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흔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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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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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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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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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4)

DUMMY

짧은 도약 거리와 협소한 공간 탓에 상대를 압도할 순 없었지만, 검과 검이 부딫치는 순간 신체향상의 위력은 여실히 드러났다.


그렇게 카니엘은 거구의 사내 둘을 오로지 힘으로 밀어붙여 앞길을 열수 있었고, 그 동안 벨리안느는 마법 불을 공중에 띄우는 것만으로 뒷편의 사내들의 발을 묶었다.


“빨리!”


이곳이 도시 한복판이라는 것을 그리고 상대가 인간이었기에 피를 볼 생각은 전혀 없었다.

때문에 도망칠 기회가 생기자마자 카니엘이 그렇게 외쳤고, 그와 동시에 벨리안느는 공중에 띄웠던 마법불을 변형시켜 섬광을 터트렸다.


“젠장! 이게 뭔 마법이야?!”


“어서 빨리 쫓기나 해!”


사내들이 위협스러운 외침을 내질렀으나 섬광 마법의 여파로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는 등 실상 제대로 된 추격을 하지는 못했다.


“대단한데, 이자벨!”


그렇게 골목을 무사히 빠져나와 더 이상 사내들의 추격 소리조차 희미해지자 카니엘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좀 전의 마법에 감탄을 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자벨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심각한 표정을 풀지 않는 것이었다.


“아직이야.”


“아직이라니?”


“저쪽도 만반의 준비를 한 것 같아. 마법사들까지 모은거 보니.”


“마법사라고?”


“응. 총 3명이 쫓아오고 있어.”


카니엘은 그때서야 이자벨이 과감히 돌파하자고 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머뭇거렸다간 마법사까지 합세하여 완전히 제압당할 상황이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신체향상 구슬을 손에 넣고 싶었던 것일까?

마법 실력이 어떨지는 몰랐지만, 숫자만 놓고 본다면 왠만한 중대급 병력에 편성되는 규모였기에 이들의 진짜 목적이 따로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수 없는 것이었다.


“이상한데... 우리가 도시에 도착한지 반나절도 안되었는데 편제를 갖춘 사람들이 덤벼들었다고?”


“······”


벨리안느 또한 그 점이 이해가 안되긴 마찬가지였다.

오직 눈앞에 이익이 있어야지만 움직이는 용병들, 혹은 부랑자들이 신향구가 있다는 물증도 없는데 이토록 단합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무튼 일단 여기를 빠져나가...”


하지만 마법 기운 3기가 쫓아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때문에 조금더 속도를 올린 두 사람은 마침내 좁은 골목길을 벗어나 노을 빛이 닿는 공터로 빠져나온 순간이었다.


타이탄 거리 출구와 연결되는 넓은 공터.


그곳에서 카니엘과 벨리안느는 마법사의 한계, 즉, 마법사 이외 일반 보병은 감지할 수 없어 눈치 채지 못했던 위험과 직면해야 했다.


“대체...”


공터에서 두 사람이 마주한 것은 어림잡아 삼십 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용병들이었다.

그 예상밖의 규모에 카니엘은 잠시 다른 이유로 모인 사람들이라 기대했으나 용병들은 두 사람을 보자마자 일제히 무기를 빼들었고, 그렇게 그의 희망은 순식간에 두려움으로 뒤바꼈다.


“이봐! 그냥 좋게 좋게 말로 해결하자고. 그게 서로한테 도움 될테니까.”


어느새 따돌렸었던 4명의 사내들마저 골목 뒤에서 나타나 그렇게 외쳤고, 이어서 이자벨이 감지한 마법사 세명 또한 차례로 도착하며 상황은 최악으로 치닿고 있었다.


“도대체 정말로 원하는게 뭡니까?”


“아.. 말길 정말 못알아 처먹네.. 신체 향상 구슬이라고 몇번을 말해!”


“······”


사내의 짜증 섞인 소리를 들으면서도 카니엘은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저들의 목표가 신향구인지에 대한 의심은 둘째치더라도, 카니엘에게 신향구는 벨로나와 조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물품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자벨..”


따라서 결코 곱게 줄 생각은 없었으나 그로 인해 이자벨이 다칠까 걱정이었고, 때문에 카니엘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붙잡아 자신의 곁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 행동에 카니엘의 의지를 알아차린 벨리안느는 모순적이게도 그와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자칫 마법 조절에 실패해서 카니엘이 다치면 어쩌지? 이 상황을 마법으로 해결하면 당연히 노빌리스크를 떠날 수밖에 없겠지?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상대측 마법사 3명의 마력 응집 수준을 보았을 때, 현상황을 정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이자벨 베로에란 가면을 벗어 던지고 대륙의 공적으로 싸워야 했고, 때문에 그런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지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아.. 정말.. 좋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대치가 길어지자 용병들은 마지막 수단을 사용하려 했다.


그렇게 한 사내의 말을 신호로 뒷편에 있던 마법사들이 마법을 구현하기 시작했고, 다른 이들도 그 마법 공격과 함께 돌격하기 위해 채비를 끝낸 순간이었다.


칼을 꼿꼿이 치켜든채로 용병들을 죽일듯이 노려보던 카니엘이 서서히 팔을 내리더니 이내 짧은 한숨과 함께 칼끝을 땅바닥으로 떨구는 것이었다.


“우선 이 여자를 먼저 여기서 내보내 준다면.. 가진 신향구를 모두 내놓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 말과 함께 손목에서 느껴지는 카니엘의 미세한 손 떨림.


언제나 자신에게 칼과 화살 그리고 세상의 비난이 쏟아지기만 했던 삶.


그 속에서 어느 누구가 자신을 위해 칼을 들어주고, 걱정하는 말을 해준적이 있었던가.


동시에 떠오르는 카니엘과 지냈던 짧지만 평생 잊을 수 없을 나날들.

지금 이곳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그런 여정을 계속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인형과의 마법연계는 잠시 잊고 그를 위해 마법을 써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휩쌓이자 이번에는 반대로 벨리안느가 카니엘의 손목을 붙잡고는 자신 곁으로 당겼다.


그리고는 어느새 각기 다른 마법으로 실현되려는 마법들을 순식간에 와해시킨 뒤, 역으로 주변 모두를 날려 버릴 마법을 시전 하려던 찰나였다.


“여! 이게 누구신가!”


갑자기 포위망 밖에서 누군가의 큰 외침이 들려왔고, 그렇게 카니엘의 제안에 수근거리던 용병들과 일순간 마법이 사라져 당황하던 마법사들 모두는 그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이거 이거.. 우리 손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나.”


“··· 미드갈!”


용병들 사이를 비집고 등장한 것은 카니엘과 벨리안느를 노빌리스크로 안내했던 미드갈이었고, 그는 잠에서 막깬 표정으로 터덜터덜 걸어오더니 이내 용병과 카니엘 사이에 멈춰서는 것이었다.


“이야.. 우리 손님이 신체향상 구슬을 제조자였던거야? 아니면 월영군 군수창고를 턴 뒤 탈영한 병사라 소문이 났던건가? 난 그런 소문을 들은적이 없는데... 그럼 대체 이 많은 용병들이 왜 한 사람을 못잡아먹어서 안달인거지?”


“훼방 놓지 말고 꺼져라, 미드갈. 네가 데려온 분쟁의 씨앗을 제거하는 중이니까.”


“분쟁의 씨앗?”


“멍청아 벌써 잊은거냐! 신체 향상 가능한 월영군 하나 때문에 우리들의 일을 얼마나 날아갔는지?”


미드갈과 용병들 사이에서 나온 그 말에 카니엘은 하마터면 탄식을 터트릴 뻔했다.


결국 저들은 신향구도 신향구지만 일종의 텃세를 지키기 위해서 이처럼 단체행동을 했던 것이었다.


“아이참.. 귀찮은 일에 끼어드는건 질색인데. 하지만 내가 무사히 노빌리스크로 안내하겠다는 조건으로 돈을 받았단 말이야. 그것도 오늘 아침에. 그러니... 손님께 아무일이 없었으면 하는데?”


“그러다 저 인간이 용병질을 한다하면 네 알량한 조직도 손가락을 빨게 뻔한데도 그런 말을 할테냐!”


“저희는 단지 볼일이 있어 노빌리스크에 잠시 드른 것뿐입니다. 일을 마치면 곧바로 이곳을 떠날 예정이라 용병일을 할 계획은 없습니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알게된 카니엘이 그렇게 외치자 용병들은 순간 당황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용병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하! 말은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지. 하지만 이곳은 부랑자들의 도시 노빌리스크.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눈 앞에 있는데 그걸 마다하겠다는 말을 믿을거 같아?”


“네 놈이 돈만 쓰고 떠난다면야 상관없다만, 정말 단 한푼도 벌 필요가 없는거지?”


“······”


그 이외의 반격에 말문이 턱 막힌 카니엘이었다.

실제로 당장 내일 숙박비부터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다 벨로나에 대한 정보를 언제 얻을수 있을지 미지수였기에 그때까지 쓸 재원을 마련할 계획은 있었던 것이었다.


“거봐! 자! 어서 빨리 저 위선자를 당장 내쫓자고!”


“이런 제안을 하면 어떨까 싶은데?”


또 다시 분위기가 험악해지려는 찰나, 미드갈이 손을 번쩍들며 돌연 그렇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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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3화_ 변화의 틀(1) 21.05.17 38 0 8쪽
124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3) 21.05.06 36 0 11쪽
123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2) 21.04.30 44 0 7쪽
122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1) 21.04.28 42 0 9쪽
121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1화_ 필멸지 (2) 21.04.22 42 0 12쪽
120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1화_ 필멸지 (1) 21.04.19 58 0 9쪽
119 [2권. 끝]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끝) 21.04.13 54 1 10쪽
118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7) 21.04.01 61 1 7쪽
117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6) 21.03.26 55 1 12쪽
116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5) 21.03.16 52 1 9쪽
115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4) 21.03.09 52 1 10쪽
114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3) 21.02.24 114 1 8쪽
113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2) 21.02.09 56 1 7쪽
112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1) +1 21.01.26 57 2 8쪽
111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5) +1 21.01.22 96 2 9쪽
110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4) +1 21.01.22 54 2 10쪽
109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3) +1 21.01.22 65 2 7쪽
108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2) +1 21.01.22 64 2 8쪽
107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1) +1 20.12.28 52 2 7쪽
106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5) +1 20.12.17 61 2 7쪽
»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4) +1 20.12.16 54 2 9쪽
104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3) +1 20.12.14 58 2 10쪽
103 [2권] 9장 -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 (2) +1 20.12.08 59 2 7쪽
102 [2권] 9장 -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 (1) +1 20.12.08 49 2 8쪽
101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5) +1 20.12.02 53 2 11쪽
100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4) +2 20.11.20 57 3 7쪽
99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3) +2 20.11.11 62 3 10쪽
98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2) +2 20.10.28 58 3 8쪽
97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1) +1 20.10.26 55 1 9쪽
96 [2권] 8장 -여정_ 3화_ 달무리 작전 (3) +1 20.10.21 5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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