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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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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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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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2

DUMMY

그리고 하늬는 변명을 하는 것 같은 두 사람의 앞에서 이마에 손을 대는 행동을 취했다.



나름대로 짜증을 참고 있는 것 같다.



이조차도 시우는 나름대로 이해를 해주기로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늬에게 향하는 대접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녀의 스트레스가 쌓이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었으니 말이다.



대표적인 예시를 들자면 산책의 문제. 원래 한 마리의 새였던 그녀는 가볍게 하늘을 날면서 스트레스를 풀고는 했다. 그런데 이 마을에서는 하늘을 날면서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를 풀면 사람들이 다시 스트레스를 준 것이다.



자신들의 대접에 뭔가 불편한 점이 있냐면서 말이다. 그와 함께 쏟아지는 부담스러운 과잉 친절은 덤이다. 시우에게 가는 부스러기 조차도 엄청날 정도로



그래도



은근슬쩍 거기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김송현과는 다르게, 시우는 그것을 즐기지는 않는다. 또한 부스러기를 주우면서 슬그머니 도망칠 기회를 노리는 김송현과는 다르게 시우는 위기가 오면 함께 맞서 준다.



혹시나의 의심을 하기에는 이미 행동에서 보여준 차이가 상당히 크기에 하늬는 풀린 표정과 함께 이마에 올렸던 손을 내렸다.



하지만 화가 완전히 풀린 것 같지는 않기에 빨리 말을 꺼내는 시우였다.



"이미 충분한 정보는 모았으니 내일 낮에 날아서 빠져나가는 거야."

"낮요?"

"그래, 여기는 사막이니까."



그럴듯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하늬. 하늬의 이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사막의 환경과 그에 따른 생활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낮에는 대략 40도까지 올라가고, 밤에는 물이 간신히 얼지 않을 정도로 온도가 뚝 떨어지는 극한의 환경. 그렇기에 사람들의 활동 시간은 해가 뜨는 시간대와 해가 지는 시간대로 한정이 되어있다.



그리고 밤에는 추위를 달래기 위해서 불을 피운다. 거기다가 사막의 주민은 소리에 민간함지라 밤에 떠나는 것이 의외로 더 눈에 띄는 행동. 그러니 낮에, 모두가 더위에 지쳐서 낮잠을 자거나 나른하게 몸이 풀렸을 때 떠나는 것이 최선이리라.



그렇게 이야기를 하던 일행은 바깥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말을 멈추었다.



그렇게 들어온 것은 살짝 갖춰입은 원주민 아이. 지금 머무르고 있는 촌장의 손자라고 했었나. 그 아이가 전해주는 말은 일행을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누구...?"

"이웃 마을의 촌장님이라고 해요. 이틀 뒤에 뵙자고 하시네요."



이틀이라. 지구와의 시간 격차가 있으니 여유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미루다 보면 계속해서 미뤄지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 좀 꺼려진다.



그런 티를 숨기고 있는 시우와 하늬에게 촌장의 손자가 계속해서 말했다.



"자신의 아버님 이야기를 해줄 거라고 하네요."

"아버님이 어떤 분이길레?"

"위대한 전사들의 투기장 출신이라고 해요. 정작 그 말만 했지, 투기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제대로 말을 안해서 다들 뜬소문이라고 하지만요."



이어지는 것은 어떤 마을의 누구는 혼자서 무거운 수레를 모래 수렁에서 빼냈다. 어떤 마을의 누구는 대낮에 도적단을 몽둥이 하나로 쫓아냈다는 이야기. 그냥 그런 소문이 있다- 는 말이다.



그러니 별 다른 기대는 말라는 말이 덧붙여진다. 그냥 외지인에게 아버지 자랑을 하고 싶을 거라고 말이다.



범상치 않은 양반이기는 하단다. 남들보다 훨씬 더 오래 산 데다가, 분명히 심장이 멈추고 죽었는데 잠깐 뒤에 다시 살아나서는 3일을 더 버텼다나?



그래도 특별히 들은 이야기는 없을 거란다.



아마 이 마을에서 머무르는 촌장은 괜히 시우와 하늬가 시간 낭비를 하면서 자신들에 대한 인상을 망치지 않기를 바랬던 것 같다. 그러니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어린 손자를 보낸 것이겠지.



그런 촌장의 손자가 가고 난 다음 아눕롤이 조용히 말했다.



-기계인 제가 하기에는 조금 거시기한 표현입니다만... 냄새가 나는데요?



.

.



그러나 아눕롤이 맡은 그 냄새를 쫓아간 곳에는 상상 이상의 것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에서 살짝 떨어진 곳. 그곳 깊숙하게 묻어있는 묵직한 덩어리. 얼핏 보면 누가 이런 곳에 독특하고 묵직한 돌맹이를 수고들어서 묻었나 할만한 모습이다.



하지만 심연의 지식은 그런 첫인상을 느낀 시우와 하늬에게 저 묵직한 덩어리의 재료를 알려주었다. 저 덩어리는 살아있는 사람들을 단체로 갈아넣어서 만들었다고 말이다.



아직 그것을 모르는 아눕롤은 저 덩어리가 하는 역할을 말했다.



-근처의 지맥을 자극시키고 있군요. 이게 지속적으로 마을마다 있는 오아시스를 청결하게 유지시키는 비결인가 보군요.

"그렇지요. 이것이 신의 가호의 정체이지요."



신의 가호



마을 사람들은 토루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오아시스의 물이 마르지 않고, 작물들이 뜨거운 낮의 열기와 밤의 냉기에 버틸 수 있는 것이 신의 가호 덕분이라고 했다.



그 정체를 일부분이지만 알게 되자 여러모로 속이 역겨워진 시우와 하늬였다. 그런 두 사람에게 촌장이 말했다.



"신령님과 손님께서는 근처의 도시를 물었고, 이야기를 듣자 하니 신의 투기장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신 모양이더군요."

"...네"

"충분히 알게 된 것 같습니까?"



그랬다고 생각했지만 이것을 보니 하나도 모르는 것 같다. 그렇기에 확인을 위해서 일단은 자신들이 아는 정보를 말하는 시우였다.



이 세상의 주민들 뿐만이 아니라, 다른 세계에서도 전사들을 모아서 여는 투기장. 몇 년이라는 기나긴 기간을 거쳐서 나오는 최후의 승자에게는 신이 황무지를 개척할 힘과 새로운 왕국을 하사한다고 전해진다.



가령 지금 일행이 머물고 있는 마을이 그 예시. 약 60년 전에 새워진 왕국의 끄트머리에 해당된다.



"황무지를 개척할 힘은 투기장의 밑바닥에서 나오는 것이었군요."

"그렇겠지요."

"그런데 어떻게 이 정보를 아시게 되었죠?"



지금은 한참 투기장이 다시 열린 때다. 그래서 마을 청년들 사이에서는 인생 역전을 위해서 투기장에 도전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농담을 종종 하고는 한다.



이런 정보가 널리 퍼졌다가는 그런 농담은 나오지도 못 할 텐데... 보통은 새로운 왕이라고 하더라도 알기만 하지, 입 밖으로 못 말하게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을까?



"저희 아버지가 심장이 멈췄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소문을 들어 보셨습니까?"

-들어 봤습니다. 아! 그렇군요. 투기장의 비밀을 지키는 저주가 심장에 새겨지는 형태의 것이라면...

"아마도 아버지의 심장이 잠시 멈췄을 때 풀렸겠지요.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3일 사이에 이 촌장은 아버지에게서 투기장의 숨겨진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몇 십 년마다 한번 열리는 투기장의 최종 우승자는 새로운 왕이. 부상이 가볍거나 적은 상위권자는 귀족이, 그리고 이 촌장의 아버지까지 대충 살아남은 사람은 변두리의 촌장이, 그마저도 못한 이들은 노예가 되거나 새로운 개척지를 위한 가호의 '재료'가 된다고 말이다.



"그런데 왜 이런 이야기를... 갑자기 저희에게 해 주시는지?"

"신령님과 손님은 좋으신 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말할 생각이 없었다고



투기장의 진실은 잔혹하지만 이 세계는 그 잔혹함이 있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계다. 세계 전체가 바짝- 말라붙었기 때문이다.



하긴, 괜히 게이트까지 열어서 이세계의 도전자까지 받아들이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겠지. 거주민의 입장에서는 한정된 자원을 늘려가며 자기들끼리 싸워서 멸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명색이 투기장이니 최소한의 경고는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혈기 넘치는 젊은 이들이 사지에 들어가는구만...'이라는 살짝 안타까운 감정만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귀한 손님분께서 도적단을 물리치고, 신령님께서 모래 폭풍을 몰아내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의 옛날 유언이 떠올랐습니다."



자신의 집안 사람들과 좋은 손님들은 투기장에 가는 것을 막아라.



"당시 아버지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좋은 손님, 좋은 이세계인들에게 은혜라도 입은 것이겠지요. 그리고 저희 또한 은혜를 입었으니 알려는 줘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적단을 멈추고, 모래폭풍을 흐트릴 정도니 마냥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의 경고는 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가 아닐까.



또 이 이야기를 혼자만의 비밀이 아니라 남에게 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했다. 말을 마친 표정이 살짝 후련했으니까.



.

.



그리고 다음 날



뜨거운 사막의 하늘 위를 날고 있는 세 사람의 분위기는 살짝 묘했다. 뭔가 싱숭생숭한 분위기. 살짝이지만 의욕을 놓은 기색이 흐르고 있다.



그 가운데 나지막하게 한마디를 하는 시우였다.



"...정찰이니까. 확인을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 몇 년 뒤면 지구에 게이트가 다시 열리니까."



처음 게이트를 무단으로 넘어간 학생들을 찾는다는 목적은 반쯤 포기한 상태다. 이미 처음 투기장이 열린 지 여기서는 몇 년의 세월이 흘렀으니까.



넘어간 학생들은 진짜 포기를 하는 게 좋겠지. 원래부터 어른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는 녀석들이었으니 더 잘 나가는 지금 시우와 하늬의 말을 듣는 것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그리고 바닥에 있는 사람은...



신의 가호를 위한 재료로 완전히 불구가 된 사람을 갈아버리는 건 투기장의 끝나고 난 이후의 일이다. 그러나 투기장에서 갈려나간 사람이 한둘이 아닐 텐데 어떻게 그전에 찾는단 말인가.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걸 거다.



그나마 돌아갈 의지와 몸이 둘 다 되는 가망이 있다면 어중간한 경우가 있겠다. 지금은 죽은 투기장 출신의 촌장처럼. 하지만 그조차도 나름대로 비밀 유지를 한다는 걸 고려해보면 가망이 썩 밝지는 않다.



-두 분에게 위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돌아가면 제가 키잔트헤임에 조사 자료를 바로 전송할 겁니다. 이미 몇몇 국제적 협약을 어긴 것 같으니까요. 솔직히 지금까지 몇몇 선진국인 세계들이 왜 내버려두고 있나 신기할 지경이옵니다.

"신기한 건 둘째치고, 협약에 강제성이 있나요? 게이트가 열리기 이전의 지구에도 국제법은 있었지만 안 지킬 나라는 안 지켰는데요."

-그건 뭐,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깝기 때문이죠. 그런 놈들에게는 주먹으로 해결하면 그만 아니겠사옵니까.



순양함 2-3척 쯤 되면 어지간해서는 협상장에 순순히 나와준다나. 이 말에 하늘 위를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덮는 SF전쟁 영화의 한 장면의 모습이 떠오른 시우와 하늬였다.



이런 둘을 두고 아눕롤은 '계몽'이라는 표현을 써 주었다.



그 다음으로 한 말은 명색이 키잔트헤임의 칠현과 엮인 일이니 순양함 중에서도 체급이 제일 빠방한 배들에 전함까지 한 척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거 완전... 제국주의 시절의 식민지 침략인데...



"오빠. 갑자기 저, 키잔트헤임의 국가가 부르고 싶어졌어요."

"나도 그래."

-에이, 그래도 다른 제국들보다는 우리 키잔트헤임이 낫지요.



우리 키잔트헤임....



그래 객관적으로 보자. 망가진 한 세계의 유지를 위해서 원주민들 뿐만이 아니라, 이세계의 사람들까지 유혹해서는 투기장에 밀어넣는 세계라면 충분히 마계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보통 그런 세계와의 분쟁을 좋게 표현하면 '성전'이라고 부르며 철저한 파괴가 뒤따른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계몽이라고 표현하는 키잔트헤임이 다른 세계보다는 확실히 낫기는 한데....



-도련님! 그렇지 않사옵니까? 지금 하늬양의 도움으로 하늘을 날고 있지 않사옵니까! 발밑을 보시옵소서! 무엇이 보이시옵니까?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이요."

-그렇지요! 키잔트헤임은 이 세계의 저 메마른 대지를 다시 녹색으로 물들여 줄 것이옵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아눕롤의 키잔트헤임 찬양이 시작됐다.



팩트를 기반으로 한 찬양이긴 한데, 그 찬양을 들으니 괜히 낯이 뜨거워진다. 시우뿐만이 아니라 하늬도 그렇게 느끼는지 시우는 퍼득이는 날개소리가 더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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