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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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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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대충 2년?


-지구의 기준에서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지옵니다. 지구의 1일 자전 주기는 23.934 시간, 공전 주기는 항성년을 기준으로... 흠 여기까지는 너무 간 이야기인가요. 아무튼 그곳은 지구에 비해서 자전 주기도 살짝 더 길고, 공전 주기도 더 기니까요.


요약하자면 과학적인 보정을 가할 경우, 실질적으로 있었던 시간은 훨씬 더 길다는 뜻. 아눕롤은 그를 정확히 5년 하고도 2달 1주 13시간 43분 12초 정도 있었다는 있었다는 계산을 해 주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을 보내고 지구로 돌아온 시우와 하늬의 모습에는 큰 변화가 없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주말을 좀 지나치게 열정적으로 보냈는지 피곤해 보이는 정도


살짝 대단해 보이지 않는가.


하늬야 뭐, 원본부터가 한 세계의 먹이사슬 최정상에 위치한 생물


반면에 시우는 어찌 됐든 비적합자인 인간이다. 아직까지 지구에 제대로 된 무공 사용자가 10명도 안 되는 것을 감안해보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이런 분위기를 타서 봉사활동 동아리의 한 학생이 말했다.


"비결이 뭐죠?"

-욕심부리기는


그리고 바로 돌아오는 아눕롤의 핀잔에 웃음이 터졌다.


"아니, 욕심 이라니! 자신은 뭐, 키잔트헤임의 슈퍼 금수저에 고대 문명의 후예라고 막 말하지 말아요!"

-그렇긴 합니다만, 엘프가 인간에게 '어머- 동안의 비결이 뭐예요?' 하는 것도 좀 아니지 않습니까?"


다시 동아리실 안에 웃음이 터진다.


하긴 그렇긴 하다.


시우보다 급을 더 올려서, 그 손시훈과 비교해보자. 이미 그는 내공으로 증폭시킬 수 있는 수명의 끝에 달한 인간. 그런 수명이 대충 700년에서 900년쯤 된다.


그리고 엘프는 비슷하게, 아무것도 안 해도 대충 그쯤 산다.


물론 내용물에는 차이가 상당히 있겠지. 800살 먹은 엘프는 침대에 누워서 오늘내일할 몸 상태겠지만, 손시훈은 그 당시에도 거의 현역과 준하는 활동을 했다고 하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시우에게 동안의 비결을 물을 입장은 안 되는 게 사실.


이러니까 아눕롤이 '욕심부리기는'란 말을 한 것이다. 만약에 질문을 한 학생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면, 아눕롤이 말하기도 전에 N이 '양심 어디?'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방금의 말을 건넨 엘프는 여자 아이. 이런 관계로 입에 발린 소리를 꺼내는 N이었다.


<200년 사는 인간이든 800년 사는 엘프든, 아무튼 생로병사의 굴레를 사는 생명체에게 우리 같은 사람이 더 배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말이 나온 김에 비슷한 장수종이신 블루베리님을 불러와서 진지하게 이야기해볼까?


티격태격


그런 모습을 보며 시우는 자신이 지구에 돌아왔다는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지구에 돌아왔을 때에는 여러모로 애매한 기분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지구로 돌아왔다는 꿈에 빠진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투신이 있던 이세계로 갔던 것이 꿈이었던 것인지-


지구의 시간은 고작 2일이 지났다만 이세계에서는 5년이 지난 시차가 있으니까. 거기다가 아눕롤이 말한 대로 하루의 길이도, 1년의 길이도 상당히 차이가 났지 않았던가.


이런 시차를 대비해서 정신을 일부분 분리해서 보존하는 마법을 미리 쓰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이지, 단기적인 혼란을 대비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마법의 부작용 때문에 시우는 희미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 그렇기에 그는 지금 인간보다도 우월한 지성을 가진 기계 거미와 한 때 정령계의 폭군으로 군림하던 정령용의 말싸움을 말릴 기운이 도저히 없었다.


여러모로 시차적응을 하기도 바쁘니까.


그저 반쯤 힘이 빠진 표정으로 그저 고개를 끄덕끄덕 거릴 뿐. 어느 쪽을 편드는지 알 수도 없는 의미 없는 맞장구다.


이런 시우의 기색을 눈치챈 수인 학생이 말했다.


"괜찮으세요 강사님?"

"... 내일은 의사회에 출근하면 하루종일 단련실에서 보내야겠어."


괜히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났겠지.


지금 하늬는 동아리 시간이 되자마자 동아리실에서 쭉 뻗어버렸는데 말이다. 그나마 코는 골고 있지 않고 쌔근쌔근 조용히 자는 것을 다행이라고 봐야 하나.


모두가 잠시, 그 잠든 모습을 보고는 진정했다.


티격 거리던 N과 아눕롤도 포함해서 말이다. 하긴 피곤해서 뻗어버린 사람 옆에서 시끄럽게 구는 건 예의가 아니긴 하다.


그 조용해진 분위기 속에서 시우가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만, 수업 시간에 하늬 안 졸았니?"

"어, 그게 깨어는 있었는데, 깨어있는 것 같지 않았어요. 선생님에 피곤하면 보건실에서 쉬어도 된다고 말했는데도 괜찮다고만 했고요..."

"어쩔 수 없지. 우리끼리니까 주말 사이에 게이트 너머에서 2년, 뭐 지구 시간으로는 5년의 시간을 보냈다고 말하지 남들에게는 그런 말 하기는 좀 그렇잖아."


가뜩이나 여러모로 관심을 받고 있으니까.


여기서 지난 주말 이틀간 했던 일이 알려진다? 바로 머릿속에 뉴스기사가 하나 떠오른다. 대충 '이세계에 잠입해서 학생들을 구출...'같은 내용 말이다.


그런 소란은 더 이상 사양


자기 자신을 여러모로 더 높은 곳에 이끌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그 여러모로 중에서 '유명세'는 시우에게 없다. 그렇기에 비밀 보장이 되는 봉사활동 동아리의 학생들 하고만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시우였다.


미리 알려줘서 나쁘지 않을 이야기도 있었으니까.


그 이야기의 핵심은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 사람이겠지


"키잔트헤임의 사성, 약선이라"

"그 사람, 평행세계의 손시훈씨라고 하지 않았나요?"

"어땠어요?"


최소한 밋밋하게 흘린 그 이야기에도 학생들은 여러모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뭐, 손시훈의 정체와 행적이 대충 공개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에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잠깐 고민을 한 시우는 자신도 모르게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왜 우리 형은 약선이 아니라 예옥인 것일까?"

-너무한 감상이잖아.


아눕롤의 말대로 그녀의 평상시 말투가 깨질 정도의 감상이 시우의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만약에 자신이 외동이었다면 어떻게든 쉴드를 쳐 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시우에게는 여동생 손시연이 있으니까.


"최소한 약선이었다면, 시연이와의 사이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을지도 몰라."

-아


변명을 하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아'라는 목소리가 아눕롤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그렇겠지. 약선의 방식이 손시훈, 예옥의 방식보다 더 상냥하다는 건 너무나도 객관적인 일이니까. 이건 키잔트헤임, 그 중에서도 곁다리에 끼는 '연방'이 아닌 '제국'출신인 아눕롤이 더 잘 알 수밖에


모두가 스피커만 보고도 그를 눈치챘는지 그저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런 학생들에게 덤덤하게 말하는 시우였다.


"형과 나의 관계는...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어. 만약에, 약선이 형만큼 강하고, 지구의 상황이 지금과 똑같았다면... 약선도 나를 살짝 방치할 수밖에 없었겠지. 나는 그걸 충분히 이해해"


이제 20대 후반, 곧 서른이다. 어른이 돼서 '그래도'라고 말하는 건 철이 덜 든 거겠지


"하지만! 시연이와의 관계는 확실히 달랐을 거라고 말할 수 있다!"

"...형을 그렇게 확인사살 했야만 하니?"


언제 왔냐?


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익숙하게 상처받은 목소리가 끼어든다.


그런 익숙함에 시우는 움찔거리는 대신 단호한 표정을 유지하며고개를 돌리고는 말을 이어갔다.


"시연이가 형 때문에 얼마나 속 졸이면서 고생을 했는지 알아?"

"나는..."

"그래, 불곰과 해골장미 대원들을 동원해서 주변에서 지켜봤다고? 미안한데, 내가 본 약선은 최소한 나와 아버지-어머니와 선은 끊었어도, 시연이하고는 꾸준히 연락하면서 봐줬을 사람이야."

"...아눕롤?"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 위치가 하필 창틀이라서 더더욱 애절한 감이 커졌다.


그런 목소리에 아눕롤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뭐, 여기서 침묵은 충분히 긍정으로 이해해도 충분할 수 있겠지.


거기에 시우가 아닌, 다른 이의 입에서 밑밥이 흘러나왔다.


"키잔트헤임의 함대가 곧 이 지구에 온다고 해요. 하지만 약선님은 오지 않으셨으면 해요."


언제 잠에서 깨어났는지 모를 하늬의 목소리. 그에 손시훈은 억지웃음을 유지하면서 말했다.


"왜?"

"몰라서 물으세요?"

"어! 몰라! 모르겠는데? 진짜로, 하나도, 모르겠는데?"

"몰라서 알려드린다면, 약선님과 시연이 언니와 만나면 시훈이 삼촌의 처지가 더 고달파질게 뻔하니까요."


그 순간


시우는 처음으로 자신의 형이, 자신보다 한참은 어린 여자아이에게 욕을 참는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딱히 손시훈을 욕할 생각은 없다. 어쨌든 욕은 참았고, 약점을 찔리면 화들짝 놀라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니까. 이 또한 씁쓸하지만 손시훈의 인간성이라고 할 수 있겠지.


다른 학생들도 비슷하게 생각하는지, 손시훈을 향한 시선에 경멸보다는 동정의 감정을 실어서 보내고 있다.


"보, 보지마!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말란 말이다!"

"제발 시연이에게도 그런 반응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진짜로


지금 학생들의 눈에 담긴 동정의 감정을 다 담아도 손시연의 경멸을 따라오는 건 힘드니까. 거꾸로 생각해보면 친동생의 경멸은 장난거리로 생각하면서 남에 가까운 학생들의 동정은 버티기 힘들어한다는 것도 좀 그렇다.


이런 사실이지만, 참 몹쓸 생각을 떨치기 위해서 이마에 손을 턱 얹은 시우. 그런 동생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손시훈의 재촉하는 말이 이어졌다.


"자자! 나도 그럼 그 녀석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간만에 듣는 평행세계의 나인 동시에, 옛 동료의 이야기니까."


은근슬쩍 말 돌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이야기를 완전히 멈추기는 좀 그렇다. 이어질 이야기는 손시훈과 꼭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이야기니까.


투신을 압도한 싸움


그리고 거기에 사용한 기술


공령


시우가 그를 언급하자마자 학생들의 시선이 창문에 걸터앉은 손시훈에게 집중된다. 그 가운데 손시훈은 시선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진지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런가... 더 위로 나아가는 길에 공령을 예시로 든 것인가."

"예시라. 다른 것도 있어?"

"지금 네 경지인 완극(完極)과, 거기서 더 달려나간 화경(化境)과 현경(玄境)의 차이가 있다면 크게 3가지지."


허공섭물처럼 단순히 물건을 움직이는 수준을 넘어서 내공을, 즉 생명령을 부여할 수 있는 어검술(御劍術)

주변과 생명력으로 동조화를 하여 그 어떤 물리적인 흔적도 남기지 않는 답설무흔(踏雪無痕)

그리고 마지막으로 약선이 시우에게 알려준, 내공을 전부 비우고- 몸에 다시 내공을 가득 담아내서 쏘아내는 공령(空靈)


"뭐, 그 중 하나라도 있어야지 화경이다- 셋 다 자연스럽게 써야지 현경이다- 란 건 아니지만. 나만 하더라도 세 개 다 안 쓰거든."


이는 손시훈의 졸렬한 변명이 아니라, 그의 전투 스타일 때문이다.


꾸준히 마법과 선술을 쓰는 것과 함께- 거대한 극도, 비아취월을 휘둘러야 하니 어검술을 쓸 여유가 없고

적운흉풍을 타고 날뛰니 경공의 극에 달한 답설무흔을 쓸 이유도 딱히 없다.

공령 또한 마찬가지. 잠깐의 폭딜을 넣는 것 보다는 꾸준딜을 넣는게 손시훈에게는 더 효율적이다.


"물론 나는 나고, 너는 너지. 보아하니까 벌써 단련을 시작한 것 같네?"

"그래서?"

"내일은 의사회 단련실에 놀러가면 되겠다."

"오지마."


라고 말은 했지만 뻔히 미래가 예상되는 시우. 가뜩이나 정신 분리 마법 때문에 지끈거리는 머리가 두배로 지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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