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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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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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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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64화. 개도둑 사건(3)

DUMMY

순간 검둥이가 마루 밑에서 꼬리를 잔뜩 말고 뛰어나와 인희 뒤로 숨었다.


남자가 숨 넘어 가는 소리로 겨우 말했다.


“신고··· 좀··· 허억···허억··· 구급차···.”


인희가 검둥이를 안고, 맨발로 뛰어내려와 문밖으로 뛰어나갔다.


마침 본래대로 변한 순덕이 돌아오고 있었다.


그 뒤로 또 다른 남자가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돌아온 순덕이 말했다.


-119 불러. 경찰도 불러. 개도둑이여.


인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할머니는요!”


- 걱정 말고 불러. 나는 씻으러 갈 텐게.


인희가 떨리는 손으로 112와 119에 전화를 했다.




119 두 대가 도착했을 때 젊은 남자는 이미 기절을 한 뒤였고, 대문 밖에서 도망치다 물린 30대 남자는 제가 도둑질한 개를 실은 트럭 옆에 쓰러져있었다.


그 남자 역시 허벅지 뒷부분을 심하게 물렸다.


마당에 쓰러진 남자의 골반과 허벅지에는 인희가 피를 지혈시키느라 가져온 수건을 다 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119가 두 사람을 싣고 출발했다.


경찰은 유일한 목격자인 인희에게 이것저것을 물었다.


다른 경찰이 현장 사진을 부지런히 찍었다.


타버린 빨랫줄의 잔재는 증거물일 수 있다며 가져갔다.


인희는 제가 본대로만 말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순덕이 변한 모습을 보지는 못했으니까.


먼 곳에서 요란한 소리를 듣고 온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경찰차가 있는 곳으로 모였다.


그 옆에 개도둑의 차도 있었기에 왔던 마을 사람들 중에는 자기 개가 개도둑 차에 실린 것을 발견하고 기겁하기도 했다.


딱 봐도 각이 나왔다.


개도둑이 농사에 바쁜 주민들이 집에 없는 시간에 마을을 돌다가 어느 짐승한테 험한 꼴을 당했다는 것.


그런데 마을에 있는 개들 중에 감히 개도둑에게 덤빌 수 있는 개가 있을까?


경찰 생각에는 절대 불가능한 얘기였다.


따라서 수사 초반부터 개도둑이 개한테 물렸을 거란 추측은 제외되었다.


더구나 갇혀있는 개들이 개도둑을, 그것도 둘씩이나 물 수도 없었다.


경찰이 마을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았지만 특별히 이상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기에 짜증스럽게 중얼거렸다.


“에이, 이 마을에도 CCTV 좀 달지.”


인희의 이야기에 따라 마당에 누워있던 남자의 상처가 아주 컸다는 말을 들은 경찰들은 단서를 찾아 한참을 헤맸다.


결국 아무 단서도 찾지 못하자 인근 산에서 멧돼지가 내려온 것이라 잠정적으로 결론지었다.


즉, 개도둑들이 마을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 개도둑질을 하려했다가 재수 없게 마을로 내려온 멧돼지에게 물린 것이라고.


그것이 논리적으로도 얼추 맞았다.


경찰은 마을 주민들에게 멧돼지를 보면 바로 신고하라고 알리고, 멧돼지를 잡을 때까지 대문 단속을 단단히 하도록 일렀다.


경찰이 떠나자 수돗물이 틀어진 세면실로 들어온 인희가 물에 젖은 채 세면실에 앉아있는 순덕을 보았다.


“할머니 제가 씻겨드려도 되죠?”


-그려. 좀 도와줘.


인희가 순덕의 이빨 사이에 묻은 피부터 온몸을 깨끗이 닦았다.


목욕을 마친 순덕이 나가자 검둥이가 거실 한쪽에 꼬리를 말고 흘끔거렸다.


순덕이 검둥이를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 무섭냐?


- 네···. (끼이잉, 끼잉)


- 괜찮어. 아까 그 사람들은 너나 나 같은 개를 잡아 죽이는 사람이여.


- 왜···요? (낑, 끼잉. 낑)


- 내가 개도둑이여? 나도 몰러. 어쨌든 그 냄새 잊지 마. 어디서고 그 냄새가 나면 바로 죽을 힘을 다해 도망가. 알겄어?


- 네···. (끼이잉, 끼잉)




세면실을 정리하고 나온 인희가 마당도 온통 수돗물을 틀어 닦아냈다.


1시간이 넘어 방으로 들어온 인희의 얼굴이 몹시 지쳐보였다.


어느덧 저녁시간이었지만 아무도 밥 먹을 생각을 못했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 인희가 아직도 떨고 있는 검둥이를 품에 앉고, 다독거리며 순덕의 눈치를 보았다.


“할머니, 괜찮으세요?”


- 니 눈엔 내가 괜찮아 보이냐?


인희가 그제야 푸흡 하고 웃었다.


“아뇨, 그래도 아까보다 나아보이셔요. 오늘도 변하신 거예요?”


- 일부러 변했어. 그놈들 살기가 너무 강해서 그렇게 안 허면 내가 죽겄더라.


“살기란 게 정말 있어요?”


- 아, 있지, 왜 없어! 예전에 아부지랑 산에서 멧돼지를 만난 적이 있었어.


“헉! 멧돼지를요?”


인희 눈이 놀라움으로 동그래졌다.


- 그려. 근디 그때 느낀 살기보다 이놈들 살기가 더 드러워.


“전 살기가 뭔지 모르겠어요. 그거 소설에서나 나오는 얘기잖아요?”


- 아녀. 있구먼. 니가 몰라 그렇지. 아까는 나도 모르게 그놈들 죽일 뻔혔어. 억지로 참은 겨.


“···아, 그렇구나.”


뭔지는 몰라도 할머니가 그랬다면 그런 거였다.


“할머니.”


- 왜?


“그래도 이번에 할머니 아니었으면 이 동네 개들 몽땅 잡혀갈 뻔 했어요. 진실을 알면 마을 사람들이 다 고마워할 거예요.”


- 그럴까? 오히려 무서워서 도망들 갈걸?


“내일 유기견 보호소 들러서 일찍 돌아갈까요?”


- 왜? 뭐땀시? 우리가 죄졌냐?


“할머니가 기분이 안 좋으실 거 같아서요.”


- 그럴 필요 없어. 괜찮으니께 인한이 오면 하루 놀다 가자.


“그래요, 그럼.”


그날 밤, 그 마을의 모든 집이 어떤 방법으로든 모두 문을 걸어 잠그고 잤다.


***


다음날 아침 일찌감치 일어난 순덕과 인희였다.


검둥이는 배까지 드러내놓고 늘어지게 잘 자고 있었다.


어제 겁먹고 덜덜 떤 채로 꼬리를 말던 검둥이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 이놈은 성격이 좋은 거여, 아님 무딘 거여? 그 난리를 치르고도 금방 이겨내는구먼.


“흐흐흐흐흐. 검둥이 성격이 좋잖아요. 다행이지요, 뭐. 할머니, 검둥이는 우유랑 사료 꺼내면 금방 깰 거예요. 할머니 토스트나 구워드릴까요?”


- 가능혀?


“식빵은 사왔고, 여기 토스트기가 있네요. 없으면 프라이팬에 구워드리려고 했는데 잘 됐지 뭐예요.”


인희와 순덕은 토스트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했다.


검둥이는 인희 말처럼 우유냄새와 사료 쏟는 소리에 잠을 깼다.


우유에 사료까지 실컷 먹고 난 검둥이가 순덕 옆으로 왔다.


배까지 드러내며 애교를 부렸다.


인희가 인한에게 내려올 때 수건 좀 가져오라고 전화를 했다.


셋이 마당으로 나가자 어제 전투의 흔적이 바닥에 보였다.


인희가 물을 뿌려 닦아냈어도 아주 없애기는 힘든 모양이었다.


순덕이 앞장서서 마을을 돌았다.


순덕네가 지나가자 가볍게 개짓는 소리들이 들렸다.


순덕은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요즘은 개도 가족이다.


이 말은 순덕에게도 더 이상 남 얘기가 아니었다.


순덕 뒤를 검둥이도 열심히 쫓아다녔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머물고 있는 집 근처로 올 무렵 뒤에서 찻소리가 들렸다.


“안녕?”


그 마을을 맡고 있는 경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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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90화. 이선미 살인 사건(8) +10 21.06.28 194 8 7쪽
89 89화. 이선미 살인 사건(7) +9 21.06.25 206 9 7쪽
88 88화. 이선미 살인 사건(6) +4 21.06.24 189 7 7쪽
87 87화. 이선미 살인 사건(5) +6 21.06.23 201 8 7쪽
86 86화. 이선미 살인 사건(4) +6 21.06.22 196 8 7쪽
85 85화. 이선미 살인 사건(3) +9 21.06.21 185 8 8쪽
84 84화. 이선미 살인 사건(2) +6 21.06.21 180 7 8쪽
83 83화. 이선미 살인 사건(1) +4 21.06.20 187 7 7쪽
82 82화. 고양이 테러 사건(8) +2 21.06.20 184 6 7쪽
81 81화. 고양이 테러 사건(7) +4 21.06.19 196 6 7쪽
80 80화. 고양이 테러 사건(6) +6 21.06.19 194 7 7쪽
79 79화. 고양이 테러 사건(5) +6 21.06.18 182 7 8쪽
78 78화. 고양이 테러 사건(4) +7 21.06.18 188 7 7쪽
77 77화. 고양이 테러 사건(3) +11 21.06.17 188 10 7쪽
76 76화, 고양이 테러 사건(2) +9 21.06.17 190 6 7쪽
75 75화. 고양이 테러 사건(1) +9 21.06.16 196 9 7쪽
74 74화. 거대한 그림자(3) +7 21.06.16 188 7 7쪽
73 73화. 거대한 그림자(2) +8 21.06.15 212 9 7쪽
72 72화. 거대한 그림자(1) +7 21.06.15 206 9 7쪽
71 71화. 인한 운전면허 따다 +8 21.06.14 213 9 7쪽
70 70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4) +6 21.06.14 193 8 7쪽
69 69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3) +8 21.06.13 189 8 7쪽
68 68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2) +2 21.06.13 191 7 7쪽
67 67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1) +6 21.06.12 207 6 7쪽
66 66화. 개도둑 사건(5) +5 21.06.12 201 9 7쪽
65 65화. 개도둑 사건(4) +11 21.06.11 201 11 7쪽
» 64화. 개도둑 사건(3) +7 21.06.11 200 9 7쪽
63 63화. 개도둑 사건(2) +10 21.06.10 198 10 7쪽
62 62화. 개도둑 사건(1) +4 21.06.10 232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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