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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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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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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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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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63화. 개도둑 사건(2)

DUMMY

검둥이는 순덕이 이상한 행동을 보이자 순덕 옆으로 다가왔다.


- 너 집안으로 들어가.


- 왜요? (월)


- 어서!


순덕의 단호한 반응에 놀란 검둥이가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순간이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대문 밖에서 집안을 기웃거렸다.


실실 웃고 있는 얼굴과 달리 눈빛은 마치 무저갱처럼 어두웠다.


남자의 손에는 고리 모양으로 매듭을 만든 빨랫줄이 쥐어져 있었다.


남자가 온 방향으로 보아 도로 쪽에서 들어선 것이 틀림없을 텐데 이상하게 옆집 개가 전혀 짖지 않는다.


뭐지?


순간 순덕의 뇌리를 뚫고 지나간 생각이 하나 있었다.


- 개도둑이구먼!


남의 대문을 열고 아주 당당하게 제 집처럼 들어온 젊은 남자의 눈빛에 순덕도 하마터면 지릴 뻔했다.


누군가를 많이 죽여 본 눈빛, 그걸 즐기는 자의 눈빛이었다.


얼굴은 아주 평범했지만 눈빛만큼은 여느 사람의 그것이 절대 아니었다.


살기였다!


아주 지독한 살기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


있어도 다들 노인들이다.


CCTV 역시 없었다.


마을에 CCTV가 있었다면 이렇게 개도둑이 함부로 드나들지 못했을 것이다.


이놈은 그걸 알고 온 놈이다.


젊은 남자는 순덕이 자신을 향해 털을 세우고 공격 자세를 취하자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별종을 다 봤다는 표정을 지었다.


남자가 거만한 표정으로 순덕을 내려다보더니 씩 웃었다.


“오호! 넌 다르다는 거야? 그래? 어디 한번 해볼까? 오늘, 너만큼은 내가 공들여 죽여줄게.”


만약 개였다면 그 자리에서 그대로 개도둑에게 끌려갔을 것이 틀림없었다.


바로 저 살기 때문에.


다행히 순덕은 몸은 개일지라도 혼은 사람이었다.


남자가 입을 여는 순간 순덕 역시 저도 모르게 온 몸으로 살기를 발산했다.


검둥이는 처음에는 남자의 살기에 뒤로 물러났고, 이번에는 순덕의 살기에 놀라 마루 밑으로 숨었다.


- 날 죽여? 지 손으로 일도 안 허고, 남의 개나 훔쳐 파는 미친놈이! 남 목숨을 뺏으려면 네 목도 걸어야 혀. 알어? (크르르르릉, 크르르릉, 컹! 컹!)


다가오던 남자가 순간 주춤했다.


생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내가 개한테 눌린다고?


순간 남자의 자존심이 상했다.


남자가 잠시 굳었던 얼굴을 풀고 실실 웃으며 천천히 제 손에 들었던 빨랫줄 매듭을 만지작거렸다.


남자는 더 두고 볼 것도 없다는 듯 순덕에게 빨래줄 고리를 던졌다.



얼마나 많은 개가 저 매듭에 끌려갔을까?


남자가 던진 매듭은 정확히 순덕의 목 위로 빨려들 듯 얹혔다.


‘걸렸다!’


남자의 손이 매섭게 빨랫줄을 당겼다.


제 목을 죄는 빨랫줄을 느낀 순간, 순덕도 저런 인간 같지 않은 놈을 갈가리 물어뜯고 싶은 욕망에 휩싸였다.


빨랫줄을 당기던 남자는 갑자기 숨 막히게 덮쳐오는 순덕의 살기에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손에 들고 당기던 빨랫줄이 저도 모르게 덜덜 떨렸다.


순덕이 주문을 외웠다.


‘백돌! 백돌! 백돌!’


순간 순덕의 몸이 엄청나게 커지며 몸 전체에 불까지 화르륵 타올랐다.


목에 걸려있던 빨랫줄이 지글지글 타며 맥없이 끊어졌다.


순식간에 순덕은 개도둑을 내려다 볼만큼 커졌다.


개도둑은 생전 처음 겪는 일에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뜻밖의 전개에 눈빛마저 어지럽게 흔들렸다.


‘이게··· 뭐야?’


순덕이 남자를 향해 시뻘건 잇몸을 드러냈다.


- 그르르르르릉, 그르르르릉, 컹! (너 딱 걸렸어! 내 이빨에 죽자!)


웬만한 남자의 가운데 손가락만큼이나 긴 송곳니가 입 밖으로 쑥 삐져나왔다.


개도둑이 그 모습에 놀라 바닥에 주저앉으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저도 모르게 오줌도 지렸다.


공포에 눌린 남자가 뒤로 물러서려고 허우적거렸다.


순덕이 눈깜짝할 새도 없이 개도둑에게 달려들었다.


왼쪽 골반과 사타구니를 정통으로 물린 남자가 비명을 질러댔다.


“으아아악! 아악! 으악!”


순덕은 입에 문 채 세게 흔들어댔다.


“아아아아아아악! 아흐흐흐흐흐 아악!”


투둑, 투둑!


살이 찢어지는 아픔과 뼈가 부러지는 아픔이 함께 왔다.


고관절 뼈가 부러졌는지 물린 부위가 덜렁거렸다.


순덕을 밀어내려던 남자의 손이 순덕의 털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아악! 으으으으, 으흐흑. 흐으···.”


순식간에 손에 물집이 잡혔고, 옷에 불이 붙었다.


다시 한 번 남자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아으아으아아아아아아!”


그제야 남자에게서 떨어진 순덕이었다.


순덕은 어쩌면 오늘 제가 사람을 죽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만큼 물어뜯고 싶은 욕망을 누르기 힘들었다.


남자는 몸에 붙은 불을 끄느라 좌우로 굴렀다.


부러진 다리뼈와 골반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았지만 살려면 굴러야 했다.


겨우 불은 껐지만 상처에서 피가 멈추지 않고 흘러나왔다.


남자가 지른 비명이 동네 전체에 울려 퍼졌다.


누군가는 들었으니 곧 나타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순덕이 누워있는 남자의 곁으로 갔다.


- 끝장 볼 겨? (크르르르르릉)


순덕의 말이 남자에게 전달되면서 남자는 혼이 나가다시피 했다.


남자가 덜덜 떨면서 겨우 대답했다.


“아아아아아 아-니, 그만···.”


- 어쭈, 어디서 반말이여? 반말이. 아직 혼이 덜 났구먼.


“아아아니, 아닙니다.”


순덕이 남자가 내뱉었던 말을 되돌려 주었다.


- 네놈 몸에서 나는 살기가 딴 개들한테는 통했나 몰러두, 그 살기 때문에 나도 널 죽일 뻔 혔어. 네가 겪어보니 어뗘? 어디 한번 해볼껴? 오늘, 너만큼은 내가 공들여 죽여줄겨.


“잘못, 잘못했습니다.”


- 지금도 내가 개로 보여? 확! 목줄을 뜯어버릴라.


“히익, 그만, 제발, 그만···.”


- 내 주변에서 다시 네놈 냄새가 나면 어찌 되는지 알지?


그 순간 대문으로 또 한 사람이 들이쳤다.


바닥에 누워있는 남자보다 10살은 더 먹어 보이는 남자였다.


이웃집 개를 트럭에 싣다가 비명을 듣고 들어온 남자는 온몸에 불길이 타오르는 시뻘건 괴물이 저를 노려보자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크기도 웬만한 황소보다 컸다.


누워있던 남자의 몸과 바닥에는 피가 흘러 흥건해졌다.


“형, 살려줘···.”


들어서던 남자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남자는 몸을 돌려 후다닥 달아났다.


그 뒤를 순덕이 컹컹대며 따랐다.




수돗물을 틀어놓고 신나게 청소를 하던 인희가 밖에서 나는 요란한 소리에 하던 일을 멈추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누가 TV를 틀어놨나?’


인희에겐 일상생활 속에서 날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기에 처음엔 TV소리려니 했다.


그러나 소리가 계속되자 천천히 일어나 조심스레 마당으로 향했다.


마당에는 어떤 남자가 왼쪽 허리 밑으로 찢기고 덜렁거리는 옷과 함께 피를 흘리며 누워있었다.


옷 속으로 제멋대로 찢어진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놀란 인희가 ‘악’ 소리를 질렀다.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듯 벌렁거렸고, 다리가 후들거려 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와중에 눈은 재빨리 순덕을 찾았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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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1화. 나 여친 있어. +6 21.06.29 194 7 7쪽
90 90화. 이선미 살인 사건(8) +10 21.06.28 194 8 7쪽
89 89화. 이선미 살인 사건(7) +9 21.06.25 206 9 7쪽
88 88화. 이선미 살인 사건(6) +4 21.06.24 189 7 7쪽
87 87화. 이선미 살인 사건(5) +6 21.06.23 201 8 7쪽
86 86화. 이선미 살인 사건(4) +6 21.06.22 196 8 7쪽
85 85화. 이선미 살인 사건(3) +9 21.06.21 186 8 8쪽
84 84화. 이선미 살인 사건(2) +6 21.06.21 180 7 8쪽
83 83화. 이선미 살인 사건(1) +4 21.06.20 187 7 7쪽
82 82화. 고양이 테러 사건(8) +2 21.06.20 184 6 7쪽
81 81화. 고양이 테러 사건(7) +4 21.06.19 196 6 7쪽
80 80화. 고양이 테러 사건(6) +6 21.06.19 195 7 7쪽
79 79화. 고양이 테러 사건(5) +6 21.06.18 182 7 8쪽
78 78화. 고양이 테러 사건(4) +7 21.06.18 188 7 7쪽
77 77화. 고양이 테러 사건(3) +11 21.06.17 188 10 7쪽
76 76화, 고양이 테러 사건(2) +9 21.06.17 191 6 7쪽
75 75화. 고양이 테러 사건(1) +9 21.06.16 196 9 7쪽
74 74화. 거대한 그림자(3) +7 21.06.16 188 7 7쪽
73 73화. 거대한 그림자(2) +8 21.06.15 212 9 7쪽
72 72화. 거대한 그림자(1) +7 21.06.15 206 9 7쪽
71 71화. 인한 운전면허 따다 +8 21.06.14 213 9 7쪽
70 70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4) +6 21.06.14 193 8 7쪽
69 69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3) +8 21.06.13 189 8 7쪽
68 68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2) +2 21.06.13 191 7 7쪽
67 67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1) +6 21.06.12 208 6 7쪽
66 66화. 개도둑 사건(5) +5 21.06.12 201 9 7쪽
65 65화. 개도둑 사건(4) +11 21.06.11 201 11 7쪽
64 64화. 개도둑 사건(3) +7 21.06.11 200 9 7쪽
» 63화. 개도둑 사건(2) +10 21.06.10 199 10 7쪽
62 62화. 개도둑 사건(1) +4 21.06.10 233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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