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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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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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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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결전

DUMMY

"아... 이건 좀..."


명색이 신은 신이다. 그런 모습을 보여준 이 세계의 신. 우리의 발로 가겠다- 약선이 그런 말을 하자마자 일행의 시야가 급격히 바뀌었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경험한 그 어떤 전이마법하고도 비교를 할 수 없는 안정감. 그건 자신들이 눈을 뜬 채로 잠깐 꿈이라도 꾼 것 같았다.


그렇게 시야가 급격히 바뀌면서 도착한 곳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어느 투기장.


크기와 주변의 장식. 그리고 이미 기다리고 있던 관객의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아마도 태초의 도시 중심에 있는 투기장인 모양. 이 투기장에는 시우도 하늬도 멀리서 보기만 했을 뿐, 안쪽까지 들어오는 건 처음이다.


하지만 지금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문제는 시우와 하늬, 그리고 약선이 살짝 따로 이동을 했다는 것이다.


"내가 직접 발로 가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약선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특수 취급을 받고 있었다.


바닥에는 붉게 달아오른 무언가. 색과 빛을 봐서는 용암이라기 보다는 금속을 녹인 것 같다. 아무리 마법을 썼다고는 해도 그걸 호수처럼 유지할 정도이니 아마도 납을 녹여서는 달구고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관리를 하는 신관들이 갑옷은 거의 헐벗고 있는 반면에 투구는 요란한 수준이니 반 쯤 확실


이런 가운데 약선이 들어있는 철창이 위에 둥둥 떠 있다.


철창도 그냥 철창이 아니다. 안쪽이고 바깥쪽이고 말뚝같은 대못이 박혀있는 모습의 살벌한 철창. 어지간한 짐승도 저런 우리에 넣을 것 같지 않은 가운데 약선은 그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못을 밟고 자연스럽게 서 있었다.


"협력해줬잖아..."


다만 마냥 덤덤해서 아주 멋있지는 않았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투덜거림. 시우와 하늬에게는 살짝 익숙해진 손시훈의 그것이다.


그런 투덜거림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철창이 움직였다.


만약에 그 모습을 보고 있지 않았더라면 저절로 등골이 서늘해진 기색을 먼저 느끼며 고개를 돌렸을 것이다. 그리고 철창에 박혀 있는 대못이 무방비하게 서 있는 한 사람의 가슴으로 날아드는 모습을 보았겠지.


가슴이 꿰뚫리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눈도 질끈 감지 못할 것이다.


이랬던 관객들이 본 것은 한 쪽 손바닥으로 가볍게 대못을 막아낸 모습이었다.


"괜찮아! 난 신경쓰지 말고! 납중독도 신경 쓰지 말고! 너희만의 싸움을 해!"


괜찮겠지. 손시훈과 비슷한 유머감각으로 납중독 운운한 시점에서 걱정은 상당히 덜었다. 그렇기에 시우와 하늬는 자신의 시선을 위에서 앞쪽으로 살짝 내렸다.


그러자 여러모로 불편한 심기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선적으로 신관은 신관들이고, 그 뒤에 있는 각 세력과 지도자들에게도 짜증이 느껴진다.


어쩔 수 없지. 시우와 하늬가 한 짓은 저들이 미래에 가질 나라의 자산을 허공에다가 날린 행위이니까. 그걸 이제라도 막기 위해서 이렇게 모인 것이다.


그렇기에 나름대로 각오를 하는 일행을 두고 한 신관이 외쳤다.


"여기! 죄인과 죄인에게 유혹당한 어리석은 자들이 있도다!"


조금 전에 들었던 이야기. 그것을 길게 말하자 관객들의 야유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물론 시우와 하늬에게는 그저 어이가 없기에 묵묵히 들어줄 뿐이다. 이런 쪽에서는 원시 시대에 가까운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현대의 논리를 내밀어봐야 먹히겠는가?


어림도 없지.


이런 상대방의 무논리에는 자신 또한 무논리적인 힘을 들이밀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아?'


심연이 진하게 속삭인다.


그 목소리는 마치 깊은 물 속에서 들은 것처럼 흐릿하게 퍼지고 있었지만, 동시에 귓가에서 들은 것처럼 묵직한 느낌. 톤은 얄궂은 소녀의 목소리 같기도 하고, 담백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 같기도 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 그 말을 상당히 따라주고 싶다는 것.


그래도 혹시나의 확인이 필요하기에 시우의 고개가 다시 위쪽으로 향한다.


돌아오는 건 살짝 찜찜한, 그래도 괜찮겠지 하는 약선의 끄덕거림.


그냥 고개를 끄덕거렸다면 손시훈식으로 '문제가 생기면 그때 생각하자!'라는 불안감에 한 번 미뤘을 것이다. 그러나 계산을 마친 찜찜한 표정의 끄덕 거림이기에 시우는 망설임 없이 심연에게서 힘을 끌어왔다.


시작은 우선 달콤한 맛이 입에 맴도는 것이었다.


심연의 가호를 입에 한 모금 머금을 때의 기억이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기분. 그와 함께 내공을 끌어올리자 무지갯빛이 물속에서 퍼져나가는 잉크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뒤쪽에는 검은 종이를 배경으로 덧댄 것처럼 선명하게. 그러자 시우에게 쏟아지던 야유가 뚝 그친다.


이 정적 속에서 시우는 부드럽게 하늬에게 말했다.


"갔다올게."

"다녀오세요."


평상시에는 땅을 타박거리면서 가볍게 박찼다면, 지금은 물이 가득 차 있는 수영장의 바닥을 밟고 뛰어오르는 것 같다.


그 감촉과 함께 가볍게 투기장의 위로 올라서는 중앙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시우는 쏟아지는 적의를 느낄 수 있었다.


신관들에게서 갑자기 터져나오기 시작한 그것은 신에게서 나오는 적의다. 본능적으로 시우의 몸과 영혼에서 흘러나오는 심연의 힘에 반응하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곤란함을 느끼겠지만, 지금은 이런 적의가 좋다. 그래야지 복잡한 생각없이, 뒷일없이 팔과 다리를 휘두를 수 있을 테니까.


이미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투기장의 가장자리에 뾰족한 쇠말뚝이 솟아오르고 신관들이 갑자기 맹수를 사냥하듯이 칼을 쥐고 달려 들어도 시우는 덤덤하게 표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저 때릴 뿐이다.


아니다 때리지는 못하겠다. 복잡한 생각은 하지 않더라도- 하나를 때리고, 그 다음 정도는 고려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쥐어뜯고 던져야겠다.


소림-응조수(鷹爪手)


매가 먹이를 낚아채듯이 검투사의 자세로 자신을 향해서 달려드는 신관을 낚아챈다.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바로 옆에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는 사람이 된 매가 있으니까. 이러니 단순히 매를 따라하는 것 만큼은 진짜 소림사의 수도승들도 시우를 따라잡을 수 없다.


이어지는 연계기 또한 마찬가지. 응조수로 붙잡은 신관을 던지는 동안 다른 한쪽 팔에는 모아둔 내공이 터져서 나아갈 준비가 되어있다.


이걸 순순히 해주지는 않겠다는 듯이 몸으로 가로막는 신관들. 단순히 가로막은 것이 아니라 겹겹히 몸을 받치고 있는 것이 충격파를 차례대로 분산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전에 본, 용왕유권(龍王柔拳)을 대비한 움직임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충격파를 차례대로 분산하겠다면, 그 분산한 충격도 도저히 버틸 수 없게 출력을 늘이면 그만.


평상시에 안개처럼 흘러나오던 무지갯빛은 물 속에서 막 풀리기 시작한 잉크처럼 선명한 상태고, 그렇게 심연의 힘으로 뒤섞인 내공은 강기(罡氣)로 다시 변화한다.


이 강기가 빚어내는 무늬는 앞에서 뒤로 뿜어져나가는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갯빛인 예(霓)의 무늬다.


정말로 기초적인 변화지만, 단순히 밀어내는 힘만으로 따진다면 최고의 무늬라고 할 수 있는 나비, 접(蝶)의 무늬에도 밀리지 않는다.


그에 걸맞게 내지르는 무공도 살짝 선별을 하는 시우


타격이 들어간다면 권법보다는 장타가 훨씬 더 강력하니- 손목을 살짝 꺾는 반동과 함께 팔을 크게 뻗는다.


소림-항마복호장(降魔伏虎掌)


시우가 가장 무난하게 사용하는 장타. 하지만 무난하게 사용을 한다는 건 장타 중에서는 제일 자신 있게 내지를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자신감에 걸맞게 한 번 내지른 항마복호장은 줄줄이 겹쳐있는 신관들의 몸을 그대로 쭉 뒤로 날린다.


"이런"


평상 시라면 그대로 장외. 하지만 지금은 쇠말뚝이 솟아나서는 그런 장외는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뒤로 날아가면서 충격을 흡수할 시간도 없이 빽빽하게 솟아난 쇠말뚝에 부딪힌 신관들은 2배의 충격을 받게 되었으니까.


아무튼 이것으로 1차적인 소동은 끝. 쓸데없는 내공과 가호는 싫기에 시우는 침착하게 두 힘을 모두 자신의 안쪽으로 거둬들인다.


그와 함께 입안에 맴돌던 불편한 수준으로 진한 단맛이 더 묵직해지는 걸 느꼈지만... 그건 사소한 일. 표정을 딱히 찌푸릴 이유는 되지 못한다.


이런 시우의 모습을 바라보는 관객들, 남아있는 신관들, 마지막으로 남은 투기장의 도전 세력들은 그저 입을 꾹 닫고 있을 뿐.


하지만 그것이 정적으로 이어지지는 않게끔 약선이 가볍게 박수소리를 흘리고 있다.


그게 참 심기가 불편한지 약선이 들어있는 철창이 덜컹거렸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살짝 흔든 것처럼. 그렇게 조금 더 아래로 움직인 철창은 녹아서 달아오른 납과 조금 더 가까워진다.


이에 상당수의 관객들이 숨을 들이키는 소리를 크게 내면서 정적을 깨트린다.


시우도 이만하면 걱정이 되기에 크게 외쳤다.


"괜찮으신가요?"

"너희 형이라고 생각해봐라."

"저희 형이라도..."


녹아서 달아오른 납에 빠진다고 바로 죽지는 않겠지. 하지만 마냥 멀쩡할 것 같지는 않은데


이런 눈치에 일리가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약선. 그리고 그는 침을 하나 꺼내서는 자신의 손가락을 찌르고 뽑는다. 그렇게 자신의 피가 한방울 맺힌 침을 그는 가볍게 떨어트렸다.


그 침이 납의 표면에 닿자 순식간에 납이 딱딱하게 굳으면서 기괴한 소리를 낸다.


이어서 침을 하나 더. 그러자 딱딱하게 굳었던 납이 다시 녹으면서 달아오르는 것을 넘어서 펄펄 끓기 시작한다. 그 위에 무쇠를 던지면 무쇠마저도 순식간에 녹여버릴 기세로


참- 딱딱하게 굳였다가 다시 녹이면 그만일텐데. 이런 급발진을 보니 확실히 약선이랑 손시훈이랑 동일 인물은 맞다.


아무튼 진짜로 괜찮아 보이고, 괜찮을 것이라는 건 확실하다. 살짝 무시하고 자신의 일에 집중해도 괜찮을 정도로


그럼... 자신이 쓰러트린 신관들은 영 말을 걸만한 상태가 아니고, 조금 더 멀리 있는 신관을 향해서 최대한, 억지로라도 짜증을 담아서 말해보자.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지? 여기는 투기장 아닌가? 힘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장소지 않나? 그런데 왜 나의 승리에 박수를 보낸 약선님을 핍박하는 것이지?"


너무나도 정론인 말에 투기장이 한층 더 술렁거린다. 그리고 시우의 눈에 보이는 건 답답한 기색의 신관들


심연은 그저 아는 것 만으로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었나. 그를 감안하면 어지간히 바보가 아닌 이상'미친 놈이! 너 심연의 힘을 썼잖아!'라고 대놓고 따지기는 힘들다.


딱히 따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고. 시우가 쓰는 힘은 심연의 신이라는 지성체들이 보내주는 힘이 아닌, 심연이 직접 보내주는 힘. 어지간힌 신관이 신성력을 빌려서 쓰는 것보다 더 깔끔하다.


이렇게 전체적인 분위기를 한 번 흔들었다면 이제는 도발을 할 차례다.


"덤벼"


깔끔한 한 마디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는 명확하다. 그 한마디와 함께 시우는 검지를 펼친 손을 선을 긋듯이 쭉 움직였으니까. 그 손끝이 향하고 있는 것은 이 싸움을 지켜보던, 남아있는 투기장의 도전자들이다.


"겁쟁이 아이가 어른에게 이르듯이 하지 말고 직접 나한테 따지도록 해. 자신들의 노예와 땅을 그만 뺏으라고 말이야. 이만하면 다들 알잖아? 투기장의 패배자들이 곧 자신들의 노예가 되고, 신의 축복이 된다는 걸."


시우의 말대로 이만하면 여기에 있는 투기장의 도전자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하지만 관객 대부분은 모르는 사실이기에 술렁거림이 한층 더 커진다.


썩 좋지 않은 신호


로마 시대의 검투사들은 상당수가 노예였다고 하지만, 이 투기장의 도전자들은 상당수가 자유민들이니까. 그런데 단순히 노예도 되는 것도 아니고, 죽어서도 죽지 못하고 갈려 나간다는 걸 알게 된다?


과연 60년, 혹은 그 이후 다음 투기장의 참가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이세계인이나 어지간히 막장스러운 삶을 사는 게 아닌 이상 누가 투기장에 도전할까?


벌써부터 폭망의 징조를 느끼고 이 세계의 신이 분노하는지 투기장이 통쨰로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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