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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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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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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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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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 Landing 5

DUMMY

Hard Landing



다른 사람들은 영상을 봐도 평범하다 생각할 거다. 나는 HALO나 스카이다이빙 영상에서 기체 이탈은 별 감흥이 없다. 무서울 것도 없다. 중요한 건 낙하산이 펴지고 나서다. 가장 공포는 나무와 숲이다. HALO가 낙하산을 개방했고 이상 없을 때, 아니면 그냥 동그란 군용 낙하산을 타도 뛰어내리는 것보다 무서운 건 접지다. 그리고 접지 중에서 내 발 밑으로 보고 가장 무서운 건 나무다. 훈련 DZ는 그래도 넓고 안전한 곳을 골라는 준다.


물론 물도 있고 송전탑도 있고 위험 요소는 많다. 콘크리트도 있고 – 하늘을 향해 창을 세운 비닐하우스도 꽤 위험하다. 파이프가 깨지면서 찌르고 들어올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나무가 가장 무섭다. 수목지대에 떨어지면 다중 골절로 부러지고 기절할 수도 있으나, 농담이 아니라 죽을 수도 있다. 산악복과 산악헬멧이 없다면 두꺼운 나무들 수목지대는 죽음이다. DZ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나무가 널렸다. 경기도 광주의 강하장은 지형도 알고 파라다이스. 그건 문제가 아니다.


모르는 곳. 그리고 뛰어서 낙하산 산개/안전검사 끝나고 지상을 볼 때. 아무리 무월광이라도 나무가 많은 곳은 시커멓다. 검다. 그리고 그 검은 곳에 떨어지면 최소 병신이다. 야외훈련을 위한 저 먼 산골의 전술강하나 전시 강하는 안전한 접지를 보장하지 않는다. 사실 까놓고 말해서 접지가 가장 무섭다. 낙하산 자체 고장은 구경하기도 힘들다. 낙하산 고장은 HALO에서나 일어난다.


왜냐하면 보기 때문이다. 그러니 비행장 최종 기상보고에서 풍향보다 풍속이 피부에 와닿는다. 우리를 땅에 쌔리는 하중 속도이기 때문이다. ‘저기 떨어지면 죽는다.’ 훈련 때 다치는 사람 생각보다 적지 않다. 문제는 후송이 필요한 진짜 부상인가의 문제. 소소하게 다치는 일은 수도 없다. 산악헬멧 안구로 뾰족한 것이 찌를 때도 있고, 뭔 일이 터질라면 별의별 사고 부상이 따라온다.


다리 뼈는 그나마 괜찮은데, 허리 나가는 게 가장 무섭다. 평생 갈 것 같다. 야간, 무거운 장비와 더 무거운 군장, 수목지대에 떨어지면 팔다리 부러지더라도 양팔로 머리를 감싼다. 감싸야 한다. 죽으면 그나마 아주 나쁘지 않을 지라도 평생 정신이 이상하거나 어떤 상태가 될지 모른다. HALO 하다 개방충격으로 팔 빠지는 건 애교다.


공중에서 촬영한 모든 바디캠 헬멧캠 고프로 영상의 지상, 거기 있는 나무와 숲은 무섭다. 저기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무섭다. Cutaway가 나서 어쩔 수 없이 작은 묘목이나 경작지에 떨어지는 사람도 끄응~ 끄응~ 그 익숙한 자신도 모르게 몸이 내는 신음이 들린다. 그런 충격으로 다치면 어느 순간 ‘누가 신음을 내고 있구나. 아, 나구나!’ 그 정황.


낮에도 숲은 무섭다. 내 상상 이상으로 다칠 확률 높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 안 죽을 것처럼 산다. 사람은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자기만 안 다칠 것으로 생각하고 산다. 그러나 너도 나도 다치고, 너도 나도 병들고, 너도 나도 죽는다.


발밑의 검은 구역이 넓으면 – 조그만 지역보다 나무가 굵다. 굵을 확률이 높다. 그렇게 아프고 싶지 않다. 그렇게 죽고 싶지 않다. 2차대전 영화처럼 나무에 매달려 총 맞아 죽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공중에서 본 시커먼 나무들이 사람 다음으로 정말 무섭다.


가끔은 생각에 앞서 몸이 말한다.

“근무자들이 뭐 저래 떠드는 거야. 불안하게시리.”


항상 그렇듯 정신없이 Green Light를 보지 못했다. 가끔 벨소리는 듣는다. 밀리터리 마니아인 친구는 그린라이트 보면 어떤 생각이 드냐고 했는데, 좆도, 어두컴컴한 기내 위쪽에 달린 등 하나로 식별된다. 한 4번 강하자까지는 기다리다 볼 수도 있는데, 그걸 뭐하러 보나. 기체문 확인과 ‘과감한 이탈’이 전부다.


등이 뚜렷하게 빛나는 것도 아니다. 그 넓은 기내를 완전히 밝히려면 표준 형광등 최소 20개는 달아야 한다. 기내에 막대형 등은 별로 없고 동그란 등이 군데군데 조명한다. 그 동그란 것 중 하나다. 생명줄을 쥐고 문을 향해 질주하는 강하자가 시선을 들어 등을 확인할까? 그런 경황이 어딨냐 니미 씨벌.


그러니 그린라이트를 봤다! 20회가 넘어가도 기억하는 건 몇 번 안 된다. 일단 앞사람만 보게 되고, 앞사람이 휙~ 사람질 때 등장하는 암흑의 문이 집중력을 완전히 가져간다. 오감이 앞사람과 기체문만 보고, 정기강하 때 이탈 자세가 누우면서 군장이 면상으로 들리는 경험을 한 사람들은 생명줄 안 잡은 손으로 군장을 누르며 나간다.


제 아무리 어떻든,

그린라이트? 그게 문제가 아니다. 컴컴하고 엔진 소리는 시끄러운데 서서 허리 빠져라 중력으로 당기는 엄청난 군장을 버티면서 걸어놓은 생명고리에 거의 매달린다. 이미 [4~6분 전] 안쪽으로 들어와서 대기 중. 앞사람이 가면, 앞사람이 종종걸음으로 달리면 냅다 따라가는 거다.


그런데 갑자기 섰다. 앞에 아무도 없다. 뭐지? 뭐야! 이 무슨 지랄이야. 충격. 뭔 일이야. 왜 갑자기? 지금 여기가 어디 상공인데 나는 어쩌라고 이 지랄이냐!


앞의 앞사람이 매달렸다. 안전근무자와 로드마스터가 주저하는 사이 바로 앞 사람은 나가버렸고, 갑자기 날 잡았다. 막았다. 막았다는 걸 정신차리기도 힘들었다. 저 문이 보이는데 실제로 먼가? 왜 앞으로 안 나가지? 그때 누가 내 어깨를 퍽! 퍽! 퍽! 쳤다.


난 뭐냐고 소리를 질렀고 근무자는 열린 기체문으로 검지를 뻗어 동그라미를 연속으로 돌린다.


저 암흑의 기체문 바깥.


뭐?


굉음 속의 전적.


지금 그 지랄 그 상황?


이 상황에? 여기서?


평상시 안전 하네스를 착용하고 생명고리를 걸지 않고 B-12 계열 조종사 낙하산을 짊어지고 있는 근무자가 고함을 치는데 못 알아들었다. 여단본부인 걸 확실히 아는 그 사람은 손가락을 계속 돌리다. 어쩌라고?


뭐야. 매달... 매달렸다고? 생명줄을 옆구리에 꼈거나 군장에 생명줄이 엮였다. 수송기 문으로 나가서 비행기 꼬리 부근에 매달리는 건 각 경우 알아서다. 별의별 이상한 사고가 나면 나는 거다. 그게 나면 나인 거다. 생명고리를 걸고 잡고 생명줄을 안 걸리게 어깨 바깥으로 검기면서 매달리는 사고를 방지하지만 뭐가 나면 난다.


나중에 특정대에서 사고 낙하산을 ‘고대로’ 가져가서 전체가 모여 원인을 찾겠고, 매달리는 사고가 나면 훈련이므로 강하를 중지시키고 비행장으로 일단 기수를 돌린다. 특히 겨울이면 동사할 수도 있다. 수송기 꼬리 동체에 계속 충돌하면서 산악헬멧이 박살 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공수교육 때는 매달린 사람이 생명줄을 잘라달라 – 내가 예비낙하산을 펴겠다 손 신호를 배우지만, 실제 훈련에서 매달리면 본인 의사를 기다리지 (확인하지) 않고 그냥 기내로 끌어들인다. 그건 전시에나 하는 거였다.


그러나 그게 전시라고 가능이나 했던가?


아무도, 심지어 특정대도 매달리는 사고에 쓰려고 생명줄 자르는 전용 나이프를 안전근무자에게 주나, 얼마나 걸려야 그 단단한 생명줄이 잘릴지 모른다. 특정대 포장 테이블에서 잘라본다고 될 게 아니다. 130~150kg이 당기고 있는 생명줄은 당연히 다르다.


그런 사고 나면 90% 이상 생명줄을 거는 정박줄 케이블에 걸린 회수-모듈 고리에 노란 생명줄을 걸어서 기내로 끌어들인다. 회수 모듈은 생명줄에 물려있고, 조종석 쪽으로 마지막 강하자 뒤에 밀어 놓은 자체 동력-전기모터 윈치.


사람이 매달리면 모듈에 전원을 넣어 기체문을 향해 끌고, 거기서 고리에 매달린 사람 생명줄을 잡고는 후진시켜 다시 조종석 쪽으로 끈다. 그러면 생명줄이 옆으로 누운 V-자가 되면서 강하자가 문으로 올라오고 근무자들이 잡아서 기내로 올린다. 그 윈치는 사람과 군장을 충분히 끌 마력이 있다. 원사들 시대나 사람 손으로 끌었다. 구난 모듈은 기본 옵션으로 다 달려 있다.


매달린 걸 강하 중에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알아봤는지 모른다. 사람이 매달리면 기체문 꼬리 쪽 면에 붙어 늘어진 생명줄보다 밑으로 처지긴 하나, 강하 중에 그걸 알아봤다고? 어쩌면 생명줄이 몸에 걸린 상태에서 나가는 앞의 앞 강하자를 누가 봤나?


나를 선두로 세 명 남았다.


훈련이라면 [강하 중지! 사고자 구난!]


지금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


이 장면의 모든 사람이 멍한 상태로 난감했다.


나와 내 뒤에 두 명. 서서 기다렸다.


보통은 다 나간 다음에 매달린 사람을 발견한다. 다 나가면 마지막으로 안전근무자가 기체문을 양손으로 잡고 고개를 뒤로 내밀어 [안전, 이상무!] 확인한다. 낮에는 쉽게 보이지만 밤에는 한쪽 눈을 감고 저 바깥의 어둠에 적응하여 내다본다. 내다본 근무자가 이상무! 수기를 하면 생명줄(과 포장낭)을 기내로 끌어들린다. 낙하산이 펴지건 말건 그건 기내 근무자 관심도 책임도 아니다. 밑에서, 강자자 자신이 알아서 할 일이다.


신기한 사건 드문 사건. 심지어 훈련 때 매달리는 사고가 대대 정기강하에서 발생했고, 군생활 7년 10년 한 사람도 ‘처음이다 야.’ 그럴 정도. ‘신기하네.’ ‘신기하냐? 사람이 죽었다 살았는데?’ ‘저 하사 놈 오늘부터 꼬리문 마스터다!’


지금 이 상황이 무슨???


3차.


안 올라올 줄 알았다. 갑자기 3차 투입이 결정되었고 이름이 메인패스트에 올라 있었다. 팀이 올라 있었다. 어차피 1차가 아니었고 2차라고 생각했다.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많이 죽었다고. 많이 죽었다. 지금 상태가 말이 아니다, 2차가 곧 온다. 내일 새벽에 떨어질 수도 있다! 밥만 축내는 식충으로 전락한 기분은 사실이었다.


2차는 떠났고, 이제 미래가 없었다. 작전계획이 없었다. 그러다 계획에도 없는 3차가 결정된 거다. ‘제공권은 우리니까.’


강하자 매달림! 강하 중지!


어찌 할 거야???


누가 결정해???


순간, 아주 짧은 순간, 정적 기운이 흘렀다. 아무도 모듈을 기체문으로 끌어올 생각을 안 했다. 소리도 안 들리고 안 보이지만 상공에는 분명히 전폭기들이 돌고 있다. KF-15 아니면 16.


기본 전술과 달리 밑(땅)에 패널이 깔렸다고 들었다. 다른 대대원이 거기서 기다린단 소리다.


이 짧은 시간. 그러나 아무리 저속이라도 수송기는 거의 200km 시속이다. 지금 나갈 때 DZ에서 얼마나 멀어졌는지 모르지만, 밑은 패널이 없다. 땅도 암흑이다. 나간다면 알아서 찾아가야 한다. 재집결 전술와 위치를 떠올려야 한다.


정적 속의 생각.


‘수송기가 돌아? 공패스 돌고 다시 DZ로 진입해?’


그때였다.


GO. GO.


강하자 데리고 복귀 항로로 들어갈 순 없다.

이 병력을 제로로 지우고 돌아갈 수 없다!


물론 조종사와 공군 근무자들이 무슨 말을 했겠지만,

GO를 결정한 사람은 본부에서 근무자로 나온 그 소령이다.


점프마스터를 받은 소령은 분명히 팀장 출신이다.


‘셋! 내보내! (매달린 사람과) 안 걸린다! GO.’


어어...

저 검은 산들이 쑤욱 올라온다.


산 꼭대기들이 하늘을 찌른다.


곧 사방이 시커멓게 올라온다.


이제 접지야.


오, 제발. 얼마 안 남았어. 제발 달려. 조금만 더 앞으로 날아!


‘지금 홀딩이다. 지금 홀딩이야. 나가지 않아!’


씨발 이럴 때 런닝이 이 방향이면 얼마나 좋아. 너무 둔하게 나간다. 어림없다. 이 속도로. 뒤에서 바람 좀 때려줘. 제발.


“어... 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아니야... 수목으로 떨어진다.


수목으로 떨어진다!


저 솔방울 같은 것,


저건 큰 나무 하나다.


나무 끝들이 보인다.


나무 정확하다.


발끝으로 조준을 확인해봤자야!


오 하느님.


치솟는다.


올라온다.


“씨발.”


이 악물어.


머리 감싸.


올라온다. 올라온다.


죽었다 씨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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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 이른 기상 2 24.07.08 149 3 12쪽
373 에필로그 II - 이른 기상 24.07.01 17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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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 Hard Landing 4 24.06.17 143 3 13쪽
370 Hard Landing 3 24.06.10 134 4 12쪽
369 Hard Landing 2 24.06.03 165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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