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배우로 전직을 명 받았습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쥬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27 17:58
최근연재일 :
2021.01.19 21:4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740,062
추천수 :
16,589
글자수 :
437,739

작성
21.01.11 21:20
조회
8,990
추천
265
글자
18쪽

Act 48. 드림팀 - (3)

DUMMY

“······”


병원은 조용했다.

내가 조금 과묵한 편이긴 해도, 평소에 이렇게까지 말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방문한 병실엔 어색한 기류가 가득했다,

사건의 발단은 예상치 못하게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봉용수의 4시 데이트였다.


- 차세대 블루칩 정지혁, 라디오에서 안타까운 가족사 밝혀져 -

- 봉용수 사연 읽다가 확 와 닿아서 조용히 눈물 훔쳐! -

- 연하윤 정지혁 남매 응원하는 SNS글 연일 화제!


연하윤과 나.

여명의 후예를 상기시키는 조합만으로도 화제가 되기 충분했는데, 거기에 잇달아 더해진 지현이의 사연은 그야말로 불 난 곳에 기름을 들이붓는 격이었다.

이날의 방송이 기사화까지 되면서 또 다른 화제로 급부상한 것이다.


- 아 왜 자꾸 눈에서 땀이 나지. -

- 가족들이랑 밥 먹으면서 듣고 있었는데, 밥에 눈물 말아 먹음 8ㅁ8 -

- 아니 본인 사연 치트키 에바잖아 이걸 듣고 어떻게 안 울어 ㅠㅠ -

- 두 남매 행복해지길 매일 빌게요 파이팅입니다 8ㅁ8 -


기존 청취자들은 물론, 기사를 통해 당시 사연 라디오를 접한 이들은 우리 남매의 사연을 듣고 모두 눈물을 훔쳤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 봉용수의 4시 데이트 조작 논란! -

- 사연 보낸 사람이 게스트의 가족? 말이 안 돼. -


우연에 우연이 겹친 일이었건만, 심성이 비틀린 몇몇 이들이 나와 지현이의 내용이 말이 안 된다며 조작 논란을 건 것이다.


- 아니 솔직히 말이 되냐 게스트가 나오는 날, 사연 보낸 사람이 게스트 동생이라고? -

- 날아오르라 주작이여~ -

- 아 자작나무 타는 냄새 오지네 -


감동과 눈물로 가득 차 있던 게시판은 금세 부정적인 댓글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은 쏟아지는 증거들에 의해 금세 반전되었다.


- 조작이라는 사람들 제대로 찾아는 보고하는 소리임? 4시 데이트 매일 듣는 사람인데, JJH 저분 사연 한두 번 나온 거 아님 -

- 분명 전에 박바위 인터뷰에서 정지혁이 언급한 거랑 사연도 정확한데 뭐가 문제임 -

- 봉용수가 스태프들이 1차 선발해서 사연 건네준 거라고 직접 밝혔답니다 -

- 하여간 프로 불편러들 그냥 태어난 거부터가 불편한 모양이네. -

- 남의 가족 헐뜯기 전에 자기 처신부터나 잘해라 -


부정적인 댓글을 완벽하게 압도하는 화력.

조작 논란은 그야말로 폭풍처럼 몰아치는 증거의 향연에 결국 단번에 종식되었다.

나중에 주워들은 사실에 의하면 조작 논란 기사를 썼던 기자들은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징계까지 먹었다고.

정말 아주 속 시원한 처사였다,


다만 정작 사건의 당사자인 우리 남매는 그러한 문제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서로의 관심을 확인한 것은 정말 좋은 일이었지만, 그에 대한 반동으로 우리 남매의 관계는 굉장히 어색해졌다.

괜히 얼굴만 보면 어색하고 말이 잘 나오다가도 다시 목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오늘도 그렇게만 있다가 갈 거예요?”


보다 못한 김수아의 입에서 깊은 한숨을 내쉰다.

계속 이렇게 있을 수 없다는 건 내가 더 잘 알지만, 차마 말이 나오지가···


“이번에 새로 영화 찍는다고 지현이한테 말해 준다고 하셨잖아요?”


···제가요?

턱 끝까지 튀어나올 뻔한 목소리가 겨우 다시 속으로 삼켜진다.

별거 아닌 한 마디에 불과했지만, 그 한마디로 지현이의 귀가 쫑긋한다.


“영화?”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가 다시금 내게로 향한다.

거기에 옆구리를 찌르는 김수아의 팔꿈치가 더해지자, 막혀있던 목구멍으로부터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어, 이번에 새로 영화 촬영 들어가.”

“무슨 영화인데?”

“좀비 영화.”

“엥? 좀비 영화?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걸 만들어?”


지현이의 눈썹이 일그러진다.

역시 병실에서 매일 같이 드라마와 영화를 탐독하는 만큼 좀비 영화에 대해서도 빠삭한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오라방 관련 기사로 본 거 같기도 하고··· 근데 우리나라 기술로도 그게 돼?”

“안 되면 캐스팅 자체가 안 됐겠지.”

“그건 그렇긴 한데, 또 누구 하나가 막 답답한 짓하고 숨이 턱턱 막히는 그런 전개는 아니지?”


이미 그런 류의 영화에 몇 번 데인 적이 있는지 지현이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평론가를 방불케 하는 지현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에이, 그저 그런 영화면 내가 출연한다고 맘먹겠냐?”

“그렇지? 하긴 수아 언니가 그런 작품을 오빠한테 하자고 할 리가 없지.”

“왜 잘 나가다가 팀장님이야.”

“오라방은 못 믿겠지만, 수아 언니는 믿을 수 있으니까?”

“얘는!”


김수아의 눈꼬리가 길게 휘어진다.

말은 전혀 아닌 것처럼 반응하면서도 행동은 솔직하다.

손으로 얼굴을 가볍게 누르며 웃고 있는 것이 역시 기분 좋은 모양이다.

하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오라방 이번에는 무슨 역할인데?”

“들으면 지현이 너도 깜짝 놀랄걸?”

“그 정도예요?

“사이코패스 역할이거든.”


지현이의 눈동자가 흥미로운 기색을 띤다.

하긴 그러고 보니, 지현이 쟤 좀비물 영화 꽤 좋아했던가?

이것저것 좀비 영화를 찾아보던 모습이 문득 머릿속을 스친다.


“언제부터 촬영인데?”

“오늘.”

“뭐야, 벌써 크랭크인 들어간 거야?”

“크랭크인이 오늘이야.”

“생각보다 빠르네? 그럼 오라방 내년 즈음엔 오라방 나오는 영화 볼 수 있는 거지? 좀비물 영화라··· 빨리 보고 싶다.”


아직 크랭크인도 들어가지 않았건만, 지현이는 눈은 벌써부터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그 모습을 보니 한동안 나오지 못했던 웃음이 터질 것만 같다.

덕분에 광주행에 대해 한층 더 깊은 열의가 솟구친다.

평론가 못지않은 안목을 가진 데다, 좀비물의 마니아인 까다로운 동생이다.

한 명의 배우로서, 작품에 참여하는 이상.

다른 누구보다도 까다로운 동생만큼은 그 어떤 영화보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팀장님 오늘 촬영 몇 시라고 했죠?”

“이제 슬슬 출발해야 해요.”


시계를 확인한 김수아의 입가에도 연한 미소가 번진다.

슬슬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오라방.”

“응.”

“다치지 말고 잘하고 와.”


지현이가 환한 미소와 함께 엄지를 삐쭉 내민다.

환하게 피어나는 매화 같은 예쁜 미소.

그 모습이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가장 큰 힘이 된다.


“다녀올게.”

“좀비물 기대한다. 재미없게 나오면 나중에 별테(별점 테러)할 거야!”


그런 무서운 소릴.

별테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늘도 그럼 가볼까?


***


“와, 이게 다 촬영 세트예요?”


처음 마주하는 규모에 절로 감탄이 일었다.

광주행의 세트장은 이제껏 접했던 다른 작품들과는 그 규모가 달랐다.


“거기 선! 선 조심하라니까!”

“LED! 야 거기 LED 조심히 안 다뤄? 저게 다 얼만 줄 알고!”


생전 처음 보는 장비들이, 벽면처럼 세트장을 뒤덮고 있다.

열차의 칸을 뚝 떼어 놓은 듯한 세트장.

그리고 그 사방을 둘러싼 LED 장비와, 가로등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위에서 내리쬐는 조명까지.

마치 건설 현장을 견학하는 느낌이다.

확실히 상업 영화라 그런지 규모부터가 다르다.


“확실히 기차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내용을 담은 영화라 그런지 세트장이 신기하네요.”

“와 좀비물이라더니 특수분장 팀도 장난 아니네. 어깨에 힘 바짝 들어가 있는 거봐.”


같이 따라오던 김수아와 박아영 역시 신기하다는 시선으로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본다.

하긴 나부터도 신기한데 뭐.


처음엔 잘 머리로 그려지지 않았는데.

세트장을 보고 나니 어떤 식으로 연기를 하면 좋을지 머릿속으로 그려진다.

견학하듯 세트장을 먼저 슥 둘러보고 나는 대기실로 향했다.


“어라, 지혁이 왔네?”

“선배님, 오셨어요?”


늘 몸에 배어있던 습관처럼 일찍 촬영장을 온 덕에 혹시나 1등일까 하는 기대를 했지만, 역시 선객이 있었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 한강우 역을 맡은 이시환 선배다.

배우 인생에서 매번 조연만 거듭하다 이번이 첫 주연이라고 했던가?

담담하게 인사를 건네지만 시선도 손짓도 어쩐지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어색하다.

역시 긴장되는 모양이다.


좀 긴장 좀 풀어줘야겠다.

나는 씨익 웃으며 능글맞게 그에게로 향했다.


“오오. 이시환 선배님 맞아요? 평소보다도 훨씬 잘생긴 것 같은데.”

“그, 그러냐?”

“한강우가 제약 회사 팀장이잖아요. 거기에 정장을 입고 계셔서 그런가 되게 세련되고 있어 보이세요. 역시 옷이 날개라고, 선배님 꾸미니까 되게 잘생기셨네요.”


이시환의 입꼬리가 길게 늘어진다.

역시 여자한테는 예쁘다는 칭찬이, 남자에겐 잘 생겼다는 칭찬이 최고다.

어색했던 얼굴의 근육이 조금이나마 연하게 풀어진다.


“짜식, 아부해도 아무것도 안 나와.”

“안 나와요? 에이, 전에 못 먹은 양주 좀 얻어 마시나 했더니.”

“얌마, 그때 사준다니까 네가 뺐잖아!”

“에이, 그게 제 마음대로 그런 건가요? 스케줄 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잖아요.”

“스케줄? 그래 너 잘 말했다. 감히 하윤이랑 단 둘이서 같이 라디오를······”


이크, 영 좋지 않은 부분을 건드렸다.

덧붙이자면 봉용수도 같이 있었지만, 이미 그 부분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눈썹이 금세 일그러지는 것이 영 좋지 않은 반응이다.

하지만 여기서 곧바로 물러서면 오히려 말려든다.

여기선 조심히 뻥카를 던져볼까?

나는 되려 인상을 일그러뜨리고 큰소리를 쳤다.


“와, 제가 그날 선배님을 위해 어떤 일을 하셨는지도 못 알아주시고···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어, 엉?”

“제가 그날 다음에 있을 회식 자리에 대해 하윤 씨랑 계획까지 잡고 있었는데······”


나는 목소리를 내리깔고 은근슬쩍 시선을 돌렸다.

최대한 불쌍한 모습으로 어깨까지 축 늘어뜨리자 그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지기 시작한다.


“에, 에이! 우리 지혁이 또 왜 그럴까? 그런 바람직한 계획을 하고 있었으면 그걸 먼저 말해야지 않겠니?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 만해. 형이 아주 거하게 쏠 테니까!”


씨익.


미끼는 문 정도가 아니라, 아주 바늘까지 집어삼킨다.

걸려들었다.


“그럼 약속하신 겁니다. 그날 회식은 선배님이 쏘시는 겁니다?”

“그럼! 우리 동생들에 하윤이까지 오는데 내가 뭔들 못할까! 대신 양주는······”


자신 있게 소리치던 이시환의 목소리가 금세 기어들어 간다.

그러고 보니 상범이한테 얼핏 들은 기억이 있다.

결국 그날 회식을 가서 회식 때 마신 양주 값이 0이 몇 개가 붙었다더라?

5개··· 아니, 6개였나?

그 모습을 보니 순간 마음이 약해······


“에이, 설마 상범이만 양주 사주는 건 아니시죠?”


···질 리가.


“어, 어?”

“하윤 씨도 오는데 설마 소주만 하는 것은······”

“그, 그럼! 하, 하윤 씨도 오는데 같이 양주도 한잔해야지!”


일단 큰소리는 치지만 목소리가 눈에 보일 정도로 떨린다.

덕분에 자꾸 웃음이 터질 것만 같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놀릴 수 있을까?

애써 내게 티 나지 않게 쓰린 속을 달래는 모습이 고스란히 전부 보인다.


“···그나저나 하윤 씨도 오는 거 확실하지?”

“제가 누굽니까, 선배님. 하윤 씨와 호흡도 맞췄던 리태홍의 정지혁 아닙니까. 걱정 붙들어 매셔도 좋습니다. 이미 얘기 끝났습니다.”


물론 이는 사실이다.

그날 라디오 방송이 끝나고 대기실에서 배우들 회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으니까.

세부적인 사항까지야 아직 정하진 않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원래 거짓말을 할 땐 100% 거짓말이어선 상대방이 속지 않는다.

적당히 사실을 섞어줘야 상대가 미끼를 무는 것이다.

일명 혼이 담긴 구라.


“믿는다··· 진짜 믿는다!”


기쁜 건지 슬픈 건지,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이 반복된다.

마치 별로 좋지 않은 패에 인생을 건 도박꾼과도 같은 모습이다.

딜러만을 믿고 인생을 건 모양이지만.

그것이야말로 잘못된 선택이다.


“확실하게,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 놓겠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환희와 걱정 속에 몸부림치는 모습이 퍽 안쓰럽기까지 하지만.

이만한 기회를 날릴 수야 없지.

나중에 계산은 도와드리더라도, 일단 당분간은 좀 즐겨야겠다.


“아빠. 다 끝났어요?”


한창 이시환을 놀리고 있는 와중에 하이톤의 낯선 목소리가 둘 사이로 끼어든다.

그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이시환이 옆으로 고개를 돌린다.


“딸!”

“딸?”


···저 선배, 유부남이었던가?

충격과 혼란으로 가득한 와중에 이시환은 금세 대기실에 들어온 낯선 여아를 안아 올린다.


“이그, 딸 왔어요?”


제법 능숙하기까지 한 그 모습을 보니 머릿속에 더욱 혼란이 격동한다.


“선배님 언제 그런 따님을···”

“응? 얌마! 친딸 아니라. 이 애가 희원이야!”

“이희원이요? 이름이 참 예쁘네요. 다행히 선배님을 닮지 않아 따님이 아주 예······”

“이희원이 아니라 한희원! 한강우의 딸 역할!”


발악하듯 이어지는 고함을 듣고서야 그제야 머리가 번쩍 뜨인다.

그러고 보니 이번 <광주행>에 아역이 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다.

리딩 때는 몸이 안 좋아 참석하지 못했지만, 아역답지 않게 울지도 않고 굉장히 연기도 잘하는 아이라고 칭찬이 자자하던데.

생각을 곱씹던 사이, 마침 아이와 눈이 마주친다.


“잘생긴 오빠다.”

“에이 딸 오빠라니, 아저씨 아니고?”

“잘생긴 사람은 아저씨 아니야.”

“그, 그래?”


회심의 일격이 통하지 않은 것이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다.

어색하게 그저 웃고 마는 모습이 퍽 웃기다.


“나 내려갈래요.”

“으, 응 그래.”


이시환은 어색한 표정 그대로 아이를 내려주었다.

이윽고 바닥에 발이 닿은 아이는 나를 향해 예쁘게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주희원입니다. 이번에 한희원 역을 맡았어요.”


마치 그 옛날 양반집 자제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예쁘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기특한 마음이 인다.

나는 주희원의 눈높이에 맞게 자세를 낮추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안녕, 신율 역을 맡은 정지혁 아저씨야. 잘 부탁해.”

“잘 부탁드립니다. 지혁이 오빠.”


주희원은 다소곳이 허리를 숙이며 재차 인사를 건넨다.

젖살이 통통하면서도 귀여운데, 그런 귀여운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어른스러운 태도와 행동에 이질적인 귀여움이 피어난다.

나도 모르게 주희원의 머리 위로 손이 향한다.


“아저씨가 이렇게 보여도 나이를 꽤 먹었는데, 오빠라고 불러주는 거야?”

“저번에 배웠어요. 잘생긴 사람은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라고요. 그러니까 지혁이 오빠.”

“난 처음에 아저씨라고 불렀는데······”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쫓으니 이시환은 금세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이 더욱 안쓰러워 나는 애써 그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잘생겼다고 해주니 너무 고맙네. 희원이는 몇 살이야?”

“10살이에요. 초등학교 3학년.”

“친구들보다 어른들이 더 많은데, 말도 예쁘게 하고 엄청 기특하네. 우리 희원이 저기 저 아빠는 안 닮아서 다행이다.”

“뭐야, 인마?”


이크, 그게 들렸나?

못 들은 척 무시하고 주희원을 바라보려던 찰나.


쾅!


“안녕하십니까, 선배님들!”


부서질 듯한 소리와 함께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타이밍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동물원을 탈출한 곰 같은 모습으로 상범이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문 좀 살살 열어라. 그러다 부서지겠다.”

“오, 지혁이 형에 시환 형님! 하하, 안녕하십니까. 벌써 준비 끝내신 겁니까?”

“나는 희원이랑 먼저 촬영 있잖냐?”

“희원이라면······”

“아 너도 못 봤구나. 저기 지혁이 앞에 있는 애. 이번에 내 딸 역할이야.”


이시환은 손가락으로 주희원을 가리킨다.

하지만 주희원은 그 자리에 없었다.


“어라?”


어느 틈엔지.

주희원은 내 옆으로 다가와 내 뒤로 몸을 숨기고 있다.

아까까지만 해도 어른스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마치 겁을 먹은 것 같은 모습인데?

조금 달라진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아! 극 중 형님 딸인 한희원이요! 연기 정말 잘하고 어른스럽다고 소문은 들었는데.”

“응 걔 맞는데··· 언제 지혁이 뒤로 갔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시환을 뒤로하고 상범이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주희원과 눈을 마주친 채, 자세를 낮춘다.


“네가 희원이구나?”

“너무 그렇게 가까이 가지 마.”

“에이, 형 애들이 절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제가 이래 봬도 애들이랑 정말 잘 놀아주고, 애들도 저만 보면 껌뻑 죽습니다.”


***


분명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으앙!”

“컷! NG.”


이것으로 몇 번째인지 모를 NG 선언이 울려 퍼졌다.

서럽게도 엉엉 우는 주희원을 피해 상범이는 죄인 아닌 죄인처럼 애써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 있다.


처음 주희원이 내 뒤로 숨었을 때부터 눈치챘어야 했는데.

···애들이 좋아한다고?

너 구라에 혼이 제대로 담겨있구나.


작가의말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배우로 전직을 명 받았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공지 +27 21.01.19 4,207 0 -
57 Act 57.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完) +57 21.01.19 5,906 206 19쪽
56 Act 56. 제작 발표회 +20 21.01.18 6,127 218 14쪽
55 Act 55. 퇴장은 이별이다 +16 21.01.17 6,453 238 16쪽
54 Act 54. 인간의 조건 +18 21.01.16 6,989 218 18쪽
53 Act 53. 은혜는 바다 같이 - (2) +22 21.01.15 6,933 228 14쪽
52 Act 52. 은혜는 바다 같이 - (1) +11 21.01.15 6,680 189 13쪽
51 Act 51. 스승과 제자 - (2) +19 21.01.14 7,856 234 19쪽
50 Act 50. 스승과 제자 - (1) +18 21.01.13 8,095 237 19쪽
49 Act 49. 드림팀 - (4) +22 21.01.12 8,563 267 17쪽
» Act 48. 드림팀 - (3) +16 21.01.11 8,991 265 18쪽
47 Act 47. 드림팀 - (2) +39 21.01.10 9,337 322 18쪽
46 Act 46. 드림팀 - (1) +18 21.01.09 9,907 264 19쪽
45 Act 45. 잡초를 뽑을 땐 뿌리까지 - (2) +19 21.01.08 9,918 311 15쪽
44 Act 44. 잡초를 뽑을 땐 뿌리까지 - (1) +21 21.01.07 10,303 257 18쪽
43 Act 43. 마지막 퍼즐 +15 21.01.06 10,792 273 20쪽
42 Act 42. 너 인성 문제 있어? +23 21.01.05 10,491 312 18쪽
41 Act 41. 여러분이 제 힘입니다 - (2) +17 21.01.04 10,789 294 20쪽
40 Act 40. 여러분이 제 힘입니다 - (1) +16 21.01.03 11,209 295 19쪽
39 Act 39. 마음의 치료사 - (3) +19 21.01.02 11,142 308 17쪽
38 Act 38. 마음의 치료사 - (2) +14 21.01.01 11,219 305 19쪽
37 Act 37. 마음의 치료사 - (1) +22 20.12.31 11,714 321 20쪽
36 Act 36. 마녀의 남자 - (3) +24 20.12.30 12,175 289 18쪽
35 Act 35. 마녀의 남자 - (2) +16 20.12.29 12,104 296 20쪽
34 Act 34. 마녀의 남자 - (1) +14 20.12.28 12,897 293 20쪽
33 Act 33. 꿈이 무엇입니까? +12 20.12.27 12,756 304 19쪽
32 Act 32.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4) +13 20.12.26 12,709 294 20쪽
31 Act 31.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3) +12 20.12.25 12,431 286 17쪽
30 Act 30.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2) +20 20.12.24 12,724 308 20쪽
29 Act 29.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1) +18 20.12.23 13,175 301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