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을 받은 나타샤 + 외전 우크라이나 에이스 파일럿
한편, 나타샤는 일병으로 진급한 상태였다. 나타샤는 의기양양해졌다.
'나도 일병이다!!'
류드밀라, 크세니야, 안나가 소속된 여성 저격수 부대에 조만간 신병이 들어올거라는 소식이 전달되었다. 파블리첸코가 말했다.
"새로 들어오는 신병들은 다섯 발 밖에 사격을 안 해봤기 때문에 전투에 대해 전혀 모른다. 실전 전술 이것저것 잘 가르쳐주도록."
하지만 류드밀라, 크세니야, 안나 모두 바빴기 때문에 나타샤가 신병을 담당하게 되었다. 나타샤는 신병을 받을 생각에 잔뜩 기대가 되었다.
'처음부터 군기를 잘 잡아야 하는데...'
잠시 뒤, 차량이 왔고 나타샤가 신병을 받게 되었다. 신병 여군들은 키가 170센치에 가까웠고, 근육질에 덩치가 엄청나게 컸다. 나타샤는 순간 쫄았지만 자신의 계급을 떠올렸다.
'군대는 엄연히 계급사회지!'
나타샤가 제대로 기강을 잡기로 했다.
'쫄 필요 없다! 내가 이래봬도 훈장까지 받았다!'
나타샤는 자신의 저격총을 들고는 연설을 시작했다.
"흔히들 저격수를 고독한 보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격수도 결국에는 팀플레이다! 동료 저격수들의 위치를 모조리 기억해야 하며, 8시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집중력을 유지하고 버텨야 한다!"
나타샤는 신병들 중에 제일 만만해보이는 신병을 지적하고는 물었다.
"내가 방금 뭐라고 했나?"
"저격수는 팀플레이가 중요하며, 동료 저격수들의 위치를 모조리 기억해야 하고 같은 자리에서 집중력을 유지하고 버텨야 합니다!"
나타샤는 권력의 효능을 실감했다.
'확실히 진급하니까 좋긴 좋구나!!'
나타샤는 자신의 가슴팍에 달려있는 훈장이 잘 보이도록 똑바로 섰다. 아무리 저 신병들이 덩치가 크고 운동을 잘할지언정 나타샤가 계급이 높고 훈장도 받았기 때문에 다들 나타샤에게 쫄 것 이다. 나타샤가 말했다.
"저격수는 체력도 중요하다! 하나 하면 엎드리고 둘하면 팔 굽힌다! 하나!"
"하나!!"
참고로 나타샤는 팔굽혀펴기를 한번도 못한다. 나타샤는 어차피 신병들이 팔굽혀펴기를 못할거라고 생각했다.
"둘!!"
"둘!!"
놀랍게도 모든 신병들이 손쉽게 팔굽혀펴기를 했다. 나타샤가 당황했다.
'이게 되는거야?'
나타샤가 다시 외쳤다.
"하나!!"
"하나!!"
"둘!!"
"둘!!!"
그렇게 여자 신병들은 모두 20번의 팔굽혀펴기를 무리 없이 했다. 나타샤가 속으로 생각했다.
'한번 어디까지 하나 보자!!'
"하나!!"
"하나!!"
신병들은 팔을 굽힌 상태에서 그대로 버텼다
'이게 가능해?'
이 광경을 보고 파블리첸코가 달려왔다.
"무슨 일인가?"
나타샤가 말했다.
"체력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파블리첸코가 외쳤다.
"지금 바쁜데 무슨 체력 훈련이야! 빨리 진지 건설 시켜!"
여자 신병들은 전혀 피곤한 기색 없이 진지 건설을 하러 걸어갔다. 다들 커다란 콘크리트를 운반하고 열심히 진지 건설을 했다. 나타샤가 속으로 울부짖었다.
'도대체 애네 뭐야!!!'
파벨, 드미트리, 글리에르가 수군거렸다.
"뭐 저렇게 덩치가 크냐?"
"투포환이랑 역도 선수 출신이래!"
"싸우면 내가 지겠다!!"
나타샤는 신병들한테 일을 시켜먹고는 구석에 앉아서 독일군에게 노획한 에너지바를 혼자 먹었다.
"우물우물"
그 때 누군가 나타샤 뒤에서 물었다.
"이병 이바노바! 임무 완료했습니다!!"
나타샤가 화들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그래. 가서 쉬게."
군기가 바짝 든 신병들이 나타샤의 명령을 따랐다. 나타샤는 슬슬 신병들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왜 저런 애들이 온거야!!!'
잠시 1940년 여름으로 6월로 돌아가보자. 우크라이나에는 올렉시라는 이름의 평범한 농민이 있었다. 올렉시는 스탈린의 압재로 인한 대기근에서도 겨우 살아남기는 했지만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1940년 4월 독일이 침공해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올렉시를 포함한 마을 청년들은 대다수가 이 소식에 반가워했다.
'드디어 우리도 독립하는건가!'
"나도 싸우고 싶다!!"
"독일 놈들에 의해 해방될 수는 없어! 독립은 우리가 쟁취해야지."
"맞아! 독일에 의해 우크라이나가 해방되었다고 역사책에 기록되게 할 수는 없지! 나도 싸울거야!!"
우크라이나 청년들의 마음에는 애국심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게릴라 부대에 들어갈까?"
"우크라이나 국민 정부군에 들어가는게 낫지 않을까?"
"그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냐!"
"그래도 게릴라 부대는 무기가 열악할텐데...기왕 싸울거면 잠시라도 훈련받고 싸우는게 낫지 않겠냐?"
올렉시가 말했다.
"난 우크라이나 공군에 들어가서 정식 파일럿이 될걸세!"
다들 올렉시의 말을 듣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우하하하!!!"
올렉시의 친구들은 게릴라 부대에 들어갔다. 하지만 올렉시는 게릴라 부대가 아니라 정식으로 공군에 들어가서 파일럿이 되기로 결심하고 기다렸다.
"난 꼭 하늘을 날겠어!!"
그렇게 올렉시는 우크라이나 국민 정부군 소속에 공군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식적으로는 우크라이나 공군이었지만 훈련은 루프트바페에게 받기로 되어 있었다. 올렉시는 아주 간단한 신체 검사만 마치고는 합격하였다.
'좋았어!! 합격이다!'
고작 신체검사만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올렉시는 벌써부터 파일럿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올렉시는 다른 우크라이나 병사들과 함께 루프트바페 산하에서 훈련을 받게 되었다. 올렉시는 트랙 위에서 달리는 나무 상자 속에 들어간 상태로 기관포를 조준하는 훈련을 했다. 기초 훈련을 받고 나서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난 로스케 놈들 최소한 다섯은 격추시킬걸세!"
에두아르드가 말했다.
"첫 출격때는 너무 무리하지 않는게 좋아. 지금 독일군 에이스도 첫 출격때는 병신짓해서 편대장한테 존나 깨졌대."
올렉시는 뒤를 돌아서 독일군 에이스 파일럿 중에 하나인 권터를 바라보았다.
"저 자가 30기 격추시켰다지?"
올렉시가 말했다.
"처음이랑 두 번째 비행에서만 살아남으면 그 때부터 베테랑이래. 두 번째 출격까지는 무리하지 않으려고!"
훈련은 초고속으로 진행되었기에 점심을 먹자마자 올렉시, 에두아르드, 그 외 우크라이나군은 테스트용 전투기에 탑승을 하고 무전기를 작동시켜 보았다.
'이...이것이 무전기!!'
올렉시, 에두아르드, 그 외 우크라이나군은 아직 신병이기 때문에 독일군과 같이 작전을 할 예정이었다. 그렇기에 독일군 파일럿도 훈련에 우크라이나군 훈련에 참가했다. 그런데 가르치던 교관이 배탈이 나는 바람에 잠시 화장실로 갔다. 교관이 화장실에 간 틈을 타서 올렉시가 무전기로 말했다.
"아아 전원 전투 배치 전투 배치"
"오오 들린다 들려!!"
에두아르드 또한 말했다.
"폭탄 투하!!"
다들 우크라이나어로 실컷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교관께서는 지금 폭탄을 투하하는 주요 임무를 수행 중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실컷 무전으로 떠들어대는데, 같이 훈련을 받는 독일군 파일럿의 표정이 안 좋았다. 그렇게 무전기 훈련과 기타 훈련이 끝나고, 교관이 말했다.
"앞으로 훈련과 실전에서 무전으로 우크라이나어 사담을 금지한다는 명령이 내려왔다."
교관이 떠나고 다들 빈정상했다.
"우크라이나어로 사담하지 말라는게 뭔 소리야?"
"우리 다 독일어를 못 하잖아! 입 닥치고 있으란건가?"
독일 전투기 편제는 2기가 로테를 이루고, 2개의 로테가 슈밤을 이룬다. 그리고 3개의 슈밤이 슈타펠을 이룬다. 초반 실전 전투에서는 조종 경험이 있는 독일군 조종사가 편대장을 맡아서 전투 경험이 없는 우크라이나 군과 방공 임무를 맡을 것 이라고 했다. 루슬란이 말했다.
"난 우크라이나 공군에 들어온건데 독일 놈들 밑에서 지휘를 받는다니..."
"됐어! 앞으로 전공 세우고 우리가 편대장 자리까지 가면 되지!"
올렉시와 친구들은 우크라이나어로 번역된 전선 기사를 읽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소련군 항공기들이 우크라이나의 농지에 소이탄, 독약, 고엽제 등을 뿌려서 농지를 영원히 못 쓰게 만들 것 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들 이 기사를 보고 분개했다.
"이 시발 새끼들..."
그 신문 기사에 뒷부분에는 현재 독일 제국의 루프트바페가 이러한 소련 전투기의 농지 파괴 행위를 막기 위하여 싸우고 있다는 기사가 실려있었다. 루슬란은 이 기사를 구겨버렸다. 다들 소련 놈들로부터 우크라이나의 신성한 토양을 지키겠다는 열망이 끓어올랐다. 올렉시 또한 소련 놈들의 전투기에 기관포를 박아넣는 상상을 했다.
다음 날 드디어 올렉시, 에두아르드, 루슬란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은 첫 비행 훈련을 받게 되었다. 교관이 외쳤다.
"귀관들은 15시간에 실전 비행을 마치면 첫 임무에 투입될 것 이다! 이번 비행 훈련은 매우 중요하다!"
교관은 앞에 놓여있는 지도를 지휘봉으로 가리켰다.
"편대장을 따라서 이 경로를 따라 비행하고 오면 된다!!"
참고로 편대장은 독일군 조종사였다. 올렉시, 에두아르드, 루슬란은 훈련용 기체에 탑승했고, 정비사들이 기체를 체크해주었다.
트등 트드등 트드드드등
그렇게 비행장에서 항공기들은 하나씩 이륙하기 시작했다. 다른 우크라이나 훈련병들은 올렉시, 에두아르드, 루슬란에게 모자를 흔들어주었다. 3인방은 독일군 편대장을 따라 하늘을 비행했다. 엄청난 바람이 얼굴을 스쳤고 드넓은 우크라이나 땅이 한눈에 보였다. 절대로 이 토양을 소련군이 파괴하도록 냅두면 안될 것 이었다.
'반드시 우크라이나의 땅을 지킨다!!'
우크라이나 훈련병들은 첫 비행 훈련을 하러 간 올렉시, 에두아르드, 루슬란을 기다렸다.
"저기 온다!!!"
하늘에서 네 개의 점이 이 쪽으로 오고 있었다.
위이잉 위잉 위이이이잉
다들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환호했다.
"로스케 몇 놈이나 죽였냐!!!"
그렇게 비행기가 하나씩 착륙했고, 마지막으로 올렉시가 착륙했다. 정비사들과 우크라이나 훈련병들이 달려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올렉시는 완전 하얗게 질린 상태였다.
"병신아 쫄았냐!!"
"익숙해질거야!!"
올렉시는 항공기에서 내린 다음 구역질을 했다.
"우웩!!! 우웩!!!"
독일군 교관이 올렉시에게 걸어와서 말했다.
"자네 혹시 멀미를 했나?"
올렉시가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일어서서 하늘을 보며 외쳤다.
"아닙니다!!!"
"멀미하는거 맞구만."
웃고 떠들던 우크라이나 훈련병들이 다들 조용해졌다.
'멀미해도 조종사 될 수 있나?'
'난 설마 멀미 안 하겠지?'
교관이 자리를 떠났고, 한 녀석이 올렉시에게 말했다.
"처음이라 멀미했을거야!"
올렉시는 에두아르드와 루슬란을 바라보았다. 에두아르드와 루슬란은 올렉시처럼 심하게 멀미를 하지는 않아보였다. 다음 날 다시 비행 훈련을 받았다. 두 번째 비행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올렉시는 항공기에서 내린 다음 먹은 것을 모조리 게워냈다.
"우웨웨웩!!!"
교관은 올렉시가 멀미를 하는 것을 바라보고는 서류에 무언가를 적었다. 한 시간 뒤, 교관은 올렉시를 불러서 서류를 보며 말했다.
"다른 성적은 모두 좋군..."
올렉시는 식은 땀을 줄줄 흘렸다. 교관이 서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자네도 알겠지만 공중전은 팀워크가 중요하네. 그리고 항공기는 매우 중요한 자산일세."
하지만 올렉시는 계속해서 훈련을 받고 싶어했다. 교관은 내일 있을 세 번째 비행훈련 일정표를 읽어보았다. 세 번째 비행훈련은 상당히 어려운 코스도 포함되었기 때문에 어차피 여기서 탈락시키면 될 것 이었다.
"가보게!"
올렉시는 막사로 돌아가서 생활관 문을 열었다. 신나게 떠들고 있던 훈련병들은 올렉시를 보고는 조용해졌다. 다들 속으로 생각했다.
'저 녀석은 내일 탈락하겠군.'
'실력 안되면 미리 떨궈져나가는게 좋지.'
Comment '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