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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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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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2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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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강호풍운록 (맹주 盟主 7)

DUMMY

모용강의 모습이 종리격의 눈에 들어왔다. 다른 이들도 모두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암울한 눈빛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말로만 들어왔던 검왕이었다. 소문으로 접했을 때만 해도 조금 강하다 싶은 생각이었다.

허나 지금 보이는 신위는 소문을 한참 웃돌고 있었던 것이다.

“으음, 흉하게 되었네. 소문보다 훨씬 대단해.”

“모두들 저승에서나 봐야 할 것 같네...”

어느새 그들 앞에 서 있는 모용강이었다. 오연한 눈이 네 명의 고수들을 쓸어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만 접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암담한 현실에 직면했음을 실감하고 말았다.

“이리 마중을 나와 주시다니 고맙소.”

“허어, 과연 검왕이로다. 좁은 안계를 넓혀 준 것에 감사드리오.”

담담하게 대화를 나누는 이들이었다. 허나 모용강이 담담했던 반면에 그와 마주한 종리격 등은 말과는 달리 얼굴이 굳어져 가고 있었다.

“우리에게 사정이 있어 검왕의 신위를 직접 겪어봐야 하겠소이다. 내용은 묻지 마시고 응해 주시면 고맙겠소. 또한 우리 모두가 합공을 할 것이오. 이 점도 양해 바라오.”

종리격은 마지못해 말을 해놓고도 스스로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했다. 낯 뜨거운 얘기를 서슴없이 해댄 자신이었다. 민망해진 탓인지 굳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허어, 어떤 사정인지는 모르겠으나 네 분이 합공을 하신다니 난감할 따름이외다. 허나 말씀하신대로 묻지는 않겠소. 어차피 한 번 쯤은 넘어야 할 일이니 어찌 보면 잘 된 것이라 할 수 있겠소. 허허.”

허나 모용강은 그것을 덤덤하게 받아 넘겼다. 당대 최고수라 평가받는 네 명이었다. 헌데 그런 자들 네 명의 합공을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것이다. 범인으로서는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대인으로서의 풍모를 여지없이 드러내는 모용강이다. 그만큼 실력에 대한 자신도 있다는 말이었다.

“합공이래, 검왕이... 가능할까?”

“그보다도 검왕이 더 대단하네. 저들 사 인의 합공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잖은가.”

검왕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던 군중들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지려는 것이다. 검왕과 이들 사인의 대결은 평생토록 한 번도 볼 수 없는 그런 일이었다.

군중들은 자신에게 찾아든 이런 행운에 감격해 하고 있었다. 당사자들보다도 오히려 군중들이 더욱 긴장하기 시작했다.

계속 유입되는 군중들로 인해 넓어보였던 정문 앞의 공간이 좁아지고 있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몰려드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좀 그렇지요. 연무장으로 옮깁시다.”

“허어, 검왕을 어찌 감당할까. 가십시다. 가서 시원하게 죽어보렵니다.”

모용강의 말에 종리격이 각오를 다지며 답했다.

군중들이 먼저 연무장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이들의 욕심이 마음을 바쁘게 만들었던 것이다.

연무장으로 장소를 옮긴 그들은 모용강을 중심에 두고 넷이 에워쌌다. 비록 목숨을 걸고 싸워야하는 생사결이었지만, 시작하기에 앞서 고개를 약간 숙이는 것으로 이들은 인사를 마쳤다.


기세가 일어나고 있었다.

건곤지기(乾坤之氣)가 종리격의 몸에서 격렬하게 용트림을 했다. 몸을 가득채운 그것은 곧 밖으로도 표출되기 시작했다.

“꽈릉! 꽈르르릉!”

종리격의 주위에서 뿌옇게 먼지가 일어났다. 기운을 감당하지 못한 주변의 땅이 거세게 반발하는 것이다.

사일의 전신에서는 뿌연 안개 같은 기운이 일렁거렸다. 그의 별호가 있도록 만든 운룡기(雲龍氣)였다. 조화선옹에게서는 조금 색다른 기운이 흘러 나왔다. 칠채(七彩)라고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오색의 영롱한 기운이었다. 가장 신비스러워 보이는 제순이었다.

마지막으로 탈혼검 서문화중의 경우는 그저 기세만 달라졌을 뿐이다. 허나 그들 중에서 가장 위험해 보이는 자는 바로 탈혼검이었다. 바늘 끝을 보는 것처럼 아주 날카로운 기운이 그에게서 피어나온 것이다.

모용강 역시 경시하지 못하고 모든 기운을 끌어올렸다. 감히 누구도 비교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기운이 그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이미 기세를 돋우고 공격을 준비하던 자들이 흠칫거릴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스릉!”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은빛의 몸체가 드러났다. 그것은 현란함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눈길을 피하게끔 만드는 예기만큼은 물씬 풍기고 있었다. 등룡검이 위용을 뽐내며 수많은 사람들 앞에 등장한 것이다.

빈손일 때와 검을 들었을 때의 차이는 너무도 달랐다. 원래부터 무거운 기운을 내보인 모용강이었다. 거기에 등룡검에서 쏟아지는 예기까지 더해지자 그의 모습이 마치 검처럼 보이고 있었다.

등룡검에 그의 기운이 흘러들기 시작했다. 등룡검에 기운이 들어가자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주위가 온통 은빛으로 물들어갔다.

이미 모용강의 기세에 흠칫했던 고수들이었다. 그들의 안색이 다시 한 번 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리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결국, 이를 앙다문 종리격의 공격을 시작으로 그들이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전신에 흘러넘치던 기운이 두 손에 모이며 강하게 모용강을 향했다. 장법으로 십대고수에 오른 종리격이다. 건곤신장을 쏟아내는 그의 눈이 무섭게 불타올랐다.

“빠아앙!”

공기가 찢어지며 요란한 비명을 질러댔다. 힘 있게 내뻗은 손짓이 모용강의 요혈 세 곳을 치고 들어가는 것이다. 일장이었지만 워낙 빠른 변화로 인해 세 군데를 동시에 치는 것처럼 보였다.

“빠아아앙! 퍼퍼펑!”

종리격의 공격에 이어 사일이 시차를 두고 운룡신도를 거세게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서문화중의 탈혼검과 제순의 조화신수 역시 약간의 차이를 두고 모용강을 향해 전개되고 있었다.

누구라도 당혹할 만한 상황이었다. 하나의 공격만으로도 어지간한 사람들은 막아내지 못할 대단한 위력을 갖고 있었다. 그런 것들이 교묘한 차이를 두고 모용강 한 사람을 향한 것이다.

“휙! 휙! 휙!”

등룡검이 종리격의 건곤신장에 노출된 세 곳의 요혈을 차례로 막아갔다. 감히 마주할 엄두를 못 낼 정도로 등룡검의 위세는 대단했다. 급히 손을 회수하는 종리격이다. 허나 상대는 종리격 만이 아니었다.

사일의 칼이 등 뒤를 베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쩌정! 챙! 챙!”

언제 몸을 돌렸는지 모용강이 검으로 칼을 쳐냈다. 하지만 공격을 할 수는 없었다. 또 다시 몸을 돌리며 조화신수와 탈혼검을 막아내야 했던 까닭이었다. 그러는 동안에 종리격이 다시 건곤신장을 발출했다.

“빠아앙!”

벌써 몇 합 째인지도 몰랐다. 그만큼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이었다.

저들의 공격을 막기만 하던 모용강의 입술이 굳게 다물어졌다.

일일이 막아 갈 수는 없었다. 그리 하다가는 쉽게 지칠 것이고 결국, 저들의 공격에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모용강은 호신강기를 믿었다. 최대한으로 강기를 두른 그가 느닷없이 금방 격돌을 마치고 물러나던 사일을 향했다. 세 명의 공격이 몰려드는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지금까지 대항해 오던 방식에 익숙해 있던 사일이다. 순간적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다급한 눈빛의 그에게 모용강의 검이 짓쳐들었다.

허나 모용강 역시 모험을 하는 중이었다. 이미 모용강을 향해 공세를 펼친 나머지 삼인이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났던 움직임이어서 그런지 탈혼검과 조화신수의 공격은 모용강의 등 뒤로 지나치고 말았다. 허나 종리격의 건곤신장은 몸을 돌린 모용강의 등판을 그대로 치고 들어왔다.

“빠방! 팡! 팡!”

압축된 공기가 강하게 터져 버렸다. 하지만 모용강의 호신강기는 건곤신장을 받아냈다. 충격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뒤를 밀어주는 형식이 되어버린 종리격의 공격이었다.

사일이 도를 들어 모용강을 향하려다 급히 수세로 돌아섰다. 워낙 빨랐던 모용강의 몸이 종리격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가까워진 탓이었다.

“챙! 챙! 챙! 챙! 챙! 쩌저정!”

잠깐 사이에 여섯 번의 교환이 있었다. 그리고 사일은 그만큼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모용강은 주위의 삼인을 무시한 채 사일만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이번 기회를 놓치게 되면 다시는 만들 수 없는 틈이었다. 등판이 후끈 거렸지만 신경도 쓰지 않고 등룡검을 찔러댔다.

“챙! 챙! 챙! 쓰가가각!”

“콰앙! 파파팡! 쩌엉!”

“크으으.”

“끄윽!”

그렇게 사일에게 맹공을 퍼붓는 모용강을 향해 종리격과 다른 두 사람이 무지막지한 공격을 가했다. 전혀 회피 동작을 보이지 않는 모용강의 몸에 그들의 공격이 작렬했다.

호신강기가 대단하기는 했지만 아까보다 더한 충격이 가해질 수밖에 없었다. 모용강의 입술을 비집고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당한 만큼 사일 역시 무사할 수는 없었다. 서너 번의 격돌이 있은 뒤에 칼등을 타고 미끄러지듯이 들어 온 등룡검이 사일의 손목을 가른 것이다. 급하게 손을 거둠으로 해서 절단된 것은 아니었지만 반쯤 베어진 손목에서 시뻘건 피가 솟구쳤다.

사일이 전투 불능이 되어버렸다.

곧바로 모용강의 몸이 돌아서며 탈혼검을 향해 득달같이 다가섰다.

이미 사일이 당한 것을 목격한 탈혼검이었다. 모용강의 공격에 검을 촘촘히 펼쳐가며 서문화중이 방어에 들어갔다.

“꽈과과광! 파파파팡!”

“크으으”

종리격과 제순의 공격이 계속해서 호신강기를 두드려 댔다. 모용강은 누적되는 충격에 절로 터져 나오는 신음을 삼킬 틈도 없이 탈혼검을 붙잡고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더 하면 끝이 보일 것이었다.

여기서 종리격이나 제순을 상대하기 위해 몸을 돌릴 수는 없었다. 그리되면 낭패를 당할 것이 틀림없을 때문이었다.

“챙! 챙! 챙! 챙!”

그러나 사일의 경우에는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까닭으로 쉽게 제압을 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탈혼검은 원래 쾌검을 구사하는 고수였다. 빠르게 움직이는 검이 모용강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비켜 쳐냈던 것이다.

이대로 지체하다가는 호신강기가 깨져나갈 판이었다.

모용강이 입술을 깨물며 눈빛을 더욱 빛내고 있었다.

검이 부르르 떨어 대며 꿈틀거렸다. 주인의 강한 기운을 받은 등룡검이 탈혼검을 치기 시작했다.

“쩡! 쩡! 쩡! 쩌정! 푹!”

“끄윽!”

“콰콰콰콰쾅! 파파파팡!”

“크윽!”

강한 힘을 바탕으로 치고 들어오는 등룡검이었다. 그로인해 압박을 받던 탈혼검이 기어코 균열을 일으키며 깨져나갔다. 그리고 모용강은 그 틈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쾌속하게 찌르고 들어간 그의 검이 결국, 서문화중의 어깨에 구멍을 뚫어 버렸다.

검이 깨짐과 동시에 급히 몸을 움직인 까닭으로 심장을 비켜내기는 했지만, 다시 싸움판에 들어서기에는 중한 부상이었다.

어렵게 탈혼검을 무력화 시킨 모용강 역시 입가에 제법 굵은 핏줄기를 보이고 있었다. 반 장이나 뻗치던 호신강기는 어느새 두 치 정도로 줄어들었다. 가볍지 않은 부상을 입은 것이다.

허나 이제 둘 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호흡을 가다듬을 여유는 결코 없었다. 종리격과 제순을 상대로 몸을 돌린 모용강에게 눈앞으로 다가온 그들의 손이 보였다. 검으로 막을 시간 따위 역시 전혀 없었다.

모용강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간신히 피한 것으로 보였다. 누구라도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는 몸짓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회피동작이 아니었다는 것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뒤로 몸이 넘어가게 되자 탄력이 생겼다. 그리고 그렇게 발생한 탄력이 모용강의 다리에 붙으며 종리격의 팔을 노리고 솟구쳤다.

갑자기 뒤로 넘어가는 모용강의 배를 스치듯 지났던 팔이었다. 회수하는 도중에 솟구치던 발이 팔꿈치에 적중했다.

“빠박!”

“끄으”

종리격의 팔꿈치가 부서진 듯싶었다. 그의 신음소리가 그리 말해주었던 것이다. 한 바퀴 돌아 다시 자리에 선 모용강의 눈에 대경한 채 넋을 잃고 있는 제순이 보였다.

이미 상황은 종료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셋이 무력화 되어 버렸다. 제순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검왕인 것이다.

제순이 손바닥을 내보이며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급히 탈혼검에게 다가가 그의 상세를 살피기 시작했다.

한동안 고요했던 장내가 갑자기 웅성거리고 있었다.

이윽고 군중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검왕 만세! 맹주 만세!”

“검왕 만세! 맹주 만세!”


군중들의 환호를 뒤로하고 모용강이 종리격에게 다가갔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 들었는데 내용을 알아도 되겠소?”

사설 따위는 다 팽개치고 합공을 해야 했던 이유를 묻고 있는 것이다.

“허허, 패자가 무슨 할 말이 있겠소...”

“굳이 명예를 따지지 않더라도 합공을 생각할 만큼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는 것인데 얘기를 좀 해 보시오. 할 수 있다면 내 힘껏 도와드리리다.”

“허허, 그게... 이리된 마당에 무엇을 숨기겠소. 실은 손자들이 납치를 당했소. 제갈문에게 그리 된 것인데 어디 있는지는 모르고 있소. 이제 검왕에게 패했으니 놈이 아이들을 어찌 할 지 그것이 걱정이오.”

종리격의 노안에 눈물이 고였다.

자신의 힘으로 해결 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로 인한 자괴감이 드는 것이다. 이미 패했던 까닭이었다.

손녀의 모습이 떠올랐지만 애써 고개를 흔들며 지우고 있었다.

모용강의 눈에서 번갯불이 번쩍이는 듯싶었다. 몸까지 떨어가며 분노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용관! 전 인원을 동워해서 제갈문과 각료들의 행방을 찾아라. 아이들을 유괴했다하니 혹시라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야.”

등룡대를 비롯해서 동원된 팔천의 무사들이 정주를 뒤지기 시작했다.

검왕이 내리는 첫 번째 명령이었다. 모두들 눈에 불을 켜고 각료들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들이 패했다 하오. 검왕은 상상 이상의 고수였다는 소식이오.”

공동 옥현진인이 암울한 표정을 하고는 검왕의 소식을 전했다. 개방의 구완이 잔뜩 얼굴을 굳힌 채 탄식을 했다.

“허어, 큰일이구려. 이제 어찌해야 한단 말이오.”

“다른 방법이 없지요. 야음을 틈타 정주를 빠져나가는 수밖에...”

제갈문이 정주를 벗어나자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구완이 좋은 생각이라도 떠올랐다는 듯 안색이 밝아졌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 아이들을 인질로 삼는 것이 어떻겠소.”

“오히려 거추장스럽지 않을까 싶소만...”

모용척이 표정을 풀지 않은 채 구완의 말을 받고 있었다. 아이들이 울어댈까 걱정 된다는 것처럼 보였다. 구완이 걱정 할 것 없다는 투로 약간은 들뜬 듯이 대답했다.

“혼혈을 짚어 데리고 가면 괜찮을 것이오. 일단 정주만 벗어나면 될 것이니 그 때까지만 인질로 삼는 것이 좋겠소.”

“그리 합시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으니 유사시에는 필요할 것이오. 아이들을 데려 갑시다.”

의견들이 그렇게 모아지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을 인질로 삼아 정주를 벗어나려는 것이다.

지쳐버린 것인지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미리 준비합시다. 어차피 가져 갈 것도 없으니 아이들을 꺼내오기만 하면 될 것이오.”

제갈문이 아이들을 가둔 지하 석실의 출입구를 열었다.

오줌똥을 따로 처리하지 못한 탓인지 심한 악취가 순식간에 실내를 휘감아 들었다. 출입구가 열리며 환한 빛이 들어옴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움직임은 없었다.

“이런!”

한 소리 탄식을 뱉어낸 제갈문이 급히 석실로 내려섰다. 아이들의 손목을 잡아 본 그가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쳤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이 잘 못 된 것은 아니었다. 굶주림과 두려움에 지친 아이들이 혼절해 있었던 것이다.

한 쪽 구석에는 배설물이 쌓여 독한 악취를 풍겼다. 이런 상황에 굶주림까지 겹치다 보니 혼절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제갈문의 탄식을 들은 각료들이 석실로 내려서려다가 악취에 코를 막고는 인상을 쓰고 있었다.

내실로 옮겨진 아이들의 몰골은 참으로 비참하기만 했다.

눈은 쑥 들어간 채 주위가 검게 변해있었으며 팔과 다리는 앙상하게 가죽만 남아 있는 듯싶었다. 제대로 음식을 주지 않았던 탓이었다.

허나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도 각료들은 악취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누구하나 걱정하는 이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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