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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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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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11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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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풍운록(풍운 風雲 6)

DUMMY

팽완의 뇌전도가 해일처럼 밀고 들어올 때, 연휘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한 번쯤은, 더구나 생사를 결하는 것도 아니고 비무이다 보니 제대로 부딪혀 보고 싶었던 것이다. 자연기로 만드는 호신강기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버텨줄 수 있을 것인지 확인하고픈 마음도 들었던 까닭이었다.

“꽈르릉! 꽈과과광!”

전력을 다한 팽완의 공격이 밀려들어왔다. 처음에는 그다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뇌전의 힘이 대단하기는 했지만 자연기로 이루어진 방패가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는 처음보다 조금 더 거셌다. 연휘의 몸이 외부의 자연기를 좀 더 많이 받아들이며 밖으로 내 보냈다. 방패가 좀 더 두껍게 변한 것이다.

세 번째에는 조금 더 강력해 지더니,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을 넘어가면서 부터는 점점 감당하기가 힘들어졌다. 단순히 방패만으로는 견뎌 내지를 못하는 것이다.

“꽈르르릉! 콰광! 쾅!”

뇌전의 기운이 계속 거세게 연휘의 방패를 두드리고 있었다. 모양이 점점 일그러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안되겠다 싶었는지 연휘가 몸 밖으로 뿜어내는 자연기를 회전시키고 있었다. 방패의 형상을 이루던 것이 따라서 회전하며 뇌전으로 인한 압력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여덟 번째에는 그것으로도 힘들게 되어 방패를 변형시키며 뇌전의 기운을 흘려야 했다. 방패의 가운데 부분을 앞으로 튀어나오게 만든 것이다. 마치 방갓의 모양처럼 연휘의 전신을 가린 채, 팽완의 뇌전을 흘려내는 방패였다. 뇌전의 기운이 방패의 비스듬히 기운 면을 타고 옆으로 흐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휘의 전신으로 쏟아지는 압력은 보통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꽈과과과광! 꽈르릉”

이제까지 들려왔던 그 어떤 소리보다도 더 무겁고 엄청난 굉음이 울렸다. 마지막 아홉 번째 뇌전이 부딪혀온 것이다. 더는 감당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연휘로서도 최후의 방패를 꺼내야만 했다. 자연기가 내부를 거치는 동안 회전을 주는 것이었다. 그것이 연휘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호신강기이자 방패였다.

자연기가 전신을 거치면서 이미 회전을 시작하고 밖으로 나왔을 때에는, 그 회전력만으로도 웬만한 기운들은 튕겨 낼 정도였다. 그렇게 나타난 방패가 뇌전의 마지막 기운을 막아가는 것이었다.

“콰르르릉! 콰콰콰쾅! 꽈과광!”

팽완이 마지막 충돌의 여파를 감당하지 못하고 피를 흘릴 때, 연휘 역시 내부가 진탕되었다. 허나 팽완이 내상을 입은 반면에, 연휘는 자연기로 다져진 기운이 내부를 보호한 까닭에 내상은 없었다.

그렇다 해도 충격을 전혀 받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었다. 창백해진 안색이 연휘가 받은 충격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연휘는 스스로 자만했던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맞이했다. 그런 모습이 팽완에게 보여 지고 있었다.

팽완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지고 말았다. 연휘의 모습을 본 직후의 일이다. 의외로 멀쩡해 보이는 연휘로 인한 것이었다. 적어도 낭패한 모습은 보일 줄 알았던 것이다.

“후우, 대단한 무공입니다.”

충격을 갈무리하고 창백해진 얼굴을 한 채, 팽완의 뇌전기에 대해 평을 하는 연휘였다. 말투에는 감탄이 들어있었다.

연휘의 모습은 의외로 깔끔해 보였다. 다만 안색이 창백해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내상을 입은 것 같지도 않았다. 그의 말투에서도 그것이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그런 정도는 알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후우, 괜...찮은...것인...가?”

팽완이 그런 연휘를 보고 안위를 묻고 있었다. 자신의 전력을 쏟아 부었다. 모두 아홉 번에 걸친 뇌전이 해일처럼 밀고 들어간 것이었다. 그것도 갈수록 거세어지는 위력을 보인 뇌전이었다. 연휘가 그것을 피하지도 않았으며 파훼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팽완은 알고 있었다. 호신강기라 생각되는 아지랑이 같은 기운으로 방패를 만들어 막아냈던 것이다. 헌데 저리도 멀쩡해 보인다는 것이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 팽완이다.

“크게 이상한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보기보다 몸이 튼튼한 편이지요.”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감탄을 하면서 저마다 나름대로 비교를 하고 있었다. 팽완의 공격을 받았을 때, 자신이라면 어찌 대처 했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 것이다. 감당이 안 되었던 까닭이었다. 괜히 십대고수가 아닌 것이다.

“일단 잠시 쉰 다음에 얘기를 좀 나누도록 합시다. 선배께서는 요상을 좀 하시지요. 유택!”

“예, 문주님.”

“어느 정도는 장내를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거의 폐허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흔적을 지워야겠다.”

“저 그런데, 이곳에서 쉬시렵니까. 어차피 오늘 중으로 산을 내려간다 해도 노숙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유택이 휴식에 대한 얘기를 물어오고 있었다.

“흠... 그도 그렇겠지. 일단 이곳을 대충이라도 정리하고 이동하기로 하지. 그리고 하대주!”

남궁기와 같이 있던 하륜이 급히 대답을 하며 연휘에게 다가갔다.

“여기서 쉬기는 좀 그러니 어디 적당히 쉴 만한 곳을 찾아보도록. 어차피 오늘은 노숙을 해야 할 것 같으니 아예 노숙을 겸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것이 좋을 것이야.”

하륜이 수하 몇을 데리고 주변을 살피려 하자 남궁기가 끼어들었다.

“같이 가지. 아무래도 여럿이 찾는 편이 나을 걸세.”

“궁기가 줄줄 흐르는 친구, 자네는 반대편으로 가보게. 그리 하는 것이 훨씬 빠르지 않겠나.”

궁기라는 말을 들은 남궁기가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더니만 하륜에게 넌지시 제안을 하고 있었다.

“누가 좋은 자리를 찾나 내기 어떤가? 지는 사람이 술내는 것으로.”

“술내기? 좋지. 그럼 이따 보기로 하세.”

그들의 모습을 보며 연휘는 요상에 들어간 팽완을 지켜주고 있었다. 백연이 그런 연휘에게 다가와 옆에 털썩 앉으며 한숨을 내쉬더니, 신세라도 한탄하듯 넋두리를 읊어대기 시작했다.

“허어, 불철주야 무공을 수련하고도 연문주에게는 십초지적이 안 될듯하니, 이 어인 일인지... 그래도 무광이라는 이름을 얻을 정도로 미쳐 살았었는데, 세상 참 불공평하기도 하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 보니 그저 멀뚱히 보기만 할 수밖에 없는 연휘였다. 백연이 그런 연휘를 보고 문득 궁금하다는 얼굴을 하더니 사부에 대해 물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사문은 어찌 되시오? 젊은 나이에 이런 신위를 보일 정도의 고수를 키우려면 보통 고인이 아니실 듯한데.”

백연의 물음에 순간 당황한 연휘였다. 지금 이 자리에서 느닷없이 사문에 대한 얘기가 나온 까닭이었다. 굳이 숨길 이유야 없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말하기에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굳이 밝히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지금은 말하기가 좀 어렵군요. 어차피 노숙을 할 것이니 이따 말씀을 나누시지요.”

“아, 그리 합시다. 이런 분위기에서 얘기하기는 좀 그렇지요.”

마침 팽완의 안색이 발그레하게 홍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때를 맞추기라도 한 듯 유택의 지휘 하에 장내도 어느덧 정리가 되어갔다.


갈 길이 급하기는 했지만 어차피 노숙을 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쉬었다가 새벽에 이동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한 연휘다.

아직까지 그들의 흔적을 찾는 이들은 없었다. 제법 느긋하다고도 할 수 있는 기분들을 느끼며 남궁기가 찾아낸 장소로 옮긴 지, 벌써 한 시진이나 지났다.

“팽완이 문주님을 뵙습니다. 이제 의혈문의 일원으로 문주의 한 팔이 될 것을 다짐합니다. 아울러 하북 팽가 역시도 의혈문의 일에 적극 협조할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모두들 놀라고 있었다. 내기라고 했었지만 설마 그것이 사실이 되어 나타날 줄은 몰랐던 까닭이었다.

“허어, 선배 왜 이러시오. 그만 일어나시오.”

“사내로 태어나 한 번 뱉은 말을 쉽게 번복하지는 않고 살아왔습니다. 승부를 내기 전에 얘기했던 그대로 행할 것이니, 문주께서는 개의치 마시기 바랍니다.”

연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팽완은 막무가내였다. 결국, 연휘가 손을 들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알겠소. 선배 뜻대로 하시구려.”

“고맙습니다. 의혈문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그러자 남궁기를 비롯한 수하들이 따라 외치고 있었다. 다만, 백연만이 어쩌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고 있었다.

“백장로,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소. 다시 잡으려 했을 때는 늦을 것이니 알아서 판단하시오.”

팽완이 백연을 부추기고 있었다. 결국, 백연 역시 팽완의 옆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미 이들의 대결을 지켜본 다음이었다. 무광이라 불리는 백연이었다. 이들에게 매료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한가지 밖에 없었던 것이다.

“무광 백연, 의혈문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거두어 주십시오.”

“고맙소이다. 어려운 때에 참으로 어려운 결정을 하셨습니다. 앞으로 힘든 싸움이 기다리고 있지요. 같이 힘을 합쳐 난국을 타개해 나갑시다. 없어서 당하고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도록 합니다.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파벌들에게, 잘못된 힘의 사용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꼭 보여줍시다.”

모두의 가슴에 뭉클한 감정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들의 합류는 지금까지 불어나던 의혈문의 사람들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팽완과 백연 그리고 남궁기 등은 기득권층이었다. 이미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모두 가질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자들인 것이다. 그런 그들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그에 대항하는 연휘를 따르기로 했다는 것은, 세상이 썩기 만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이런 자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사고를 하는 기득권층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더욱 뜻 깊은 것이었다.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 의혈문도들의 가슴에 희망이 조금 더 커지고 있었다.

“헌데 문주님, 이제 말씀을 해주셔도 될 듯싶습니다만.”

요상 중이었음에도 백연과 연휘의 대화를 들었던 것인지, 팽완이 연휘를 보고 뜬금없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어떤 얘기를 말씀하시는 것인지.”

연휘가 영문을 모른다는 듯 반문하자 팽완이 궁지로 몰아댔다.

“문주께서는 설마 한 입으로 두말 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한 번 뱉은 말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켜야 하는 것이 장부의 도리 아니겠습니까. 문주께서 잠시 생각을 정리 하시는 중일 것입니다.”

백연이 옆에서 팽완의 말을 반박하듯 하면서 오히려 연휘를 더욱 궁지로 몰고 있었다. 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단지 사부가 누구인가 하는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통해 무공의 내력까지도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백연의 얘기로 인해 팽완이 요상중일 때, 그가 사승관계를 물어왔던 것을 생각해낸 연휘였다. 단순히 사부에 대한 얘기였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었던 연휘다. 하지만 무공내력은 사실 좀 꺼려지는 면이 없지 않았다.

“문파라고 할 것은 없지요. 선사(先師)께서는 강호행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니 말씀드려도 모르실 것이지요.”

모두의 눈에 안타까움이 번지고 있었다. 허나 팽완의 궁금함은 그것이 아니었던 탓에 또 다시 연휘를 물고 늘어졌다.

“뇌전기를 그리 쉽게 받아 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지요. 조금은 말씀을 해 주셔도 괜찮지 않겠는지.”

“자연기라고 합니다. 고래로부터 무공은 수 없이 많은 발전을 이루어 왔지요. 그리고 그런 와중에 제가 익힌 자연기도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자연기라... 좀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 모르겠소.”

팽완이 처음 접하는 명칭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궁금해 했다. 참으로 난감한 질문이었다. 연휘의 얼굴이 살짝 굳어지고 있었지만, 곧 풀고 말아야만 했다. 옆에 있던 백연과 곽우등 대부분의 일행들이 갈망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의혈문도들은 조금씩 맛을 본 것이지요. 말 그대로 자연의 기운을 빌어다 쓰는 것입니다. 몸을 매개체로 해서 자연의 기를 정화하고 증폭시켜 내뿜는 것이지요.”

“단순히 말하면 공기를 몸에서 정화시켜 밖으로 뿜어낸다? 결국 일반적인 내공의 개념과 다를 바가 없을 것 같아 보입니다만...”

남궁기가 특별한 것이 없다는 투로 연휘의 말을 끊고 있었다. 팽완을 비롯해 모든 이의 눈이 남궁기에게 모아졌다. 결국, 남궁기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속으로 삼켜야만 했다. 그러고도 한 참을 쥐죽은 듯, 잠자코 있어야만 했던 것이다.

“단전이라는 개념은 그저 중간역할을 할 뿐입니다. 예를 들자면, 경공을 펼칠 때 용천혈을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지요. 선배께서는 혹시 다른 혈을 사용하시는 지요.”

팽완을 보며 경공에 대해 물어오자 팽완은 고개를 저었다.

“용천혈 외에 따로 내공을 보낼 이유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백연이 팽완을 대신해 대답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더욱 또렷한 눈을 하고는 연휘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대부분 그렇게 생각들을 하지요. 허면, 배가 강물을 따라 흘러갈 때 용천혈은 어디에 해당하겠습니까?”

의외의 말에 사람들이 대답을 주저하고 있었다.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때문이었다. 연휘가 그런 그들을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용천혈로 기를 보내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이번엔 모두들 답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유택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자 모두의 눈에 은연 중 질시하는 빛이 보이는 듯싶었다.

“경공을 펼치기 위해 몸을 띄우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좀 더 빨리 달리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이번의 대답은 엄한 곳에서 나왔다. 남궁기의 수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수하는 말을 마치고 조용해 질 수밖에 없었다. 주위의 시선이 워낙 따가웠던 때문이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배에 노를 저으면 확실히 빠르겠지요. 용천혈의 역할이 그러한 것이라 보면 될 것입니다. 모두들 알고 계시는 얘기라 하겠지요. 허면, 돛을 다는 것처럼 바람을 등에 진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더욱 빨라질 것이겠지요.”

“그야 당연한 말씀이지요. 바람을 등에 지게 되면 그만큼...”

백연이 말을 하다 말고 뭔가 생각하는 듯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경공을 펼칠 때 명문혈에 진기를 보내 밖으로 내뿜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없으시겠지요. 자칫하면 죽을 터인데, 그 짓을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헌데 그런 실험을 꾸준히 반복했던 분들이 계셨습니다.”

“허어, 어찌 그리도 위험한 짓을...”

백연이 말을 하다말고는 주위의 눈치를 보고 슬그머니 말끝을 내렸다. 지금의 분위기에서는 백연조차도 예외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백연을 보며 슬며시 웃음을 지은 연휘가 계속 이야기를 해나갔다.

“저희 사문의 시조되시는 분부터 시작된 그것은, 거의 오백년 이상을 내려오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사조 때 대부분의 완성을 보았습니다. 결국, 사부께서 그것을 익히셨지요. 내공과는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내공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들이 많은 까닭이었지요.”

“그런 이론이라면, 내공이 무한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백연의 말이었다. 인정하기도 그렇다고 안하기도 그런, 애매한 상황에서 하는 얘기이다 보니 말투가 조금 묘한 것이었다. 이번엔 다른 이들의 궁금함이 반영되었던 것인지, 눈치를 주는 이가 없었다.

“흠, 그것과는 조금 다르지요. 굳이 내공이라 말을 붙인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선사께서는 따로 정의를 내리지는 않으셨지요. 그저 자연의 기운을 빌어다 쓴다는 뜻에서 자연기라 이름 지은 것입니다. 그리고 내공이 되었든 자연기가 되었든, 무한대라는 개념은 절대 있을 수가 없겠지요.

그릇이 버텨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많은 물이 있어도 담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결국,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내공이 많다고 해서 고수라 할 수는 없습니다. 조금 유리한 면은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것이 많은 까닭이지요.”

팽완의 고개가 끄덕여지고 있었다. 다른 이들 중에서는 곽우와 하륜만이 연휘의 말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무공은 높을지 몰라도 승부에서는 패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는 말입니다. 물론 내공은 좀 딸리지만 체력이 좋은 상대와의 겨룸일 때를 말하는 것입니다.

아무튼 내공이라는 개념 자체를 그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필요하지만 너무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않다. 요즘 세태가 많이 바뀌었습니다만, 예전에 소림에서는 외공을 상당히 중요시 했었지요. 지금도 그렇기는 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닙니다. 왜 그랬을까요?”

“조화를 뜻하는 것인가 합니다.”

유택이었다. 조심스레 말하는 모습이 뭔가 궁리하는 듯 보이고 있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유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는 하지만, 뭔가에 빠져있는 듯싶은 모습들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연휘의 얘기가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이어지고 있었다.


천수를 떠난 권절에게 연락이 왔다. 한중에 도착한 다음이었다. 그리고 권절의 행로가 바뀌었다.

“상덕으로 간다. 최대한 빨리.”

“두두두두두!”

권절의 말에 모두들 타고 있던 말을 있는 대로 다그치고 있었다.

사천의 상덕으로 향하는 것이다. 사흘이면 닿을 거리였다. 그 역시도 정보망이 있었으며, 게다가 상덕에서 팽완이나 백연의 얼굴을 알아보는 이가 있었던 까닭이었다.

이미 팽완과 백연 등이 무맹을 떠났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수배령 때문이었다. 게다가 연휘를 비롯한 수뇌부의 모습과 이름 같은 것들이 배포되고 있던 상황인 것이다.

객잔에서 남궁기와 얘기를 나누던 하륜이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 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그것이 권절의 사천행을 불러온 것이다.

권절의 얼굴은 땀과 먼지로 뒤덮여, 쉽게 본 모습을 알아보기가 어려운 상태로 변해있었다. 그런 그를 보고 십대고수의 일인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유독 눈빛만큼은 더욱 매섭게 변해있었다. 손자를 사랑하는 만큼 연휘에 대한 분노가 거센 까닭이었다.

그런 권절의 입술이 터져 피가 흩날리고 있었다. 입술을 짓이긴 채, 무섭게 말을 달리는 권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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