학교. 가게 안에는 종업원부터 요리사까지 전부 남자였다. 두려울 정도다. 아무도 안 오겠다, 이런 가게.



“알어, 네 마음. 우리도 피눈물이 날 지경이야. 다른 중앙고 애들은 남자 여자애들 끼리 알콩달콩 가게 꾸려 나가고, 여고 애들은 전부 다 여자라 꽃밭이라고 손님들이 많이 오지만, 우리는 시궁창이야. 그래서 정한 게, 가격 정책이다. 이 메뉴판을 보거라!”



“우오옷!”



민준이의 오버에 나는 똑같이 오버해서 호응해줬다. 민준이는 더욱 더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게다가, 우리의 요리사인 이 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도내 요리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요리신동, 김비룡 형님이시다!”



“김비룡(金飛龍)?!”



나와 승희와 유나는 놀라 부엌 쪽을 보았다. 평범하게 생긴 학생이 부끄러워하면서 민준이에게 말했다.



“그러지 말라니까, 비룡은 무슨 비룡.”



“어허, 열 세 살에 최연소 특급 요리사가 되신 분이 비룡이 아니라니요!”



“그건 조리자격증이고! 아, 봐라, 쟤들 진짜 믿는 눈치잖아.”



그럼 가짜였어?! 하긴, 본명이 진짜 김비룡일 리가, 본명이 김비룡이면, 장사 더럽게 잘 될텐데...



“나는 김비룡이 아니라, 김경훈이야. 그래, 뭐 먹을래?”



“음... 잠시만요.”



“에이, 본명을 밝히다니 비룡대협 실망입니다.”



“그놈의 비룡소리 좀 그만해.”



민준이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경훈이형은 웃으며 말했다.



“뭐 먹을레?”



“음, 글세? 그래도 여긴 진짜 식당같은 메뉴가 많네.”



“그러게.”



진짜다. 경훈이형이 진짜 요리사라 그런가 보다. 다른 가게들은 대부분 냉동식품류나 음료, 안주(?)등 쉽게 조리할 수 있는 요리들이 대다수이지만, 민준이네 가게 메뉴는 일반 식당같은 메뉴가 많았다.



“탕수육? 이런 것도 되는거야?”



“물론! 비룡대협 물론 되죠?”



“안 될 꺼야 없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텐데.”



“되지? 효성아?”



“으응, 기다리는거야 뭐.”



“탕수육 대 하나요!”



주문을 받고 우리는 잠시 떠들다가 멍하니 주방을 봤다. 다른 가게들과는 다르게 주방이 개방되어 있어서 요리과정을 다 볼 수 있었다.



‘썽썽썽썽썽’



‘확확화확확’



나는 입이 벌어질 정도로 부엌을 뚫어져라 보았다. 다른 지나가던 사람들조차 지나가다가 그 광경을 보고 모두 감탄사를 내뱉었다. 민준이가 괜히 경훈이형에게 비룡이라 하는 게 아니였다. 정말 비룡처럼 채소를 써는데 채소들이 그릇 안으로 날아 들어가는 게 아닌가. 게다가 그 써는 속도와 소리가 경쾌하여 보는사람으로 하여금 입이 벌어지게 했다.



“오오... 쩌네.”



“괜히 비룡대협이 남고의 비룡인 줄 알아? 요리 천재라고.”



음식 기다리는 건 지루할 줄 알았지만, 묘기에 가까운 요리과정을 보니 금세 탕수육이 나왔다. 탕수육은 더운 김을 내뿜고 먹음직해 보였다. 반짝이는 황금빛 소스에 노랗게 잘 튀겨진 탕수육. 민준이가 장난스레 말을 걸었다.



“그럼 어디, 그 전설의 탕수욕을 드셔보시죠.”



“으흠, 그럼 어디.”



민준이의 장난끼 많은 웃음에, 나는 그 장난을 이어받아 호응해줬다.

일단 젓가락으로 탕수욕 한 조각을 집어 들고는 감탄하며 말했다.



“음 바로 이거야. 천하에 비할 바 없는 이 구수한 향기. 탕수가 고기에 다 베어들기 전에... 후...”



‘우적우적.’



내가 탕수육을 입에 넣고 씹자, 주위에는 적막감이 돌았다. 나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탕수육을 씹다가 곧이어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오오? 오어어!”



“美味(미미) : 매우 뛰어난 맛.”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일장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특수 효과를 위해 눈에 물을 넣어 눈물을 한 방울 떨궈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바삭바삭 잘 구워진 고기에 고기에서 퍼저나오는 이 구수한 풍미. 향이 빠져나가지 않아 감칠맛을 더해주는 탕수. 그래, 이건 바로 전설의 탕수육이야.”



“크크크, 역시 효성이네. 리엑션이 살아있어.”



“야, 몇 달 간 학교 같이 안 다녔다고 죽을 감이냐?”



나의 연기에 주위 사람들은 모두 웃었다. 물론 비룡을 모르는 사람들은 저 새끼들은 뭐하는 뻘짓인가 하고 쳐다볼 따름이었다. 유나도 영문을 모르고 그냥 탕수육만 먹었다.



“진짜 맛있긴 하네요.”



“그러게. 경훈이형 크게 되겠수. 아주 맛나요.”



“그래, 다행이네. 잘 먹어.”



경훈이형은 그저 손님이 맛있게 먹으면 된다는 듯한 따뜻한 미소를 보였다. 흠, 저 형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겠다. 여튼 승희와 유나와 맛나게 탕수육을 들고 민준이와 조금 떠들다 나왔다. 아직 시간은 많다.



“뭐하지?”



“딱히 할 거 없으니까, 그냥 돌아다니자!”



그래, 원래 축제가 뭐 있나. 그냥 돌아다니면서 즐기는 거지. 나와 승희와 유나는 주위를 돌아다니며 축제 놀이를 즐겼다. 가게들 옆에는 유흥가(?)가 형성되어 있었다. 동전 던지기나 풍선 던지기, 인형뽑기나 노래방 기계 등 많은 오락거리들이 있었다.



“끄악!”



“아, 아깝다.”



셋은 즐겁게 놀았다. 승희와 단 둘이 놀다가 유나가 껴서 안 좋냐고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유나가 낀 게 나한텐 훨씬 나았다. 중학교 땐 비록 승희를 좋아했었어도 친구처럼 둘이 잘 놀았지만, 고등학교에 와서 한 번 고백을 하고 실패를 하니 그 뒤로는 둘이 다니면 괜히 마음이 이상한 느낌이 들고 막 그런다. 그런 점에서, 유나가 가운데서 조율해주는 게 참 어색해지지 않고 좋다. 게다가, 유나는 자칭 연애코치라는 말에 조금은 걸맞게, 나와 승희가 친해질 만한 기회를 잘 잡아주었으므로, 참 재미나게 놀았다. 시간은 어느덧 저녁이 되어 어둑어둑해졌다. 그러나 학교는 도리어 더욱 휘황찬란해졌다. 가게들은 저마다 불을 밝혀 분위기는 더욱 살았다. 우리는 한참 놀아서 이젠 지쳤기 때문에 밥이나 먹으려 가게들 터 족으로 갔다. 당연하게 민준이네를 가려는데, 누군가 부른다. 서영이다.



“여어이, 진효성이! 어디가, 점심 때도 안 오고. 이제 가게 다 차렸어, 얼른 와!”



나는 웃으며 말했다.



“즐, 내 남고 친구네 갈란다. 거기가 훨씬 싸고 맛있어.”



“헐, 배신자새끼 뭐냐. 우리 배신하기냐?”



“애시당초에 너네는 가격이 사기잖아!”



나의 말에, 서영이는 채념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려, 얼른 가라. 험한꼴 당하기 전에. 그 분 오시면 나는 감당 못한다.”



“뭔소리여, 그 분이라니?”



“누가 뭘 감당을 못해!”



내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날카로운 소리가 가게 안에서 들려왔다.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려서, 마치 누가 술 먹고 깽판치는 것 같았다.



“야, 진효성! 너 잘왔다.”



아, 술먹고 깽판치는 거 맞구나. 날카로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세영이였다. 세영이는 얼굴이 잔뜩 붉어지고 눈이 풀어져서 나를 쳐다봤다. 몸을 가누는 것도 흐느적 거리는 것 보니 많이 취했나보다. 나는 조금 어이없어서 민준이에게 물었다.



“얘 술먹었어? 얼마나 마신거야?”



“에휴, 말도 마라, 한 반병인가? 한병도 안 마셨는데 저래 취해가지고 아까부터 저 행패야.”



“뭐가! 조잘조잘 시끄러운 이서영 새끼가...”



“넵, 죄송합니다.”



세영이의 한 마디에, 서영이는 그대로 찌그러졌다. 세영이는 그러더니 풀린 눈으로 나를 뚫어져라 보았다. 나는 얘가 왜 이러나 하는 심정으로 담담하게 그 눈빛에 맞서 세영이를 쳐다봤다. 그러자, 서영이는 내 쪽으로 흐느적거리며 걸어왔다.



“어이쿠! 뭐, 뭐야?!”



세영이는 흐느적거리다 그대로 내 품으로 쓰러졌다. 나는 엉겁결에 세영이를 껴안게 되었다. 세영이는 헤롱헤롱 해서는 힘없이 나에게 의지했다.



“얘 왜 이래...”



비록 세영이가 술에 취했다고는 하지만, 주위에 보는 눈도 있고, 특히 그 보는 눈 중에 승희도 있었기 때문에 나는 조금 당황해서 세영이를 일으켰다. 그러나 세영이는 거의 인사불성인 상태였다. 겨우겨우 몸을 추스린 세영이는 또 뭐라고 한 마디 하려다가 옆으로 쓰러진다. 가만히 내비 두면 그대로 쓰러질 것을, 서영이가 겨우 받아낸다.



“얘 좀 쩌는듯.”



“그러게... 좀 재워야겠다.”



“그러게 무슨 고등학교 가게에서 술을 팔아. 이거 불법 아니야?”



“에이... 왜 그러시나. 다들 그렇게 그렇게 돌아가는거지. 이게 입한 축제 전통 아니야.”



내가 미심쩍은 얼굴로 말하자, 서영이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하긴, 원래는 철저해야할 술 검문이, 이날만은 느슨해진다. 다른 큰 도시라면 어림도 없는 말이겠지만, 이곳 입한은 시골이므로 가능한 일인 것 같다. 나와 서영이가 심드렁하게 말하는 사이, 세영이는 다시 흐느적 거리며 일어나 이번에는 승희에게 가 시비를 건다.



“야... 이게 누구야, 승희 아니야?”



“으, 응?”



“으음... 음...”



세영이는 의미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더니, 나를 한 번 쳐다봤다. 나는 세영이가 뭔 짓을 하려는 지 불안하여 세영이를 쳐다봤다. 세영이는 잠시만 나를 보더니, 다시금 승희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있잖아... 너희 둘은 사귀냐?”



“??!”



그 의외의 말에, 나는 놀라서 아니라고 말하려고 하는데.



“아니...”



“아니야! 그런거!”



나보다도 훨씬 빠르고 신속하고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승희. 승희는 당황해서 발악하듯이 말했다. 너무 당당하게 말해서, 아니라고 하려던 내가 다 입을 다물었다. 의외로 강경한 반응이 나오자, 술에 취한 세영이가 미소지으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하하, 아니면 아닌거지, 그렇게 격하게 반응하니까 진짜 사귀는 거 같잖아.”



“아니... 효성이가 기분 나빠할 수도 있잖아.”“여어이, 효성군. 여기 이쁜 규수 한 명 있수. 중매 한 번 서 줘야 하나?”



“됐어, 몸이나 가누려무나, 세영아.”



평소 쿨하고 말괄량이에 도시적인 이미지의 세영이는 온데간데 없고, 시골 아주머니 같은 구수함이 물씬 풍기는 술취한 세영이가 내 눈 앞에 있었다. 역시, 사람은 술 먹고 안 먹고를 따져야 하는구나. 옆에서 이 광경을 보던 서영이가 킥킥 웃는다. 하긴, 항상 세영이한테 당하고 살던 서영이가, 세영이가 이렇게 흐트러진 걸 언제 보겠는가.






밤 늦도록 우리 반 난장에 머물던 우리는, 한 10시 쯤 돼서 가게터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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