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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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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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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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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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69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3)

DUMMY

골목과 도로가 이어진 끝자락이었다.


- 여기서 그놈이 튀어 나왔으니께 도로 위아래 CCTV 보면 뭐 안 나오겄어? (월, 워월, 월, 월, 월)


순덕이 오랜만에 짖어봤다.


인희가 임 경장에게 말했다.


“그 남자가 나타나는 옥상 근처에서 냄새를 맡고 여기까지 따라왔는데, 저 골목 입구로 나와서 바로 이 자리에서 끊겼거든요. 제가 아까 보니까 저기 위쪽과 아래에 CCTV가 한 대씩 있어요. 오늘 5교시 끝나고 나타났으니까 2시경부터 3시 사이에 검은 모자에 검은 트레이닝복 입은 사람을 찾아보시면 어때요? 우리 할머니가 이곳을 가리키는 곳을 보면 여기가 그 변태가 차를 세웠던 곳일 수도 있잖아요.”


인희의 말에 임 경장이 피식 웃었다.


더워서 흘러내린 땀도 닦을 겸 오른손으로 모자를 벗고 왼손으로 이마를 쓸어내린 임 경장이 인희를 잠시 내려다보았다.


“학생, 제보는 고마운데···, 정말 개가 그렇게 사람 말을 잘 알아들어? 내 말은···, 아무리 잘 알아들어도 아주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은 개가 사람을 여기까지 안내한다는 게 잘 안 믿어져서 말이지.”


말하면서 주변을 둘러본 임 경장이 말을 덧붙였다.


“지금 학생 다니는 학교에서 여기까지 거리가 얼만데···. 그 남자가 그런··· 행동을 하고 신고 들어갈 걸 알 텐데 근처에서 바로 차로 도망가지, 굳이 쫓기면서 여기까지 와서 도망을 치겠느냐 뭐 이런 생각도 들고 해서 하는 말이야.”


인희의 눈이 샐쭉해졌다.


“지금 제가 하는 말을 의심하시는 거죠? 그래도 제보를 받으면 조사를 해보실 필요는 있잖아요.”


경찰이 마지못해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그렇지? 알았어. 학생, 수고했어.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볼게.”


기껏 신고했는데 경찰의 반응이 영 뜨뜻미지근했다.


사실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증거라고 내놓은 것이 경찰들에게는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였을 것이었다.


날씨도 더운데 굳이 경찰을 이곳까지 불러낸 것도 경찰을 짜증스럽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필 이런 일에, 이런 날씨에, 이만큼이나 걸어와서, 이만큼이나 기다렸다가 만난 경찰의 심드렁한 반응을 보니 인희도 성질이 났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여기까지가 인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


다음날 인희가 교실에 들어서자 친구들이 몰려들었다.


정보통 수영이 애들에게 말했다.


“학교에서 그 남자 나타나는 방향으로 CCTV 설치한다는데?”


인희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아, 그럼 여태 그쪽으로 CCTV가 한 대도 없었던 거야?”


“그렇지. 매일 나타나는 변태도 아니고, 나타나는 때도 제 멋대로잖아. 한 달에 한번 나타나기도 했다가, 지난 몇 달은 한 번도 안 왔잖아. 그러다 잊을 만하면 나타나니까 생각을 못 했나봐.”


“그런다고 잡을 수 있겠어? 우리 입학도 하기 전부터 그랬다잖아.”


“아으, 미친 놈. 그 변태 머릿속은 어떻게 생겼는지 진짜 궁금하다. 아윽, 듣기만 해도, 생각만 해도 더러워!”


수영이 제 머리를 두드리며 말했다.


입 다물고 애들 얘기만 듣던 호연이 벌떡 일어섰다.


“으, 가서 귀나 씻고 와야겠다.”


“응? 귀를 왜 씻어?”


“그··· 국어시간에 그러지 않았냐? 뭐 나쁜 말 듣고 귀 씻었다는 사람 있었잖아.”


“흐흐흐흐흐, 허유라는 사람 말하는 거야? 네가 뭐 요임금 되라는 소리를 들은 것도 아닌데 왜 그래···. 아예 머리도 감고 와, 생각도 씻어내야지.”


민경이 호연의 얘기를 듣고 웃으며 말했다.


수영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호연이, 너, 왕 자리 준다는 소리 들으면 귀 닦기는커녕 1초도 안 돼서 넙죽 받을 걸?”


호연이 정색을 하고 민경에게 말했다.


“넌 나를 어찌 보고! 당연히 넙죽 받아야지.”


‘네가 그럼 그렇지.’하는 표정으로 애들 모두 깔깔대고 웃었다.


인희는 자기 주위에 이처럼 밝은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했다.


어제 겪었던 불쾌한 일들과 감정이 친구들과의 수다로 먼지가 털리듯 다 제게서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날 저녁 인희는 경찰에게 전화를 했다.


경찰 말로는 그곳 CCTV에는 남자가 찍혀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주변 차량 카메라에 찍힌 것이 없는지 확인중이라고 했다.


며칠간은 별 일없이 지나갔다.


학교에서는 바바리맨에게 반응을 보이지 말라는 교육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막상 그 남자가 다시 나타나면 교육이 무색하게 소리 지르며 그 남자를 만족시켜주는 학생들이 반드시 나온다.


그 맛에 그 남자는 이 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계속 같은 행동을 할 게 틀림없었다.


순덕은 분명 바바리맨 아니, 트레이닝 입고 나타난다니 트레이닝맨이라고 불러야 할 변태가 반드시 또 올 거란 생각을 했다.


순덕이 검둥이에게 말했다.


- 넌 그놈 잡힐 때까지만 여기 있어.


- 히잉, 그냥 따라가면 안돼요? (끼잉, 워워워월)


- 그러다 너, 나쁜 놈 만나면 그냥 잡혀가는 겨.


인한이 검둥이 우는 소리에 식당에서 나왔다.


“할머니, 왜요?”


- 아, 그 바바리맨인지 츄리닝맨인지 그놈 나타나면 잡아야 할 거 아녀.


“할머니가 안 잡으셔도 경찰들이 잡을 거예요. 지난번 신고도 했다면서요?”


- 아직까지 잡혔다는 소식이 없잖어! 우리 인희가 자꾸 놀라니 그러지. 그놈 잡을 때까지만 검둥이 니가 데리고 있어.


“아이, 참, 할머니가 나서는 게 더 걱정이에요. 할머니 변하는 모습이라도 CCTV에 찍히면 오히려 그게 더 큰 뉴스가 될 거라고요.”


- 그건 내가 알아서 혀. 걱정 붙들어 매고 이놈이나 봐.


결국 인한은 순덕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졸지에 검둥이는 이제껏 목줄로 묶여있지 않다가 식당 뒤 비닐천막에 묶여있게 되었다.


그날부터 순덕은 인희네 학교가 점심시간일 무렵부터 인희가 나올 때까지 학교 근처의 그 옥상건물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기를 무려 보름.


6월 4째주 수요일 5교시가 끝날 무렵 순덕은 마침내 그놈과 마주했다.


5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인상의 남자였다.


검은색 모자와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는 누가 봐도 동네 주변을 산책하는 남자였다.


그런데 이 더운 날도 저런 복장이라니?


순덕이 전에 맡았던 그 냄새가 남자에게서 났다.


순덕도 더운지라 옥상 옆 벽에 그늘진 곳에 앉아 있다가 남자가 근처에 와서야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골목은 바람의 흐름이 크지 않아 순덕은 그 냄새를 바로 맡지 못했다.


남자는 순덕이 자기가 올라타려던 벽 앞에 있자 멈칫했다.


순덕이 일어나 자리를 비켜주자 긴장했던 남자가 순덕을 보고 씩 웃으며 말했다.


“개새끼가 눈치는 있네. 여기서 놀지 말고 저리 가라, 응? 가, 임마!”


순덕에게서 고개를 돌린 남자가 쉽게 담을 타고 넘었다.


넘은 담 바로 안쪽에 놓인 계단을 밟고 천천히 옥상으로 올라갔다.


남자는 옥상을 서성거리다 학교에서 수업을 끝나는 종이 울리자 제 바지춤을 잡더니 학교를 향해 슬금슬금 바지를 조금씩 내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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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89화. 이선미 살인 사건(7) +9 21.06.25 206 9 7쪽
88 88화. 이선미 살인 사건(6) +4 21.06.24 189 7 7쪽
87 87화. 이선미 살인 사건(5) +6 21.06.23 201 8 7쪽
86 86화. 이선미 살인 사건(4) +6 21.06.22 196 8 7쪽
85 85화. 이선미 살인 사건(3) +9 21.06.21 186 8 8쪽
84 84화. 이선미 살인 사건(2) +6 21.06.21 180 7 8쪽
83 83화. 이선미 살인 사건(1) +4 21.06.20 187 7 7쪽
82 82화. 고양이 테러 사건(8) +2 21.06.20 184 6 7쪽
81 81화. 고양이 테러 사건(7) +4 21.06.19 196 6 7쪽
80 80화. 고양이 테러 사건(6) +6 21.06.19 195 7 7쪽
79 79화. 고양이 테러 사건(5) +6 21.06.18 182 7 8쪽
78 78화. 고양이 테러 사건(4) +7 21.06.18 189 7 7쪽
77 77화. 고양이 테러 사건(3) +11 21.06.17 188 10 7쪽
76 76화, 고양이 테러 사건(2) +9 21.06.17 191 6 7쪽
75 75화. 고양이 테러 사건(1) +9 21.06.16 196 9 7쪽
74 74화. 거대한 그림자(3) +7 21.06.16 188 7 7쪽
73 73화. 거대한 그림자(2) +8 21.06.15 212 9 7쪽
72 72화. 거대한 그림자(1) +7 21.06.15 206 9 7쪽
71 71화. 인한 운전면허 따다 +8 21.06.14 213 9 7쪽
70 70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4) +6 21.06.14 193 8 7쪽
» 69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3) +8 21.06.13 190 8 7쪽
68 68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2) +2 21.06.13 191 7 7쪽
67 67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1) +6 21.06.12 208 6 7쪽
66 66화. 개도둑 사건(5) +5 21.06.12 201 9 7쪽
65 65화. 개도둑 사건(4) +11 21.06.11 201 11 7쪽
64 64화. 개도둑 사건(3) +7 21.06.11 200 9 7쪽
63 63화. 개도둑 사건(2) +10 21.06.10 199 10 7쪽
62 62화. 개도둑 사건(1) +4 21.06.10 233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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