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에 핵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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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생각.
작품등록일 :
2020.05.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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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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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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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에는 대가가 따른다(2)

DUMMY

발단은 시드가 독인들을 죽이며 그녀의 몸에 묻은 핏물들 때문이었다.

괴물들이 많이도 몰려들었고, 대부분은 칼날 개미들이었다.

일개미 몇 마리쯤은 시드 혼자서도 충분히 해치울 자신이 있었지만, 수십 마리가 단체로 몰려다니며 일대를 헤집고 다닌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드와 정체불명의 소년은 최선을 다해 몸을 숨기며 도망을 다녔다.

그러나 몸을 숨겼을지언정, 피 냄새는 끝내 숨겨지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짙은 독안개의 영향으로 개미들이 냄새를 추적하는 데에도 지장이 생겼다는 점.

덕분에 아직까지 이쪽의 위치를 들키지 않을 수 있었지만, 결국 개미들이 주변을 전부 포위한 시점부터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

결국은 저 칼날 개미들의 무리와 맞부딪혀야만 했다.

그리고 그랬다간 시드와 소년 둘 다 금방 죽고 말 것이다.

무엇보다도 머릿수의 차이가 너무 컸다.

시드는 이 답답한 상황에서 막막함과 분함을 동시에 느꼈다.


머릿수의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은 결국 변명에 불과했다.

그녀의 스승인 유논이었다면 이런 수의 격차 따위는 일신의 무력으로 가볍게 뒤집고도 남았을 것이다······.


‘내가 부족했어.’


시드는 입술을 짓씹었다.

그동안 마법을 부릴 줄 알게 되었다는, 그리고 마법사가 되었다는 것에 취해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자기가 뭔가 특별한 존재가 된 것만 같은 자아도취에 빠져 있었지만, 실상 그녀는 개미들을 상대로 꽁무니 빠져라 도망쳐야 하는 꼬맹이에 불과했다.


멋대로 독인들을 죽였고, 또 그들의 피 때문에 개미들에게 쫓기게 되었는데도, 끝내 개미들을 무찌르거나 쫓아낼 방법은 찾아내지 못했다.

이 모든 게 그녀 때문에 일어났는데도, 해결할 능력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그녀는 더없이 무력했다.

마법사라 불릴 자격이 없었다.


시드가 그리 자책하던 때였다.


“사실 도망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소년이 얼버무리며 말을 흐렸다.

시드는 그 자그마한 혼잣말을 놓치지 않고 눈을 부릅떴다.

설사 그것이 정말 쥐꼬리만 한 가능성이라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하물며 그것이 독기의 골짜기를 자기 집 안방처럼 수월하게 다니는 현지인이 말해주는 것이라면 더더욱!


“말해봐.”

“하지만 너무 위험해.”

“괜찮아. 일단 알려줘.”


소년은 시드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혹시’ 하는 생각을 머릿속에 품었다.

혹시나 하늘에서 떨어진 이 신비스러운 소녀가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마법처럼 찾아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술술 말해 버리고 말았다.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야. 피 냄새를 숨기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독무毒霧 속을 파고들어야 해.”

“이미 그러고 있잖아?”

“지금보다도 더 깊숙하게. 그러면 개미들도 쫓아올 엄두를 못 낼 거야. 다만 문제가 하나 있는데······.”


그러면 그렇지, 일이 순탄하게 흘러갈 리 없었다. 시드의 의문 섞인 눈빛에 소년은 이 작전의 가장 큰 걸림돌을 털어놓았다.


“병정개미.”

“······!”


일개미보다 비대한 덩치, 날카로운 다리와 더듬이.

수십 개미들의 무리를 이끌고 그들을 추적하던 개미들의 선봉장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소년과 소녀를 쫓아오는 것은 단 한 마리뿐이라는 것.

반대로 문제는 그 한 마리조차 도저히 상대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적이라는 점이다.

시드가 힘들게 해치운 독인 다섯쯤은 다리 한 번 휘둘러 일격에 전부 해치워 버릴 수도 있을, 악랄하고 집요하면서도 또 강력한 괴물이었다.


“병정개미는 일개미들보다 훨씬 후각이 뛰어나. 그것도 엄청나게. 독안개 속으로 숨어든다 해도 어떻게든 찾아올 거야. 저 괴물이 얼마나 집요한지는 너도 봤겠지······.”


충분히 경험해 봤다.

시드가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작게 끄덕이자 소년은 나직히 말을 이었다.


“독안개 속으로 너무 깊이 파고들면 그건 또 그거대로 문제가 생기겠지만, 일단 현 상황에서는 병정개미부터 생각해야겠지. 놈의 추격을 피하려면―”


답은 간단하다.


“병정개미를 죽이거나.”

“죽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더듬이를 잘라내야 해. 놈들은 더듬이로 냄새를 맡거든. 그런데 그게 더럽게 단단해서 아마 불가능하지 않을···아, 네 칼이면 가능하기는 하겠다.”


소년의 말에 시드는 제 손에 쥐어진 검은색 병정개미 다리날을 바라보았다.

유논이 남은 물건 쥐어주듯이 툭 던져준 이 무기가, 지금 그들의 유일한 생명줄이 되게 생겼다.

칼을 쥔 손이 바르르 떨렸다.


소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병정개미 잡아본 적 있댔지···?”

“······.”

“그거, 진짜야?”

시드는 허세부리지 않고 솔직히 대답했다.


“아니, 거짓말이었어. 난 병정개미를 잡아본 적이 없어.”

“···그래. 그랬구나. 그러면 이 작전은 포기하는 게 낫겠······.”

“그러니까.”


시드는 금색과 흑색 일렁이는 눈을 똑바로 뜬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이 내 첫 번째 사냥이 될 거야.”


소녀는 병정의 칼을 힘줘서 쥐며 저 멀리 한창 수색 중인 거대 개미를 노려보았다.


“···할 수 있겠어?”

“해내야지.”


결코 실패해서는 안 될 그녀의 첫 번째 개미사냥이 시작되었다.




* * *




“골짜기의 보물이 없다고? 나보고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 건가?”

“믿기지 않으시겠지요. 하지만 사실입니다. 저희 벌잡이 마을이 이토록 몰락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습니다.”


수치스럽다는 듯 입술을 깨물며 말하는 여인의 모습에 유논은 미간을 좁혔다.

겉모습과 표정 근육의 변화를 보았을 때는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확신할 수 없었다.


독기의 골짜기에서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특히나 저처럼 신체 대부분을 개조한 독인이 상대라면 표정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것쯤은 일도 아닐 것이다.

그는 차갑게 내뱉었다.


“일단 설명해보도록.”

“골짜기의 보물에 관한 이야기를 어디서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저희 벌잡이 마을에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여인은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대지의 울음Tears of the Earth. 풍요로우면서도 따사로운 땅의 기운이 담긴 커다란 보석.”


유논이 마지막으로 독기의 골짜기를 들렀을 때 눈여겨보았던 그것.

땅의 마력을 담은 특급 마정석이었다.


“그 힘을 지니고 있었기에, 저희 벌잡이 마을은 개미잡이 마을보다 훨씬 번영할 수 있었습니다.”

“그랬지.”

“그들은 땅을 파고 다니는 검객들-칼날 개미들과 육탄전을 벌이고 다녔기에 체격이 비대해졌고, 그 대신 멍청해졌죠. 반면 저희 벌잡이들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벌들을 독안개 속으로 유인하기 위해 체격이 작아지고 자세가 굽어지는 등 더더욱 은밀하고 영리한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벌잡이, 그리고 개미잡이 독인들 간의 차이가 여기서 벌어졌다.


“이전이었다면 이러한 신체 구조상의 차이만으로 큰 변화를 불러오지는 못했겠지만, ‘대지의 울음’이 없어진 이후로는 달랐습니다.”

“단순히 그것만으로 이렇게까지 변할 리는 없었을 텐데.”


유논은 나직이 말했다.

골짜기의 보물, ‘대지의 울음’은 분명 대단한 마정석이다.

그러나 그것 하나가 없어진다고 해서 골짜기의 패자가 급작스럽게 뒤바뀔 정도의 영향력을 지닌 보석은 아니었다.

그 힘을 진정으로 다룰 줄 아는 뛰어난 마법사가 있었다면 모를까······.


‘그런 마법사는 이제 세상에 없다.’


여기 이 자리에 있는 한 마법사 말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말이 되지 않았다.

분명 다른 요인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게 무엇일지 대략 짐작이 갔다.


유논은 무표정한 낯으로 입을 열었다.


“골짜기에 벌들이 없더군. 오직 개미들만 있어.”

“···핵심을 정확히 짚으셨군요.”


여인은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벌들이 없어졌습니다. 다 죽었습니다. 벌을 잡아먹으며 살던 저희 벌잡이들도 함께 쇠락할 수밖에요.”


벌잡이 마을과 개미잡이 마을의 독인들이 서로 대립하면서 골짜기의 독인 사회가 이루어졌듯이.

골짜기의 괴물 생태는 벌과 개미들의 대립으로 이루어졌다.

칼날 개미들과 강철 말벌들은 각기 왕국을 만들어 끊임없이 전쟁을 치루며 골짜기의 패권을 다투었다.

그 비등한 양측 간의 대결 속에서 독인들은 각기 벌을 잡는 이들, 개미를 잡는 이들로 나뉘어 괴물들의 발아래 꾸역꾸역 살아남았다.

그러던 골짜기의 생태계가 기저에서부터 뒤바뀌게 된 것이다.


“저희는 ‘골짜기의 보물’을 훔쳐간 것이 개미잡이들의 소행이라고 반쯤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분명 같은 인간종만이 저지를 수 있을 섬세한 솜씨로 자취도 없이 사라진 보석을, 어느 순간부터 칼날 개미들의 여왕이 지니고 있더군요.”


칼날 개미들의 여왕(Queen of Blades), ‘큐레이움Qrauum’.

환상세계 모든 개미들의 왕국을 지배하는 대왕,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괴물들 중 하나.

그 자체로 고유명사가 붙은 네임드 개체다.


그런 변종 괴수의 손아귀에 특급 마정석이 들어갔다면······.

유논은 옅은 한숨을 내뱉었다.

원래도 끔찍한 곳이었던 독기의 골짜기가 이리 한참은 더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개미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고, 죄다 이전보다 훨씬 튼튼해졌습니다. 그렇게 힘을 얻은 뒤, 개미 여왕은 장군개미들을 이끌고 벌집으로 쳐들어가 말벌들의 여왕을 직접 처형했습니다.”


여인은 흥분한 채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내뱉었다.


“그 결과 변종 강철 말벌들은 개미들에게 패배하고 독기의 골짜기에서 멸종되었지요. 개미들이 많아지면 결국 이득을 보는 것은 개미잡이들입니다. 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을지는 명백하게, 이미 드러난 것이나 다름없죠···. 결국 이제 골짜기는 완전히 개미들과 개미잡이들의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들 벌잡이 독인들이 강철 말벌들과 비슷한 신세가 되었다.

사냥감이었던 벌들이 없어진데다가, 무력 면에서도 훨씬 체격 좋은 개미잡이 독인들에게 밀리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유논은 묵묵히 듣다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지금, 벌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여왕개미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지?”

“알을 낳고 있겠지요. 더 많은, 보다 더 많은, 골짜기 전체와 온 세상을 뒤덮어 버릴 수 있을 정도의 무한한 일개미, 병정개미들의 알들을.”

“어디서?”


구움-바라는 시를 읊듯이 답했다.


“독기의 골짜기에서 가장 풍족하면서, 가장 불결한 곳.”


유논은 표정을 구겼다.


“여왕은 그곳에 새 둥지를 틀었습니다.”


마법사가 이미 아는 장소였다.


정화교 쉘터에서 먹다 남은 것들의 쓰레기, 오염된 자원들이 한데 모여 골짜기까지 흘러가 모이는 곳.

그러므로 이 골짜기에서 가장 풍요로우며 불쾌한 장소.


‘하기야, 끊임없이 알들을 낳아대려면 그런 최적의 장소에서 지속적으로 영양을 공급받아야 할 필요가 있겠지······.’


이곳 독기의 골짜기의 젖줄이나 다름없는 장소.

유논은 혀끝에서 맴돌던 그곳의 명칭을 내뱉었다.


“쓰레기장.”




* * *




피오네와 파빌리안 스트라우스는 개미잡이들의 마을에 도착했다.

독인들은 정화교의 여사제와 제국의 소드마스터를 성대하게 환영했다.


개미잡이 마을의 장로가 그들을 맞이했다.

덩치는 왜소했으나 그 누구보다도 커다란 고름을 달고 다니는, 검푸른 독버섯 같은 생김새의 노인이었다.

그가 소리쳤다.


“이것들아, 손님, 손님! 식사 대접! 준비해!”

“음식. 하지만 몰라. 너 안 알려줬다. 인간, 혹은 개미?”

“저 손님, 손님. 귀하다, 귀하다. 인간, 인간 준비해라, 멍청아!”


딱딱하게 굳은 표정의 피오네와 심드렁한 낯의 소드마스터에게, 예의 그 뚱보 대장 독인이 킬킬대며 말을 걸었다.


“저 영감, 개미 고기 안 먹는다. 인간 고기밖에 안 먹는다. 벌잡이었을 때 버릇을 잘못? 들였다!”


작가의말

50화네요. 이 작품은 본래 1부와 2부로 나뉘어 구상되었는데, 아마 분량상 1부의 절반정도는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음..비정기연재이고, 아무래도 유료연재는 힘든 작품이 되었으니 중간에 다른 작품을 시도할 수도 있겠지만, 꼭 완결은 낼 겁니다. 저는 ‘판타지에 핵이 떨어졌다’의 끝을 꼭 보고 싶네요. 독자 여러분들도 비슷하게 느끼셨으면 싶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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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구원에는 대가가 따른다(1) +10 20.07.06 1,440 81 13쪽
48 독기의 골짜기(Valley of Venom)(4) +12 20.07.04 1,491 70 12쪽
47 독기의 골짜기(Valley of Venom)(3) +16 20.07.03 1,496 69 11쪽
46 독기의 골짜기(Valley of Venom)(2) +20 20.07.02 1,604 77 16쪽
45 독기의 골짜기(Valley of Venom)(1) +16 20.06.26 1,855 91 12쪽
44 검과 마법(Sword & Socery)(3) +22 20.06.24 1,853 100 13쪽
43 검과 마법(Sword & Socery)(2) +21 20.06.23 1,844 101 16쪽
42 검과 마법(Sword & Socery)(1)(연출 수정 완료) +27 20.06.22 1,854 85 9쪽
41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3) +20 20.06.21 1,844 95 12쪽
40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2) +22 20.06.19 1,904 100 12쪽
39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1) +16 20.06.18 2,059 95 14쪽
38 재회(Reunion)(5) +17 20.06.17 2,284 97 14쪽
37 재회(Reunion)(4) +17 20.06.16 2,104 113 12쪽
36 재회(Reunion)(3) +14 20.06.15 2,214 121 13쪽
35 재회(Reunion)(2) +22 20.06.13 2,319 122 14쪽
34 재회(Reunion)(1) +24 20.06.12 2,341 126 12쪽
33 막간-카멜레온(Chameleon, 七面蜥蜴)(2) +28 20.06.11 2,299 127 18쪽
32 막간-카멜레온(Chameleon, 七面蜥蜴)(1) +17 20.06.10 2,339 110 13쪽
31 이름에는 힘이 있다(3) +54 20.06.09 2,439 147 20쪽
30 이름에는 힘이 있다(2) +18 20.06.08 2,371 119 13쪽
29 이름에는 힘이 있다(1) +20 20.06.07 2,406 126 15쪽
28 누구의 자식인가(4) +35 20.06.06 2,455 110 15쪽
27 누구의 자식인가(3) +16 20.06.06 2,411 113 12쪽
26 누구의 자식인가(2) +20 20.06.05 2,451 119 12쪽
25 누구의 자식인가(1) +23 20.06.04 2,548 111 15쪽
24 Fast & Furious(3) +2 20.06.04 2,481 114 12쪽
23 Fast & Furious(2) +16 20.06.03 2,589 122 14쪽
22 Fast & Furious(1) +20 20.06.02 2,652 133 13쪽
21 방사능의 아이들(Children of Radioactivity)(3) +15 20.06.01 2,644 12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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