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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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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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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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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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내가 한 뼘 통나무라고 했어. 넘을 수 있어. 충분히 넘어가. 하지만 한 번 가는 게 아니지. 왜 그런 거? 시도만 하면 충분히 성공하는데, 자주 해야 하는 거. 매번 성공하고 나면 숨이 고무줄 풀리듯이 푸르르르르 안도가 와. 실제적으로는 그렇게 큰 기술도 아니고, 남들이 보는 것보다 틈도 많아. 그러나 죽으면 금방 바로 죽어. 들어갈 때 한 번, 나올 때 한 번.’


‘알지. 어렵지 않다는 것. 생각보다 고 난이도가 아니란 거. 다만 실수하면 죽어. 판단 잘못하면 그 자리에서 죽어. 매번 성공해야 해. 해보면 심각하게 어렵지는 않게 성공해. 근데 또 해. 또 하래. 또 해야 해. 성공한다는 자신은 있는데 불안해.’


‘그거의 반복이었겠지. 그러다 많이 죽었잖아.’


‘얼마나 넘어갈지 본인들이 알았겠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언제 공작이 떨어질지도 몰라. 겉에서 보기에 얼마나 복무했고 얼마나 넘어갔다 왔냐는 근무 기간 전체를 보고 물어 봐. 우린 아니지. 넘어오면 안 돌아가. 언제 끝날지 몰라. 영원해. 외나무다리는 여기로 넘어오는 것만이 아니었어. 매번 생존 외나무다리를 성공해야 해. 넘어오는 건 점차 덜 어려워져. 거기 지키는 놈들에 익숙하면 아아주 free~~~ 해지는 수준까지 가. 그래도 외나무다리에서 떨어질 수 있어.’


‘영원히.’


‘죽을 때까지 영원히 매번 1회를 성공하는 거야. 성공해야 하는 거야.’


‘우린 다행히 1회를 운 좋게 성공한 거야. 여긴 아무도 안 지켜. 우리가 찾아가지 않으면 싸움도 없어. 작전계획은 계속 찾아가란 거지.’


‘매일 외곽순환도로를 무단횡단하는 것 같다. 매일 딱 두 번, 넘어갈 때 하나 돌아올 때 하나. 전력 질주로 충분히 넘어갈 수 있어. 하지만 틈이 쉽게 안 나. 차에 받히면 골로 가. 그런 거여. 그리고 횡단을 영원히 기다려 줄 수가 없어. 한 10분 안에 반드시 넘는다는 규칙 정도가 있어야 거기와 비슷하지.’


‘우리는 동시에 넘는다. 다음번에도. 앞으로도 계속.’


‘위험한 구간은 순차로 넘어야지. 하나는 엄호.’


‘둘이 뭐가 남았다고 순차를 따져.’


‘각자 전력의 50%다. 둘 다 덤프에 치여 죽어.’


‘큰 차이가 있어?’


‘생존하기 위해 싸우는 게 아냐. 싸우기 위해 생존하는 거야.’


영원히 고속도로를 횡단할 수 없다

매번 횡단에 성공할 수 없다

필수불가결 실패를 향해 가는 기분이다

지겨웠던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얼마 전까지 있던 사람들이 그립다

우린 이럴 줄 알고 왔다.


‘너무 길어진 거 아냐?‘


’중국이 예상보다 참전이 덜해서.‘


’중국이 끼어들어서 오래 걸린 거 아닌가?‘


’노. 그랬다면 전쟁은 빨리 끝났어. 그랬다면 훨씬 파괴적이었을 거야. 북한 주민 1/3은 죽었을 거야.‘


’일부러 끌었다는 거야? 한국이나 미국이?‘


’분명히 일본도.‘


’우리가 북한을 말려 죽였단 소리야?‘


’어느 순간 알았지. 중국군이 국경까지 이동은 했지만 1950년 한국전쟁처럼 대규모로 참전할 수 없다는 것. 중국 해군도 도울 수 없고 중국 공군도 그리 대단하지 않았어. 전쟁에서 공군은 자꾸 격추되면 그걸로 끝이야. 이륙도 안 시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무서운 뻥카는 중국 국방력이야. 무서워할 수도 없고 안 무서워할 수도 없고. 하지만 누구나 예상했지. 초기에 큰 피해를 보면 어정쩡한 중국군이 되리라고. 중국군은 역사적으로 자기 자신들이 많이 죽어야 승리하는 군대야. 1950년처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또한 인터넷이야. 중국의 권력은 같은 공산당 안에서 정파들이 목숨 걸거든. 제대로 참전했으면 현 중국 정권 실각이야.‘



’북한의 한계를 못 봤나?‘


’비축 포탄 같은 문제가 아니야. 모든 면에서 북한이 버틸 힘은 전쟁 시작과 동시에 한 달은 물론 보름도 힘들었어. 경제력 차이야. 북한은 모든 게 없어. 하전사들은 굶으면서 제한 실탄 제한 포탄으로 버틴 거야. 쌓아놓은 게 운송이 안 돼. 하늘에는 전과 올리려는 한국군 미군 전투기들이 가득해. 북한 하늘 못 가는 곳이 없어. 비축 탄약은 북한이 전쟁을 끄는 방법이 안 돼. 북한군 사람만 죽어나는 거야. 전쟁은 단기, 전상으로 잃은 사람은 한 세대가 흐르기 전에 회복도 안 돼.‘


’경제. 보급. 지속력?‘


’경제 지표로 보면 북한은 시작부터 이미 없었어. 북한은 보름이면 뭘 할 수 있는 게 없어. 중국이 물자를 보내줘도 유통이 안 돼. 압록강 이남으로 내려오면 다 때려 맞아. 미군은 감시 정보만 줘도 국군이 충분히 해. 북한은 전쟁 길어지면서 항복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였어. 국군이 북한으로 쾌속 질주 공격? 전격전? 장비 인력 손실만 일어나지. 특히 남한군 전사자 숫자. 초반 빼고 북한은 남한 시설에 미사일 공격도 못 했어. 쏠 게 없거든. 미사일 발사대가 한 일주일 쏘고 장전할 게 없어. 전선은 항상 이동하고 창고에서 꺼내 보급을 못 해. 한국전쟁과 다른 건 미군 한국 전투기들이 밤에도 낮처럼 보고 때려.‘


’우리가 북한의 완전한 자력 상실을 기다렸어?‘


’그거지. 그러면서 우리 피해를 최소화했지. 북한이 보름 넘어도 미사일을 계속 쐈다면 우린 초토화작전으로 나갔을 거야. 사실 초토화할 것도 없지만, 북한 주민 대량학살이란 소리지.‘


’미국과 중국은 왜 대대적인 지상전 참전 없이 놔뒀을까?‘


’대규모 참전했으면 미국 중국 모두 엄청난 피해야. 그들 정권 실각이야. 심하면 중국 공산당 무너져. 전쟁이 나면 보통 현 지도자 지지율이 높아져. 하지만 미국에게 한국은 중동에서 일어난 전쟁과 다르긴 해도 역시 외국 전쟁이야. 전쟁 발발 때 미국 대중이 한국 동맹을 전적으로 돕자는 여론이 우세했다면 지금보다 더 참전했지.‘


’중국은?‘


’멍청하지 않다면 역사를 따져. 미묘하지만 고대에 여러 번 반복된 역사야. 한국에 전력을 다해 공격한 때마다 중국의 해당 나라가 망했어. 그걸 감추고 싶어서 고구려 역사를 자기 걸로 세뇌했지.‘


’중국 미국은 서로 알아?‘


’서로 자기 몸 깎아 먹지 않기로 한 거지. 경제 유지하기 위해서 뒤에서 손 잡은 거지. 미국은 절대로 압록강 넘지 않겠다 약속했을 거야. 압록강 이북은 절대로 손을 안 대겠단 약속이지? 말이 우스워도 현실이야. 또한 역사적으로 한반도 세력은 중국을 침공한 적이 없어.‘


’이후를 생각한 거야?‘


’남한이 북한을 점령했을 때 현실적 외교의 시작은 간도는 우리 땅! 그거야. 동북공정도 그거 두려워한 것이고. 만주가 원래 중국 땅도 아니고 한국 땅도 아니야. 만주는 그냥 만주였어. 역사적으로 원래 주인이 없었고 그걸 가진다는 개념도 없었어. 가지가지 유목민이 돌아가면서 지배한 땅이지. 지금 중국 땅이 된 이유는 중일전쟁 때 일본이 만주국을 세우면서 어? 이것 봐라, 저기 나라를 세워? 그런 거야.‘


’전공이었어?‘


’아니. 취미.‘


’취미로 역사를 공부해?‘


’취미로라도 반드시 공부해야지! 뿌리를 알아야 충성도 진짜야.‘


’전공은 뭔데.‘


’뭐였는데? 라고 물어라.‘


’안 돌아갈 생각이야? 그 좋은 대학을?‘


’모른다니까. 현재 딱 걸렸는데, 병 입대 기준으로 휴학 기간이 얼마인지 기억이 안 나네. 나 몰라 그거. 병 입대 기간이 끝나면 다시 휴학 밟아야 할 걸? 관심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재정신청인가, 그거 하면 재입학 되지 않아?‘


’안 간다니까. 현실적으로도 대학민국에서 졸업 물어보지 않아. 학번이면 땡이야. 우리나라 입시가 그거 학번 딸라고 하는 거야. 미국 애들은 하버드 예일 공부하다 자퇴하는 게 유행이래. 유명한 사람들이 다 자퇴했거든. 자퇴하고 창업했지.‘


’간 사람이 이러니 할 말은 없다만.‘


’어쩔 수 없었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어.‘


’그게 명문 간 이유라고? 더 재수 없네.‘


’이 새끼가 오냐오냐하니까 형한테.‘


’동기가 어디서 나이 따져.‘


’형이니까 참는다. 형이니까 보살펴 준다.‘


’후보생 때부터 그렇게 선을 긋던가.‘


’이해는 하는데, 너는 말야, 동기 친구 개념이 아니라 완전히 싸가지가 없어. 내 말은 말이 너무 싸단 뜻이야. 넌 매산리 일주일도 되지 않아 그랬어.‘


’중간에 낚아챘잖아. 우린 사회에서 목숨 걸고 준비했고. 아냐?‘


’처음에는 예, 예, 하더니.‘


’기간병이나 특부 선배인 줄 알았지. 유급이나 부상. 그래서 존댓말 했지. 생활관에 먼저 와서 생활하고 있으니 앞 기수 정도로 알았지. 마지막 체력검정 때 같이 뛰는 거 보고 어? 저 인간이? 또 체력은 간당간당.‘


’나는 어쨌간데. 나 같은 케이스가 없어. 거의 없대. 개인적으로 혼자 시험 봤다니까. 여기 와서 너희들 사회에서 하는 식으로 체력이랑 필기 봤어. 사회 부적응자 걸러내는 건지 필기라고도 할 수 없는 걸 시험지라고 주고. 병에서 특전부사관이 그렇게 없나? 그래도 수십 명은 될 줄 알았어. 혼자서 너희 기수 들어올 때까지 맨날 낙하산 떨어지는 것만 보면서 2주를 있었다. 식당 교장 작업하면서. 맨날 넌 뭐냐 묻고.‘


’나 입교하고 생활관 여니 혼자 관물 정리하고 앉았어.‘


’니는 애비 앰시도 없어? 형 누나 없어?‘

’없어. 하나 있던 형 죽었어.‘

’뭐라고? 왜!‘

’사고.‘

’...... 그만하자.‘


’그러니까 전공이 뭔데.‘


’니가 상상하지 못할 거.‘


’패션 디자인학과.‘


’불법 초법, 진짜 세상 편한 게 군대 동기다. 이거 도라이 아냐?‘


’누가 입대하고 부사관 지원하래. 게다가 여기를.‘


’...난 원래 의무였어야 해.‘


’뭐? 진짜야! 그런 게 어딨어!‘


’사격선수 출신이 통신 받은 거 못 봤냐?‘


’진짜야? 설마?...... 아니지?‘


’간호대학 아니야. 그 대학에 있긴 있어.‘


’형 미쳤구나!‘


’이제야 형 소리네.‘


’왜 말 안 했어? 담당관님이 의무잖아. 신상명세서에 안 썼어?‘


’봐라, 의무가 주특기냐? 백정 주특기지.‘


’팀원 고치란 거지. 팀 닥터. 그런 거 왜 숨겨.‘


’그렇다고 주특기가 바뀌냐? 지금. 우린 무명의 백정이야.‘


용감한 전사는 무명이다. 훈장 휘장 필요 없다. 그냥 일개 병사로 무명인 것이다. 어떤 면에서 적도 아군도 없으며, 앞에 나타난 내 소속 군에 반대하는 ‘적’을 파리 죽이듯이 제거하는 것이다.


전사는 휘황찬란한 상징 훈장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 훈장을 바란다면 그냥 군인이지 전사는 아니다. 전사는 모든 걸 못마땅해하며 경주마처럼 전진/제거하며 오감이 주는 사사로운 감정을 묵살한다. 그것이 전쟁 기계다. 시체 옆에서 밥을 먹고 또 다른 적을 찾아 나선다. 본질로 맨몸이며, 추위 더위 눈비를 피할 적당한 피복에 총칼 수류탄이면 된다.


‘우린 실패한 거야, 아니면 성공한 거야...’


‘니미, 둘 다.’


‘정보 오류야?’


‘기본 상식의 파괴였지. 할 필요도 없는 임무였어. 사람만 죽고.’


‘왜 뭐가 없었지? 뭐가 상식이야? 특별한 활동력도 없는 터널에 왜 들여보낸 거야.’


‘말했잖아! 경제력이라니까. 상식이 뭔지 모르겠어? 화학탄 생화학탄을 만들었으면 끝이야? 탄두 안에서 그게 10년 20년 30년 평생 유지가 돼? 난 실험시설이 부실한 거 보고 바로 알았어. 적재 창고도 먼지 쌓여 있고. 화학 유기 생화학이면 탄두를 계속 관리해야 맞지. 병균이 죽으면... 아마 죽겠지! 탄두 안에 매개가 있어? 숙주가 있어? 먹이가 있냐고! 탄두가 커? 탄두는 주기적으로 열어서 물질과 병균을 주입해야 하고, 주입물은 여기 실험실에서 계속 만들고 넣고를 반복했어야지. 겨자 개스 같은 것도 한도가 있지. 만들면 끝이야? 1차대전 때 엄청나게 만든 가스 포탄 지금도 쓸라고 보관해? 폐기하거나 계속 새로 만들어 넣었어야 해.’


‘알았던 정보는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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