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화 좋은 유물을 찾았다.
검귀에게 얻은 재능 중 검로의 이해를 이용하여 가르치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을 했지만 알고 있는 검술 이라고는 가로베기와 세로베기 그리고 찌르기 뿐인 기초라서 검술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 이였다.
그래서 검귀가 가지고 있던 검술인 [제국검술]을 나에게 사용하여 페아에게 검술을 가르치기로 마음 먹었다.
“음··· 내가 검술을 가르쳐 줄 건데 배워 볼래?”
“···”
페아는 고민을 하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내 몸이나 행동거지가 검사와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하고 있으니 믿음직스럽지 못한 것도 사실이니까 말이다. 나는 페아에게 내일부터 시작을 하자고 이야기 하고 밖으로 나가 목검으로 사용할 나무를 구입했다.
장사를 하면서 목검을 깎으며 사람들을 맞이했고 저번처럼 유물로 대금을 지불하는 사람은 없었다. 신기해서 간단한 재능들을 사기만 할 뿐 파는 사람은 없어서 좀 아쉬웠다. 더 이상 사가는 사람이 없어서 장사를 접고 여관으로 돌아갔다.
페아에게 목검을 주고 내일부터 수련을 시작할 것이라 이야기를 했다.
“한동안 검은 잡지 않을거야.”
“왜요?”
“체력이 좋아야 오래 싸울 수 있으니까.”
“제가 더 강하면···”
“강함 이란 상대적이라 절대적인 것은 없지. 내가 생각한 기준이 될 때까지 체력이 올라오지 않으면 검을 잡을 일은 없을 거야.”
“··· 예.”
페아에게 이야기를 마치고 나는 검귀의 재능인 [제국검술]을 사용하였다. 일그러진 공허가 내게 공허에너지의 사용법을 알려줬던 것처럼 갑자기 몰려든 정보의 파도에 정신을 못 차렸고 세상이 빙빙 도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페아는 내 상태를 보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았을까 싶었다.
정신을 차리고 페아에게 목검을 잠시 빌린 후 검을 간단하게 휘둘러 봤다. 예전에 검성에게 배웠던 그리고 검성과 필이 휘둘렀던 검의 궤적을 생각하며 휘둘렀는데 엄청 깔끔한 세로베기가 나왔다. [검로의 이해]또한 크게 이상이 없다고 느꼈는지 별다른 징조는 없었다.
‘와··· 검귀의 재능이 검성을 뛰어넘었던 것 같은데 훨씬 좋은 거 같아.’
[검성의 재능은 아마 필보다 낮을껄?]
‘그럴지도···’
내가 보여준 검의 궤적에 페아는 놀라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린 궤적을 따라 빈 손으로 따라 했는데 상당히 비슷하고 [검로의 이해]조차 약간의 수정만 거치면 똑같이 나올 것이라 판단을 했다.
‘역시 아직 개화도 안되었는데 이정도 재능이면 엄청난데··· 검성이 필을 보고 느낀 감정이 이런 걸까?’
[아마도 그럴 것 같은데? 필 그 녀석의 처음을 모르니 비교는 힘들겠네.]
일그러진 공허와 나는 페아가 잠깐 보여준 재능에 놀랐다. 페아는 자신이 한 것이 맞는지 계속 휘둘러봤고 점점 비슷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음날 오전에 페아의 수련하는 것을 봐주고 오후에 장사를 했다. 누구를 가르친다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발전을 본다는 것은 언제나 보람을 느끼는 것 이였다. 페아는 내가 말한 것을 불평없이 제대로 이행했으며 한달이 지났을 쯤에 검을 잡아도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내가 강제로 검을 잡았을 때는 나이가 있어 검과 체력을 동시 했던 것이라 생각되었지만 페아는 아직 어리고 기본 체력을 만들어 놔야 언제 어느 때든 쉽게 지쳐서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기를 바랬다.
장사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페아가 가끔씩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볼 때가 있었는데 아마도 몰래 내가 보여줬던 세로베기를 따라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한달이 지나고 페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 시킨 것은 내가 겪었던 아카데미 달리기와 비슷한 도시 외각을 달리는 것 이였다. 혹시 몰라 나도 같이 달려주었고 처음과는 확실히 다르게 지금은 두 바퀴를 달려도 숨이 크게 가팔라지지 않았다.
“내일부터 검을 배울 수 있나요?”
“어. 그런데 큰 기대는 하지마.”
“예?”
“기초를 다지고 시작할 거니까. 검술은 그 이후. 체력 훈련도 꾸준히 해야하는 건 잊지 말고.”
“아··· 예”
페아를 훈련 시키다 보니 이곳에서 꽤나 오래 지내게 되었고 가격이 적당한 집을 구할 것인지 아니면 여관살이를 계속 할 것인지 고민이 되었다. 페아에게 물어보니 그녀석은 자신의 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뭐 자신의 방을 원하는 건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얹혀사는 녀석이 그런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니 그 모습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뭐 내가 돌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역시 아이를 돌보는 것은 힘든 것임에 분명했다. 나도 같이 방을 쓰는 것도 불편하고 해서 사용할 집을 구하러 돌아다녔다. 집을 보러 다니기 위해 중개업자를 만나서 집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지나가다 보긴 했지만 그런 신기한 것을 팔면서 집을 구하다니 능력이 좋네요.”
“예전에 벌어놓은 걸로 사는 거라서 상관이 없죠.”
“아···”
내가 좀 까칠하게 말하니 중개업자는 더 이상 사소한 대화를 하지 않고 집에 대한 설명만 했다. 그중 괜찮아 보이는 집이 있어 그곳으로 결정하고 여관 생활을 청산했다. 혼자 있었으면 여관에 계속 있어도 상관은 없었지만 혼자가 아니라 애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하였다.
페아는 자신의 방이 생겨서 좋은지 계속 웃으며 검을 휘둘렀고 나는 그 것을 봐주며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유적 때문에 외부인들이 많이 유입이 되어 생각보다 사는 사람들이 많지만 역시 파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 내가 필요한 재능들의 수가 상당히 부족하다고 느꼈다. 저번처럼 감옥 뷔페투어를 한번 가야하나 싶기도 하고 여러가지 고민이 많았다.
재능이 개화되었는지 페아의 기초 검술(베기, 찌르기)은 빠르게 틀이 잡혀가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확인을 했는데 역시나 재능 앞에 개화되지 않은 이라는 글자가 사라져 있었다. 틀이 어느정도 잡히면 제국검술을 가르쳐 주겠지만 기초는 계속 시킬 예정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어느 상황에서든 유용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그렇게 반년이 지났을 무렵 나는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할 생각을 했다. 페아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재능들을 모으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렇다. 점점 사람이 줄더니 사러 오는 사람조차 없어져서 왜 이곳에서 멍 때리고 앉아 있나 싶을 정도였다. 그나마 소득 이라고는 유물을 파는 상점들을 돌아다니면서 몰래 유물에 있는 재능들을 수거하는 것 뿐 딱히 없었다.
그나마 그 것들 중 괜찮았던 것은 낡은 검 이였는데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재능이 과거 용사의 재능이 들어있었다.
“어?!”
“예? 뭐요?”
“아··· 아닙니다.”
괜히 이 검이 비싼 물건이라는 것을 티 내지 않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상인의 눈치를 이길 수는 없었다.
“은화 40개.”
“예? 20개정도면 되는 거 아닙니까?”
“40개.”
“25개. 이 정도면 충분 하잖아요.”
“40개!”
“아··· 예. 40개.”
“오케이. 땡큐. 땡큐!”
결국 은화 40개에 낡은 용사가 사용한 검을 샀다. 솔직히 내가 이득인 부분이지만 상인의 거래방식에 패배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검을 가져와 그 안에 있는 재능을 제대로 확인하였고 그 재능은 용사가 익혔던 검술 이였는데 아류(我流)의 검술로써 내가 전에 갔었던 산을 검으로 뚫어 동굴을 만들었다는 용사 발리안의 검술 이였다. 검에 있는 재능을 뽑아내고 검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고 그래도 용사가 사용했던 검이니 좋을 것이라 생각해서 검을 녹여 새로 만들기로 했다.
일단 검을 [용해]로 녹여 철괴처럼 만들어 보관을 해놨다. 그립과 크로스가드 그리고 폼멜은 이미 사용불가능해서 버렸다. 대장간을 빌려서 제대로 만들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페아는 내가 대장간을 알아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자기의 검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생각한 지 한동안 나를 볼 때 마다 뭔가 기대하는 눈빛을 보여 난감했다.
도시의 한 대장간에서 작업대를 이틀간 빌릴 수 있었고 나는 재료와 도구들을 가지고 대장간으로 가 검을 새로 만들기 시작했다. 날을 녹인 철괴를 용해와 변형을 이용하여 검의 형태를 검폭이 넓고 찌르기 또한 가능한 형태로 만들고 불칸의 망치를 이용하여 단조를 하여 만드는 검날의 재질을 더 향상시켰다. 그리고 담금질과 뜨임으로 마무리 하며 날을 완성하였다. 검날의 길이가 아밍소드보다는 롱소드의 형태에 가깝기 때문에 한손 및 양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웨이스티드 그립으로 만들었다.
검을 완성하니 생각보다 엄청 잘 나왔고 불칸의 망치의 영향인지 철괴보다 더 가벼워진 느낌이였다. 검술을 사용한데 있어서도 딱히 문제가 있는 검도 아니기에 아무나 사용해도 문제가 없을 듯 했다.
검집을 만들어 검을 집어넣고 나올 때 누군가 말을 걸었다.
“혹시 파실 생각 없소?”
“뭘요? 이 검?”
“그렇소.”
“전혀요.”
“그렇군···”
나는 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면서 나에게 검을 사겠다는 사내가 꽤나 거슬리다는 것을 느꼈지만 별거 아닐 거라 생각했다. 집에 도착하니 페아는 내가 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은 눈으로 나를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봐?”
“어··· 아니에요.”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꽤나 귀여웠다.
“아쉽겠지만 검은 너에게 주지 않을 거야.”
“아··· 네.”
크게 실망한 얼굴을 보니 역시 장난은 재미있다는 것을 느꼈고 말을 이어갔다.
“나중에 검술을 내가 만족할 만큼 펼치면 그때 줄거야. 알겠어?”
“예? 네!”
이걸로 페아가 검술을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의욕을 제대로 불어넣은 것 같았다.
[넌 참 나쁜 놈이야.]
‘내가 왜?’
[그냥 줘도 될 것을···]
‘아직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어서 진검을 잡는 것은 부족한 것이 채워지면. 이 상태면 조만간 검을 가져 갈 거야.’
일그러진 공허와 대화를 하며 하루를 기분 좋게 마쳤고 다음날도 이 기분이 이어질 것 같았다. 다음날 그 사내의 얼굴을 보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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