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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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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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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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0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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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3

DUMMY

Channel 1. 로키


우리는 수색요원의 안내에 따라 커먼 브룩으로 걸어갔다. 파괴행위가 이곳 거리를 휩쓸고 지나갔는지, 거리에 걸려있던 이정표도 잔뜩 불타고 찌그러져 그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다.


이정표도 안보이는 곳을 찾아가기가 막막하지 않냐고? 글쎄, 난 이정표가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정표란 반드시 ‘파란색의 바탕에 하얀색의 문자가 적힌 쇳덩이’만을 의미한다고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거리에 굴러다니는 쓰레기, 진열창이 와장창 부서진 상점, 토막난 마네킹, 그리고 길바닥에 고인 붉은 물 웅덩이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커먼 브룩으로 가는 길은 이곳이다.’라고 안내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옛 동화에 나오는 ‘빵조각을 따라 집으로 가는 남매들’처럼, 그들이 남긴 마킹을 따라간다.


하늘을 바라보니, 먹장구름이 내려앉았다. 저 멀리서는 낮게 우릉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바람이 불어 우리의 온 몸에 휘청거리도록 나부낀다. 아무래도 비가 내리려는 모양이다.


“세상의 종말 같은 날이네.”

“종말 같은 건 없어. 태어나고 죽는 것, 그 사이에 이 땅의 거죽에서 세 들어 사는 것 뿐이야.”


“웬일로 어려운 말씀을 하시네?”

“글쎄.........”

“그래, 종말같은건 없다고 치더라도, 적어도 죽기에는 딱 좋은 날씨구먼.”


펜릴은 내가 그의 말에 동의를 하기를 바랬는지, 싱긋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난 그에게 핀잔을 주려고 하는데, 갑자기 저 멀리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함성 소리 같기도 하고, 무언가 맞부딪치는 것 같기도 했다. 확실한건,


“어디서 한 판 멋들어지게 벌어지는 모양인데?”

“.......... 도료를 꺼내라.”


내 명령에 전투요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전투도료를 꺼냈다. 우리는 손가락을 도료에 담가 얼굴에 그것을 칠한다. 붉은 색과 검은 색으로 이루어진 도료는, 우리의 손가락이 움직임에 따라서, 얼굴에 궤적을 남긴다. 우리의 얼굴은 마치 이 세상에 거하는 생명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게 변한다.


흔히들 도료를 얼굴에 바르는 것은, 주변의 사물에 동화되어, 적으로 하여금 우리를 발견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고 하지만, 그걸 목적으로 한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도료의 색상은 실격이라고 할 수 있겠지. 우리가 도료를 바르는 것은, 오히려 남들의 눈에 띄게 하기 위함이다. 모두가 우리의 움직임을 보고, 놀라워하고, 그리고 두려움을 느끼도록 해야한다. 그래서일까? 요원들의 화장은 기괴하고, 비틀려 마치 귀신의 형상을 띄고 있다.


두려움은 그것을 느끼는 자로 하여금, 근육을 굳게하고,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아주 큰 힘이 된다.


“다 발랐는가?”


내 질문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출발하자.”







Channel 2. 아이리스


무장을 갖춘 성난 군중은, 마치 해안가로 몰려가는 밀물과 같이 흐름을 이루어, 커먼브룩으로 흘러갔습니다. 해안가로 밀물이 흘러가다보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아세요? 해안가에 박혀있는 암초들에 밀물이 부딪치다 보면, 작게는 파도가 되어 왈칵 솟아오르기도 하고. 크게는 이안류라는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기도 하지요.


성이난 군중은 이런 밀물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가는 도중에 벅차오르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몇몇 사람들이 몽둥이를 휘둘러 가게의 쇼윈도를 산산조각 내기도 했고,어디서 만들었는지 화염병을 거리에 집어던져 길바닥에 불길을 만들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다른 시민들의 제지를 통해, 혹은 자신 스스로가 멋쩍어서 이내 파괴행위를 그만두었답니다.


파도가 되고, 이안류를 만들어도 결국은 해안가로 흘러가는 것이 밀물의 커다란 흐름이 되듯이, 우리의 머릿속에는 ‘우리는 가능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라는 하나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커먼 브룩으로 가던 길은 앞서의 시민 시위대와 군경의 충돌 때문에 크게 파손되어있었습니다. 충돌의 여파로 불이 났는지, 상가가 밀집된 블록은, 검은 연기를 토해내며 불타고 있었고,거리엔 찢겨진 전단지가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뿐이에요? 산산 조각난 쇼 윈도는 이 거리에 널려 위협스럽게 반짝이고 있었다구요.


이 거리의 광경을 보노라니....... 마치 세상의 종말이 온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답니다. 아니, 종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도시 천년의 역사를 통틀어서 손에 꼽을 정도로 큰 사건의 한 복판에 있다는 것은 확실했지요.


“저기.......저기좀 보세요!”


누군가가 탄식을 내며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켰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 곳에는.......


“아!”

“허어........”


붉은 공존이........ 불타고 있었습니다. 이 도시가 세워질 무렵, 대륙의 한 이름 없는 조각가가 도시의 아름다운 풍광을 포현한 아름다운 조형물이........ 화마에 온 몸이 뒤덮여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도시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왔던 공존이........ 그래서 이 도시의 별명인 ‘천년 왕국’의 상징이었던 붉은 공존이.......


우리는 그 충격적인 모습에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몇몇은 불을 꺼보기 위해 자신의 재킷을 휘둘러보고, 근처에 흐르던 블루 브룩의 물을 퍼다가 뿌려보기도 했지만, 불길은 이 모든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더욱 더 맹렬하게 공존을 끌어안았고, 공존은 따다닥 소리를 내며 뒤틀려갔습니다.


결국 우리는 손을 놓고 천년왕국의 상징이 무너지고, 불타고, 사그라드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코카브의 화려함도, 아케르날의 엄숙함도, 그루미엄의 새벽안개도, 여기에 미치지 못하리라.”


누군가가 이 모습을 보며 노래를 부릅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있는 노래입니다. 불타는 왕국의 보물을 보며 노래를 부른다는게 불경해 보이냐고요? 글쎄.......... 우리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지 않은 당신이라면, 그런 생각을 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자리에 있는 우리라면,지금의 이 노래가 우리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노래는....... 평생동안 아름다운 풍광을 찾아 방랑을 떠난 한 시인이 붉은 공존의 모습을 보며 찬한 시라고 전해지는 시에서 가사를 딴 노래였거든요.


“프로하기온의 부유함도, 라스알하게의 고요함도, 빈데미아트릭스의 설경도 여기에 미치지 못하리라.”


우리는 사그라드는 붉은 공존을 보며, 목소리를 더욱 높입니다. 하지만 목소리가 높여질수록 우리의 눈가는 뜨거워지고, 우리의 어께는 가늘게 흔들렸습니다.


“이 모든 것의 아름다움도, 붉은 공존의 나무쩌귀 하나에 미치지 못하리라.”


우리가 노래를 부르는 중에 갑자기 저 멀리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것은 함성 소리 같기도 하고, 무언가 맞부딪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 소리는 커먼 브룩 방향에서 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노래를 멈추고, 그곳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Channel 1. 로키


커먼 브룩에는 벌써 경찰과 폭도들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벌어지고 있었다. 폭도는 경찰을 거칠게 밀치고, 거리에서 급조한 것 같은 둔기를 그들의 머리 위로 휘둘렀다. 경찰들이 머리에 헬멧을 쓰고있지 않았다면 정말 큰 상처를 입을 정도였다.


경찰도 질 수가 없는 입장인지라, 그들도 적극적으로 폭도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방어용으로 사용하던 진압방패로 폭도들의 진입을 막거나, 좀 더 적극적인 치는 그것을 머리 위로 들어, 날을 이용해 시민의 목을 쳤다.


폭도들의 몽둥이와 경찰의 삼단봉이 딱하는 소리를 내며 부딪치고, 온갖 욕설이 칼과 칼이 맞부딪치듯이 쨍쨍하고 울린다. 어지러이 엉켜버린 몸뚱이는 마치 몇 달 전에 보았던 ‘워터 프론트행 전철’의 러시아워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우리는 진압대의 뒤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연신 땀을 훔쳐내며 빠르게 작전지시를 내리는 진압대장이 있었다. 그는 나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며 알은체를 했다. 나도 그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하는 것으로 답을 했다.


이젠 우리가 저 난장판에 끼어들 차례다. 군경은 방패로서 폭도들의 공격을 잘 막아주는 것으로,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 이젠 우리가 창으로서 그들을 까불리고 사분오열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는 요원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모두 착검 하도........”

“대원들!”


내가 요원의 투입을 지시하려는데, 진압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 말을 잘라버리고는 목청껏 소리를 내질렀다.


“뒤로......돌아!!”


응? 진압대장이 별안간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을 내린다. 왜 뒤를 돌라는거지? ‘우리’가 맞서야할 폭도를 등지면 그들의 안전을 누가 책임지게 되느냔 말이다. 더욱 더 웃긴 것은, 진압대장의 황당하고도 멍청한 명령에, 진압대는 정말로 뒤를 돌아 시위대를 등져버렸다. 실로 일사분란하게 말이다.


비 합리적인 명령과, 그만큼이나 비 합리적인 복종행위에 우리 요원들은 물론이거니와, 시위대까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진압대장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는 아까와는 달리 내게 더 이상 미소와 같은 ‘친교의 의도를 가진’표정을 짓지 않는다. 대신에, 그는 자신의 손을 하늘로 높이 치켜올린다.


“태세.......전환!”


그의 구령에 진압대는 삼단봉을 내버리고 창을 뽑아든다. 이제 그들의 전열은 진압방패로,후열은 칼과 창으로 무장한다. 순식간에 우리의 앞에는 인간으로 구성된 바리게이트가 만들어진다.


갑작스럽게 일어났고, 내가 생각한 것에서 한참 벗어난 일이 벌어져 적잖이 당황스럽지만,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겠다. 지금 뭔가가.......아주 지독하게 잘못 돌아가는 것 같다.......그러니까, 지금 모든 요원들은......


“모두들 흩어져!!”

“찔러 창!”


나는 다급하게 손을 흔들며 산개할 것을 명령했지만, 이미 늦었다. 진압대장의 손이 구령과 함께 아래로 내려가면서, 경찰의 창이 우리 요원들의 가슴팍에 파고들어간다. 요원들의 등에 붉은 피가 묻은 창이 삐죽하고 튀어나온다. 정말 짧은 순간이었겠지만, 나는 이 모든 상황이 마치 시간을 비틀어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천천이 흘러가 모든 장면이 내 눈에 똑똑히 들어온다.


“끄아아아아아악!!”


선두에 서있던 요원들의 비명소리가 느리게 흘러가던 내 시간관념을 다시 원상의 속도로 되돌려 놓는다. 요원들의 등에 삐죽히 튀어나와있던 창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하는 뻥 뚫린 구멍으로 피가 솟구쳐 나온다. 순식간에 요원 수십이 쓰러졌다. 나는 진압대장에게 소리를 질렀다.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시끄럽다 역도들아! 우리는 너희와 같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도시에 파괴행위를 자행하는 이들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너희들을 처단할 것이다. 대원들! 이 더러운 버러지들을 한 놈도 빠뜨리지 말고 다 죽여라!”


그는 얄밉다 싶을 정도로 득의연하게 껄껄 웃더니 다시 한 번 손을 치켜 올린다. 젠장...... 한번 당하지 두 번 당할성 싶은가? 나는 요원들을 향해 손을 뻗는다.


“모두 뒤로 물러서!!”










Channel 2. 아이리스


지금 이곳은 어디이고, 저는 누구일까요.......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하느냐고요? 글쎄요...... 불현 듯이 그런 질문을 하니 이해가 되질 않고, 어쩌면 우습게도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비켜! 이 씨팔새끼야!”

“야......야! 야! 저기 뚫리잖아! 정신차려 병신아!”

“꺄아아아아아아악!!”


사람과 사람이 뒤엉키고, 그들을 매개로하는 힘이 충돌하고, 욕설이 난무하며, 사람들의 뜨거운 채취가 진동하는 시위판의 한 복판에 있다 보니, 이런 질문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 눈앞에는 엉성하게 무장을 갖춘 시민들과, 완전 무장을 갖춘 군경들이 정면충돌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풍경을 보노라니, 마치 거센 파도가 바람에 휩쓸려 해안가에 삐죽하니 튀어나온 절벽에 부딪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으아아아아!! 제발 나한테서 좀 떨어져 달라구요!”


저기 힘의 충돌이 일어나는 최 전선에는 앞에는 군경, 뒤에는 시위대 사이에 끼어 비명을 지르는 여성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이분도 처음에는 여느 시위대와 마찬가지로 기세좋게 경찰과 맞부딪친 것으로 기억해요. 하지만, 오랜 훈련을 거친 군경의 강인한 체력앞에 저 여성의 돌진은...... 마치 제복 위에 앉은 먼지와 다를바가 없었을 거에요. 아마 그 사실을 그녀도 처음의 충돌에서 느꼈을 것입니다.


자신의 진행이 가로막히자, 그녀는 잠시 뒤로 물러서서 숨을 고를 시간을 가지고 싶었을 거에요. 하지만, 그녀의 바람은 그녀의 등 뒤를 쫒아왔던 시민들의 물결에 산산이 부서졌을 것입니다. 처음 떠밀렸을 때는 ‘어어? 이게 아닌데?’라고 여겼을 것이고, 두 번째 밀렸을 때는 ‘뭔가가 잘 못되었다.’라는걸 느꼈을 것이며, 세 번째 이후로는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정말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이건 제가 본 사건을 바탕으로 ‘그런 배경을 가지지 않았을까?’라고 멋대로 추측한 것에 불과할 뿐, 실상은 제가 생각한 것과 다를수도 있지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저 여성분은 거대한 힘의 충돌에 끼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 1의 파고가 절벽과 충돌하고, 뒤이어 제 2, 제 3의 파고가 다시한번 절벽과 충돌했지만........ 군경들의 검은 절벽은 여전히 견고하게 서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도저히 저들을 뚫어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태세.........전환!”


군경의 바리게이트 뒤에 들려온 굵고 엄중한 목소리에, 군경들은 일사분란하게 진압용 방패를 강하게 땅에 내리찍었습니다. 그 바람에 쇠붙이와 돌바닥이 부딪치는 날카로운 소리가 시위대들의 고함소리를 모두 먹어버렸지요.


저희는 일순간이지만 어안이 벙벙했다가 다시 정신을 차려 군경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들은 방패를 왼손에 들고있는 채로........ 오른손에 진압봉을 들었습니다. 그 몽둥이의 끝이 시민들을 향하자, 우리는 저희도 모르게 몸을 움찔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으아아아아!!”


시민분들중 일부가 그들을 향해 조악하게나마 만든 몽둥이를 휘둘렀습니다. 그것은 기름에 젖은 건초더미에 던져진 하나의 불티와 같았고, 건초더미는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습니다.우리는 모두 몽둥이를 휘둘렀습니다.


........저는 어땠냐고요? 하하........하.


나름 지식을 쌓은 지성인이라고 자칭하는 저로선 정말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솔직하게 고백을 하자면, 저 역시 이성을 잃고 진압대를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습니다. 하지만 제가 있던 줄은 진압대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었던 구석이었고...... 제가 휘두른 몽둥이는....... 당연한 소리지만, 동료 시민분들의 머리에 정통으로 꽂혔습니다.


그분께 사과를 했냐고요? 이제와서 무엇을 숨기겠습니까....... 저는 그 당시에 반쯤 정신이 나가있던 상태였고, 피를 보자 더욱 흥분했습니다. 그건, 제게 몽둥이찜을 당한 시민분도 마찬가지여서, 그분 역시 길길이 날을 뛰며 몽둥이를 휘둘렀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헤치고, 서로에게 다치며, 서로를 공격했습니다. 도대체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광기와 군중심리가 우리를 지배했습니다. ‘우리는 가능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라는 우리의 암묵적인 도그마는 한낱 말장난에 불과했다는걸 우리는 몸으로 증명했습니다. 마치 군중의 신이라는 판 신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불나방과 같았습니다.저 역시 시민들의 애먼 몽둥이에 맞아 팔이 욱씬거렸습니다. 이젠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하며 차라리 쓰러져 사람들의 발에 밟히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에........


“대원들....... 뒤로 돌아!”


다시금 들려온 굵고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의 명령에, 이번에 군경들은 우리를 등지고, 뒤로 돌았습니다. 우리 시민들은 채 흥분이 가시지 않아 몇몇이 그들의 머리에 몽둥이를 휘둘렀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시민의 안전을 최 우선으로 해라!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도시를 파괴하는 저 역도들을 한놈도 남겨두지 말고 쓸어버려라!”


그 말이 끝나자마자, 군경들은 우리를 버려두고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부상을 입고 피를 잔뜩 흘린채, 그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나는 누구이며, 여긴 도대체 어디인걸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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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산새의 초혼가 - 0 20.05.24 38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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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당랑포선 황작재후 - 08 17.05.06 226 0 21쪽
42 당랑포선 황작재후 - 07 17.03.22 299 0 25쪽
41 당랑포선 황작재후 - 06 17.01.29 377 0 25쪽
40 당랑포선 황작재후 - 05 16.11.24 380 0 27쪽
39 당랑포선 황작재후 - 04 +2 16.11.07 615 1 22쪽
38 당랑포선 황작재후 - 03 16.10.18 546 1 25쪽
37 당랑포선 황작재후 - 02 16.09.26 565 1 25쪽
36 당랑포선 황작재후 - 01 16.09.11 499 0 30쪽
35 실마리 - 06 16.08.11 520 0 35쪽
34 실마리 - 05 16.07.21 580 0 30쪽
33 실마리 - 04 16.06.27 402 0 23쪽
32 실마리 - 03 16.06.09 396 0 28쪽
31 실마리 - 02 16.05.29 322 0 19쪽
30 실마리 - 01 16.05.23 470 0 13쪽
29 운터 브룩에서 - 04 16.05.22 303 0 12쪽
28 운터 브룩에서 - 03 16.05.08 465 0 28쪽
27 운터 브룩에서 - 02 15.11.04 531 0 21쪽
26 운터 브룩에서 - 01 15.10.10 480 0 11쪽
25 운터 브룩으로 가는 길 - 03 15.04.30 429 0 24쪽
24 운터 브룩으로 가는 길 - 02 14.07.18 625 0 19쪽
23 운터 브룩으로 가는 길 - 01 14.07.10 435 0 25쪽
22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7 14.07.09 423 0 14쪽
21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6 14.07.08 541 1 22쪽
20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5 14.07.07 475 0 24쪽
19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4 14.07.06 680 1 17쪽
»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3 14.07.05 606 0 17쪽
17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2 14.07.04 563 0 32쪽
16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1 14.07.02 841 0 21쪽
15 운터 브룩과 무르짐 산맥 - 02 14.06.30 721 1 40쪽
14 운터 브룩과 무르짐 산맥 - 01 14.06.29 630 0 36쪽
13 이븐타운과 무르짐 산맥 - 03 14.06.28 576 2 43쪽
12 이븐타운과 무르짐 산맥 - 02 14.06.27 773 0 30쪽
11 이븐타운과 무르짐 산맥 - 01 14.06.26 522 0 14쪽
10 피아제와 비고츠키 14.06.25 572 0 13쪽
9 이스트 민스터와 이스트 민스터 - 05 14.06.24 705 1 45쪽
8 이스트 민스터와 이스트 민스터 - 04 14.06.23 352 0 37쪽
7 이스트 민스터와 이스트 민스터 - 03 14.06.20 516 0 32쪽
6 이스트 민스터와 이스트 민스터 - 02 14.06.19 389 1 10쪽
5 이스트 민스터와 이스트 민스터 - 01 14.06.14 599 3 23쪽
4 운터 브룩과 이스트 민스터 - 02 14.06.13 409 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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