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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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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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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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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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

DUMMY

"하와와와..."



얼핏 보면 한 소설 혹은 그를 기반으로 하는 극본을 연출한 한 장면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중심에 있는 것은 극과 극도로 대비되는 두 사람. 한 사람은 검정으로 뒤덮여 있고, 한 사람은 하양으로 뒤덮여 있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구도는 흔히 벽치기라고 부르는 자세. 하양의 소녀가 등을 기대고 있는 벽에 검정의 남자가 손을 쭉 뻗고 있다. 그 상태에서 하양의 소녀가 볼을 살짝 붉히고 있는 것이 금방이라도 자신을 향해서 날아올 고백을 기대하는 듯하다.



그런 하양의 소녀를 향해서 검정의 남자가 차가운 목소리를 꺼냈다.



"왜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이지?"

"그... 그, 키잔트헤임 연방의 어지간한 소녀라면 꿈도 못 꿀 상황이잖아요! 그 약선이 나한테 벽치기를 꺄아아악!"



처음의 꺄아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서 내지른 비명, 그리고 뒤의 '아악!'은 고통을 주체하지 못해서 내지른 비명이다.



어쩔 수 없는 게, 검정의 남자가 한쪽 귀를 살짝 잡아서 위로 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냥 귀가 아닌, 수인의 예민한 토끼귀다.



하필이면 원래부터 위로 쫑긋 솟은 빳빳하고 두꺼운 토끼귀라면 조금은 나을 텐데, 아래로 쳐진 얇은 형태의 토끼 귀라서 더 아플 거다. 그것을 토끼 수인 소녀는 전력으로 표시해주었다.



"아야야야- 아파여- 약선님- 잘못했어요...."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그리고 이 와중에도 입꼬리가 꿈틀거리는 게 즐기는 것 같구나. 왜 그런 거냐? 기자라면 정보를 수집해야지, 왜 퍼트리고 있을까."

"여기가 얼마나 촌구석인지 확실히 알아보려고 그랬죠..."

"키잔트헤임과 내 이름을 동시에 사용해서?"

"하지만 약선이라는 이름은 개방된 세계에서는 상당히 퍼져 있으니까요. 아야야... 약선님 이제 그만둬 주시거나, 양 손으로 당겨주시면 안 될까요?"



그만둬 달라는 말은 이해가 되지만, 양 손으로 당겨달라는 말은... 취향이 명백히 의심되는 말이다.



"이러니까 너희 세계가 키잔트헤임 제국에 편입되지 못하는 것이지. 아직 연방에 편입된 지 얼마 안 된 것을 고려하더라도 말이야."

"하지만 그건 제국의 기준이 여러모로 이상한 것이라고요. 찬양은 하지만 신이 아니라니 말이 되나요? 사성칠.."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약선의 손가락이 소녀의 목을 콕 찌른 탓이다.



그건 만약에 이 모습을 본 무공 사용자가 있다면 누구라도 감탄을 할 정도로 깔끔한 점혈(點穴)이었다.



.

.

.



"후우"



여러모로 불안불안한 약선이었다.



자신들의 존재는 여러모로 눈에 띈다. 대부분의 이세계인들이 투기장의 중심으로 뛰어들고 있는데, 자신들은 투기장의 주변에서 맴돌고만 있으니까.



감시는 이미 받고 있다. 약선이 이 태초의 도시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구역은 서부 구역, 도시 전체의 1/4에 해당하는 지역밖에 안된다.



뭐, 힘으로 뒤집어엎는다면 얼마든지 뒤집어엎을 수 있지만... 그를 위해서 확인해야 할 게 너무 많다. 일단은 기자 소녀에게 정보 조사를 맡기고 기다릴 수밖에



그리고 그 사이에 할 수 있는 일들은 찾아보면 상당히 많았다.



아니, 사람이 갑자기 몰리다 보면 의사의 일이 절로 생기게 되어있다. 투기장의 거친 싸움에서만 환자가 발생하는 건 아니니까.



오히려 치명적인 질병은 투기장의 거친 환경을 버틸 수 있는 이보다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자들에게서 훨씬 더 많이 발병한다.



"머리야.."

"끄으으응...."

"추워..."



머리를 감싸 쥐거나, 허리 등의 관절을 주무르는 환자들의 상태는 딱 봐도 좋지 않다. 공통점이 있다면 다들 추위를 느끼고 있다는 것. 그런 환자들에게 약선이 첫 번째로 내린 처방은 다음과 같았다.



"일단 설탕과 소금을 탄 물을 주게. 뜨겁게는 말고 미지근하게. 그리고 열이 높은 환자들은 몸을 한 번 삶았다가 마법으로 차갑게 식힌 수건으로 자주 닦아주도록."

"예? 뜨겁게 말고, 미근 하게요?"

"그래."

"하, 하지만 다들 춥다고 그러는걸요. 그런데 미지근한 물을 주고, 차갑게 식힌 수건으로 몸을 닦으라니..."



감기몸살에는 보통 몸을 뜨겁게 해 줘서 땀을 쭉 빼면 되지 않는가. 미지근한 물은 그렇다고 쳐도 차갑게 식힌 수건으로 온몸을 자주 닦아주라니.



"고열은 사람의 몸을 바싹 마르게 만들지. 집안에 장작을 잔뜩 집어넣는 난로처럼 말이야."

"그럼, 물만 마시면 되지..."

"사람이 물만 마시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지."



말과 함께 짤랑거리는 소리가 약선의 주머니에서 작게 났다. 그리고 그 주머니에서 빛나는 동전들을 꺼내는 약선



돈은 언제나 옳다.



"환자들을 위해서 당장 갔다 오겠습니다."



후다닥 달려 나가는 한 사람. 그리고 아직 남아있던 이가 말했다.



"그래도 따뜻한 물에 따뜻한 수건으로 몸을 닦는 게 좋지 않을까요? 몸이 바짝 마르는 게 문제라면 촉촉하게 적셔주기만 해도 되잖습니까?"

"가벼운 감기라면 그렇지. 몸에서 열이 나는 것은 몸에 침입한 나쁜 기운을 몰아내기 위해서니까. 하지만..."



잠깐 말을 망설이는 약선



의학이 상당히 발전된 세계라면 박테리아니, 염증이니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에 상당히 의존하는 메마른 이 세계에서 그런 이야기에 대한 이해는 무리다.



조금 더... 이해할만한 비유를... 조금 전의 난로와 비슷하게...



"요컨대, 투기장에서 살을 내주고 뼈를 가져가는 그런 전술이야. 자신의 몸을 망가트리면서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거다. 문제는 몇몇 투기장의 검사들이 살을 너무 많이 내줘서 죽는 것과 같은 경우가 생긴다는 거지."



눈이 멀거나, 귀가 멀거나. 아직까지 그 정도로 앓는 환자들은 없지만, 몇몇 환자들은 그 전단계인 머리카락이 숭숭 빠지는 증상을 보이고 있다.



"혀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은 들어봤겠지. 비슷한 거라고 생각해주게. 환자들이 질색을 해도 쓴 약을 준다는 마음으로 차가운 수건으로 몸을 닦아 주도록."

"알겠습니다."



또 몇몇 사람이 움직인다.



그리고 약선은 그들과 조금 다른 방향을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발걸음을 따라서 자기도 모르게 약선을 따라서 움직이던 이들은 약선이 향하는 곳을 눈치채고는 자신의 발을 멈췄다.



이어서 머쓱하다는 듯한 헛기침. 그들 중 하나가 말했다.



"저기, 약선님."

"하-아- 여기까지 그 소문이 퍼진 건가? 아무튼, 무슨 문제가 있나?"

"뭔가 입에 착착 감겨서... 아무튼 그 방향은 약선님께서 부탁하신 대로 환자용 화장실인데요... 의사나 가족용 화장실은 저쪽..."

"알고 있네. 검사를 할 게 있어서 이쪽으로 가고 있던 거야. 아, 화장실 소독은 1시간 뒤가 맞지?"

"네? 네... 그렇습니다만, 검사요?"

"고열 및 오한, 두통,요통,관절통, 식욕감퇴 및 복통과 변비. 이런 환자들이 단체로 발생했지. 몇몇 사람들은 단순히 지독한 감기라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이것이 심각한 수인성 전염병... 그러니까 역병 수준의 배탈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야."

"역, 역병 수준의 배탈이요? 하지만 배탈이 나면 설사를 하지 않습니까? 기침과 재채기만 없는 조용한 감기가 아닐까요?"

"내가 아는 병이 맞다면 이 병으로 인한 배탈은 설사 대신 변비를 하게 되거든. 그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의 소변과 대변을 확인해야 하지. 피를 뽑아서 하는 검사법도 있지만, 환자들의 체력을 고려하면 그건 좋지 못해."



말한 당사자는 덤덤하지만 듣는 이들은 속이 살짝 울렁거린다는 표정이다. 그리고 약선의 뒤를 계속해서 따라가는 이는 없었다.



.

.

.



"그래서요?"

"장티푸스다."

"저기, 그럼..."



걱정을 숨기지 못하는 표정. 그런 토끼 수인 소녀에게 약선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취재에 쏟는 노력을 살짝, 다른 쪽으로 돌려줬으면 좋겠는데. 나는 바빠."



퍼져나가는 장티푸스의 기세를 누르기 위해서 약선이 해야 할 일은 상당히 많다. 환자의 궁극적인 치료를 위한 항생제 제작, 환자의 주변인 및 의료진의 보호를 위한 백신 제작, 주변의 화장실에 사용할 소독제 제작 등등...



거기다가 그가 맡은 환자는 장티푸스 환자들 뿐만이 아니다. 다른 질병의 환자나 투기장의 부상자들까지. 다른 의사들이 있기는 하나, 그와 기술 격차를 생각해보면 간호사, 아니 간호조무사 수준의 사람들이니 진짜로 바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궁극적인 원인 추적을 부탁한다."



갑작스러운 장티푸스의 발생



추측할 수 있는 가장 무난한 상황은 무증상 보균자가 이리저리 장티푸스를 퍼트리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 사람을 어떻게든 찾아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말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토끼 소녀의 손목을 잡는 약선. 그에 살짝 붉어진 소녀의 뺨이 다시 하얗게 질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0.5 초였다.



소녀를 그렇게 질리게 만든 물건은 주사기 하나다. 약선이 종종 쓰는 굵은 침에 비하면 앙증맞다고 할만한 작은 바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두려운지 소녀는 고개를 홱 돌리고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저, 저는 약선님의 능력을 믿어요. 제가 어떤 병에 걸려요, 제가 얼마큼 다치더라도 낫게 해 주실 거라고 말이죠!"

"고맙구나. 하지만 제일 좋은 건 병에 걸리지도, 다치지도 않는 거겠지."

"아, 안 돼!"

"돼!"



얼핏 보면 참 몹쓸 모습이다. 울먹이면서 이리저리 빼내려고 하는 소녀의 손목을 꽉 붙들어 메고 있으니 말이다. 약선의 한 손에 주사기만 없었더라면 근처의 경비병에게 신고할만한 모습



그러나 이곳은 약선이 1년이 넘는 동안 환자들을 돌본 병원. 이미 여러 예방 접종을 받은 이들이 있기에 약선의 편은 있어도 소녀의 편은 없다.



"누가 레티야 좀 잡아주겠나. 이렇게 움직여서는 주사기에 다칠 것 같다만."

"내, 내 몸에 손대지 마! 약선님 말고는 그 어떤 남자라도 순결한 내 몸에 손댔다가는 용서하지 못해!"



그 어떤 남자라도 몸에 손을 댔다가는 용서하지 못한다고?



여자가 붙들면 그만. 투기장에는 남녀 상관없이 도전이 가능하고, 이곳에는 약선에게 은혜를 입은 몇몇 사람들이 간호사로 일하고 있으니 사람이 모자라지는 않다.



그런 도움 아래에 고양이같이 난동을 부리던 토끼 소녀, 레티야의 예방 접종을 무난히 마칠 수 있었다.



"끄으으..."

"뭐, 명색이 기자니까 조사 방법은 굳이 알려줄 필요가 없겠지. 그럼 부탁 하마."

"정말이지. 막무가내로 몸에 길고 단단한 것을"

"그다지 길지도, 단단하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아무튼! 약선님이니까 제가 순순히 따라준 거예요! 저 쉬운 여자 아니에요!"



말을 하고는 거리로 후다닥 달려 나가는 레티야. 그 뒷모습을 보는 약선에게 한 간호사가 말했다.



"걱정이 되는 모양이세요?"

"할 수밖에 없지. 나름대로 귀한 집 아가씨가 외지에서 떠돌고 있으니까."

"호오- 왜요?"



자연스럽게, 동시에 미묘히 과거사를 캐려는, 실례라면 실례인 질문



하지만 그 질문에 주변에 있던 사람은 눈살을 찌푸리는 대신 눈동자를 밝게 빛내고 있었다.



대부분의 이 태초의 도시에 온 이세계인들의 과거사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다. 대다수가 나름대로 허새를 섞어가면서 스스로 떠벌떠벌거리는 탓이다.



자신은 겨울의 험한 산맥에서 집채만 한 몬스터 곰과 싸웠니... 홀로 1000명의 군대와 맞서 싸웠니... 베테랑 헌터와 맞먹는 A랭크 적합자니...



하지만 약선과 레티야는 상당히 달랐다. 알려진 이야기는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와, 정보를 수집해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기자라는, 투기장과는 참 맞지도 않는 직업.



이름이 알려진 것은 레티야 혼자 뿐. 고향이라는 키잔트헤임 연방과, 약선이라는 이름이 알려진지는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것도 만취해서 뻗기 직전의 레티야에게서 간신히 얻어낸 정보다.



그러니 관심을 가질 수밖에.



하지만 자신은 입이 무겁다는 듯이 가볍게 무시를 하는 약선. 어지간하면 쌀쌀한 그 태도가 기분 나쁠 법하다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사연 있는 남자의 태도로 받아들여서는 자기들만의 추측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조차도 전부 무시를 하던 약선의 귓가로 한 사람의 말이 흘러 들어왔다.



"어쩌면... 키잔트헤임 제국에 군림하는 황제의 주치의였을지도 몰라. 높으신 분들의 주치의는 자연스럽게 담당 환자가 늙어 죽어도 강제로 은퇴한다고 하잖아?"



..?



레티야는 키잔트헤임 연방이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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