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흔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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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최근연재일 :
2023.02.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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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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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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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4)

DUMMY

어느새 그친 벨리안느의 눈물처럼 두 사람의 격했던 감정 또한 사그라들자, 남은 것은 민망함과 부끄러운 감정이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렇게 눈물을 흘렸으며, 어떤 용기로 서로를 껴안았던 것일까?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던 그 행동들에 카니엘과 벨리안느는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려 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그런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차라리 몸을 움직이는 편이 덜 민망했기에, 또한 아직 연민의 감정이 남아있었기에 벨리안느는 널부러져있는 인형의 시체를 수습코자 했다.


그리고 카니엘 또한 그런 이자벨의 모습을 못본척 할 수 없어 그녀를 도와줌과 동시에 무거운 침묵을 깨트리기로 했다.


“그러니까... 그런 목적의 인형들인거지?”


차가우면서도 보드라운 살결.

인간의 것과 확연히 다른 그 감촉에서 오는 이질감을 애써 무시하며 카니엘이 그렇게 물었고, 이자벨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인형들의 신체 특성상 강제로.. 그런 짓을 하기 힘들텐데?”


“모든 인형들이 신체 강화나 마법을 쓸수 있는 건 아냐. 게다가 일부 도시에서는 불법인 인형 제작을 비밀리 하는곳도 있다고 하니까... 그렇게 제작된 인형들은 마력을 감지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겠지.”


“······”


그 설명에 애꿎은 인형을 처분했다고 생각한 카니엘이었다.

그리고 벨리안느 또한 인형에게 마법을 부여한 자신의 원죄를 간접적으로 언급했기에 말을 잇기 불편했고, 결국 다시금 찾아온 침묵 속에서 두사람은 묵묵히 일에 집중했다.


“...인형식 고별사를 해도 괜찮을까?”


마침내 어느 정도 형색이 갖춰지자 벨리안느가 갑자기 그렇게 물었고, 카니엘은 어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부디 다음에는 모두가 평등한 세상에서 눈을 뜨길.”


그리고 이어진 난생처음 듣는 인형식 고별사와 인형에게 옮겨붙은 새파란 마법 불길.


서서히, 그러나 그 어떤 잔재 없이 사라지는 인형을 내려다보며 카니엘은 어쩌면 자신이 인형과 다를바 없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을 잠시했다.


인형 말살이란 목적과 복수심만 있을 뿐, 이자벨과 같이 그들에게서 연민의 감정을 느끼거나 입장을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검을 쥔 기간이 길었던만큼 그런 생각에 대한 반발심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오히려 인형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특이한 것은 아닐까?’


“카니엘.. 미.. 미안해..”


그런 의문을 가진 순간, 이어진 이자벨의 말.


“..갑자기 그런 모습을 보여줘서 놀랬을거 같아. 나도 이럴줄은 몰랐는데.. 가끔 도시 연합에서 저런 인형들을 볼 때면 안쓰러웠던 마음이 있었거든.. 그래서..”


긴장감이 그대로 베어나오는 말투와 불안한 표정.

평소에는 무표정으로 일관했기에 눈치채기 힘들수는 있어도 그녀의 얼굴에는 감정이 쉽게 드러나는 편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카니엘은 이자벨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과 지금 한 말이 그 비밀을 위해서 지어낸 말임을 알 수 있었다.


이름말고 정확히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소녀.


무슨 일을 하는지, 무엇 때문에 벨로나를 만나야 하는지 여전히 몰랐으며, 지난 몇일간 보여준 그녀의 행동은 마치 이 세상에 홀로 던져진 사람처럼 평볌하지 않았다.


여기에 도저히 일반적이라 볼 수 없는 인형에 대한 이자벨의 감정이 카니엘의 의구심을 더욱 키웠고, 때문에 그는 더 이상 불확실한 상황을 묵인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자벨···”


자신이 부르는 이 이름 또한 사실인 것일까?

그런 의심이 저도 모르게 들자, 이상하게도 서글퍼지면서도 동시에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초 새벽의 푸르스름이 번지고 있는 초원 저 넘어에서 말발굽으로 추정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었다.


그 소리에 카니엘은 여지껏 했던 생각을 모두 접고서는 곧바로 경계 태세로 들어갔다. 그리고 재빨리 주변을 돌아본 그는 한가지 뼈아픈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어떤 가림막 없이 뜻하지 않게 큰 불을 피웠던 것이었고, 때문에 말발굽 소리가 정확히 이곳을 향해 진격해 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어떻게하지 이자벨?”


검푸스름한 어둠을 뚫고 달려오는 말들은 최소 다섯기는 되는듯했다. 때문에 벨리안느에게 그렇게 물으면서도, 저들과 조우해서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 하에 일단 도망치는 방향으로 마음이 기울때였다.


“잠시.. 기다려보자.”


의외의 결정에 이자벨을 한번 바라본 카니엘이었으나, 곧 신체향상과 마법으로 맞서는 것도 나쁠 것은 없없기에 어깨를 으쓱였다.


잠시 뒤, 무시무시한 기세로 다가오던 말들이 속도를 점차 줄이더니 카니엘과 벨리안느 주위를 멤돌았고, 그 대치 속에서 카니엘 또한 그들 한명 한명을 유심히 노려 보았다.


여분의 말한마리를 포함 총 다섯마리의 말과 4명의 기수.


횃불 아래에 비치는 그들의 갑옷은 제 각각이었고, 부대를 상징하는 깃발이나 휘장 또한 찾기 힘들어 정규군은 아니라고 판단했을 때였다.


“어이. 저 불타고 있는게... 설마 인형은 아니겠지?”


상대 또한 경계심이 상당한지 말에서 내려오지 않은 채, 한 사람이 다짜고짜 그렇게 질문을 던지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용도인 인형들이 저것들이냐고.”


반쯤 감긴듯한 눈매에 검은색 짙은 눈썹.

그리고 날렵한 몸집에 어울리는 턱선과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장발의 사내.


특별히 위협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속내를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풍겼기에 카니엘은 사내의 눈을 주시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 와중에 사내의 시선이 이제 소멸해가는 마법 불꽃에 머물렀고, 그러자 한숨을 크게 내쉬는 것이었다.


“제엔장...이봐. 룩스. 현상금 조건이 무조건 생포해야 하는거야? 시체라도 괜찮지 않겠어?”


“대장은 인형 시체랑 외로움을 달래고 싶어? 말 같잖은 소리를 해.”


“아니.. 그래도 출동 수고비는 나와야지. 운반할 말도 한필 빌렸는데.”


“그 말 그대로 대장한테 하겠수다. 곤히 잠자는 사람 깨워서 여기까지 끌고 왔으니 수당을 붙일줄 아쇼.”


“야이.. 가뜩이나 짜증나는데 개소리는...”


카니엘과 벨리안느는 아랑곳하지 않은채 사내들의 거친 언성이 오갔다.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이들이 용병 부류임을 깨달은 카니엘은 정규군과 다른 의미로 어떤 해코지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긴장하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고성이 오간 이후, 갑자기 사내들 사이에서 기분 나쁜 침묵이 맴돌았다.


물건너간 현상금과 그 순간 마주한 초행자 티가나는 젊은 남녀 한쌍.

그런 사실들이 카니엘의 머리속에 스쳐지나가자 불길한 일들만이 떠올랐고, 이윽코 대장이라 불린 자가 그 상상속의 일중 하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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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3화_ 변화의 틀(1) 21.05.17 38 0 8쪽
124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3) 21.05.06 36 0 11쪽
123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2) 21.04.30 44 0 7쪽
122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1) 21.04.28 42 0 9쪽
121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1화_ 필멸지 (2) 21.04.22 42 0 12쪽
120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1화_ 필멸지 (1) 21.04.19 58 0 9쪽
119 [2권. 끝]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끝) 21.04.13 54 1 10쪽
118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7) 21.04.01 61 1 7쪽
117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6) 21.03.26 55 1 12쪽
116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5) 21.03.16 52 1 9쪽
115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4) 21.03.09 52 1 10쪽
114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3) 21.02.24 114 1 8쪽
113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2) 21.02.09 56 1 7쪽
112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1) +1 21.01.26 57 2 8쪽
111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5) +1 21.01.22 96 2 9쪽
110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4) +1 21.01.22 54 2 10쪽
109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3) +1 21.01.22 65 2 7쪽
108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2) +1 21.01.22 64 2 8쪽
107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1) +1 20.12.28 52 2 7쪽
106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5) +1 20.12.17 61 2 7쪽
105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4) +1 20.12.16 54 2 9쪽
104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3) +1 20.12.14 58 2 10쪽
103 [2권] 9장 -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 (2) +1 20.12.08 59 2 7쪽
102 [2권] 9장 -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 (1) +1 20.12.08 49 2 8쪽
101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5) +1 20.12.02 53 2 11쪽
»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4) +2 20.11.20 58 3 7쪽
99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3) +2 20.11.11 62 3 10쪽
98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2) +2 20.10.28 58 3 8쪽
97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1) +1 20.10.26 55 1 9쪽
96 [2권] 8장 -여정_ 3화_ 달무리 작전 (3) +1 20.10.21 5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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