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흔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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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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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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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3)

DUMMY

채비를 마치고 여관을 나서자 어느덧 오후 막바지의 햇살이 노빌리스크의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생명을 품은 그 빛이 마지막까지 발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1층에서 3층 높이로 제멋대로 들어선 상점들은 문을 열어젖힌 채 행인들을 유혹했고, 상인들의 호객 행위와 그에 가격을 흥정하는 손님들, 그리고 그 사이를 분주히 지나가는 사람들로 거리는 시끌벅적했다.


거주민보다 여행자나 용병들이 주요 고객이었던터라, 상인들의 호객 행위는 꽤나 적극적이었다.


게다가 눈빛만 봐도 얼마나 떼먹을 수 있을지 견적이 나오는 그들이었기에 카니엘과 벨리안느처럼 좋은 사냥감을 놓칠리 만무했다.


“이봐들. 출출할텐데 이거 하나씩 들고 가지?”


상점 앞 임시 가판대에 서있던 한 덩치의 사내가 갑자기 언제 구웠는지 짐작 안되는 큼지막한 빵덩이를 두 사람 눈 앞에 들이밀었다.


“허허.. 빵을 드실거면 마실 것도 같이 사야지. 저 서람의 텁텁한 빵을 먹다가 실제로 질식한 사람이 있거든.”


걸음이 주춤하는 사이, 어느새 등장한 다른 상인이 화려한 색깔의 과일주 두 잔을 내밀었고, 그것이 신호인 마냥 각종 상인들이 달라붙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주변 시선들이 집중되자 정체가 탄로날까 두려워진 벨리안느는 카니엘의 옷깃을 꽉붙은 채 소극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카니엘이 전면에 나서게 됐다.


“죄송하지만 저희 여비가...”


“비싸다고? 그럼 50화량이나 깎아주지. 보아하니 월영군 탈영병 같은데.. 50화량 깎아서 350화량. 어때?”


언제 붙었는지 무기상인이 누구보다 큰소리로 외치며 단검을 보란 듯이 내밀었고, 카니엘은 점차 다른 상인들이 다가오는 모습에 말로써 해결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때문에 이자벨을 품속에 안다시피하며 어깨로는 상인들을 하나씩 뿌리치며 나아갔고, 그렇게 무사히 상점 거리를 빠져나왔다고 생각한 찰나였다.


이번에는 진열대조차 없이 길바닥에서 잡상품을 파는 상인들이 카니엘과 벨리안느를 보고 여기저기에서 일어서는 것이었다.


“잠시..”


그 광경에 머리털이 곤두선 카니엘은 저도 모르게 벨리안느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바타만이 알려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마지막 햇빛을 등지고 거리를 가로지르자 그 누구도 두사람을 막아세우지 못했다.


//////////////


“정말 적응 안되는 도시네.”


클레이루트.

꽤 오랜시간 동안 내달려 그 정보 시장이 열린다던 티아탄 거리 앞에서 멈춰선 카니엘은 잠시 숨을 고르며 그렇게 말을 건넸다.


그 말을 건네받은 벨리안느는 카니엘이 붙잡았던 손을 매만지며, 상인들에 둘러 쌓였을 때 느꼈던 불안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온갖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까.. 어쩔 수 없지 뭐.”


그리고는 최근래 가장 들뜬 것이 아닐까 싶은 기분으로 의미없는 말이라도 카니엘과의 대화를 이어가려했다.


“그나저나.. 여기가 그 클레이 루트가 열린다는 곳... 맞아?”


어느 정도 정비를 한 카니엘은 목적지인 티아탄 거리 앞에서 그렇게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아직 해가 떠있음에도 불구하고 낡은 건물 벽면과 일정하지 않은 담벽들의 그림자로 거리는 어두침침했고, 무엇보다 사람하나 다니지 않아 정보를 사고 파는 곳이라기보단 온갖 불법 거래가 이뤄질 것법한 분위기였던 것이었다.


“누군가 그랬어. 노빌리스크의 어두운 거리만 뒤진다면 클레이 루트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그래.. 이 정도 분위기면 한낮이나 밤이나 다를바 없긴 하겠네. 그런데 이자벨, 넌 어떻게 클레이 루트까지 알고 있는 거야?”


“...먼 거리를 가기 전에 사전 준비 차원에서 두세번 정도 방문했을 뿐이야.”


“두 세번이라.. 그 말은 최소한 두 세번 정도는 도시 연합을 가로지르는 여정을 했단 말인데?”


카니엘의 말에 벨리안느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오랫동안 여기저리를 떠돌아다녔어. 돌아다닐 때 분쟁 지역은 피하는게 좋으니까...”


굳은 표정으로 얼버무리는 이자벨의 말에 카니엘은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타이탄 거리 깊숙히 들어가는 동안 그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카니엘도 무리해서 말을 걸기보단 주변 상황에 집중키로 했다.


그도 그럴것이 거리 안으로 들어서자 여태껏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던 사람의 형태가 슬슬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곧 몇몇 사람들이 카니엘과 벨리안느의 주위까지 접근했던 것이었다.


“팔려고 온것인가? 사려고 온 것인가?”


그 중 한 사람이 기척을 숨긴 채 두 사람 뒤로 살며시 다가오더니 그렇게 낮게 말을 건넸다.


갑작스러운 대화에 순간적으로 검을 빼들뻔한 카니엘은 더 이상의 위협은 없자 손을 서서히 거두며 상대방을 면밀히 살펴보았다.


두건을 눌러써 알아보기 힘든 얼굴.

그러나 목소리와 굽은 등 그리고 지팡이를 쥐고 있었기에 노파라 생각되었고, 떄문에 상대적으로 안심할 수 있었던 그였다.


“최근 노빌리스크에 방문한 여자 월영군을 찾고 있습니다.”


“쳇. 사람 찾는 정보라.”


카니엘의 대답에 노파는 갑자기 굵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이내, 등을 꼿꼿히 펴고서는 골목 저편으로 지팡이를 돌리며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당황한 카니엘이 사내의 뒷모습에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던 찰나, 또 다른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옆에서 검은 물체가 불쑥 튀어나와 말을 걸었다.


“사람을 찾는다고?”


굵고 낮은 목소리.

하지만 나이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특징이 있진 않았고, 좀 전에 노파로 착각했던 이와 마찬가지로 로브를 뒤집어써 함부로 예단할 수 없는 것이었다.

특히 로브를 둘렀음에도 떡 벌어진 어깨와 덩치가 드러났기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카니엘은 만일의 사태까지 생각하며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오시오.”


카니엘의 긍정적인 신호에 사내는 몸을 돌려 어둡고 좁은 골목으로 앞장섰고, 그 모습에 카니엘과 벨리안느는 잠시 눈빛을 교환한 뒤, 만반의 대비를 한채 사내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길을 헤쳐 나가길 수분.


어찌된 일인지 두 사람이 아무리 발걸음을 재촉해도 사내는 갑자기 예상치 못한 갈림길로 자취를 감추는 등 완벽하게 그를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또 다시 눈앞에 있던 사내가 골목을 돌아 자취를 감추었고, 이에 카니엘은 급히 쫓아가려 할 때였다.


“이상해. 낌새가 안좋아. 다시 돌아가자.”


뒤따른던 벨리안느가 걸음을 멈추고 카니엘의 팔을 붙잡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 순간 카니엘 또한 위험을 직감하고 그녀의 말대로 왔던 길을 돌아가려 했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어느새 사내가 사라진 골목에서 두 명의 무장한 사내가 튀어나오더니 카니엘과 벨리안느 뒷편에서도 한 덩치하는 두사람이 길목을 막아섰던 것이었다.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자 카니엘과 벨리안느는 두말없이 칼을 빼들며 재빠르게 주변 상황을 파악했다.


좁은 골목과 그 양 옆에 높게 들어선 건물의 벽.


신체 향상 능력을 최대치로 사용하기에 무리가 있었고 마찬가지로 건물을 무너뜨릴 정도의 마법을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마법 또한 그 사용이 제한되는 장소였다.


때문에 상대방이 계획적으로 이 장소를 택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될 무렵, 앞쪽에서 길을 막고 있던 사내 중 한 명이 한발짝 걸어 나왔다.


“서로 피를 보고자 이런 짓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용건만 해결하면 물러나겠다.”


“미안한데 우리도 가진 돈이 많지 않거든?”


“돈? 우린 그런거에 관심 없어. 네가 가진 신체 향상 구슬을 넘겨라.”


“신향구?”


거칠게 몰아붙이는 사내의 말에 지지 않고 대답하던 카니엘은 의외의 단어에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떠오르는 미드갈 일행과의 대화.


그들 또한 신체향상 구슬을 가지고 있는지 넌저시 떠보았고, 짐작컨데 그 대화에서부터 카니엘에 대한 소문이 돌았으리라.


“역시 뭘 모르는 풋내기 새끼군. 이 바닥에서 신향구가 얼마나 돈이 되는지 것조차 모르는 걸 보니까. "


“그럼 얌전히 엄마 곁에나 있을 것이지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온거냐! 어!”


“······”


다른 사내의 도발에도 카니엘은 꿈쩍하지 않고 신중을 가했다.

신체향상의 존재를 알고서도 덤비는 것이라면 그만큼 만반의 준비를 했으리라.

때문에 어떤 함정이 설치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로브 속에 다른 무기를 숨긴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피던 도중이었다.


“카니엘..”


이자벨이 옷깃을 당기며 그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시간이 없어.. 당장 돌파하자.”


“······”


전혀 예상치 못한 명령같은 그녀의 단호한 말에 카니엘은 순간 놀라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투지에서 직속 상관의 명령보다 우선되는 것이 마법사의 명령.


때문에 일반 보병인 자신이 눈치 채지못한 뭔가가 있음을 깨달은 카니엘은 생각할 것 없이 신체향상 구슬을 깨트렸고,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주춤하는 정면의 사내 둘을 향해 돌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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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3화_ 변화의 틀(1) 21.05.17 38 0 8쪽
124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3) 21.05.06 36 0 11쪽
123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2) 21.04.30 43 0 7쪽
122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1) 21.04.28 41 0 9쪽
121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1화_ 필멸지 (2) 21.04.22 42 0 12쪽
120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1화_ 필멸지 (1) 21.04.19 58 0 9쪽
119 [2권. 끝]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끝) 21.04.13 54 1 10쪽
118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7) 21.04.01 61 1 7쪽
117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6) 21.03.26 55 1 12쪽
116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5) 21.03.16 51 1 9쪽
115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4) 21.03.09 52 1 10쪽
114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3) 21.02.24 114 1 8쪽
113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2) 21.02.09 56 1 7쪽
112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1) +1 21.01.26 57 2 8쪽
111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5) +1 21.01.22 95 2 9쪽
110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4) +1 21.01.22 54 2 10쪽
109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3) +1 21.01.22 65 2 7쪽
108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2) +1 21.01.22 64 2 8쪽
107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1) +1 20.12.28 52 2 7쪽
106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5) +1 20.12.17 61 2 7쪽
105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4) +1 20.12.16 53 2 9쪽
»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3) +1 20.12.14 58 2 10쪽
103 [2권] 9장 -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 (2) +1 20.12.08 59 2 7쪽
102 [2권] 9장 -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 (1) +1 20.12.08 48 2 8쪽
101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5) +1 20.12.02 53 2 11쪽
100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4) +2 20.11.20 57 3 7쪽
99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3) +2 20.11.11 62 3 10쪽
98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2) +2 20.10.28 58 3 8쪽
97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1) +1 20.10.26 54 1 9쪽
96 [2권] 8장 -여정_ 3화_ 달무리 작전 (3) +1 20.10.21 5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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