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흔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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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최근연재일 :
2023.02.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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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3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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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2)

DUMMY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 이튿날.

카니엘과 벨리안느는 어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서 화사한 연두빛 잎사귀가 가득한 숲길을 지나고 있었다.

행인의 마음까지 물들이는 듯한 그 풍경은 물론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그것과 별개로 한 가지 이상한 점 때문에 카니엘은 온전히 그 아름다움에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서 길을 잃는다면 답이 없겠는데? 역시 카릿치오스 중심부로 점차 다가선다는 느낌일까?”


하늘을 가득 메우는 연녹색 잎들.

그러나 그 잎을 붙잡고 있는 나무들은 죄다 떡갈나무 종으로 보이는 단 한 종류의 나무들 뿐이었다. 때문에 거의 반나절을 걸었음에도 같은 장소를 맴도는 듯하여 제대로 길을 찾아가고 있는지 확신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맨 눈으로 다니면 그럴수도 있겠네. 하지만 마력으로 길을 찾는다면 문제없어. 인위적인 조작만 없다면 세상에 동일한 마력으로만 이뤄진 공간은 없으니까.”


“..너랑 같이 다니길 잘했지. 아니었음 목적지 근처도 못갔을거야.”


도움이 되었단 말에 벨리안느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했고, 그녀의 환한 웃음을 본 카니엘은 길잡이의 발걸음을 믿어보기로 하며 말을 이어갔다.


“목적지 말이 나와서 그런데 혹시 시초의 마을이 어떤 곳인지 알고 있어?”


“고대 제국 사람들이 건설한 도시로 추정할 뿐, 정확한 자료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


“고대 제국이라면 역사 이전의 제국이잖아. 적어도 수천 년은 지났는데 도시의 형태가 아직도 남아있건가?”


“마법의 힘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그래서 카릿치오스의 자연 또한 그들이 손본 것이라는 주장도 힘을 잃지 않는거지.”


어제 얼핏 들었던 내용을 떠올리며 카니엘은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벨리안느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혹시.. 직접 본적이 있어?”


“응.”


“정말?”


가보지 않은 곳이 없는듯한 그 대답에 또다시 그녀의 정체가 궁금해졌으나, 민감한 주제를 들춰낼 생각은 없었기에 재빨리 다음 말을 이어갔다.


“설명해줘. 어땠는지.”


“도시 안까지는 둘러보지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일단 역사 이전의 도시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규모의 도시였어.”


“그렇게 커?”


“응. 산 정산에서 내려다봤는데도 도시 반대편 외곽은 보이지 않을 정도니까. 게다가 도시 중앙에 탑 모양의 건물도 있는데, 그 건물은 월영시의 진월대보다 더 컸던 것 같애.”


“진월대보다?”


단순히 마을이란 단어 때문에 작은 유적쯤으로 상상한 카니엘은 그 생각을 완전히 뜯어 고쳐야함을 깨달았다.


“아무튼 그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도시에 집중된 마력이야. 아마 카릿치오스.. 아니, 대륙 전체를 통틀어서 그렇게 마력이 풍부한 건 시초의 마을뿐일 걸?”


“···이전에 월영시의 반란세력에 대해 말해준적 있지?”


“응. 벨로나를 쫓아냈다던?”


“그래. 그런데 그들이 꽤 오랫동안 시초의 마을에서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고 하더라고. 대체 무슨일을 벌리고 있는걸까? 짐작되는거라도 있어?”


마력이나 마법에는 문외한 카니엘이었기에 혹시나하여 그렇게 질문을 던졌으나, 이자벨 또한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글쎄.. 마력만 풍부해서 할 수 있는것이 있나 싶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뭐든지 할 수 있을 수도. 여긴 카릿치오스니까. 누군가의 말처럼 그 무엇도 될 수 있는 미지란 이름의 알을 품은 세계이지.”


이자벨이 말을 마치자 카니엘은 고개를 들어 그녀의 마지막 말이 실감나는 하늘을 올려보았다.


마치 연녹색 물감만 지닌 화가가 내키는대로 붓질을 한 듯한 풍경.


“..그 무엇도 될 수 있는 알이라..”


작위적이면서 자연 그 자체인 이곳에서 정말 무슨일이 벌어지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마치 카니엘의 말이 주문인 것 마냥 갑자기 연녹색 잎들이 미세하기 떨리더니, 이내 잎사귀 끝에서 불에 타들어가듯 서서히 짙은 푸른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뭐지?!”


그 비현실적인 광경에 자신이 환각을 본거라 생각하던 카니엘은 이자벨 또한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이자 반사적으로 칼을 빼들었다.


“이자벨?


“잠시.. 나도 정확히..”


여전히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채 이자벨은 근처 나무로 다가가 이제 완전히 푸른빛을 띄는 나뭇잎 하나를 떼어내었다.

그러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반짝거리는 물질이 나뭇잎에 달라 붙어있는 것을, 그리고 그 물질이 푸른 빛을 머금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떤 특정 파동이나 마력에 반응하는 물질 같아. 그리고 그렇게 반응했을 때, 다른 나뭇잎들도 연쇄적으로 반응되도록 마법을 건듯하고. 일종의 경계 마법이랄까..”


“어떻게 해볼 수 없어?”


점점 푸른 빛으로 빛나던 나뭇잎들이 하늘을 가득 메워서 순식간에 시야가 어두워졌고 때문에 마치 어두운 동굴에 갖힌 듯한 상황이었다.


“나뭇잎 하나 하나에 걸려있는 마법이야. 엄청난 노력으로 만든거라 나도 그 만큼 시간이 필요 해.”


“그럼 어떡하지? 빠져나가?”


“마력이 요동치고 있어서 길이 헷갈리긴 하는데.. 일단 왔던 길로 되돌아가자.”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재빨리 발걸음 옮겼으나, 자신들이 제대로 빠져나가고 있는지 알턱이 없었다.

특히 반나절 이상을 걸어 들어왔던 그 긴 거리를 완전한 어둠속에서 다시 되돌아 가기란 불가능했고, 때문에 숲속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있단 의심마저 드는 것이었다.


“미안.. 내가 좀더 잘 살폈어야 했는데.”


결국 얼마지나지 않아 두 사람 모두는 길을 잃었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발걸음을 멈추게되자 벨리안느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아냐. 어쩔 수 없는 상황인데 뭐.”


“그래도··· 내가 미리 경계 마법을 알아 차렸다면.. 아니 애초에 마력의 흐름만으로 길을 찾는 것이 아니었는데.”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미지의 세계라며. 그러니 누가 알 수 있었겠어. 그 보다 이 경계 마법을 펼친 자들은 누굴까?”


“..글쎄...”


벨리안느는 말끝을 흐리며 생각에 잠겼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인형, 아르센의 짓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소극적인 방법이었다.


“카릿치오스에 있는 어떤 존재라고 밖에 생각 할 수 없을것 같아. 그리고 혼자서 이 넓은 숲에 경계 마법을 칠수는 없을테니 어떤 집단이 방어 목적으로..."


조용히 말을 이어가던 벨리안느가 갑자기 침묵했다.


하늘을 덮은 나뭇잎에서 발현된 경계 마법에 극심한 더위 속 아지랑이처럼 주변 마력들이 어지럽게 흐트러지는 상황.

그럼에도 그 속에서 절대 놓칠 수 없을 정도의 큰 움직임.


“마력 움직임이야. 여기로 접근 중!”


벨리안느가 칼을 빼들면서 그렇게 외쳤고, 카니엘은 주저없이 신체 향상 구슬을 꺼내어 언제든 전투를 치룰 준비를 마친 그 순간.


어둠을 찢는 듯한 거친 울음 소리가 저 먼치에서 울려퍼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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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3화_ 변화의 틀(1) 21.05.17 38 0 8쪽
124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3) 21.05.06 36 0 11쪽
»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2) 21.04.30 44 0 7쪽
122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1) 21.04.28 41 0 9쪽
121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1화_ 필멸지 (2) 21.04.22 42 0 12쪽
120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1화_ 필멸지 (1) 21.04.19 58 0 9쪽
119 [2권. 끝]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끝) 21.04.13 54 1 10쪽
118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7) 21.04.01 61 1 7쪽
117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6) 21.03.26 55 1 12쪽
116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5) 21.03.16 52 1 9쪽
115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4) 21.03.09 52 1 10쪽
114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3) 21.02.24 114 1 8쪽
113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2) 21.02.09 56 1 7쪽
112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1) +1 21.01.26 57 2 8쪽
111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5) +1 21.01.22 95 2 9쪽
110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4) +1 21.01.22 54 2 10쪽
109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3) +1 21.01.22 65 2 7쪽
108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2) +1 21.01.22 64 2 8쪽
107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1) +1 20.12.28 52 2 7쪽
106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5) +1 20.12.17 61 2 7쪽
105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4) +1 20.12.16 53 2 9쪽
104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3) +1 20.12.14 58 2 10쪽
103 [2권] 9장 -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 (2) +1 20.12.08 59 2 7쪽
102 [2권] 9장 -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 (1) +1 20.12.08 48 2 8쪽
101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5) +1 20.12.02 53 2 11쪽
100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4) +2 20.11.20 57 3 7쪽
99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3) +2 20.11.11 62 3 10쪽
98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2) +2 20.10.28 58 3 8쪽
97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1) +1 20.10.26 55 1 9쪽
96 [2권] 8장 -여정_ 3화_ 달무리 작전 (3) +1 20.10.21 5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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