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에 핵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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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생각.
작품등록일 :
2020.05.16 10:33
최근연재일 :
2022.03.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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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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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검과 마법(Sword & Socery)(1)(연출 수정 완료)

DUMMY

(이번 화에는 특수한 연출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 가급적이면 모바일 앱 환경에서, 기본 글씨체와 글자 크기 19에 줄 간격 140%, 하얀종이 테마와 스크롤형태에 맞춰서 감상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봐서는 안 될 것을 봐버린 어린아이가 짓는,

그 세상이 무너진 것만 같은 표정.


금모래가 찰랑거리는 냇물을 보는 것만 같은 동그란 두 눈 앞에서 피오네는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시드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발걸음이 느린 시드를 업고, 그렇게 전속력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서 회고하건대,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스승을 잃을 위기에 처한 소녀의 가슴을 한 번 더 찢어놓아서라도, 시드를 데리고 그대로 도망쳤어야만 했다.


피오네는 유논이 죽는 광경을 보고 있었다.

시드도 마찬가지였다.


“······.”


그는 하늘다리 밑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초점 잃은 눈으로 하늘을 멍하니 응시하는 마법사.

그리고 그 마법사의 심장을 정확하게 관통한 뒤, 천천히 다시금 올라오는 피 묻은 장검.

태양수호자의 검신이 영험한 핏물을 머금고 흉흉한 빛을 뽐냈다.

갈색 머리칼의 사내는 칼에 묻은 선혈을 닦지도 않고 그대로 뒤를 돌아보았다.


가축을 도살하고, 사형수를 처형한 이들이 으레 그렇듯.

해야 할 일을 한 이들 특유의 무표정을 지으며 한 여인과 한 소녀를 바라보았다.


제국의 신혈과 정화교의 까마귀를.

빛바랜 푸른 눈이 하늘빛 여인을 대수롭지 않게 훑고 지나간 뒤, 소녀에게서 멈추었다.


"······!"


제국제일검 파빌리안 스트라우스는 그렇게 제국의 새로운 태양을 영접했다.


아아―실로 환하게 타오르는,

제국이 찾던 그런 분이시다.

그는 황홀감에 젖어 그리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실제로도 타오르고 있었다.

태양처럼.


“···시드?”


상대가 대마법사 유논을 꺾은 적이라면, 결코 전면전으로는 이길 수 없다.


그렇게 판단하고 시드를 어떻게든 살려 보내려던 피오네였으나, 소녀를 붙잡으려던 손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정확히는 분명 힘을 주고 있는데도 강력한 저항력이 느껴졌다.

저 작은 꼬마아이의 앙증맞은 몸이, 정화교의 전투사제가 힘을 써 잡아당기고 있는데도 도무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시드의 몸을 끌어당기려던 손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며 살갗이 벌겋게 데였다.

저 솜털 보송한 열다섯 소녀의 사지에서부터, 가까이해서는 안 될 것만 같은 파괴적인 아우라가 튀어나온다.


피오네는 저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츠즈즈즈-


시드의 온몸에서 금빛 조각들이 깨어나 거칠게 피부를 뒤덮었다.

갑옷처럼 전신을 둘러싼 그것들은 원래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았다는 듯 자연스러웠다.

마치 환상 속 갑주를 두른 태양신을 보는 것 같았다.


눈에서는 호박빛 광채가 번뜩였다.

파충류나 고양잇과 동물의 눈이 그러하듯, 동공이 세로로 갈라지며 금색 불꽃이 타올랐다.

머리카락까지 타고 올라가는 강렬한 금빛 감정의 격류가 소녀의 몸을 타고 용오름을 만들고 있었다.



“안 돼――――――――――――――――!”



소녀의 절규에 금빛마나와 마력의 폭풍이 골짜기를 휩쓸었다.



* * *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심장이 거칠게 뛰고 있었다.

시드는 난생 처음 느껴보는 심장통에 주먹을 꽉 쥐며 이를 악물었다.

유논과 사제관계를 맺었을 때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정도가 달랐다.

그때는 콩닥콩닥했다면, 지금은 가슴이 콱 조이는 느낌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때 할 수 있었던 것을, 또다시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래서 아저씨를 구할 수 있다면.

이번에는 그녀가 유논을 구할 수 있다면!


시드는 본능적으로 이전에는 할 수 없던 것들을 할 수 있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마치 새로운 신체 기관이 생긴 것처럼, 손과 발을 자연스럽게 다루듯이 본능적으로 익힐 수 있게 된 그러한 것들.


예전에는 용을 쓰고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던 반짝이는 금빛 친구들이···지금은 주위에 한가득했다.

넘쳐날 것처럼 강과 바다를 이루고 흐르고 있었다. 온 세상이 금빛 은하수로 가득했다.

심지어 다들 함께 화내주고 있었다.

다들 금방이라도 온천수가, 폭포수가 되어 어디로든 터져 나가고 싶어했다.

말리는 이 하나 없었고,

시드도 이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화날 준비로 만반이었다.


그녀는 상상했다.

동그란 세상이 하나의 원이 되어 그녀의 손끝에 보이는 광경을.

그 몹시 화난 금빛의 선으로, 원을 그리는 자신을 모습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그렇게 양손을 뻗고 원Circle을 그리려던 찰나였다.


“···확실히, 비범하시군.”


갈색 머리칼의 사내가 단숨에 눈앞까지 다가왔다.

시드는 감히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힘 또한 제국을 위해 쓰여야지만 의미 있는 것이겠지요. 무례를 용서하시길, 황녀 전하.”


대마법사 살해의 위업을 이룬 지 얼마 되지 않은 검붉은 장검이 아직 미완성인 금빛 마력원으로 향하던 그 순간.

누군가의 길쭉한 손이 그 틈새로 들어왔다.

그 채로 태양수호자의 칼날을 맨손으로 잡아챈다.


피오네였다.


“···뭐하자는 거지?”


갈색 머리칼의 사내는 귀찮다는 듯 그대로 검을 그어 여인의 손바닥을 베고 지나가려 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스터가 다루는 환상세계 최고의 명검이, 푸른빛 여사제의 한 손에 붙잡힌 채 갇혀 있었다.


“······!”


적잖게 놀란 표정을 지은 갈색 머리칼의 사내를 정화교의 까마귀가 가로막고 선다.

등 뒤의 소녀를 가린 채, 그녀의 하늘빛 눈동자가 결연하게 빛났다.


“제가 허락하지 않는 한, 당신은 이 검으로 더 이상 그 무엇도 베지 못할 겁니다.”


그녀의 손이 태양수호자를 통해 전해지는 모든 물리적 충격과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었다.


이제 소드마스터는 그의 검을 움직일 수 없다.

검을 빼낼 수도 없고, 그것으로 무언가를 찌르거나 베지도 못한다.

까마귀들의 왕이 그의 검을 부리로 콱 쥐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저 그뿐이었다.


“···그래?”


소드마스터가 소드마스터인 이유는, 그저 칼을 잘 다루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검을 쓰지 않으면 되겠군.”


갈색 머리칼의 사내는 검을 쥔 손을 잠시 놓았다.


퍼――어――어――어――억―!


그리고 곧바로 피오네가 감히 인지할 수조차 없는 속도로, 그녀의 몸을 손바닥으로 밀쳐낸다.

마스터의 발경發勁에 정화교의 여사제는 피를 토하며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장애물이 사라지자마자, 자유로워진 검을 다시 쥔 사내는 그것을 소녀가 만들고 있는 금빛 원에다 겨누었다.

태양수호자의 검 끝이 작은 태양을 향한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피오네는 제 몸을 던져서까지 시드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벌어주었다.


시드는,

황금빛으로 타오르는 검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금을 녹이는 용광로의 불길을 눈에 품은 소녀는.

그녀는 금색마나로 가득 찬 서클을 소환한 지 오래였다.


서클[金色圓], 원(一).


과거의 그때처럼.

그녀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명령했다.

연출 1.jpg

연출 2.jpg

얼어붙은 세상과 굳은 시간 속에서,

빛살이 번쩍였다.


사선으로 방향을 바꿔가며 움직이는 검은 선이 아주 느리게 < 모양을 그렸다.

그대로 시간 정지 마법을 쪼개어서 부수어 버린다.

시드의 머리 위에 떠 있던 황금색 서클도 절반으로 갈라져 땅에 떨어졌다.


그렇게 세상의 흐름이 되돌아왔다.



‘소드마스터의 칼은 개념조차도 베어낼 수 있다.’



시간의 정지된 흐름조차도 기어코 베어낸 검격이 지나간 곳.

그 남은 자리에는, 소녀와 제국주의자뿐.


섭정공 파빌리안 스트라우스는 좀 전의 참격으로 인해 꽤나 지친 듯한 표정으로 황실 직계 후손의 목덜미를 붙잡고 들어올렸다.

시드는 벗어나려 발버둥 쳤지만, 더 이상 그녀에게서는 금빛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그저 그런 평범한, 지닌 힘을 다 소모해 버린 1서클의 마법사 수습생에 불과했다.

저항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꽤나, 신기한 마법을 부리시는군요. 유논에게 배우셨습니까?”

“날 내려줘! 이 오크 불알만도 못한 개자식아!”


시드는 일전의 오크 부족장보다도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는 상대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으며, 자신이 아는 한 가장 심한 욕을 내뱉으며 몸부림쳤다.

그러나 제국의 망령이 그에 꿈쩍이나 할 리 만무하다.


“황도에 도착하고 나면 내려드리지요. 지금은······일단 편히 잠드시는 게 나을 것 같군요.”


두근.


갈색 머리칼의 사내가 손날을 들어 시드의 뒷목을 내리치려던 바로 그 때.


두근.


반으로 잘려 나뉜 채 바닥에서 꿈틀대던 시드의 황금빛 서클 조각을 거칠게 움켜쥐는 손이 있었다.



두근.



누군가의 심장이 다시금 고동치고 있었다.


작가의말

제 휴대폰 환경에서만 확인해본 연출인지라, 다른 휴대폰 화면에서 이상하게 나온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다면 나중에 수정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드의 마법을 < 모양으로 가르는 선이 보인다면 연출이 바르게 적용된 것이고, 아니라면 제가 실수한 것일 겁니다...

+어머니 휴대폰으로 확인해 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가 의도했던 것과는 완벽히 다른 생김새...! 에 좌절했습니다.

수정할 방안을 찾아보아야겠네요.

++수정했습니다.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이미지 형태로 업로드했습니다. 세상에, 제가 직접 제 소설의 스캔본을 뜨게 될 줄은...최대한 깔끔한 형태로 이미지를 뽑아내느라 엄청나게 고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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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독기의 골짜기(Valley of Venom)(2) +20 20.07.02 1,603 77 16쪽
45 독기의 골짜기(Valley of Venom)(1) +16 20.06.26 1,854 91 12쪽
44 검과 마법(Sword & Socery)(3) +22 20.06.24 1,853 100 13쪽
43 검과 마법(Sword & Socery)(2) +21 20.06.23 1,843 101 16쪽
» 검과 마법(Sword & Socery)(1)(연출 수정 완료) +27 20.06.22 1,854 85 9쪽
41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3) +20 20.06.21 1,843 95 12쪽
40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2) +22 20.06.19 1,904 100 12쪽
39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1) +16 20.06.18 2,058 95 14쪽
38 재회(Reunion)(5) +17 20.06.17 2,283 97 14쪽
37 재회(Reunion)(4) +17 20.06.16 2,103 113 12쪽
36 재회(Reunion)(3) +14 20.06.15 2,213 121 13쪽
35 재회(Reunion)(2) +22 20.06.13 2,318 122 14쪽
34 재회(Reunion)(1) +24 20.06.12 2,340 126 12쪽
33 막간-카멜레온(Chameleon, 七面蜥蜴)(2) +28 20.06.11 2,298 127 18쪽
32 막간-카멜레온(Chameleon, 七面蜥蜴)(1) +17 20.06.10 2,339 110 13쪽
31 이름에는 힘이 있다(3) +54 20.06.09 2,438 147 20쪽
30 이름에는 힘이 있다(2) +18 20.06.08 2,370 119 13쪽
29 이름에는 힘이 있다(1) +20 20.06.07 2,406 126 15쪽
28 누구의 자식인가(4) +35 20.06.06 2,454 110 15쪽
27 누구의 자식인가(3) +16 20.06.06 2,411 113 12쪽
26 누구의 자식인가(2) +20 20.06.05 2,451 119 12쪽
25 누구의 자식인가(1) +23 20.06.04 2,548 111 15쪽
24 Fast & Furious(3) +2 20.06.04 2,480 114 12쪽
23 Fast & Furious(2) +16 20.06.03 2,588 12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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