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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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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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청개구리 같은 인간이라는 말에 정말로 잘 어울리는 사람이지 않은가?


아무튼 손시훈도 인간이기는 하니까. 손시연이 듣는다면 '오빠, 미쳤어?'라고 할 소리지만, 시우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걸 잘 아는 입장에서 보면 단순히 구경만 하고 있는 지금의 손시훈은 상당히 얌전한 편이니까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손시훈에게 익숙해진 시우만 그렇다는 것이고, 의사회의 헌터직 직원들은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티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어쩔 수 없지


업계의 정점에 오른 사람이 구경을 하고 있다는데 긴장을 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떠나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담이 되는 것이다.


"형"

"응?"

"생각을 해 봤는데, 형이 쓸 수 있는 마법 중에서 투명하게 변한다던지 그런 마법도 있을 것 아니야?"

"있지만, 그래서는 내가 직접 오는 의미가 좀 줄어들지."

"뭐?"

"비상사태가 터지면 이것보다 더한 긴장감을 받을 게 당연한 일이잖아? 대한민국의 전역에 게이트 테러가 터진 지 아직 1년도 안 지났는데 말이야. 나하고 싸우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구경을 하고 있는 것인데 그 정도는 참아야지."


그러면서 부담감을 고려했다면 더 좋은 방법도 있었다고 말하는 손시훈


아눕롤이 드론을 이리저리 띄워놓고는 촬영 영상을 다각도에서 분석하는 방법을 예시로 든다. 확실히 그 방법이면 지금보다는 더 편안한 분위기가 될 것 같다.


물론, 자신이 여기 직접 모습을 드러낸 이유를 말한 이상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그렇게 그들은 손시훈을 향한 불필요한 긴장감을 억누르고

시우를 향해서 필요한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지금 자신들이 상대해야 하는 건 손시훈이 아니라 시우니까. 이미 시우만 하더라도 한참 전에 능력만으로는 A랭크의 벽을 뛰어넘은 사람. 아직 맨손이기는 하지만 한 눈을 팔 수 있는 여유는 허락되지 않는다.


그렇게 끓어오르는 긴장감에 시우가 제일 처음 느낀 것은 약간의 혼란이었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이 긴장감은 지난 3년간의 이세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건전한 것이었으니까.


물질적인 욕망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긴장감. 시우의 단련을 도와주려는 의도도 있지만, 자신들 또한 이 대련을 통해서 성장을 하려는 정신적이고 말끔한 욕구가 느껴진다.


정확히는 열정이라고 하는 것이겠지. 그걸 너무나도 간만에 느끼니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뺨을 가볍게 치는 시우. 그러자 혼란은 순식간에 편안함으로 바뀌며 시우의 입꼬리를 부드럽게 올라가게 만들었다.


그것으로 시우가 충분히 준비가 됐다는 걸 안 헌터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는 시우에게 달려든다.


방향은 말 그대로 사방팔방


이런 헌터들의 움직임들 중 시우에게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은 뒤의 비스듬한 쪽이다. 일반적인 경우에서는 정말로 기습에 최적화된 각도라고 말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범한 사람들의 입장이고... 이제와서 시우에게 뒤의 기습을 상대하는 것은 시시한 일 아니냐고?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뒤에서의 기습에 대처를 할 수 있다면, 더더욱 잘 대처할 수 있게 자신을 가다듬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를 알려주는 말이 나려타곤(懶驢打滾)이라는 말이다.


대충 한자의 풀이를 그대로 하면 '게으른 당나귀가 세차게 바닥을 구른다'는 뜻이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하자면 꼴사납게 몸을 구르면서 회피를 하는 모습을 무림에서 일컫는 말


진지하게 전투를 하는 데 있어 꼴사나운 게 뭐가 문제냐고? 일단은 위기를 피하는 게 우선이 아니냐고? 여기가 무림도 아닌데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다 상관이 있다.


1 대 1의 싸움에서도 상대방이 무기를 들고 있다면 구른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행위다. 하물며 다 대 다의 싸움에서는 더더욱 위험한 꼴이 되지 않겠는가.


말 그대로 딱 눈앞만 보고 행동하는, 게으른 당나귀에 걸맞은 짓이기에 그런 이름이 붙은 거다.


자신은 그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시우가 움직였다.


시작은 과감하게 뒤로 내딛는 한 걸음


이 한 걸음과 함께 미묘하게 몸을 비튼다. 머리부터 등줄기까지는 자신에게 휘둘러지는 무기와 일직선을 그리고, 허리부터 발끝까지는 상대의 걸음이 일직선을 그리도록 말이다.


마치 상대방의 행동을 알고 있어야지만 가능한 움직임. 하지만 이 와중에도 시우의 눈과 고개는 여전히 앞쪽을 응시하고 있다.


보지 않아도 이미 잘 알고 있다는 것처럼


이런 태도에 등골에 소름이 쭉 돋는 헌터. 그러나 이미 내지른 공격은 어쩔 수 없기에 그는 자신이 쥐고 있던 무기를 그대로 내리쳤다.


지금 내려친다면 아무튼 맞기는 할 것 같으니까. 비록 시우가 금강불괴를 쓰고, 자신의 무기는 대련용 무기라서 상처는 못 내겠지만, 때린다는 것 자체에서 의미가 있지 않은가.


헌터의 이 생각보다도 더 빨리, 시우의 두 번째 걸음이 내디뎌진다.


첫째의 걸음이 방향을 잡기 위한 것이었다면, 둘째의 걸음은 치고 들어가기 위한 것. 그 힘과 속도는 평범한 사람이 봤을 때 독특한 자세와 함께 앞으로 돌진한다고 착각할 만큼 거칠고 빠르다.


이대로라면 헌터가 무기를 완전히 내려치기도 전에 시우의 등짝이 헌터의 가슴을 그대로 들이받으리라.


하지만 이것으로는 살짝 아쉽다.


등짝으로 가슴을 들이받는다고 치명상이 되지는 않으니까. 아무리 걸음을 빠르게 내딛어도 뒷걸음질인 이상 가속에는 한계가 있고 넓은 등짝으로 후려친다면 충격이 분산된다.


여기서 들이받으면 친다기 보다는 밀어낸다는 느낌이 되겠지. 주먹도 끝까지 미는 것 보다 적절하게 멈춰서 때리는 것이 충격이 더 크지 않은가.


같은 원리로 시우의 등짝에 맞은 헌터는 뒤로 튕겨나가기는 하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만들지는 않겠다는 듯이 세번째 발걸음이 내딛어지고


-!


대련실 바닥이 가볍게 떨렸다.


"진각(震脚)이라, 괜찮군"


손시훈의 말대로 괜찮은 수준이 아니라, 훌륭한 진각이다. 덕분에 헌터의 몸에 닿기도 전에 시우의 몸이 깔끔히 멈췄으니까.


몸의 대부분이 그렇게 멈춘 가운데 아직도 움직이고 있는 곳은 딱 한 곳


비틀리고 있는 어깨


그 어깨가 몸의 모든 힘을 실어서 헌터의 가슴 한 가운데를 때렸다.


"!"


이를 맞은 헌터는 '억!'하는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 비명은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을 때 내뱉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가슴을 밀치는 것이 아니라 때려버린 충격이 폐를 울리게 만들었으니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다.


그저 날카롭게 숨을 내뱉고 무기를 쥔 손에 힘을 풀면서 비명을 대신할 뿐이다.


하지만 시우의 행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금 하고 있는 대련은 1 대 1이 아닌 1 대 다수의 대련. 이렇게 한 명을 무력화시킨 시점에서도 다른 헌터들은 시우를 향해서 달려오고 있다.


단 한명을 깔끔하게 쓰러트렸다고 해서 만족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뒤로 쓰러지려는 헌터를 잡아서는 가볍게 허리를 빙글 돌리는 시우. 그러자 반쯤 정신을 잃었던 헌터는 시우의 손길에 휙 이끌려서 날아간다.


이렇게 날아가는 헌터를 받은 것은 시우를 향해 달려오던 다른 헌터들. 당연히 힘이 푹 빠진 상태로 날아오는 동료를 갑자기 받았으니 자세가 유지될 리 없다.


이 틈을 향해 시우가 빠르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금나수를 휘두르며 헌터들을 하나하나 처리하는 모습을 보며 손시훈이 또 중얼거렸다.


"저건, 흠"


어두운 목소리는 아니지만, 그다지 높지도 않은 목소리. 그런 시훈을 향해 마경태가 말을 걸었다.


"오늘따라 평가가 살짝 박하시네요?"

"이제는 기준치를 슬슬 높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A랭크, 그 이상에 걸맞게요."

"그렇다면 손시훈씨라면 어떻게 했을 겁니까?"

"저라면..."


처음 뒤에서 온 기습


동작은 기감만으로도 정확히 잡아내고 있고, 속도는 자신이 훨씬 더 빠르기에 쭉 내뻗는 발차기로 처리, 그리고 무기를 빼앗은 다음 바깥쪽으로 돌면서 적을 하나씩 처리했을 것이다.


"다른 건 그렇다고 쳐도, 금나로 붙잡은 상대를 던지는 것 까지는 좋았습니다만, 무너트린 틈으로 파고드는 건 조금 좋지 않은 수였습니다."


금나는 일반적인 육박전보다도 사정거리가 훨씬 더 짧다. 그러니 일 대 다수의 싸움에서는 무리해서 안쪽으로 파고드는 것보다는 바깥쪽부터 살금살금 갉아나가는 게 더 좋은 판단


어차피 날아온 동료의 몸뚱이에 맞은 자들은 일시적으로 전투력이 급감한 상태가 아니던가. 그를 억지로 마무리하기보다는 아직 멀쩡한 이들을 빠르게 처리해서 수를 줄인 다음, 회복하려는 이들을 몰아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뭐, 지금까지 걸어온 길의 관점이 달랐으니 어쩔 수 없는 것도 있겠지만요."


자신은 마법을 쓸 수 없고, 상대방은 마법을 쓸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혼란의 중심지로 파고든다는 건 매력적인 선택지다. 상대방의 마법을 봉쇄한다는 효과가 있으니까.


"아, 손시훈 씨가 걱정하는 것은 상대방이 동료가 흐트러졌건 말건 상관없이 마법을 날리는 것이군요."

"네. 마경태씨도 경험해서 아시겠지만, 의외로 많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요."

"그것들 말고도 이리저리 걱정되는 요소가 있습니다."


우선 떠오르는 가장 큰 문제는 독이다.


"확실히... 금나를 쓰면 작은 상처를 통한 중독의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말하다가 말고 말끝을 흐리는 마경태


그런 그의 눈동자에는 전력으로 휘두른 헌터의 무기가 시우의 팔뚝에 맞아서 부러지는 모습이 비치고 있다.


내공으로 만들어낸 극한의 방어인 금강불괴(金剛不壞)로 인한 모습


저것이 있는데 어지간한 독에 통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금강불괴를 뚫을 정도의 공격력이면 독이 필요 없을 테니까.


"독이 혈관을 통해서 흡수되는 독만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점막이나 호흡기를 통해서 흡수되는 독도 있죠."


정말로 극단적인 경우로 말하자면 죽을 때 폭발하면서 독안개를 흩뿌리는 것들. 혹은 동료들이 가망이 없다고 생각되면 거침없이 독을 쓰는 경우


이에 자신도 모르게 살짝 빗나간 질문을 해버린 마경태였다.


"무협에, 그 사천당가(四川唐家)였나? 거기도 그랬나요?"

"그랬다면 당가가 정파가 될 수 없었겠죠. 사실 당가는 어지간해서는 다른 가문보다도 피아구분은 잘 했습니다. 문제는 그 정파인 당가 빼고는 독을 쓰는 곳의 상당수가 좀..."


손시훈의 말에 맞춰서 적운흉풍의 표정이 상당히 기묘해졌다.

경험담이었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걱정이 되는 겁니다. 시우 본인도 내공 단련으로 어지간한 독에 저항성이 있고, 공기 중에 퍼져나가는 독은 하늬가 견제하고, 정 안되면 적운흉풍의 허상화나 심연의 힘으로 빠져나가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그런 문제점들을 파고드는 것이 공략이라는 것이겠지. 근본적으로 파고들 여지를 주지 않는 게 최선이라는 것은 헌터계에서는 상식


자세히 보니 시우의 움직임에서 그런 고려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에 약간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하는 마경태였다.


"시우, 저 너머의 이세계에서 3년 정도 있었다고 했죠?"

"네. 아눕롤의 계산으로는"

"저건 그 사이에 굳혀진 습관이군요."

"그렇겠지요."


투기장이라는 닫힌 장소의 안에서, 딱딱한 규칙을 지키면서 3년간 싸워왔다. 여러모로 사고 방식이 굳는 건 어쩔 수 없다.


"지구라는 환경에 다시 적응을 해야겠죠."


열려있는 게이트 너머, 정해진 규칙이 있을리가 없는 환경, 다양한 마음가짐과 선택지를 내세우는 적들까지


손시훈의 말대로 시우는 지구라는 환경에 다시 적응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시우의 대련 상대인 헌터들, 다 쓰러지지 않았습니까."

"아..."


그 말대로 시우를 상대하던 헌터들은 다들 쓰러져 있었다.


대련인 만큼, 힘조절은 제대로 했지만, 다시 일어나서 싸울 기력이 없다는 것 만큼은 그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이런 상태에서 남은 것은 하나, 마경태뿐


그런 자신을 보는 시우의 눈동자를 보며 마경태는 다시 그 소리를 흘렀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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