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의 첫 비행
사다오는 얻어터진 채로 부하들과 함께 포로로 잡히게 되었다. 총을 맞은 아사히는 독일군 위생병의 치료를 받았다. 사다오와 일본군 포로들은 독일군의 발길질을 받으며 포로들이 잡혀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 때 누군가 사다오를 불렀다.
"사다오!!"
"중위님!!"
다다즈미 또한 포로로 잡혀있었던 것 이다. 사다오는 작전이 실패하게 된 것을 모두 말하고는 털썩 주저 앉았다. 다다즈미가 말했다.
"항복한 것은 대일본 제국군 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그래도 모두 생존한 것은 다행이군."
사다오가 속으로 생각했다.
'녀석들 목숨은 핑계일 뿐이다. 나는 사실 내 목숨 때문에...'
사실 사다오는 유우토한테 자신의 목을 베달라고 엎드렸을때 엄청난 공포심을 느꼈다. 목이 날라갈까봐 뇌 속까지 새하얗게 정지되었고, 유우토가 군도를 바닥에 떨어트렸을때야 안심할 수 있었다.
사다오는 오랜 기간 훈련을 받았고 이미 몇 번의 교전을 경험했다. 하지만 사방에서 총 소리, 수류탄 소리가 들리고 여기저기서 불길이 치솟는 상황에서는 제 몸 하나 건사하는 것에 온 신경이 집중되었다.
제아무리 용감할지라도 막상 그런 상황에서는 일단 살고 봐야겠다는 반사적인 판단 외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던 것이다.
"저는 대일본 제국군의 명예를 떨어트렸습니다. 혹시 독일군 장교와 포로 교환이 이루어지면 제 손으로 직접 할복하겠습니다."
10초간의 정적이 흐른 후 다다즈미는 사다오의 부하들을 보며 천천히 수염투성이 입을 열었다.
"자네는 지휘관으로서 할 일을 했네."
그 때 한 미군 포로 클라크가 징징거렸다.
"난 죽을 거야!! 난 죽을거라고!!"
참지 못하고 시드니가 외쳤다.
"닥쳐!!!"
"시끄러!!"
"으흐흑!!! 으아악!! 내일 처형될거야!! 내일 처형될거라고!!"
한 미군이 중얼거렸다.
"포로로 잡혔으니 두려울만 하지."
클라크와 같은 부대였던 한 보병이 외쳤다.
"저 새끼는 철조망 설치하다가 손 긁혀도 맨날 저 지랄 떨었습니다!!"
클라크가 질질 짰다.
"으흑...으그극...난 고작 20살인데...으윽!!"
"저 새끼 아가리 좀 닥치게 해!!"
클라크의 대가리로 반합이 날라왔다.
"으허엉!! 으허엉!!"
그로부터 93년 뒤, 신문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1차 대전 참전, 최고령 생존자 클라크 백스터가 7일 113세를 일기로 숨졌다. 플로리다 태생의 클라크 백스터는 세계 최고령 1차 세계 대전 참전 용사로, 파리 인근 전투에 참전했던.."
한편, 한스의 사령부에서 윙거가 급히 보고했다.
"일본 군이 아군 1방어선 근처에 땅굴을 파고 폭약을 매설해두었습니다!!"
'이 시발놈들이!!'
1방어선 근처에서 희한한 소리가 매번 들리더니 일본군이 쥐도 새도 모르게 땅굴을 파고 폭약을 매설하고 있었던 것 이다. 공병들이 처리를 하긴 했지만 만약 진작에 땅굴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전선에 화끈한 불꽃 축제가 열렸을 것 이었다.
한스는 사다오 일행이 침투해서 땅굴을 파고 며칠간 들키지도 않고 은밀하게 작전을 수행했던 것을 떠올렸다.
'희한한 전술을 쓰는 녀석들이군..'
최근 들어 사령부에는 계속해서 좆같은 소식만 들려왔다. 윙거가 외쳤다.
"아이티도 우리 군에 선전 포고를 했습니다!!"
4월부터 과테말라,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아이티까지 계속해서 추가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고 있었다. 윙거가 보고를 이었다.
"불가리아 왕국과 오스만 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퀴힐러가 말을 덧붙였다.
"솔직히 이들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빠른 시일 내로 항복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은 계속해서 많은 병력과 물자를 수송하고 있습니다! 놈들의 전차 생산과 항공기 생산 또한 계속되고 있습니다!"
'휴전은 물 건너 간 것인가?'
"아군 전차 생산은 어떠한가? 장갑차는?"
"물자 부족으로 주문이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라인하르트가 말했다.
"현재 독일 제국의 경제 상황이 무척 좋지 않습니다. 비록 승전을 하고 있지만 이대로 계속 가다간.."
지금 독일 국민들은 왜 빨리 프랑스 남부까지 영토를 확장하지 못하냐는 불만이 자자했다. 50대 이상의 중년 노인들이 모이면 늘 전쟁 이야기를 했다.
"내가 전쟁에 나갔어야 해!"
"한스 파이퍼는 뭐 하는 거야!"
"전차로 기동전해서 빨리 프랑스로 밀고 들어가면 될거 아냐!"
"미군의 공세가 실패했을때 진격해야하는건데 말이야!"
"군부가 영 무능해!"
"그렇게 돈을 쏟아부어도 고작 파리까지 밖에 점령을 못했으니!!"
"나라면 기동전으로 갔을걸세!!"
신문에는 이렇게 헤드라인이 나왔다.
[한스 파이퍼, 그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전차는 방어용이 아니라 공격용이다!]
[방어만 하라고 독일 국민들은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음 공세는 언제인가?]
지난 번 한스는 미군의 빠른 공세를 유도하고자, 조만간 대규모 전차 부대로 진격할 것이라는 호언장담을 했다. 그 덕분에 미군의 공세가 예정보다 빨라져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는 있었지만, 언론에서는 왜 공세를 안하냐며 한스 파이퍼에게 욕을 쳐먹이고 있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군중이란게 환호하다가도 지 맘에 안 들면 손바닥 뒤집든 여론을 바꾸고 죽일 기세로 물어뜯는 법이지..'
한 장교가 말했다.
"제가 듣기로는 해군의 상황 또한 매우 좋지 않습니다."
"공산주의에 찬동하는 세력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스는 여태까지는 공산주의에 아예 관심 자체가 없었지만 속에서 열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난 몇 년간 최전방에서만 굴렀는데 망할 공산주의자 새끼들이...'
참으로 희한하게도 한스는 공산주의자에 대한 증오심이 끓어오리기 시작했다.
'공산주의자 새끼들은 모두 몰아넣고 독가스를 마시게 하고 싶군...'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살의를 한스 또한 느끼고 있었고, 현재 여론의 욕을 먹느라 스트레스를 받는 한스에게 그 대상은 공산주의자가 되었다.
'그냥 정치쪽으로 나가서 이 새끼들 박멸해버려?'
솔직히 전쟁이 끝나면 무척 심심할 것 같기도 했다.
잠시 뒤, 한스는 크라우제 앞에서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크라우제가 들뜬 표정으로 수첩을 들고 있었다. 한스가 천천히 말했다.
"독일은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현재 독일 사정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한스는 예전과는 달리 일부러 희망에 찬 인터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이다. 자칫하다간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었고,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한스는 거짓말을 해야 했다. 크라우제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것은 신문 기사에 쓰지는 않겠지만, 혹시 한달 안에 좋은 소식이 들려올까요?"
크라우제 말의 의미는 조만간 한달 내로 독일이 프랑스 남부까지 점령을 할 수도 있냐는 말이었다. 한스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최악의 소식은 없어야 할 겁니다."
크라우제는 수첩에 이렇게 적었다.
[조만간 독일인들은 자유롭게 프랑스 땅을 밟을 수 있을 것 이다!]
한스는 크라우제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사령부로 돌아왔다.
'공산주의 그게 뭐길래..'
한스는 기계 공학에나 관심을 가지면 가졌지, 국내 외 정치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었던 것 이다.
'쓰레기 같은 것들이 지들 권력을 위해 사기를 치는군...그런거에 넘어가는 새끼들이나...'
그 때, 전령이 군 사령부에서 부른다는 소식을 전달했다.
'무슨 일이지?'
한스는 초조한 마음으로 18군 사령부로 향했고, 18군 사령관 후티어는 한스에게 부대 이동 명령을 내렸다.
'무...무엇 때문이지?'
후티어는 지휘봉으로 지도를 가리켰다. 현재 독일군의 전선은 파리 쪽으로 심하게 돌출되어 있는 상태였다. 후티어는 파이퍼 여단에게 공세를 해서 돌출부 방어선을 안정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한스의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고...공세라고?'
후티어가 말했다.
"3 보병사단이 이 곳에서 시선을 끌어주는 동안 이 요충지를 점령하게. 탄약과 연료도 충분히 보급될걸세."
한스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것은 미친 작전이다!! 부대 이동하다가 놈들 항공기에 들키면!! 어차피 전차나 장갑차나 건트럭을 더 보급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
후티어가 말했다.
"더 필요한 것 있는가?"
한스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그것이.."
한스의 말을 듣고는 옆에 있던 참모들이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 30초 정도 정적이 흘렀다. 후티어가 말했다.
"알아보겠네."
한스는 식은 땀을 흘리며 자신의 사령부로 돌아가서는 지도를 살펴보았다.
'확실히 이 곳을 점령한다면 방어에 유리할 것 이다.'
하지만 파이퍼 여단만으로 이 곳을 점령하는 것은 확실히 무리가 있었다.
'놈들은 계속해서 항공 정찰을 하고 있다..놈들에게 들키지 않고 부대 이동을 하는 것에 성공하는 것은 어려울 것 이다. 그리고 이 지형은...'
한스는 여러 차례의 경험을 통해서 지도는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습지도 많고 개울도 워낙 많았기에, 무턱대고 전차 부대를 기동했다가는 모두 쳐박힐 수 있었다. 사실 이 쪽 지역 자체가 방어에 유리했지 전차 부대로 대규모 공격을 하는 것에는 유리하지 않았다.
'내가 직접 항공기를 타고 정찰을 가면 좋을텐데..'
다음 날, 파이퍼 여단은 부대를 이동하기 시작했다.
"중대 우향우!!"
"대형 유지하고 앞으로~~~ 가!!"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르노 FT 전차들은 트럭으로 이송되었고, 그 외에 다른 전차들 또한 기차를 타고는 이동했다. 에밋이 중얼거렸다.
"우리 왜 이동하는걸까?"
거너가 초코렛 바를 먹으며 말했다.
"이번에는 꿀 빨겠지?"
루이스가 말했다.
"나는 좀 불길한데..."
잠시 뒤, 한스는 비행장에서 리히트호펜의 경례를 받았다. 한스는 리히트호펜과 같이 걸으며 말했다.
"혹시 무리한 부탁이면 들어주지 않아도 괜찮네."
리히트호펜이 말했다.
"아닐세!내가 에이스로 붙여주지!"
미하엘이 이들에게 경례를 했다. 미하엘은 2인승 정찰기인 알바트로스 C.I 앞에 서 있었다. 한스가 작은 목소리로 리히트호펜에게 물었다.
"그...위험하지는 않은가? 혹시나 해서 묻는 걸세."
"비행이라는건 원래 위험을 감수해야하네!"
리히트호펜이 알바트로스로 한스를 안내하면 외쳤다.
"대다수가 첫 비행때 똥오줌을 지리지만 자네같은 영웅에게는 별거 아닐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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