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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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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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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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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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6화. 인희가 말을 안 한 이유

DUMMY

인희는 강아지 인형이 좋을 것이다.


순덕은 인희가 자주 쳐다보던 강아지 인형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학교를 오가는 길목도 아닌데, 인한과 인희가 집으로 올 때마다 들려 구경하는 곳이었다.


다양한 완구와 인형을 파는 가게의 쇼윈도우에 걸린 그 인형을 보러 빙 돌아서 집으로 온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프랑스라는 먼 나라에서 물 건너 왔다는 강아지 인형이었다.


크기도 크고 비싸기도 더럽게 비싼 인형이었다.


서양 사람들처럼 기다랗게 생긴 팔다리에 기다란 얼굴, 기다란 귀, 붉은색 바지 안에는 토끼와 새, 덤으로 고양이도 한 마리 꿰찬, 아주 알록달록한 인형이었다.


순덕이 봐도 귀엽고 예뻤다.


그러니 인희가 눈길을 못 떼는 것이 당연했다.


인한은 바지가 작아지는 거 같으니 바지를 사자.


운동화도 다 된 거 같으니 인희는 분홍색 운동화로, 인한은 검정색 운동화로 사자.


‘그래, 기분이다! 쓸 때는 쓰는 겨.’


순덕은 한껏 부풀어 오른 기분에 인희와 인한에게 줄 선물을 사러 나섰다.


공 사장에게 양해를 얻어 완구점 문이 닫히기 전에 조퇴를 했다.


공 사장도 선뜻 허락해 주니 더 기분이 좋았다.


다행히 완구점이 문 닫기 전에 선물을 샀다.


순덕이 집에 들어왔을 때 이미 인한도 인희도 자고 있었다.


순덕은 커다란 비닐봉지에서 운동화를 꺼내어 현관 앞에 놓고 방으로 들어갔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인한이 먼저 깨어났고, 인희도 덩달아 깨어나 눈을 비볐다.


순덕의 손에 들린 보따리를 보던 인한이 물었다.


“할머니, 그게 뭐예요?”


방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은 순덕이 보따리를 풀었다.


“옛다! 이거는 인한이 꺼. 이거는 인희 꺼.”


인한은 바지를 보더니 얼른 일어나 허리춤에 대보았다.


“할머니, 제 바지 크기를 어떻게 아세요?”


“입어봐. 입어봐야 알지. 안 맞으면 바꿀 겨.”


인한이 바지를 입어보고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 잘 맞아요. 감사합니다.”


기분 좋아 입이 벌어진 인한과 달리 인희는 자기 앞에 놓인 강아지 인형을 물끄러미 보더니 눈물만 뚝뚝 흘렸다.


“···인희야, 왜 그려? 너 어디 아프냐?”


도리질을 하던 인희가 한참을 목이 메는 듯 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흑···. 이거 엄마 아빠 돌아가시기 전에··· 끕, 제가 사달라고 떼썼던 거예요.”


순덕이 인희를 안아 무릎에 앉히며 인희 눈물을 닦아주고, 등을 두들겨주며 말했다.


“그렸어? 에이그···. 그래서 속 상혔어? 내 새끼.”


“흐윽, 흐으윽, 할머니, 끅, 끅, 제가 떼써서 엄마, 아빠를 힘들게 했어요,”


“그래서 많-이 속상했구먼. 내 새끼. 그래서 여지껏 말도 안 혔어?”


토닥여주는 순덕의 손길에 인희가 순덕을 껴안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할머니···,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요···. 흑, 흐윽, 흐-앙, 엄마···, 아빠···.”


“하아···. 흡! 나도 내 아들, 내 며느리가 보고픈디···. 너그는 오죽하겄냐···.”


순덕은 천장을 보며 눈물을 삼켜보려 했지만 순덕의 눈에서는 마치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그냥 흐르듯 줄줄 새어나왔다.


저승을 코앞에 둔 자신도 못 참는 눈물을, 그동안 참아왔던 어린 인희의 심정이 과연 어떠했을까?


이 꼬맹이 가슴에 박힌, 어이없는 죄책감이란 못을 어떻게 뽑아야 할지 순덕은 알지 못했다.


순덕은 인희가 실컷 울게 내버려두었다.


그저 안고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옆에 앉아 있던 인한 역시 말 한마디 못한 채 닭똥 같은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한참을 울고 난 인희가 조금씩 가라앉으며 울먹거렸다.


순덕이 인희를 안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인희야, 너가 저런 거 사달란다고 니 애미 애비가 힘들었겄냐? 아녀. 그런 생각 말어. 내가 내 새끼 속을 모르겄냐. 니 애비나 애미는 그런 걸로 힘들어할 사람들이 아니여. 생각혀 봐. 니 애미 애비한테 인희, 너가 더 귀하겄냐, 아니면 저런 장난감이 더 귀하겄냐?”


한참을 대답하지 않고 눈물만 삼키던 인희가 대답했다.


“인희요···.”


얼마나 울었던지 인희 목소리가 쉬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려, 그럼 할미한테 인희, 너가 귀하겄냐, 저 강아지 인형 쪼가리가 귀하겄냐?”


“인희요···.”


“인희 너가 입을 여니께, 할미가 저 강아지 백 개도 더 사올 수 있겄구먼. 같이 가서 강아지 인형 몽땅 사올까?”


강아지 백 개라는 소리에 인희의 퉁퉁 부은 눈이 똥그래졌다.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가득한 얼굴로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순덕의 가슴에 묻으며 말했다.


“할머니, 저는 쟤 하나만 있으면 돼요.”


“그려, 니 부모 죽은 거, 그 뺑소니 놈이 나쁜 거지. 너는 죄 없어. 그러니 그런 생각일랑 말어. 니 잘못이 아녀. 인희가 웃으니 할미는 그냥 좋다. 앞으로 속상한 일 있으면 혼자 끙끙대지 말고 할미한테 말혀. 어우, 금쪽같은 내 새끼.”


순덕이 인희를 안은 채로 좌우로 몸을 흔들자 그제야 인희 얼굴에 빙그레 미소가 떠올랐다.


인한은 인희가 말을 한다는 사실에 가슴 한 구석에 불편하게 꽂혀있던 못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인희를 보고 있으면 마치 깨지기 전의 유리그릇을 보는 느낌이었는데, 인희가 말을 하면서 불안감이 마치 눈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인희는 그날로 강아지와 새, 고양이, 토끼에게 모두 이름을 붙였다.


강아지는 삐삐, 새는 삐약이, 고양이는 삐냥이, 토끼는 삐토라 붙이고는 순덕과 인한에게도 교육을 시켰다.


삐삐와 떼거리들은 방 한쪽에 턱 하니 자리를 잡았다.


‘인형 사길 정말 잘 했구먼.’


순덕은 인형 덕에 인희의 말문이 터진 것이 정말 기꺼웠다.


그날 밤 인희는 순덕의 품에서 삐삐와 떼거리까지 꼭 끌어안은 채 깊이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인희가 깨어나자마자 한 일은 삐삐와 떼거리에게 한 모닝뽀뽀였다.


눈은 퉁퉁 부었어도 얼굴 표정은 밝았다.


밥을 먹을 때에도 삐삐와 떼거리를 눈앞에 앉혀놓고 밥을 먹었다.


학교로 향하면서 일일이 눈 마주쳐 인사까지 하고서도 아쉬워하며 겨우 돌아섰다.


학교를 가려던 인한과 인희가 현관 앞에 놓인 운동화를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어린 마음에도 순덕의 수중에 돈이 많지 않으리란 것을 아는 탓에 운동화까지 산 것이 혹 순덕에게 무리가 된 것은 아닐까 고민하는 눈치였다.


순덕의 눈치를 보는 인한과 인희를 보니 순덕의 마음이 쓰렸다.


어떻게 어린 것들이 눈치만 발달했단 말인가?


순덕은 ‘내가 애들을 방치해서 눈칫밥을 먹게 했구나.’ 싶은 생각에 마음이 착 가라앉았다.


순덕이 인한과 인희를 보며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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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너 이년 딱 걸렸어(2) +2 21.05.25 223 7 7쪽
29 29화. 너 이년 딱 걸렸어(1) +6 21.05.24 228 9 7쪽
28 28화. 네 꺼에 침바른 적 없어 +2 21.05.24 230 7 7쪽
27 27화. 개구멍을 뚫자 +4 21.05.23 239 9 7쪽
26 26화. 할머니가 이상해 +2 21.05.23 256 8 7쪽
25 25화. 흰둥이 몸속으로(2) +7 21.05.22 251 9 7쪽
24 24화. 흰둥이 몸속으로(1) +5 21.05.22 245 9 7쪽
23 23화. 다시 이승으로 +7 21.05.21 272 9 7쪽
22 22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2) +2 21.05.21 251 7 7쪽
21 21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1) +10 21.05.20 255 11 7쪽
20 20화. 저승으로 (3) +1 21.05.20 261 10 7쪽
19 19화. 저승으로 (2) +8 21.05.19 249 10 7쪽
18 18화. 저승으로 (1) +2 21.05.19 255 9 7쪽
17 17화. 순덕의 사고(2) +3 21.05.18 253 10 7쪽
16 16화. 순덕의 사고(1) +1 21.05.18 246 9 7쪽
15 15화. 악연의 시작 (3) +2 21.05.17 260 7 7쪽
14 14화. 악연의 시작 (2) +3 21.05.17 276 7 7쪽
13 13화. 악연의 시작 (1) +4 21.05.16 285 9 7쪽
12 12화. 볼 때마다 눈빛이 별루야. +2 21.05.16 286 7 7쪽
11 11화. 자칫하면 큰 일 나겠어. +1 21.05.15 304 9 7쪽
10 10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2) +2 21.05.15 319 11 7쪽
9 9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1) +2 21.05.14 320 13 7쪽
8 8화. 찍는 게 남는거 (2) +4 21.05.14 333 13 7쪽
7 7화. 찍는 게 남는거 (1) +3 21.05.13 343 13 7쪽
» 6화. 인희가 말을 안 한 이유 +2 21.05.13 350 14 7쪽
5 5화. 굴러온 복덩이 +1 21.05.12 376 14 7쪽
4 4화. 일자리를 찾아야 해. +2 21.05.12 410 13 7쪽
3 3화. 우리 애들헌테 또 한 번만 거지 어쩌구 해봐 +2 21.05.12 410 12 7쪽
2 2화. 방순덕이 인천으로 온 이유 +2 21.05.12 474 1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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