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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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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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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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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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Hard Landing 1

DUMMY

에필로그 - Hard Landing



우리나라 최고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받은 사람들은 네 가지 혜택이 있다. 국립묘지 안장. 항공료 30% 할인, 보훈병원 60% 할인. 월 20만 원 정도 지급. 현재, 살아 있는 6.25 참전자 90%가 생활고에 시달리는 빈민층이다.


그래, 외국 것 좋아하니 미국 최고훈장인 Medal of Honor를 보자. 미국의 최고훈장 수여자는 많은 수가 전사자다. 어지간해서 나오지 않는 생존 수여자는 백악관에서 대통령이 직접 수여하고 TV가 중계한다. 매달 한화 150만 원의 특별연금을 수령하며, 은퇴할 경우 본인 연금의 10% 인상액을 받는다.


본인과 가족은 미군 항공기를 여행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각별한 경우에 한해 군용 항공기를 소환할 특권이 있다. 수여자 본인과 가족은 미국 정부가 발행한 특별 신분증을 받는다. 이 신분증을 국내외 공관에 제시하면 조건 없는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수여자는 사후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되고, 수여자의 자녀가 사관학교 입학을 원하면 정원에 상관없이 입학 된다. 평생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수여자가 은퇴하면 사복 차림에 훈장을 달 수 있으며, 본인이 원할 때 (상업과 과격한 목적만 제외하고) 언제든지 군복을 공무처럼 착용할 수 있다.


장군 번호판과 비슷한 - 본인만이 사용 가능한 차량 특별번호판을 받는데, Medal of Honor 글자와 훈장 그림이 들어간 하얀색 번호판이다. 향후 건설되는 미군기지와 군함에도 수여자 이름이 명명된다. 최고훈장 수여자를 보는 군인은 거수경례하며, 지위고하 대통령도 관습적으로 이에 포함된다. 이 훈장을 위조하거나 절도/상업 거래를 하면 벌금 1억 원이나 1년 징역형에 처한다.


[미 육사와 해사의 입학생들은 자신의 고등학교 전교 5위 안의 점수들이며, 그것으로도 부족해 대통령 - 부통령 - 연방 상원의원의 추천서를 제출해야 유리하다. 이 추천서는 필수처럼 돼버렸는데, 한 상원의원이 한 해에 쓸 수 있는 사관학교 추천서는 10장으로 제한되어 있어, 사관학교 입학이 아이비리그보다 어렵다는 표현도 한다. 미 국공립대학교 순위에서도 해사 육사 공사가 1 2 3위를 기록하며, 사립대학교 포함해도 해사 육사 공사는 미국 대학 30위 안에 들어간다. 미국 사관학교 중에서 해군사관학교가 독보적일 정도로 선두다. 맥아더와 아이젠하워 장군도 해에 불합격한 후 육사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해군사관학교는 졸업 이수 학점이 일반 대학교보다 30점이나 높다.]


그래... 훈장 좋지.

하지만 우리 훈장은 우리가 만들고 우리가 수여한다. 여기서 이러는 거 아무도 모르니까. 다른 대대 다른 지역대도 모르고 시어머니도 몰라.


군복이 수의란 말은 폼 나는 과장 같지만, 어차피 모든 군인의 현실이야. 그린베레 SEAL SAS 다 와라. 퇴출 헬기 없다. 여기 와서 전쟁 끝날 때까지 버텨봐. 구형 방공포의 천국, 미군 한국군 전투기가 투하하는 폭탄이 목표보다 비싸다. 하늘을 향해 아가기를 벌린 삼각대 중기관총의 천국. 그라나다 파마나 이라크 아프간보다 교육훈련도 잘 받은 놈들이 겨눈다. 특히 고사총은 상당수가 여군 부대다.


우리보다 잘난 서양 브랜드 엄호 전폭기 줄줄이 달고 와서 전설을 만들어 봐. 불알이 강낭콩마냥 오므라들 거다. 지나가는 아낙 불렀다간 증오의 눈동자 AK 총구를 돌아올릴 수 있다. 성능 좋은 스코프로 백발백중해도 군복 입은 사람 다 죽이려면 총알이 모자란다. 다국적군이 와서 줄줄이 뼈를 묻어봐. 이라크 아프간처럼 밤에 편하게 잠들 기지가 없어 무료하진 않을 거다.


인구의 몇 %를 사살해야 전쟁이 이기는지 계산기를 두드려볼까?


개혁 개방한다고 체제의 습관이 변해? 새터민들 말대로 일시에 붕괴할 가능성 없진 않지만, 그래도 습관이 무서운 거다. 70년도 지속한 사람들이 날 잡아잡수 하얀 손수건 흔들어? 어린애 노인 빼고 근본적으로 다 군인이다. 총 드는 건 여기 문화다. 돈이 없어 많이 안 쐈을 뿐, 청소년들도 방학 때 실탄 쏴보고, 어린애도 AK 목총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지구 유일의 국가. 어서들 와. 이겨도 30년간 끔찍한 전쟁 수필이 다국적군 모든 국가에 넘칠 것이다. 다른 전쟁은 잊히고 무시될 것이다. 아프간 이라크는 전쟁으로 치지도 않을 것이다. 연합훈련 뛰어 보면 요즘은 그린베레 팀원이 위성 휴대폰 들고 다닌다. 원사님들 때도 그렇고 우리 때도 그렇고, 무거운 우리 구형장비 보면서 미군이 웃는다.


‘어느 순간 붕괴의 조짐이 나타나겠지.’


그런 마음으로 북한이 망하길 전 자유 진영이 기다렸다. 안 무너진 이유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와서 직접 봐야지. 습관적으로 군복 입고 총이 넘친다. 어려서부터 세뇌됐다. 포탄 터지면 겁먹고 현실을 깨달아? 아니, 수령님을 외칠 거다. 국경, 밀무역, 한류, 세상 물정의 터득, 그런다고 20년간 세뇌를 받은 젊은이가 아이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을 든다고? 인류 역사가 다 그랬다고? 성조기만 휘날리면 아이구 하느님 무너질 거라고?


그걸 누가 아는데? 에어컨 나오는 사무실에서 5분 뒤에 서류정리 끝내고 Mess hall에서 트레이에 야채만 담을 채식주의자 전쟁계획자가 상상하신 건가? Bullshit...


그딴 식으로 했다가... 돈 들고 전사자 많고 전쟁이 완벽하게 끝날 기색 안 보이면 내뺄 수도 있지. 중동에서 하도 그래서 미군 완전히 믿을 수가 없다. 전쟁은 우리 국토만 밭갈이하는 거야. 중국이 음산하게 바라보고 있어 크나큰 위험요소지. 일본은 박수치고 좋아할 거다.


대한민국은 아시아의 알박기야.


여기서 전쟁이 일어나 이득이 커 보이면 강대국들은 은밀히 약정하고 시작한다. 다만, 다국적군이건 뭐건 북한에 직접 들어가는 건 항공기로 제한할 거다. 한국의 땅개들이 알아서 두더지 굴 뒤져서 끝내! 우린 할 만큼 다 했고 중요한 건 다 때려 부숴줬어! 뭐가 문제야. 어서 하라고.


‘내가 지금 재선을 위해서 조정 국면 타이밍이야. 우리가 준 물자는 장기 저리로 갚아. 인간극장인 줄 알아? 우린 경제의 신, 파괴의 신이야. 가루가 된 먼지 속에서 넌 영원히 나와 연락해야 할 거야. 전화벨 세 번 울리기 전에 받아!’




블랙홀 Hard Landing



1.

어린왕자를 떠올리곤 한다.

탁. 탁, 탁탁... 따닥!


왜 주인공은 왕자여야만 하나.


어느 장면인지 모르겠고, 내용 대사도 기억 안 난다. 어떤 이미지만 남은 것 같다. 컴컴한 사막의 밤과 모닥불, 하늘의 별, 여우. 주인공 어린왕자. 어떤 이미지가 멋져보였나 보다. 조용한 밤에 사색하는 인간? 어려도 인간?


군인이 되면 한밤중 홀로 있는 시간이 온다. 나를 믿고 나머지가 잔다. 혼자서 사방이 너무 컴컴하다. 심하게 컴컴해서 외로움마저 사치 같다. 무섭지 않다. 너무 피곤해서 무섭지도 않다. 귀신이 나타나도 피곤해서 짜증 나서 욕이나 퍼부울 것 같다. ‘나올라면 꿈에나 나오던가 이 새끼야, 이 년아!’


무거운 걸 지고 내내 걸었고, ‘전술’이란 명칭이 붙으면 훈련에서 모닥불 못 피운다. 야전에서 군인 불침번이 버티는 건 원래 모닥불, 겨울이 더더욱. 눈 때문에 그래도 밝은 주변 명도.


겨울은 등 뒤에 귀신이 있는 것 같다. 모닥불을 바라보는 앞은 설설 끓는데 등이 서늘하다. 서리다 못 해 아리다. 등이 언다. 종종 환한 모닥불에서 고개를 돌려 어둠을 본다. 사람이 생각에 여유가 있어야 저 숲속에 뭐나 있어 보이지... 관심 없다. 원사들 얘기는 젊어서 최고의 잠자리는 산소였다고.


그렇게 혼자 있으면, 나라는 존재가 살짝 감당이 안 된다. 항상 무리에 있어라! 단결하라! 우린 무엇무엇이다! 나란 존재를 마주할 시간이 너무 없다. 부대 안의 보초도 생각할 틈이 없다. 보초 2인조는 거의 다 상하가 있다. 1인이 서는 보초는 막사 동초 외에 없다. 동초는 막사 주변을 걸어다녀야 한다. 막사에 동초는 다른 대대 도둑놈 잡으라고? 타 대대 도둑은 중요하거나 고가를 노리고 오고, 가장 작전이 완벽할 때가 도둑질할 때다. 과학수사반이 와도 찾기 힘들 거다. 훈련으로 배운 암벽등반과 로프/레펠을 사용해 꽁꽁 잠그고 훈련 나간 타 대대를 턴 사건이 실재했다. 전술도 게릴라여서 정확히 누가 훔쳐 갔는지 못 잡아냈다.


‘몇 시야, 지금.’


왼 손목을 들기도 힘이 들 것 같다.


군대에 갇혀서 자기 생각이 가능한 야전 불침번.


오늘 문득,

야전. 여긴 어딘가.


‘갑자기 정신이 또렷하네. 내가 뭐하고 있지?’


피곤하다.

눈꺼풀이 무겁다.

머리를 뉘면 바로 일어나라고 한다.

4시간이 20초 같다.


나중에 야단맞기 싫어 즉각 침낭에서 정신 차리면, 걷는 것보다 군장 다시 쌀 일이 아득하다.


그래서 여분의 시간, 시간.

긴 시간 속에 나 혼자 존재할 수 있는 시간.


고향도 가족도 생각나지만, 내 현실적인 심려를 멀리서 도와줄 수 없다. 그리움과 생활은 별개인 가족이다. 그렇다고 뭐가 어떻니 구질구질 말할 수도 없다. 그런 얘기 꺼내봤자 어른 남자들은 군대가 다 그렇다고 같은 결론. 요즘 빠졌다...


‘군대는 생각보다 혼자야. 거기서 시작이야.’


그래도 오늘은 모닥불이 있다. 전술적 행동 기간이 아니다. 해가 지기 전에 팀원이 사방으로 흩어져 화목을 해왔다. ‘화목’이란 개념을 군대에서 처음 배웠다.


따닥따닥... 나무가 타다 부러지면 개똥벌레처럼 불꽃들이 밤하늘로 회오리치며 올라가고, 암전과 고요, 기댈 것은 나밖에 없다. 곤하다. 보이는 건 나 군복과 내 손뿐. 그나마 겨울이 아니라서 집중력이 좋다. 겨울이면 앙상한 가지 사이로 맹풍이 몰아쳐 정신 사납다. 한겨울이면 모닥불과 상관없이 영혼이 증발하는 산중 바람이 비수 같다. 몸이 얼어 주먹밥 크기로 오므라들면서 오직 추위만 해결하려 한다.


그래도 겨울이 그리울 때가 돌아온다.

3-4-5-6-7-8-9-10월.

덥고 땀나고 지친다.

땀 질질 흐르고 물 못 마시고 산 타는 것도 여간 아니다.


‘왼손을 들어서 봐야 해.’


귀. 고막의 집중.

‘아직 누가 나오진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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