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연재수 :
303 회
조회수 :
31,737
추천수 :
749
글자수 :
1,838,883

작성
21.05.11 20:00
조회
38
추천
1
글자
13쪽

접촉3

DUMMY

"음?"



살짝 당황한 목소리. 그런 목소리를 향해서 보라는 듯이 하늬가 가볍게 팔을 휘저었다.



그러자 양 팔이 순식간에 한쌍의 날개로 변하고, 그 날개로 일으킨 작은 바람이 순식간에 풍성해진다. 이 행동으로 날아오른 하늬는 마치 보이지 않는 의자에 앉은 것처럼 가볍게 날아올라서는 투기장의 가운데로 왔다.



이 모습에 잠깐 침묵에 빠졌던 투기장은 크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드디어 말만 많았지, 지금까지 행동으로 뭔가를 보여준 적이 없었던 소녀가 나선 것이다.



이런 반응에 살짝 곤란해하는 시우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는 되는데, 굳이 그럴 수고를 할 필요가 있을까?"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패턴은 다들 거기서 거기였다.



무공을 쓰며 시우가 가볍게 상대 세력을 밀어버리는 것이다. 심연의 가호를 받기 전부터 시우는 반쪽짜리라고 해도 마왕과 그럭저럭 비벼볼 수준으로 성장했으니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너무 잘 이겨서 관객들이 '식상하다'는 이유로 야유를 던졌겠는가.



하지만 그런 시우와 맞서 싸운 상대방은 나름대로 식상하다면 식상하게 당했어도,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상대의 수준을 간파하기 위해서 쓰는 패라도 약간의 걱정은 해 줬다는 거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던지는 패로 쓰고, 그 패가 박살 나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경우는... 너무하지 않은가.



자신도 나름 불쾌감을 느꼈는데, 어린 하늬야 상당한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겠지.



그래도 이렇게 나서는 게 맞나 싶은 시우였다.



"네 생각이 뭔지는 알겠어. 바로 못마땅한 우두머리를 쳐버리고 애꿎은 아랫사람들이 망가지기를 바라지 않는 거겠지."



하지만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한 사람의 생각은 역병처럼 전염되듯이 퍼질 수 있다. 우두머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높은 확률로 아래쪽도 상당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하늬가 나선다고 저쪽이 바로 우두머리가 나서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해서 버림패를 던질 수 있다는 거다.



"상처없이 제압할 수 있어요. 오빠도 알잖아요?"



뭐, 알긴 하다만 시우도 그건 가능하다. 금강불괴와 강기는 폼으로 있는 게 아니니까.



그래도 이렇게 나서서는 혼쭐을 내주겠다는데 계속해서 만류하기도 그렇기에 물러서는 시우. 그러자 시우와 하늬에게 상당한 복잡함을 선사하는 환호성이 투기장에 한번 더 크게 울려 퍼졌다.



하늬가 나선다는 사실에 흥분한 건 이해되지만... 시우가 물러나는 것을 그렇게 기뻐할 필요가 있나? 이게 아눕롤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은 듯했다.



-으으음... 키잔트헤임에 전송할 보고 자료에에 뭐라고 써야 할지 정말로 고민되는군요.

"마음은 고맙게 받겠지만 그러지 말자."

-시우군. 키잔트헤임에서 공적으로 시우군에게 푸대접을 했다고 해서 법적인 압박을 하지는 않아요. 명색이 제국이고 동시에 입헌군주국이니까요.



하지만 소문이 퍼져서 민간인 시민들이 악의를 담을 수는 있다고 한다. 자발적 불매운동 이라든지..



그걸 유도하는 것이니 조금 더 악질인 것 같기는 하지만, 일단은 말렸으니 냅두자. 그런 시우의 앞에서 하늬는 가벼운 손짓만으로 상대방을 깔끔하게 제압을 하고 있었다.



작은 손바람을 먼저 일으킬 필요도 없다. 상대방이 크게 행동을 하는 것 만으로도 작은 바람이 생겨나니까



그것을 크게 키워서는 감싸고, 짓눌러버리면 그만. 거기서 하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대방을 이리저리 춤추게 만들고 있다.



"크으으읏!"



몸에 힘을 주고 이리저리 저항을 하려고 해도 도리가 없다. 종족을 불문하고 폭풍에 휩싸인 한 사람이 뭘 어찌할 수 있겠는가.



그를 홀로 극복할 수 있다면 지구의 기준에서는 S랭크쯤은 되야 하겠지.



그렇게 버림패로 던져진 상대를 한 손으로 제압하면서 하늬는 다른 손을 까닥인다.



이와 함께하는 표정에는 시우도 상당히 아니꼬움을 느껴지게 만들만한 건방짐이 잔뜩 묻어있다. 어지간해서는 그 도발에 걸릴 만큼 말이다.



과연 상대는 이런 하늬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그래, 매력적인 여인이란 가시가 돋힌 장미와도 같지"



...?



"이만하면 내가 꺾어서는 내 화단에 소중히 모실 가치가 있겠어."


"미친놈이"

-미친놈이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전개. 그에 입을 퐁 벌린 하늬의 뒤에서 시우와 아눕롤은 동시에 극도의 역겨움이 깃든 목소리를 내뱉었다.



조금 늦은 설명인데, 저쪽의 우두머리는 일단 생기기는 좀 생겼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의 시우였다면 사진을 보고 담백하게 '잘생겼네요.'라고 말하고, 손시우의 동생인 손시연과 김송현의 누나인 김송아는 조금 더 호기심에 찬 '어디 왕자님이에요?'라고 물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과 얽히지 않은 완전한 남남, 제 3자에 해당될 때의 이야기.



시우에게 있어서 저 놈은 그저 미친 새끼다. 자신의 가족과도 같은 10살짜리 아이를 확실하게 20대 이상의 남자가 의미심장하게 노리는데 침착할 수 있는 게 비정상이지 않을까?



오해라고 하기에는 뱀과도 같은 기다란 혀를 내밀며 입술을 핡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역겹다.



당사자는 그 역겨움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어이가 없는지 입술을 살짝 뻐끔이다가 힘겹게 말을 꺼내고 있다.



"무슨, 소리신지?"

"좋군, 좋아. 그 당황. 반쪽짜리 순수함. 그것을 내가 직접 꺾을 때 볼 눈물은 정말로.."



그만



바로 근처에 있는 묵직한 돌조각을 든다. 매일이고 격렬한 전투를 겪고 있는 투기장이니 주변에 널려 있는 물건이다.



거기에다가 난폭한 동시에 섬세한, 모순적인 성질의 내공을 불어넣는 시우. 그것을 조금 더 세련되게 표현하자면 강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얇은 유리를 입힌 것 같은 돌조각은 곧 주변의 마나에 의해서 무지갯빛의 얇은 천을 감싼 모양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심연의 가호도 그렇게 느끼는지 기꺼이 힘을 빌려주겠다는 속삭임을 시우의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따져보면 자신의 피를 한 컵이나 마신 드링커에게 저런 저질스런 희롱은 용서하지 않겠다면서 말이다.



빈 말은 아닌지, 불어넣는 힘도 힘이지만, 그 속삭임에도 열기가 어려있다.



마지막으로 아눕롤의 보조가 더해졌다.



-풍향은 좌측으로 3m/s. 위치 보정을 해서 도련님의 시각과 연동시켜 드리겠사옵니다.



.

.



"..."

-그, 흠, 그러니까. 흠... 새삼스럽지만 강하다는 건 좋다는 거군요!

"그러게 말이야. 형이 왜 막 나가는지 잘 알겠어."



단단한 야구공에 맞은 무른 수박처럼 사람의 머리가 깨졌다.



"그래도 입을 그렇게 털었으니 피하거나, 뭐 그럴 줄 알았는데."

-깔끔하게 깨졌지요.



그것으로 오늘 투기장의 싸움은 끝. 한 세력의 우두머리가 그렇게 비명횡사를 해 버렸다.



따지고 보면 상당히 문제가 많은 행동이다. 투기장에서의 싸움으로 인한 사망이 아닌, 대기석에서 대기석에서의 공격으로 인한 것이니까.



저지르고 나서 바로 정신이 돌아온 시우는 바로 심연의 힘으로 도망쳐야 하나 생각했을 정도다. 상대방이 선을 세게 넘기는 했지만 사고를 친 것은 자신이니까.



"미안하다."

"아뇨. 뭐... 제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 거에요."

-확실히 카닌양이나 마경태군은 시우 도려... 아니 시우군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겠죠.

"시훈이 삼촌이나 블루베리 언니였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요?"



말을 마치고 3초 뒤. 그들은 똑같은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험상 굳은 가면을 쓴 손시훈, 혹은 차가운 정장을 갖춰 입은 블루베리가 '페도는 죽어야 해!'라면서 날뛰는 그 모습을 말이다.



절대로 무리인 상상이 아니다. 인터넷 방송에서 손시훈은 그와 똑같은 말을 이미 내뱉은 적이 있다. 그러니 상상보다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예측에 가깝다.



그 예측에서 정신을 돌리기 위해 뒤의 일을 이야기하는 시우였다.



"가벼운 경고로 끝날 줄이야."

"이유도 참 가관이었죠."



우선 가벼운 경고에 대해서 살펴보자. 말 그대로 가벼운 경고다. 다음 투기장에서의 불이익이나 이 태초의 도시에서의 제한도 없는, '앞으로는 조금 주의해 주세요~'라는 말만 있는 수준



이런 말로만 소동이 끝난 이유는 시우가 강자이기 때문도, 그 녀석이 너무나도 역겨운 심보를 드러냈기 때문도 아닌, 너무 약하기 때문이란다.



투기장에서 세력을 불리고, 대리인을 내세우는 게 허락은 되어 있지만, 최소한의 강함은 있어야 할 게 아닌가. 그렇지도 못한 주제에 상대방에게 큰 소리를 치는 건 투기장에 대한 모독, 또한 이 세계를 수호하는 전쟁신에 대한 모독이 된다.



시우는 그 전쟁신을 대신하여서 나약한 쓰레기를 청소한 것이 되겠다.



사정이 이러니 사람이 죽었다지만 크게 문제가 될 건 없다나. 그와 함께 이어진 주의는 다음부터는 더 조심에서 그런 쓰레기들을 처리해달라는 기묘한 격려였다.



요컨대, 시우가 저지른 짓의 결과물은 충분히 칭찬을 할만한 것이지만 방법을 조금 바꿔달라는 것이다. 진짜 제정신이 아니다.



"오래 머무를 세계가 되지 못해요."

"그래. 끝나고 나면 카푸스의 고향, 네 고향이기도 한 곳에서 조용하게 휴식이라도 보내야겠어."



이 요란하고 야만적인 세계에서 겪은 혼란을 치유하기에는 그 조용한 세계가 딱이겠지.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름대로 고급이라면 고급 식당의 별실에서 식사를 하는 일행. 그리고 특별식이라면서 나온 메뉴는 메마르고 달구어진 사막에서는 상당히 구하기 힘든 샤베트였다.



냉기를 내뿜고 있는, 붉은 수정과 노란 수정을 갈아서 만든 모습의 먹음직스러운 모습이다. 그것을 한 숟가락 떠서 입안에 넣자마자 시우와 하늬는 심연의 가호가 자신들에게 내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와 함께 귓가에 속삭이는 것 같은 목소리는 '소독'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눕롤?"

-네

"저기. 세균 검사 같은 거 가능하세요?"

-분신체라서 성능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이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풍토병이라면 감지를 못할 수도 있사옵니다. 뭔가 맛이 이상하신지요?



맛은 이상하지 않다. 심연의 가호가 없었다면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풍토병일 확률이 상당히 높사옵니다만... 그래도 부탁이니... 흠



말이 뚝 끊겼다. 뭔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살모넬라 타이피균이 검출되었군요.

"살모넬라? 식중독 뉴스 같은 것에서 들어본 이름인데."

-맞습니다. 어느 세계든 주요 식중독의 발생은 노로 바이러스와 살모넬라 박테리아에서 발생하지요. 하지만 살모넬라 타이피균은 평범한 식중독 보다 훨씬 더 위험한 질병을 발생시키는 균이옵니다.



장티푸스를 발생시킨다는 아눕롤의 말에 시우와 하늬의 입맛이 뚝 떨어졌다. 식사가 거의 다 끝났다는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확실하게 다행인 것은 심연의 가호가 소독은 해 줬다는 것이다.



"내일 하루종일 화장실에서 보낼 일은 없겠네요."

-장티푸스에 감염되면 오히려 화장실에 못 가게 됩니다. 아무튼 당분간은 이 근처의 식당에는 오지도 못하겠군요.

"이 근처 전부요?"

-네. 살모넬라 타이피가 검출된 음식이 샤베트니까요.



어지간한 요리라면 해당 요리사, 혹은 시종에게서 세균이 옮겼다고 추측할 수 있겠다. 살모넬라균은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열에 의해 대부분 죽으니까. 요리를 한 이후에 식품과 접촉을 하는 사람에게서 균이 옮았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열 가정을 거치지 않고 생과일을 갈아서 만든 샤베트의 특성상. 보균자가 누구인지를 추측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지."



요리에 사용된 과일과 접촉한 모든 사람이 보균자가 될 수 있다. 그것이 만약 과일을 옮긴 적이 있는 막노동자일 경우 이 지역 전체가 살모넬라 균이 떠돌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저기 그런데...."

"....누구세요?"



여기는 분명히 별실인데 어느새 방의 제일 깊숙한 곳 모서리에 서 있는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가 조금 불안정하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21.05.14 43 0 -
공지 8월 10일 연재는 조금 늦을 것 같습니다 20.08.10 76 0 -
공지 내용 수정이 있습니다 20.08.05 56 0 -
공지 공식 연재주기입니다(연재 시간 2차 수정) 20.05.11 181 0 -
303 적응3 +1 21.10.15 35 3 12쪽
302 적응2 +1 21.10.06 32 2 13쪽
301 적응 21.09.27 35 1 12쪽
300 끝, 계속, 여유있게 21.09.18 39 2 13쪽
299 결전3 +1 21.09.14 33 2 12쪽
298 결전2 +1 21.09.10 32 2 13쪽
297 결전 21.06.05 40 2 13쪽
296 치킨게임8 21.06.01 42 1 13쪽
295 치킨게임7 21.05.28 54 2 13쪽
294 치킨게임6 21.05.25 38 1 13쪽
293 치킨게임5 21.05.21 40 1 13쪽
292 치킨게임4 21.05.19 35 1 14쪽
291 치킨게임3 21.05.18 33 2 13쪽
290 치킨게임2 21.05.17 27 1 13쪽
289 치킨게임 21.05.14 32 1 13쪽
288 접촉5 21.05.13 38 1 13쪽
287 접촉4 21.05.12 37 1 13쪽
» 접촉3 21.05.11 39 1 13쪽
285 접촉2 21.05.10 41 1 13쪽
284 접촉 21.05.07 38 1 13쪽
283 색다른4 21.05.06 49 1 13쪽
282 색다른3 21.05.05 35 1 13쪽
281 색다른2 21.05.04 36 1 13쪽
280 색다른 21.05.03 28 1 13쪽
279 서열정리4 21.04.30 40 1 14쪽
278 서열정리3 21.04.29 35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