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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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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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02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5.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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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24화. 흰둥이 몸속으로(1)

DUMMY

육포에서는 이전에 맡아보지 못했던 맛있는 냄새가 났다.


육포를 본 흰둥이가 저도 모르게 혀를 날름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경계하던 몸짓은 어디 가고, 양 차사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딘 흰둥이가 양 차사의 손에서 육포를 받아먹었다.


맛있게 육포를 씹어 삼킨 흰둥이 몸에서 힘이 빠지며 고꾸라지듯 옆으로 넘어졌다.


양 차사가 흰둥이의 몸 위로 수인을 만들고 주문을 외자, 흰둥이의 혼이 빠져나왔다.


양 차사가 주머니에서 작은 호리병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흰둥이의 혼이 한 줄기 연기가 되어 호리병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뚜껑을 닫고 호리병을 챙겨 넣은 양 차사가 다시 흰둥이 몸 위로 새로운 수인을 만들고, 주문을 외고는 스르륵 사라졌다.


***


순덕은 임시 환생부를 받아 삼도천을 다시 건너왔다.


순덕을 내려준 차사는 무조건 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가면 된다고 했다.


순덕이 그 말을 따라 배에서 내려 앞으로 나선 순간이었다.


눈앞을 가리는, 아주 거센 돌개바람에 저도 모르게 얼굴을 가리고 몸을 작게 웅크렸다.


잠시 후 바람이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순덕이 눈을 떴다.


“얼레? 인희방이구먼?”


순덕이 일어섰다.


그런데 방바닥의 눈높이가 왜 이리 가까운 걸까?


그리고 이 하얀 발은 뭐지?


순덕은 일어나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앞에 인희가 쓰는 몸거울이 보였다.


- 으악! (깨갱)


- 으악, 으악, 으악! (깨갱, 깨갱, 깨갱)


순덕이 팔로 몸을 더듬어보려 했으나 거울에서는 두 개의 앞발이 허우적거렸다.


다시 얼굴을 만져보려 했으나 앞발은 콧등을 건드리는 것이 다였다.


‘이게 무슨 개 같은 상황이여? 나 사람이 아니고 개로 온 거여? 다른 몸 어쩌구가 사람 몸이 아녔어?’


순덕은 거울 앞에서 몸부림을 치며 여기저기를 겅중겅중 뛰어다녔다.


씩씩대던 순덕이 악에 바쳐 하늘에 대고 짖어댔다.


- 야! 이 나아쁜 영감탱···염라대왕님아! 이게 뭐여, 이게! (그르릉 왈왈왈)


순덕은 악에 바쳐 하늘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나온 소리는 개 짖는 소리라니···.


순덕은 너무 화가 나서 마구 짖어댔다.


그 때였다.


순덕이 들어간 흰둥이의 몸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족히 3배가 넘는 크기였다.


털 색깔과 눈 색깔도 붉게 변했다. 송곳니도 길어진 느낌이었다.


변한 제 모습에 놀란 순덕이 깽깽거리자 이웃집 담 너머에서 거칠게 창문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남자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 놈의 개-새끼, 조용히 못해? 아주 시끄러워 죽겠어. 너 자꾸 짖어대면 아주 콱, 날 잡아 잡아먹어 버릴 거야, 내가!”


남자의 거친 항의 때문에 오히려 흥분했던 순덕의 심장이 조금씩 안정을 찾으며 잦아들었다.


순덕이 자신을 달래며 말했다.


‘그려, 그려. 정신부터 차려야 혀. 잠깐, 이게 뭐여?’


거울로 다가간 순덕이 천천히 본래대로 돌아가는 흰둥이의 모습을 보았다.


‘내게 줬다는 능력이 이거였어? 흰둥이를 뭔 괴물을 만들어놨댜···. 별 쓰잘데기 없는 능력을 다 줬구먼. 뭐 이거 헐크인가 하는 그거여? 아니지, 개새끼잖어, 개헐크? 견헐크? 애들이 이거 보믄 기절하지. 근데 방은 어두운 거 같은디··· 다 보이네. 내가 눈이 밝아졌나?’


순덕은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식별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킁킁거리며 방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흐흐흐, 요거 하난 좋구먼.’


킁킁거리는 코에 맛있는 냄새가 스며들었다.


‘킁킁! 오! 요건 뭐여? 냄새가 죽이는구먼.’


사료 앞에서 킁킁거리던 순덕의 입안으로 침이 고였다.


그리고 사료에 붙은 그림과 이름이 보였다.



유기농 강아지 사료 10kg

대상: 성견용

효능: 배변 개선, 피부 보호



‘미쳤네, 미쳤어. 내가 지금 개 사료에 침을 흘린 겨?’


‘나는 개가 아녀!’


순덕이 속으로 외치며 몸을 돌렸지만, 흰둥이의 코와 입이 그녀를 배반했다.


순덕이 개 사료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할 뿐이라는 생각을 하며 뜯어놓은 개 사료 입구를 주둥이로 문질러 열었다.


안쪽으로 사료 알갱이가 보였다.


더 자세히 보고 싶을 뿐이라며 머리를 사료 봉투 안으로 들이밀었다.


개한테도 먹을 만한 것을 주는지 알아볼 필요는 있다며 자기 행동을 합리화했다.


순덕의 의지와 상관없이 흰둥이의 입이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흰둥이의 몸은 오늘 먹은 게 없었다,


양 차사가 준 조그만 육포를 제외하면.


‘음음, 냠냠, 먹을 만 허구먼. 요즘 개 사료는 고급이여, 고급.’


실컷 먹고 배가 땡땡해진 순덕이 흰둥이의 자리에 드러누우며 생각을 정리했다.


‘아휴, 잘 먹었구먼. 그려, 내 몸뚱이도 아니고 임시랬어. 그까이꺼 1년 잠깐이여. 그동안 우리 애들 보호하라고 준 기회여. 개새끼면 어뗘? 애들만 지키면 돼야. 흰둥아, 내가 너 몸뚱이를 1년만 잘 쓸란다. 너 혼이 어디 있든 내 꼭 이 은혜 갚을 겨. 미안혀. 그리구 고마워. 근데 내 몸뚱이는 어찌 되었나 모르겄네.’


때마침 인한과 인희가 하루 사이에 까칠해진 얼굴로 집에 들어섰다.


순덕은 벌떡 일어나 남매에게 다가갔다.


- 어이구, 내 새끼들 왔어? (우오 왈왈)


순덕은 자신의 꼬리가 얼마나 빨리 흔들리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흰둥이를 본 인희가 흰둥이를 껴안고 쓰다듬으며 말했다.


“흰둥아, 할머니가 다치셨어. 수술도 하셨다. 나 너무 속상하고 힘들어. 너도 할머니 빨리 나으라고 기도해줘.”


- 아이고, 내 새끼, 나 괜찮으니 걱정 마. (와알 왈왈)


순덕이 앞발을 들어 인희의 얼굴과 어깨를 건드리는 순간,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응? 이게 뭐여? 내가 왜 저기 누워있어? 아하! 내 몸뚱이 살아있구먼. 수술 잘 끝났나 보네. 그럼 저 속에 흰둥이가 들어 간 거여?’


순덕은 마치 TV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어째 색감이 칼라TV도 아닌 거 같고, 그렇다고 흑백TV도 아닌 느낌이었다.


‘뭐 죽지 않았음 된 거여.’하고 스스로 위로하는 중에도 누워있는 자신을 이런 식으로 보는 기분이 묘했다.


‘이게 염라대왕이 준 능력이다 이거지? 근데 이상한 것만 줬구먼. 이걸 뭐에 쓴댜?’


인희가 흰둥이를 꼬옥 끌어안으며 기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흐윽, 할머니가 아직 못 깨어나셨어. 나 무서워, 흰둥아.”


- 아휴, 걱정 말어. 할미 여기 있어. (우-왈왈)


“인희야, 그만 하고, 흰둥이 밥 줘야지. 얼른 사료 꺼내줘. 하루 종일 굶었을 거야.”


“··· 훌쩍, 응. 흰둥아, 조금만 기다려.”


- 인희야, 걱정 말어. 이 할미 언제 굶는 거 봤냐, 내 밥은 내가 알아서 먹어. (와와와왈왈왈)


인희는 일어나 흰둥이의 밥그릇을 챙겨 사료포대 앞으로 갔다.


그런데 사료포대 입구가 넓게 벌어져 있었고, 사료 알갱이 몇 개가 방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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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승하의 신고(1) +6 21.05.25 244 8 7쪽
30 30화. 너 이년 딱 걸렸어(2) +2 21.05.25 223 7 7쪽
29 29화. 너 이년 딱 걸렸어(1) +6 21.05.24 228 9 7쪽
28 28화. 네 꺼에 침바른 적 없어 +2 21.05.24 230 7 7쪽
27 27화. 개구멍을 뚫자 +4 21.05.23 239 9 7쪽
26 26화. 할머니가 이상해 +2 21.05.23 256 8 7쪽
25 25화. 흰둥이 몸속으로(2) +7 21.05.22 251 9 7쪽
» 24화. 흰둥이 몸속으로(1) +5 21.05.22 246 9 7쪽
23 23화. 다시 이승으로 +7 21.05.21 272 9 7쪽
22 22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2) +2 21.05.21 251 7 7쪽
21 21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1) +10 21.05.20 255 11 7쪽
20 20화. 저승으로 (3) +1 21.05.20 261 10 7쪽
19 19화. 저승으로 (2) +8 21.05.19 249 10 7쪽
18 18화. 저승으로 (1) +2 21.05.19 256 9 7쪽
17 17화. 순덕의 사고(2) +3 21.05.18 253 10 7쪽
16 16화. 순덕의 사고(1) +1 21.05.18 246 9 7쪽
15 15화. 악연의 시작 (3) +2 21.05.17 261 7 7쪽
14 14화. 악연의 시작 (2) +3 21.05.17 276 7 7쪽
13 13화. 악연의 시작 (1) +4 21.05.16 285 9 7쪽
12 12화. 볼 때마다 눈빛이 별루야. +2 21.05.16 286 7 7쪽
11 11화. 자칫하면 큰 일 나겠어. +1 21.05.15 304 9 7쪽
10 10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2) +2 21.05.15 319 11 7쪽
9 9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1) +2 21.05.14 320 13 7쪽
8 8화. 찍는 게 남는거 (2) +4 21.05.14 333 13 7쪽
7 7화. 찍는 게 남는거 (1) +3 21.05.13 343 13 7쪽
6 6화. 인희가 말을 안 한 이유 +2 21.05.13 350 14 7쪽
5 5화. 굴러온 복덩이 +1 21.05.12 376 14 7쪽
4 4화. 일자리를 찾아야 해. +2 21.05.12 410 13 7쪽
3 3화. 우리 애들헌테 또 한 번만 거지 어쩌구 해봐 +2 21.05.12 410 12 7쪽
2 2화. 방순덕이 인천으로 온 이유 +2 21.05.12 474 1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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